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53)
634화 우리 부원장님 건드리지 마! (3)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심장이 뛴 직후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에서 사람의 형상이 어른거렸다.
칼리드를 옮겨 놓고 돌아온 석강호 역시 골목에 숨어드는 사람의 형상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철컥.
소총을 돌렸으나 놈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적이냐, 아니면 정말 우연히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냐?
강찬과 석강호가 날카롭게 지켜볼 때였다.
골목의 담벼락에 붙여 놓은 것처럼 들고 있던 적의 총구가 튀어나왔다.
철컥! 푸슝! 퍼억!
둘이 동시에 겨눴으나 강찬이 반 박자 빨랐다. 그리고 총구에서 불이 번쩍하기 무섭게 빼꼼 내밀었던 적의 머리통이 뒤로 튀었다.
대가리가 보인다니까!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담벼락에 붙어 다가오는 놈들의 이마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내가 죽음을 결정한다니까!
그리고 지킬 사람이 있을 때만큼은 나를 절대로 건드리지 마!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어둠이 제법 짙게 깔렸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은 달빛마저 가려져 더욱 캄캄했다. 그런데도 강찬은 어른거리는 그 짧은 틈에 총구를 돌렸고, 방아쇠를 당겼으며,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그때마다 적의 머리통을 터트렸다.
무섭다, 독이 오른 강찬은.
혹시 모를 적의 미사일, 혹은 강찬이 탄창을 교체하는 순간을 위해 대기하고 있지만, 솔직히 석강호도 저 정도까지는 못 한다.
나오는 대로 머리통이든, 심장이든 모조리 뚫어 주마!
심지어 얼마나 독이 올랐는지 강찬의 총소리가 마치 그렇게 외치는 것처럼 들렸다.
푸슝! 퍼억!
또다시 건물로 달려오는 적을 향해 강찬이 방아쇠를 당겼고, 달려오던 놈의 머리통이 거세게 젖혀진 뒤에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강찬의 사격에 처음으로 적들이 쭈뼛대는 모습을 보였다. 하기는, 이 어둠 속에서도 머리통이 연달아 터지는 상황이라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반응이었다.
철컥! 푸슝! 퍼억!
건물로 뛰어들던 또 한 놈이 뻣뻣하게 넘어간 뒤로 적의 움직임은 없었다.
멍청한 새끼들.
죽음을 결정하는 신이라니까!
아프리카에서의 그 지독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게 운이 좋아서인 거 같냐?
푸슝! 퍼억!
이번에는 안쪽을 살피려 했던 건지 건물 벽에서 반쯤 기어 나왔던 적의 머리통이 여지없이 터졌다.
달려드는 놈은 강찬이 맡는다.
철컥. 철커덕.
대신 강찬이 탄창을 교체할 때를 대비하고, 거기에다 건너편 옥상에서 미사일을 날리는 놈은 없는지 석강호와 제라르는 연신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탄창을 교체한 강찬은 어둠을 품고 느리게 흐르는 세상 속에서 아래쪽 골목을 살폈다.
아프리카에서 말이다.
이런 전투 숱하게 치렀다.
시체 틈에서 밥 먹고, 담배 피우면서 악착같이 버티던 그곳에서는 슬픈 눈을 한 프랑스 놈과 무식한 알제리 놈, 두 놈이 삶의 유일한 위로였다.
그게 어떤 건지나 알아?
그 두 놈이 여기에 있는데 내가 죽어 줄 거 같냐?
아래를 날카롭게 살피던 강찬이 피식 웃었다.
이 벌레 같은 새끼들이?
건물로 뛰어들다가 머리통을 뚫려서 쓰러졌던 놈이 꿈틀대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장?”
“봤어.”
철컥! 푸슝! 퍼억!
석강호가 짧게 부른 순간에 강찬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키던 적의 머리통이 또다시 휘청였다.
털써-억.
바닥에 쓰러진 적을 확인한 강찬은 빠르게 골목 안쪽을 살폈다.
“물을 뿌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아직 괜찮아!”
또다시 짧은 대화를 한 직후였다.
골목에서 묘하게 거슬리는 동작으로 적의 머리통이 나왔다.
다시 살아난다고?
사람을 가려 가며 꿈틀대야지!
철컥! 푸슝! 퍼억!
강찬이 방아쇠를 당긴 직후였다. 머리통이 뒤로 젖혀졌던 적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눈알을 쏜 거요?”
대답할 틈은 없었다.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대신 강찬은 줄줄이 골목으로 나서는 놈들의 미간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뒈지기 싫으면 버텨!
대신 눈알을 터트려 줄 테니, 어디 골목을 떠돌아 봐.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석강호는 힐끔 강찬을 보았다.
저런 생각을 어떻게 해낸 걸까?
하기는, 생각해 낸다고 해도 석강호는 강찬만큼 정확하게 눈을, 그것도 눈과 눈 사이의 미간을 터트리지는 못한다.
힐끔, 시선을 돌린 옥상 문 안쪽에서 칼리드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문바키도 저랬었다.
석강호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뒤편에 있던 제라르가 갈긴 소총 소리가 어둠을 뚫고 터져 나왔다.
“한 발에 하나씩 못 잡냐?”
“너나 신경 써! 이 돌대가리야.”
우리 말로 던진 비아냥에 제라르가 거친 반응을 보인 직후였다.
푸슝! 퍼억! 푸슈-웅 퍼억!
달려오는 또 다른 적의 몸뚱이를 맞춰 쓰러트린 제라르가 이어서 놈의 눈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놈들이 계획을 바꾼 게 분명했다.
푸슝! 투두둑! 푸슝! 투두두둑!
강찬이 지키는 방향은 잠잠한 반면, 제라르와 빠스칼이 맡은 쪽에서 적들이 달려들었다.
강찬만 한 방에 눈을 터트리지, 제라르와 석강호는 이마나 목을 뚫린 놈의 눈을 노리고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그 틈을 노리고 적이 긁어 대는 AK 소총의 불꽃이 골목 안에서 튀었고, 옥상 벽이 날카롭게 터져 나갔다.
푸슝! 푸슝! 투두둑! 퍼버벅! 푸슝!
한 놈을 잡는 데 두 발, 혹은 세 발의 탄환을 사용하는 건 아프리카에서 절대 없었던 전투 방식이었다.
푸슝! 푸슈슝! 투두둑! 푸슈슝!
적의 방식이 또 바뀌었다.
뒈지지 않는 놈들 틈에 멀쩡한 놈들이 섞인 건지 느닷없이 숫자가 불어나서는 닥치는 대로 건물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도대체 몇 놈이나 온 거야?
푸슈슝! 푸슈슝! 투두둑! 퍼버벅! 푸슈슝!
숫자도 그렇지만, 가뜩이나 탄환이 한정된 상황에서 삼점사를 긁어 대는 빠스칼도 문제였다.
투두둑! 푸슈슝! 푸슈슝!
“탄창 교환!”
그렇게 갈겨 대니까 벌써 떨어지지! 그러나 쏘지 말라는 건 얌전히 죽으라는 꼴이라서 말리지도 못한다.
짙은 어둠이 깔린 도시였다.
더욱 어두운 골목 안에서 이마와 눈이 터진 적이 다시금 바닥에서 일어나 손을 앞으로 뻗고서 허둥대는 모습이 빠스칼을 두렵게 하는 모양이었다.
푸슈슝! 푸슈슝!
빠스칼은 거의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적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겨 댔다.
“빠스칼! 눈을 맞은 놈들은 사격하지 마!”
지시를 던지기는 했으나 이미 공포에 사로잡힌 빠스칼은 이성을 챙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투두둑! 퍼버벅!
심지어 눈알을 터트렸던 놈들이 아예 골목 중간에 서서 위편을 향해 마구 소총을 갈겨 대는 상황이었다.
눈알이 터진 놈이 이리저리 휘갈기는 AK 소총에 맞아도 이쪽은 죽는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소총을 겨누는 놈을 중심으로 눈과 눈 사이를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버틴다. 무슨 짓을 해서든.
평화유지군이 합류할 때까지만 버티면 꼭꼭 숨은 놈의 몸통이 드러난다.
푸슝! 퍼억! 투두두둑! 퍼버버벅!
벽이 터지는 바람에 상체를 처박았던 강찬은 이를 악문 채 소총을 내밀었다.
후욱후욱. 후욱후욱.
눈알이 터진 놈이 휘갈긴 게 이 정도로 정확하게 날아들 줄은 몰랐다.
푸슝! 퍼억!
엉성하게 총구를 돌리는 놈의 목을 뚫어 준 강찬은 빠르게 총구를 돌렸다.
‘지금은 네가 제일 빠르다.’
그러면서 통화로 임무를 주었던 이용우를 떠올렸다.
***
날개 끝에 매단 붉은 등을 반짝이며 아래로 떨어져 내리던 비행기가 마침내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드드드드드드-.
활주로 상태가 지랄인 건지, 비행기가 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노면의 거친 진동이 이용우를 잡아 흔들었다.
후우우우-웅.
활주로 중간에서 요란하게 엔진음을 뿜어내던 비행기가 겨우 속도를 줄였고, 그만큼 진동이 잦아들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나라, 예멘이다.
이용우는 둥그런 비행기의 창을 통해 보이는 예멘의 에덴 공항을 살폈다. 비행편이 없는지 공항 건물은 조명을 거의 꺼 놓은 채 숨을 죽인 모습이었다.
‘씨발. 영업 일찍도 끝낸다.’
이용우는 아내가 사고당하기 전에 함께 갔었던 거대한 중국집을 떠올렸다. 늦게 도착한 바람에 급하게 먹고 나왔다. 그때 주차장과 현관의 조명을 절반쯤 꺼 놓은 중국집의 건물과 고요하게 숨을 죽인 공항 건물이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출출하니 짜장면이나 짬뽕 하나 때려 주면 기운차게 달려갈 텐데…….
이라크에 두고 온 라면 생각에 입맛을 다셨던 이용우는 커다란 대추야자를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장난치냐고?
아니, 이렇게 챙긴 사소한 간식이 밤새 버텨야 하는 전투에서 그 어떤 것보다 도움 된다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너무하는 거 아니냐?
이용우가 무언가를 더 집어넣을까 봐 걱정된 것처럼 커다랗게 방향을 튼 비행기가 우뚝, 멈췄다.
도착하면 무기와 군복을 지급한다고 했었다.
이용우가 다시금 밖을 살필 때였다.
노란색 경광등을 반짝이며 지프 형태의 차량 석 대가 비행기를 향해 달려왔다.
“후-.”
솔직히 긴장될 만하잖아.
혼자인 데다, 저기 달려오는 사람들이 배신할지 모르고, 전설의 부원장을 만나기 위해 적들 사이를 뚫어야 하니까.
이용우가 긴 숨을 내쉰 직후에 차량이 다가와 멈췄고,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
에덴의 눅눅한 밤공기가 비행기 안으로 스며들 때, 우르르, 지프에서 내린 사람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곱슬거리는 머리, 수염, 얼굴 형태, 얼핏 봐도 아랍인이었다.
한 명은 군복이 담긴 듯한 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언제 돌변해서 이용우에게 달려들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았다.
진짜 잡힌 뒤에 주머니에서 대추야자 나오면 망신인데?
자리에서 일어난 이용우가 최악의 순간을 준비한 다음이었다.
지프에서 여섯 명이 내렸는데 정작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 건 자루를 든 남자 한 명이었다. 그리고 통로를 걸어온 남자가 불쑥 자루를 내밀었다.
“옷을 갈아입으십시오.”
아랍어였다. 대신 그는 이름이나 신원 따위 밝히지 않았다.
자루를 받은 이용우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도 숙인 고개에서 눈을 위로 반쯤 들어 마주 선 남자를 경계했다.
예멘 정부군 군복쯤으로 보였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이용우는 자루에서 군복을 꺼낸 뒤에 시선을 들었다.
‘지금 갈아입으라고?’
사람이 있잖나.
바지를 입으려고 다리를 반쯤 꿸 때 달려들면 어지간해서는 반항도 못 하고 당한다.
“활주로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습니다.”
이용우의 시선이 염려하는 바를 알아챈 것처럼 남자가 바깥으로 시선을 주었다.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다. 거기에 이용우를 여기까지 보내 준 높은 양반의 체면이 걸렸으니 다른 수작을 부릴 거 같지도 않았다.
마음을 굳힌 이용우는 훌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손에 든 군복을 빠르게 입었다. 사이즈는 적당했다. 대신 군복의 재질이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이용우는 벗어 놓은 옷을 자루에 담았다.
군복을 벗어야 할 상황을 대비해서지, 대추야자를 챙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건가.
“벗은 옷은 우리가 수거합니다.”
옷을 갈아입을 동안 지켜보던 남자가 팔을 뻗어 자루를 당겼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가장 왼편에 있는 지프를 이용하십시오. 공항에서부터 목적지까지는 내비게이션이 작동할 테니까 그대로 따르시고, 무기는 뒤에 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말끝에서 손을 올린 남자가 가슴에서 여권을 꺼내 내밀었다.
“이곳에서 사용할 정부군 장교 신분증입니다. 사망할 경우, 이 신분증의 인물로 처리됩니다.”
염병, 검문이라든가 하는 좋은 예도 많은데 하필이면 사망할 경우를 말하냐?
떠오른 불만을 꿀꺽 삼킨 이용우는 여권을 받아 군복 주머니에 넣었다.
말하지 않아도 출발할 시간이었다.
“목적지 상황에 관해 아는 게 있습니까?”
“에덴 시가지에서 반군과 정부군으로 추정되는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처음으로 입을 연 이용우의 질문에 남자가 순순히 상황을 전해 주었다.
씨발. 급했던 거네!
홱 변한 이용우의 눈매를 확인한 남자가 몸을 돌렸다. 그런 뒤에 비행기에서 내려서고는 눈짓으로 왼쪽 지프를 가리켰다.
고개만 짧게 숙여 인사한 이용우는 빠르게 걸음을 옮겨 지프의 운전석에 올랐다.
힐끔 살핀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이용우 혼자 에덴 공항을 장악하고 버틸 정도로 무기가 가득했다. 거기에 조수석과 뒷좌석 바닥에는 탄알이 담긴 게 분명한 사각 상자도 있었다.
이용우는 먼저 내비를 확인했다.
“씨발 새끼들! 뒤통수에 모조리 총알을 박아 줄 거니까! 우리 부원장님 건드리지 마!”
그런 뒤에 기어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부으으응. 끼기기긱.
빠르게 방향을 바꾼 지프가 전투 현장에 가기 싫다는 것처럼 요란하게 비명을 질렀으나 이용우는 더욱 거칠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