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46)
627화 대신 너희는 전부 죽어 줘야지! (2)
느닷없이 바뀐 분위기에 놀란 연구팀 세 명이 강태산의 손짓에 따라 자세를 바짝 낮췄다. 그리고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위험이 다가온다는 건 알았다. 알겠다고!
하지만, 기지까지 빠르면 20분 안쪽에 도착하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적이 온다는 거냐고?
강태산은 기지의 반대편을 돌아보았다.
적들이 밀림을 헤쳐서 반대편에서 오기는 어렵다. 어찌어찌 헤쳐 나온다고 해도 아포코 기지 정면으로 달려드는 꼴이라 시쳇말로 본전이 안 나오는 짓이었다.
설마 헬기를 둔 방향에서 기습을 감행하나?
만약 강태산에게 아포코 기지를 습격하라고 했다면 그쪽을 택했겠다.
‘기지로 간다!’
강태산이 손으로 앞을 가리키는 순간이었다.
삐이융! 삐이이이-융! 삐이이융!
멀찍이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고,
콰으응! 콰으으응! 콰으응!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바닥이 거세게 흔들렸다.
헬리콥터가?
시선을 돌릴 필요도 없었다. 기지 방향에서 올라온 거대한 불기둥과 시커먼 연기가 밀림 위로 높다랗게 치솟아 눈에 들어왔다.
특수부대 출신이 아니고서는 외인부대의 경계를 뚫고 헬리콥터를 터트리지 못한다.
이건 진짜다!
강태산은 빠르게 헬멧에 달린 무전기 스위치를 올렸다.
치잇.
“헬리콥터를 지키던 외인부대와 평화유지군에게 발각되지 않고 파괴할 수준이다. 지금부터 적이 특수부대원이라고 판단하고 대응한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강찬은 안 그런데, 숨소리를 들은 강태산의 눈동자는 이따금 표범과 비슷하게 바뀐다.
지시를 내린 강태산이 본부를 향해 걸음을 옮긴 다음이었다.
투두둑! 타다다당! 투둑! 타당! 타다다당!
교전이 일어났는지 요란한 총소리가 강태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치잇.
“속도를 높인다. 다들 조심하고, 특히 연구팀의 안전에 집중해.”
두 번째 지시를 내리는 동안,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려 주듯 요란한 총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서두른다.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이동해 양동식을 돕는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숨소리를 들어 가며 강태산은 길을 열었다.
타다다당! 투두둑! 타당! 투두둑!
그러는 동안에도 기지에서 달려오는 총소리가 강태산을 재촉하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저건 분명 외인부대 대원들이 갈기는 소총 소리였다.
투둑! 투둑! 투두둑! 타다당! 타당! 투두둑!
문제는 적의 소총 소리였다.
아프리카 야시장에서 흔히 구하는 낡은 기종이 아니라 AK-100 시리즈, 그중에도 AK-103의 개량형이 분명했다.
투둑! 투두둑! 투두둑! 투둑!
특히, 이점사나 삼점사로 갈기는 적의 소총 소리가 더욱 강태산을 급하게 만들었다.
타다다다당! 투두둑! 타다당! 투둑! 투둑!
완벽하게 대치한 상태에서 마구 갈겨 대는 외인부대와 달리 적은 제대로 겨누고 사격하고 있었다.
독이 바싹 오른 표범처럼 주변을 훑어가며 강태산은 속도를 좀 더 높였다.
상대가 특수부대라면 무리한 속도였다. 안다. 아는데, 강태산이 빠르게 도착할수록, 그래서 적의 뒤편을 공격할수록 양동식과 기지에 있는 대원들의 부담과 희생이 줄어든다.
20분 안쪽에 도착한다.
목표는 15분.
후욱후욱. 후욱후욱.
왼편을 살핀 강태산이 앞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기다란 풀잎과 넝쿨 사이 한 뼘 공간이 이전과 다른 녹색을 띠었다.
철컥! 푸슝!
강태산은 그 한 뼘 정도의 공간을 향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퍼억!
기다랗게 늘어진 나뭇잎에 피가 튀었고,
투두둑! 투둑! 투두둑! 투둑!
이어서 적의 반격도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투두둑! 투둑! 투둑! 투두둑!
푸슈슝! 푸슝! 푸슝! 푸슈슝! 푸슝!
밀림 저쪽에 몸을 감춘 적이 이쪽을 노렸고, 그에 맞서 강태산의 대원들이 적이 있다고 느끼는 위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잔뜩 자세를 낮춘 대원들, 지시하기도 전에 알아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연구팀 세 명, 나무에 의지한 채 고개를 반쯤 돌렸던 강태산은 방금 불빛이 번쩍인 장소를 떠올렸다.
투둑! 투두둑!
저기!
철컥! 푸슝! 푸슝! 퍼억!
젠장할! 두 방을 쏘고서 한 놈 잡았다!
몸을 돌려 나무에 의지한 강태산이 방금 보았던 장소를 떠올릴 때였다.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강태산이 의지한 나무와 주변 바닥이 사정없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에 파편을 피해 고개를 비틀던 강태산과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든 로일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녹색 눈이 공포에 사로잡혀 흔들리고 있었다.
이해한다. 저 두려움을.
심지어 강태산은 말을 잃고 지냈던 세월이 있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숨소리를 들은 강태산은 나무 뒤편의 적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철컥! 푸슝! 푸슈슝!
그런 뒤에 적의 총알이 날아드는 방향을 노리고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퍼억!
넝쿨과 잎사귀에 튀는 피로 봐서 한 놈 또 잡았다.
투두둑! 푸슝! 퍼억!
또 한 놈 잡았고.
투둑! 푸슝!
이번에 적이 날린 총알은 나무의 끝을 터트렸다.
나무에 등을 기댄 강태산은 로일의 시선을 외면한 채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연구팀을 지켜야 해서 적에게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싸움은 불리하다. 더구나 기지로 빠르게 돌아가야 양동식을 도울 수 있다. 그렇다면 적의 뒤를 노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강태산은 독한 계획을 품었다.
치잇.
“이준호! 내가 놈들의 뒤로 움직일 테니까 나 대신 이곳을 맡아!”
강태산이 지시를 전한 직후였다.
치잇.
– 강태산! 적이 헬리콥터 방향에서 들어와서 기지 입구를 장악했다. 귀대하지 말고, 약속된 장소로 이동해!
무전을 들은 모양으로 양동식의 명령이 날아들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지정한 장소로 이동하는 건 평화유지군의 기본 교육에 있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말끝의 뉘앙스로 안다. 이게 지시인지 명령인지.
치잇.
“15분 거리입니다! 이쪽은 해볼 만하니까 뚫고 가서 적의 뒤를 치겠습니다!”
치잇.
– 연구팀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명령이니까 약속된 장소로 가거나 아니어도 기지와 최대한 멀어져!
더는 말 붙일 여지를 주지 않은 양동식의 강한 음성이 들린 것으로 무전은 끝났다.
타다다당! 투둑! 투두둑! 투둑! 투둑!
평화유지군의 소총 소리는 멀리까지 퍼지지 않는다. 대신 또렷해야 할 외인부대의 소총 소리가 확연하게 줄어 있어서 아포코 기지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달려가 돕고 싶다. 그러나 고집대로 밀고 가는 건 양동식의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는 꼴이 된다.
투둑! 퍼벅!
게다가 강태산의 여유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처럼 저쪽에서 날아든 총알이 나무를 터트렸다.
가뜩이나 독 올랐는데!
푸슝! 퍼억!
적의 위치를 확인한 강태산은 또 한 놈을 잡았다.
총을 쏜 강태산이 몸을 돌려 나무에 기대는 순간이었다.
투둑! 퍼벅!
느닷없이 터진 총소리와 함께 임우람의 어깻죽지에서 피가 훅 튀었다.
“꺄악!”
비명을 질렀던 로일이 입을 틀어막을 때, 강태산은 소총을 겨누며 몸을 돌렸다.
방금 적을 잡았던 바로 그 장소였다.
두 놈이 함께 있었을까?
푸슝! 퍼억!
또다시 기다란 나뭇잎과 넝쿨에 피가 튀었고,
투둑! 투두둑! 투둑! 투둑!
바로 그 자리에서 연달아 불꽃이 튀며 강태산 주변의 나무와 바닥이 사정없이 터져 나갔다.
이 새끼들이 혹시 또……?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번개같이 소총을 겨눈 강태산이 방아쇠 두 번을 당기면서 그때마다 확실하게 피가 튀었다.
투둑! 투둑! 투두둑!
그리고 의문에 답을 주듯 같은 장소에서 총알이 날아들어 강태산 주변을 터트렸다.
이래서 양동식이 기지 뒤편으로 가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죽지 않는 건 반군과 비슷하지만, 이놈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사격을 할 능력이 있어서.
“임우람! 이동할 수 있어?”
“괜찮습니다!”
어깨를 움켜쥔 임우람을 살로이가 챙기고 있었다.
임우람은 가까이 있어서 대화가 가능했으나 이동 경로를 고함으로 전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치잇.
“리마, 찰리, 알파로 이동한다! 이준호, 그쪽으로 길을 열어!”
치잇.
– 목표 리마, 찰리, 알파. 출발합니다.
치잇.
“전원 이준호를 따라 이동한다. 정해진 대로 연구팀을 보호해!”
강태산의 지시에 따라 대원 세 명이 연구팀의 팔을 잡아끌었다.
투둑! 퍼벅!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이 새끼들이 진짜!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몸을 돌린 강태산이 둘을 잡았고,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나무에 기대기 무섭게 바로 코앞 부분이 적의 총탄에 터져 나갔다. 고개를 처박았던 강태산이 번들거리는 눈을 드는 순간이었다.
대원에 의해 웅덩이 방향으로 움직이던 로일이 시선을 돌렸다. 뭔가 뜻을 전하려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강태산의 눈빛에 질린 것처럼 또다시 눈빛이 흔들렸다.
죽고 죽이는 게 훈련만으로 될 거 같아?
임무를 수행하고, 대원들을 모두 데리고 귀대할 수 있다면 이런 눈빛이 아니라 더한 짓이라도 할 거라고!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이 개새끼들아!
휙!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둘의 몸뚱이를 터트린 강태산이 다시금 몸을 가져왔을 때, 로일은 웅덩이 근처 넝쿨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려는 사람처럼 강태산 방향을 돌아보았다.
피식.
왜 웃냐고?
이럴 때 좀 더럽게 외롭거든.
강찬이나 석강호, 제라르 아저씨도 없는데 혼자서 적과 싸울 때면.
투둑! 퍼벅! 철컥! 푸슝! 퍼억!
대원들이 빠져나가면서 적들이 대놓고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투둑! 퍼벅!
그리고 강태산이 돌아설 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연달아 총알이 날아들었다.
이거, 약속한 거라 못 물러나.
이 임무를 맡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서, 그리고 차민정 이모에게 절대 비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이를 악문 강태산은 연달아 적의 이마를 터트렸다. 이제는 표정을 알아볼 정도로 적이 가까이 있었다.
***
콰앙!
문을 차고 들어간 강찬은 안을 빠르게 살폈다.
철컥! 철컥!
방향을 돌리며 살폈으나 거실 바닥에 이마를 처박은 채 늘어져 있는 저격수 한 놈이 전부였다.
능력은 분명 특수부대 출신인 거 같았는데 복장은 빤히 반군 수준이었다.
뒤늦게 들어온 빠스칼이 강찬의 곁에 선 다음이었다.
안쪽에서 뭔가 기척이 들렸다.
빠스칼은 못 들은 모양이었다.
이거 봐?
강찬은 먼저 왼손 검지를 입에 세로로 세웠다. 그런 뒤에 이어서 검지와 중지로 거실 왼편의 문을 가리켰다.
잔뜩 긴장한 빠스칼이 열린 문을 통해 복도를 살필 때였다.
벽을 타고 움직인 강찬은 천천히 안쪽 방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는 거칠게 발을 들었다.
콰앙!
문을 찬 강찬은 좁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침대 옆에 예멘 일반인 복장의 남자가 엎어져 있는데 바닥에 고인 피와 목덜미의 색으로 봐서 죽은 지 서너 시간은 충분히 지난 것처럼 보였다.
빠르게 방을 훑어본 강찬은 벽을 따라 움직여 안쪽에 난 벽장 옆에 섰다. 허드레 짐을 넣어 두기 좋은 공간으로 보였다.
왼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은 강찬은 거칠게 당겼다.
철컥!
적이 안에 숨어 있다면 이렇게 갑자기 빛이 들어가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만큼 반응이 느려진다.
문 안에는 아랍 형태의 항아리, 책, 그 외에 뭐가 담겼는지 모를 상자들이 전부였다.
벽장 안을 살핀 강찬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뒤에 느닷없이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철컥!
뭐야?
하마터면 방아쇠를 당길 뻔했다.
이마 위쪽 머리가 구불거리는 아이였다.
그 아이의 눈물 가득 머금은 까맣고 커다란 눈이 총구 바로 앞에 있었다.
겁이 났을까?
찬과 시선이 마주친 아이의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떨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