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51)
632화 우리 부원장님 건드리지 마! (1)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태양 앞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장막처럼 구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노을이 피처럼 붉은색이어서일까.
옥상에서 주변을 감시하던 강찬은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지휘관 엔조를 떠올렸다.
“저 빌어먹을 땅끝에서 지금도 죽어 가는 놈들이 있을 거다. 지원? 누들레에 온 신병은 대개 48시간 이내에 사망이다. 그러니 악착같이 살아남아.”
염병.
그런 소리를 지껄이고는 정작 본인이 48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아프리카의 노을이 핏빛인 이유를 내일 전투에서 알게 될 거다. 체스판의 말이라도 피는 붉은색이니까.”
아프리카?
그곳에서도 모자라 지금은 예멘에서 죽고 죽이는 전투를 감당하고 있었다.
피식.
엔조의 말을 떠올리던 강찬은 속 편하게 쉬러 가는 태양을 보며 특유의 웃음을 웃었다.
너도 죽겠지?
저 새끼도 하루쯤은 쉬고 싶을 게 분명했다.
어쩌면 매일 아침 떠오르며 휴가를 꿈꿀지도 모르고. 그런데도 매일 아침 떠올랐다가 저녁 무렵에 쉬러 간다.
강찬도 마찬가지였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살인마 같은 석강호, 늘 볼을 우그러트리며 웃는 제라르와 떵떵거리며 살 거다. 빌어먹을 아프리카에서 무슨 짓을 하든 눈 감고, 지금껏 자신의 피로 조국을 지킬 수 있다면 기쁘겠다며 죽어 간 놈들을 슬며시 외면한다면 말이다.
뭐가 고등학교 때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원.
일진들이 요구하는 대로 힘없는 아이들 돈 뺏으면 기름진 돈가스쯤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게 안 되는 걸 어쩌나.
왜 안 되냐고 누가 묻는다면 일단 대가리 한 대 때려 놓고 오히려 ‘왜 이 새끼를 때렸지?’ 하는 성격으로 태어난 건 절대 강찬의 선택이 아닌 거다.
씨발, 좀!
같이 좀 살자!
많이 가진 새끼들이 더 갖겠다며 없는 사람 쥐어짜지 말고, 힘 있는 새끼들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애꿎은 사람 죽이지 말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 건가?
이렇게 죽을 고비에 빠질 정도로?
“쯧.”
오랜만에 입술 사이로 바람을 빨아들인 직후였다.
“아까 빠져나올 때 커피라도 가져올 걸 그랬소.”
감시하기 위해 반대편을 살폈던 석강호가 시선을 돌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아, 멋진 새끼.
“나도 막 그 생각 했었다.”
“푸흐흐. 이래서 내가 대장을 좋아하는 거 아뇨?”
“뭐? 커피 취향이 같아서?”
“에이!”
강찬의 질문이 서운하다는 투였다. 석강호는.
“노을 보면서 먼저 간 놈들 생각했던 거잖소? 나도 그렇소. 노을을 보는데 지환이 생각이 딱 납디다. 그래서 대장은 뭐 하나 슬쩍 돌아봤는데 나랑 같은 생각 하고 있구나 하고 바로 알겠습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석강호에게 속을 읽히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면 이상하게 담배 피우는 향어 꼬리에 뺨을 맞은 것처럼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강찬의 심정을 모를 석강호가 옥상 담벼락에 기대 웅크린 아이, 모하메드 칼리드를 내려다보았다가 시선을 가져왔다.
“칼리드라는 이름 뜻이 영원, 뭐 그런 거요. 이 녀석을 감추고 죽은 아버지란 양반은 아이가 그렇게 오래도록 잘 지냈으면 했을 텐데 그러려면 여기에서 나가야 하지 않겠소?”
밤이 깊어지면 진짜 전투가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석강호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전투의 목적이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기 전에 강찬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라는 점을 예상한 눈치였다.
“태산이를 아포코에 보낸 것부터 라노크 위원장을 방문했던 것까지 보면 적들의 움직임을 얼추 알았던 거잖소? 굳이 이렇게 미끼가 된 이유나 압시다.”
석강호의 요구가 건너온 직후였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옥상 문을 통해 제라르와 빠스칼이 들어섰다.
“여기까지 연결할 호스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석강호도 아닌 놈이 주전자에 물을 떠 와?
강찬은 멍한 얼굴로 제라르의 손에 들린 주전자를 보았다. 거기에 뒤따라 올라온 빠스칼은 담요와 비닐봉지를 들었다.
강찬의 시선을 알아챈 제라르가 씨익 웃은 뒤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봉지 커피랑 빵을 좀 챙겨 왔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둬야 밤에 달리죠.”
“푸흐흐.”
강찬의 대답을 대신해 석강호가 만족한 웃음을 흘리는 앞이었다.
빠스칼이 웅크리고 있는 칼리드에게 담요를 둘러 주었다. 그런 뒤에 그는 봉지에서 꺼낸 손바닥만 한 빵을 강찬부터 차례로 넘겨 주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는다.
강찬은 퍽퍽한 빵을 입으로 가져가 커다랗게 뜯었다.
귀족이라는 놈이 참.
맞은편에서 웅크린 제라르가 받은 빵을 입에 문 채 겹쳐 가져온 플라스틱 컵을 뽑아 봉지 커피를 부어 넣고 있었다. 어깨에 총 맞은 놈이 빵을 입에 문 채 기다란 몸뚱이를 구부리고 커피를 타는 모양새가 우습기는 했지만, 달달한 커피 냄새가 저녁노을과 진짜 잘 어울렸다.
“대장. 특별히 두 봉 넣었습니다.”
분위기와 그에 맞는 운치를 만들어 내는 거 보면 또 귀족의 품격이 느껴진다.
미지근한 물에 타서 커피 덩어리가 새카맣게 떠 있지만, 달달한 봉지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두 놈과 함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래층 화장실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 두기는 했습니다.”
빵을 우적거리며 제라르가 짧게 말을 건넸다.
별거 아닌 것처럼 던진 내용이지만, 전투가 시작되고 강태산의 말대로 물을 뿌려야 할 순간이 되면 옥상에서 둘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되면 사방에서 미사일이 날아올 옥상에 둘만 남는다.
어렵게 설명할 거 없이 죽기 딱 좋다는 의미였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퍽퍽한 빵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여간 대장은 대단합니다.”
“뭐가 또?”
속눈썹이 기다란 제라르가 입가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밀어 넣고는 시선을 돌렸다.
“정보총국의 권한이 대장에게 넘어온 상황에서 외인부대 전체 비상령을 때린 거 아닙니까? 그 바람에 놈들이 어떡해서든 대장을 죽여야 하는데, 틈을 안 주려고 평화유지군을 부른 거잖습니까?”
아, 이 영악한 귀족 놈.
피식 웃은 강찬은 뻑뻑한 입 안을 적실 겸해서 미지근한 커피를 마셨다.
“저 새끼들이 가진 패를 모두 내놓겠습니까?”
“네 말대로 어떡해서든 나를 죽여야 할 테니까.”
“재미는 있겠습니다.”
대화하는 강찬과 제라르는 여유가 넘치는데 프랑스 말을 알아듣는 빠스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빠스칼만 그런 게 아니라, 더는 잔인한 장면을 보기 싫다는 것처럼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태양이 건물들 너머로 훌쩍 넘어갔다.
죽음이 가까이 온다는 신호처럼 사방에서 어둠이 짙게 달려들 때였다.
“커흑.”
그런데도 처절한 전투 따위 신경도 안 쓴다는 것처럼 남은 조각을 욱여넣은 석강호가 가슴을 두드리면서 남은 커피를 홀랑 들이켰다.
***
예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띵띵띵띵.
벨트 시그널이 반짝이며 알람이 울렸다.
[대원들에게 긴급 전달 사항이 있다.]기내 스피커를 통해 윤상기의 음성이 나오고 있어서 대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먼저 불행한 사태를 전하게 되어 유감이다. 특히 임무를 위해 예멘으로 향하는 도중 굳이 이런 소식을 전하는 데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 대원들은 지금부터 전달하는 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바란다.]무슨 소식인데 이렇게 앞이 무겁지?
대원들이 시선을 주고받은 직후였다.
[아포코 기지에 지원 나갔던 양동식 소령과 대원, 외인부대 대원들이 모두 전사했다는 연락이 있었다.]뭐라고?
양동식이 어떤 인물인지, 어느 정도의 능력을 지녔는지 익히 아는 대원들이라 당황하는 표정이 마치 틀로 찍어 놓은 것처럼 똑같았다.
이어서 윤상기는 적이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달려든다는 내용과 물을 뿌리면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그때 목을 가르거나 눈을 직접 공격해야 한다는 점을 전해 주었다.
이게 말이 돼?
총에 심장이나 이마가 뚫렸는데도 죽지 않고 계속 달려든다는 게?
[믿기 어렵다는 점 이해한다. 그러나 지원 나갔던 양동식 소령과 평화유지군 대원들이 목숨을 바쳐 얻어 낸 정보다. 전투가 시작되면 정확하게 명중시켰다고 해도 절대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정말이구나.
참담한 윤상기의 음성과 재차 당부하는 내용을 들은 대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받아들이려 해도, 가슴 한구석에서 의심이 똬리 튼 뱀처럼 자꾸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현재 아포코 기지에 강태산 대위의 팀이 수색에 나선 박사 세 명을 호위 중이어서 지원 부대가 달려가고 있다. 강태산 대위가 버텨 준 덕분에 그나마 정보를 얻었다는 점을 명심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 바란다.]강태산 팀은 그래도 버텼구나.
대다수 대원들의 반응 속에서 신동철은 볼을 씰룩였다.
자신이 휴가를 보내던 순간에도 강태산과 동료들은 지옥 속에서 처절하게 버텼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도착하기 전에 별도로 음료 팩을 더 지급할 예정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상.]방송이 끝났다. 그런데도 비행기 안은 말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
수송기 안이었다.
칼에 찔린 것처럼 고통스럽게 변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강철규는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 학장님을 당부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는 괜찮냐?”
– 괜찮습니다. 다만, 감염됐을지 몰라서 대원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원 병력이 와서 철수하게 돼도 이동 편을 따로 준비하지 못하면 혼자 남아야 할 거 같습니다.
힘겨운 통보였다. 강철규에게는.
그런 감정과 상황을 강태산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터라 강태산은 뇌를 파먹는 아메바부터 전투 과정을 자세하게 강철규에게 전해 주었다.
“모가지를 따면 되는구나.”
– 그래 놓으면 적어도 일어서거나 사격을 하지는 못합니다.
“알았다.”
갈고리처럼 보이는 강철규의 손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꽉 움켜잡을 때, 통화하는 그를 보고 있던 대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훈련생이나 훈련 과정에서 목청 한번 높이는 일이 없던 강철규였다. 아니, 늘 온화한 모습이어서 저 양반이 진짜 전설처럼 떠도는 전투를 감당했던 장본인 맞나 하는 의아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 강철규의 눈이 온통 살기로 물들어서 번들거리고 있어서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
다만, 곽철호만큼은 강철규의 변화를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강태산이 전화했는데 저런 반응을 보인다면 예상되는 보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곽철호가 간절하게 바라보는 앞이었다.
통화를 마친 강철규가 시선을 주었다.
“양동식 소령과 지원 나갔던 대원, 외인부대 전원이 전사했다는 보고다.”
“끄응.”
생각한 게 아니라 저절로 나온 곽철호의 반응이었다.
“대원들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는데 5분 뒤에 하겠다.”
“알겠습니다.”
곽철호에게 시간을 구한 강철규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수송기 안이라 별도의 공간이 없다. 그래서 강철규는 무기를 쌓아 둔 적재함 쪽으로 움직였다.
***
여러 가지 일들이 한 보따리 기다리고 있다가 강성태의 귀국과 동시에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또, 그런 강성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처럼 곤잘레스 이두안은 면담을 밤 10시로 양보했다.
“커피?”
“감사합니다.”
테이블로 움직인 곤잘레스 회장이 고급 주전자를 기울이자 오랜만에 맡는 진한 커피 향이 강성태를 자극했다.
“아프리카는 어땠나?”
커피잔을 건네며 곤잘레스 회장이 지나가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이럴 때 정말 궁금해서 질문했다고 생각하면 곤잘레스 회장에게 바보로 낙인찍힌다.
“지경그룹이 아프리카에서 신도시를 만들 계획이라는 말과 함께 협조를 요청받았습니다.”
마치 내용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곤잘레스 이두안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멕시코 공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협조할 생각입니다.”
“흐음.”
이어서 강성태의 생각을 들은 그가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에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 있지. 우리만 해도 멕시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참 많은 일이 있지 않았나? 자네 개인적으로 봐도 마찬가지고?”
“아프리카의 신도시 건설이 신경 쓰이십니까?”
“그런 면도 있지.”
커피는 이 정도면 됐다는 투로 잔을 내려놓은 곤잘레스 회장이 책상으로 움직였다. 그런 뒤에 한쪽에 놓인 파일을 집었다.
“화이트 테일이 정리한 정보들이지. 자네에게 줄 테니 천천히 살펴봐.”
굳이 사양할 게 아니어서 강성태는 순순히 파일을 받았다. 얼핏 보기에 A4 용지 이십 장 분량이었다.
“보면 알겠지만, 자네가 검찰총장과 방송국장, 국회 부의장의 협조를 받는 것처럼 정부의 막강한 조직 중 한 곳이 또 다른 조직을 밀어줄 계획으로 보이네.”
개인적인 약점을 잡혀서 밀어주는 게 아니라 정부 조직에서 폭력 조직을 대놓고 지원한다고?
파일을 내려다보았던 강성태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배후에서 중국이 움직이는 모양인데 사전 작업으로 그런 업무에 대해 반대할 만한 강직한 직원 몇 명이 해직되었더군.”
이게 말이 되나?
강성태의 시선에 담긴 의문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화이트 테일조차도 어렵게 알아냈을 정도로 중국 정부가 엄청난 돈과 함께 정보기관을 동원한 모양이네. 마카오 회의에서 당한 복수를 겸해서 우선 자네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인 거지.”
“정부에서 마약 유통까지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정부가 그 정도는 아니지. 하지만, 부패한 관료가 특정한 폭력 조직을 밀어준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 상상도 못 하는 돈과 노후를 책임진다는 유혹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지?”
어쩐지 그렇게나 두들겼는데도 진통제라는 명분으로 약을 돌리더라니. 그 외에도 밀거래한 놈들을 대라는 요구에 이틀 뒤에 직접 온다며 시간을 끌었고.
다시 한번 파일을 내려다보았던 강성태는 창밖으로 펼쳐진 화려한 도심으로 시선을 들었다.
진통제, 대마초, 그것들은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쉽게 다가온다. 오죽하면 게이트 약물이라고 하겠나. 하지만, 그것들이 주는 쾌락이 끝나면 남는 건 쾌락보다 큰 고통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잊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약물과 더 강한 쾌락밖에 없다.
부패한 정치에 기생해 성장하는 폭력 조직, 그에 따라 퍼지는 마약, 그걸 막아 보겠답시고 피 흘려 가며 싸웠는데 썩은 누군가에 의해 멕시코의 모습을 하나씩 닮아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가 잘못됐을 경우에 대한 대비를 세우셨습니까?”
“자네가 그렇게 나올 거라 예상했지. 그래서 말인데 자료를 읽어 보고 나서 닥터 유를 찾아가게. 자네를 치료한 의사, 유헌우 원장.”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강성태의 표정을 본 곤잘레스 이두안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 양반이 움직이면 방법이 있을 거네. 대신 닥터 유가 포기하면 그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투로 곤잘레스 이두안이 고개를 저었다.
유헌우 원장이 정말 그 정도로 힘이 있을까?
의아한 가운데 강성태는 유헌우를 떠올렸다.
“그런 요구에는 비용이 들지요. 현금만 받는 건 알지요?”
그리고 그가 할 법한 대꾸가 바로 옆에서 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헌우라니?
곤잘레스 이두안 회장이 아니었다면 정말이지 픽 웃고 넘겼을 권유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