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41)
622화 네글… 레리아 파울러… 리? (5)
급하게 복도를 올라가 옥상 문을 연 직후였다.
파란색을 담으려 했지만, 색감이 부족한 느낌의 예멘 하늘과 어쩐지 터번을 둘렀을 것 같은 태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강찬이 들어선 직후였다.
소총을 뒤로 두른 강찬과 제라르, 석강호를 본 요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모두 다섯 명이었다.
자세와 태도에서는 여유가 넘쳤다.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어지간해서 정보총국 요원에게 달려들지 않을 거라는 믿음, 와 봐야 적당하게 위협만 하다 가리라는 예상이 요원들의 태도를 느긋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다들 그러다가 죽는다.
소속이 어디든,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던 간에 적의 아가리 속에서 여유 부리는 놈들은 대개 뒈지는 것으로 끝난다. 그나마 강찬의 성격을 짐작하는 선임자 빠스칼이 조심하는 태도로 다가왔다. 양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로 MP5SD 소총을 들고 있었다.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적의 움직임을 확인하려고 올라왔다. 우리를 감시하는 인원이 있던데?”
“아래 건물에 있는 놈들은 예멘 정부에서 파견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보고를 듣는 동안 강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황토색과 흰색 건물들, 주황색 테두리를 둘러쓴 아치형 창문, 이따금 보이는 건물 위로 만들어 놓은 이슬람 특유의 둥그런 장식까지, 키를 맞춘 것처럼 3층 건물이 줄줄이 늘어섰으나, 오른쪽으로 오르막이었다.
그쪽에서는 이곳 옥상이 내려다보인다.
만약 오른쪽 건물 3층이나 옥상에서 알라의 요술봉이라 불리는 RPG-7을 날리면 이곳에 있는 요원은 물론이고, 강찬 일행도 한 방에 끝난다. 그렇다고 아래쪽을 방심할 수도 없는 게, 그쪽에서 연달아 알라의 요술봉을 날리면 흙을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이런 3층 건물은 단숨에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심장이 주는 경고는 멎었다. 그러나 이미 한번 경고한 상태여서 또다시 심장이 두근댄다면 그때는 이쪽이든, 평화유지군이든, 누군가 공격당한다는 의미였다.
지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라르와 석강호는 삼각형의 두 곳을 맡는 형태로 옥상의 한쪽을 차지하고 각자 앞쪽에 펼쳐진 건물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낮에는 이렇게 감시라도 하지.
짙은 어둠에 조명조차 제대로 없는 상태라면 어디에서 누가 겨누는지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알라의 요술봉을 얻어맞아야 한다.
날카롭게 건물을 살피는 강찬의 얼굴을 예멘의 바람이 쓸고 지나갈 때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의 심장이 또다시 커다랗게 뛰었다.
염병할. 도대체 뭐냐고?
강찬은 빠르게 움직여 옥상의 얕은 담벼락에 붙었다. 그리고는 뒤로 돌려 두었던 소총을 앞으로 당겼다.
철커덕!
노리쇠를 거칠게 당기는 의미를 알아챈 제라르와 석강호가 마치 적이 달려든 상황처럼 자세를 낮추었는데 요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적이 공격할지 모르니까 전투 대기해!”
“위.”
강찬의 지시에 답을 하고, 움직이기는 했으나 요원들의 움직임에는 아직도 여유가 묻어났다.
“제라르! 저격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해!”
“위, 카피땐.”
“다예! 저격수 외에 RPG-7을 지닌 놈이 있는지 살펴!”
“알았소.”
우선 믿을 수 있는 두 놈에게 지시를 전한 다음이었다.
“요원들도 건물 위주로 살펴! RPG-7이 있나 확인하는데 저격수가 있을지 모르니까 머리 함부로 내밀지 마!”
“위!”
워낙 날카롭게 변한 강찬의 지시여서 이번만큼은 요원들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위험해.
옥상은 다른 놈들에게 맡기고 안전한 곳으로 피해.
군복이 아니라 양복을 입었지만, 죽을 고비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서 심장이 전에 없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제라르! 다예! 온다!”
날카롭게 변한 강찬의 눈빛, 그만큼 독해진 음성, 변화를 확실히 알아챈 제라르와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맡은 구역을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빠스칼! 저격수 조심하고, 우리 셋이 맡지 못하는 쪽을 집중해서 살펴!”
“위, 무슈 강!”
개새끼가 저격수를 살피라는데 왜 아직 선글라스를 끼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건지. 마음 같으면 냅다 달려가서 빼서는 밟아 버리고 싶지만, 저건 또 정보총국 요원의 선택이라고 믿어 줘야 했다.
이쪽은 진짜 괜찮은데?
강찬은 빠르게 제라르와 석강호가 맡은 쪽을 돌아보았다.
석강호가 올라선 건물들이 있는 오른쪽, 제라르가 아래쪽이었다.
두 놈이 맡은 구역도 어느 정도는 안심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키가 비슷한 건물들이 늘어선 빠스칼과 요원들의 구역이었다.
저것들을 믿어도 되나?
강찬이 힐끔 옥상의 담벼락에 붙은 요원들 쪽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부슈-웅!
섬뜩한 총소리가 예멘의 허공을 울렸고,
퍼억!
두더지 게임의 둥그런 대가리처럼 고개를 내밀었던 요원 한 명의 머리통이 요란하게 터졌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그 직후에 강찬은 숨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세상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휘청이는 요원, 터진 머리에서 총탄을 따라 허공으로 퍼진 옅은 피보라, ‘털써-억’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졌다가 반동으로 튕겨 오르는 몸뚱이를 본 직후였다.
시선을 든 강찬은 눈매를 뒤틀었다.
이 기본도 모르는 새끼!
저격수의 위치를 파악했답시고 소총을 겨누는 놈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냐!
저격수와 소총, 둘 중 누가 더 정교하게 사격하겠냐고!
“엎드려!”
저격수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양, 소총을 겨누는 요원을 향해 고함을 지른 직후였다.
부슈-웅! 퍼으윽!
또다시 섬뜩한 총성이 울렸고, 소총을 겨누던 요원의 머리통이 또다시 터져나갔다.
이 새끼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솜씨였다. 게다가 이번에 총알을 얻어맞은 놈의 머리통이 터진 방향과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적의 저격수가 최소 두 명이라는 의미였다.
저격수가 대놓고 사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사살하기 위한 목적일 테고, 다음은 강찬 일행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묶어 두려는 의도일 게 거의 확실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저격수를 잡겠다고 한쪽으로 몰렸다가는 높은 곳에서 날아드는 알라의 요술봉이나 저격에 당하기 좋았다.
“제라르! 다예! 위치 지켜!”
“알았소!”
지시를 던진 강찬은 자세를 낮춘 상태로 빠스칼의 옆으로 움직였다.
터억.
담벼락에 등을 붙인 자세로 앉은 강찬은 천천히 호흡을 들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쓰러진 요원의 머리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 그 위로 흩날리는 흙가루, 바람을 타고 느긋하게 휘날리는 제라르의 금발, 확실히 세상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저격수?
너희는 총에 맞아도 대가리가 안 터져?
‘하나, 둘.’
철컥!
빠르게 상체를 세운 강찬은 저격수가 있을 거로 예상되는 방향을 향해 소총을 겨눴다.
총소리에 놀라 창에 몰린 사람들, 급하게 커튼을 내리는 동작들, 바닥에 날리는 흙먼지, 세상은 여전히 느리게 흐리고 있었다.
“부 초옹 국자-앙 –님!”
늘어진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빠스칼이 강찬을 부를 때였다.
저 새끼!
정수리에 뜬 태양의 빛을 받아들이지 못해 기다랗게 보이는 소총의 기다란 선을 강찬은 확실하게 눈에 담았다.
휘익!
엉덩방아를 찧듯 강찬이 자세를 낮추는 순간이었다.
부슈-웅!
지랄 같은 총성이 울렸고, 물속을 뚫고 나는 탄알처럼 기다란 선이 허공에 길게 파동을 남기며 강찬의 머리 위를 날았다.
‘개새끼야!’
저격용 총은 반드시 노리쇠를 당겨야 한다. 그리고 저격 대상의 위치가 바뀐 경우, 조준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
휙. 철컥.
옥상의 담벼락을 타고 옆으로 한 바퀴를 돈 강찬은 곧바로 상체를 들었다.
주황색으로 테두리를 그린 아치형 창이었다.
아래쪽에서 위로 든 창문 틈으로 기다랗게 나온 총구를 향해 강찬은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푸슝!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창에 구멍이 뚫렸고, 그 위로 붉은 핏물이 선명하게 튀었다.
‘이익!’
방아쇠를 당기고, 깨진 창으로 핏물이 튈 때, 강찬은 아래로 상체를 처박았다.
부슈-웅!
강찬이 고개를 처박는 것과 거의 동시에 저격용 총소리가 들렸는데,
퍼어어-억!
그 직후에 강찬 앞쪽의 옥상 담벼락이 요란하게 터져 나갔다.
강찬의 머리 위치인 허공이 아니라 담벼락을 맞췄다.
또 다른 저격수의 실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강찬이 한 바퀴를 돌아 위치를 바꾼 탓에 급하게 사격했다는 의미였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머리통이 터진 요원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이었다.
“대장! RPG입니다!”
푸슝! 푸슈슝! 푸슝!
고함을 지른 제라르가 담벼락 위로 소총을 내민 상태에서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요원 한 명, 이쪽을 지원해!”
푸슝! 푸슝! 푸슝!
고함을 지른 제라르가 다시금 방아쇠를 당긴 직후였다.
삐이이이융!
지겹도록 들었는데도 절대 정들지 않는 소리가 허공을 타고 달려들었다.
제라르가 맡은 구역이었다.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도 알라의 요술봉이 날아든다는 건 하나둘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지원을 요청하더라니!
“뭐 하고 있어!”
멍하니 있는 빠스칼의 멱살을 움켜쥔 강찬이 바닥에 자세를 낮췄고, 제라르가 펄쩍 뛰다시피 뒤편으로 몸을 날렸으며, 다예가 구르다시피 바닥에 납작 붙었다.
콰으으으-응!
제라르 앞쪽의 담벼락이 거칠게 터지며, 건물 전체가 커다랗게 흔들렸고, 이어서 커다란 돌덩이와 흙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 개새끼들!”
악에 받친 표정으로 제라르가 악착같이 멀쩡한 담벼락을 향해 움직인 뒤에 소총을 어깨에 걸었다.
“이쪽 지원하라고!”
“따라와!”
그나마 빠스칼이 요원 한 명과 기다시피 제라르에게 움직였다.
푸슝! 푸슈-슝! 타다당! 타다다당! 타다당!
제라르와 빠스칼, 요원 한 명이 번갈아 상체를 들며 적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때,
“너도 가서 제라르를 지원해!”
강찬은 옆에 있는 요원 한 명에게 고갯짓을 던졌다.
저격수가 한 명 남았는데?
강찬을 엄호해야 하지 않냐는 투로 시선을 던졌던 요원이 번들거리는 눈을 보고는 움찔한 뒤에 잽싸게 제라르를 향해 움직였다.
“다예! 그쪽은?”
“이상하게 조용하오!”
강찬은 옥상을 중심으로 주변을 커다랗게 살폈다.
저격수로 한쪽 움직임을 막았다. 그런 뒤에 아래쪽에서 알라의 요술봉을 날려 요원들을 한쪽으로 몰았다.
요술봉을 날리는 데는 위쪽이 편하다. 거기에 위에서 아래로 날려야 더욱 효과가 있다. 그런데 왜 아래에서 위로 요술봉을 날리지?
강찬이 눈가를 좁히는 순간이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심장이 커다랗게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죽어!
제발 빠져나가!
심장의 경고를 들은 강찬은 담벼락에 바싹 붙은 석강호를 눈에 담았다.
“알잖소? 우리 셋만 설치던 옛날하고 다른 거. 대장이 없으면 지금 날아오는 놈들을 포함해 아프리카 평화유지군 애들 전부, 군사종합학교, 따르는 정보총국 요원들 모두 끝이오.”
이래서였냐?
정장 바지에 점퍼를 입은 아저씨 패션으로 히죽댔지만, 너도 본능이 주는 경고를 알아챘던 거냐?
푸슝! 푸슈-슝! 타다당! 타당!
제라르와 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옆으로 튀어나온 탄피들이 옥상 담벼락에 맞고는 일부는 아래로, 또 일부는 옥상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강찬의 시선을 느꼈을까?
총을 겨눈 채 미어캣처럼 고개를 돌리던 석강호가 홱, 던지는 것처럼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스치듯 지나는 짧은 틈이었다.
‘뭐 하쇼?’
히죽, 석강호가 웃었고,
‘다 죽여 버리려고 벼르고 있는 거 모르냐?’
피식, 대꾸하듯 강찬이 웃었다.
고개를 앞으로 돌린 석강호의 볼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들리지는 않지만 “푸흐흐흐.”하는 독기 가득한 웃음을 흘려 내는 게 분명했다.
그래. 우리는 이런 삶이 맞지!
달랑 셋이서 더럽게 달라붙는 죽음을 밀쳐 내며 악착같이 버티는 거.
“탄창 교환!”
담벼락 아래로 몸을 낮춘 제라르가 능숙하게 탄창을 빼내고는 허리춤에서 새로운 탄창을 뽑아 꽂았다.
철커덕!
노리쇠를 당기던 제라르도 약속했던 것처럼 강찬을 향해 시선을 짧게 던졌다. 그리고 그 짧은 틈에 놈 역시 볼을 우그러트리며 웃었다.
금발, 긴 눈썹, 뭔가 안쓰러워 보이는 눈빛,
‘뭐 하십니까?’
놈이 강찬에게 묻고 있었다. 그런 뒤에 강찬의 답을 듣지도 않은 상태에서 적이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뭐 하냐고?
심장이 주는 경고에 따라 적을 기다린 거지, 아무렴 쉬고 있겠냐!
제라르의 옆모습을 확인한 강찬은 자세를 낮춘 상태로 붙어 있던 담벼락 맞은편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소용없어! 늦었어!
그러지 말고, 여기를 빠져나가!
강찬의 행동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심장이 어찌나 요란하게 뛰는지 숨통이 다 막히는 느낌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