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56)
637화 더 블랙은 혼자 임무를 수행한다 (3)
누굴 노려, 이 개 삽사리야!
타다다다당-.
방이 쩌렁쩌렁 울리는 총성이 터졌고, 그와 동시에 이쪽을 보았던 저격수의 머리통과 등이 거칠게 터졌다.
M249의 커다란 탄피가 바닥에 떨어질 때,
홰액.
이용우는 안고 있던 M249의 총구를 문으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문 앞을 지키던 놈이 총소리에 놀라 뛰어들었고,
타다다다다다당!
중기관총의 탄알을 온몸에 받으며 경련처럼 몸을 떨다가 복도에 처박혔다.
일단 이쪽은 해결했고.
팔뚝을 굽혀 중기관총을 완전히 끌어안은 이용우는 문 쪽으로 달려가서 앞가슴에 매달아 두었던 수류탄을 뽑았다.
“올라오지 마! 이 새끼들아!”
휘익! 휙! 휘익!
기계적으로 계단 틈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직후였다.
이용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서서는 창을 향해 뛰었다.
푸슝! 푸슈슝! 푸슝!
그 짧은 순간에도 MP5SD 특유의 소총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콰으응! 콰응! 콰으으응!
이용우가 목을 움츠리며 상체를 숙일 정도로 거친 수류탄의 폭발음이 아래에서 터졌다.
저격수를 발로 밀어낸 이용우는 철커덕, 소리가 울리도록 M249의 다리를 창에 걸었다.
상황은 한눈에 들어왔다.
이용우가 가져온 지프를 사이에 두고 왼편 건물 앞쪽에 셔츠 차림의 남자 셋이 있었는데 그중 둘은 남자와 아이를 업은 상태였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둑!
그 골목으로 대각선 건물에서 이용우를 막아섰던 반군들이 정장 차림의 남자들을 노린 채 AK 소총을 갈겨 대는 상황이었다.
“부원장님!”
이용우는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힐끔, 덩치가 커다란 남자를 업은 셔츠 차림의 남자가 시선을 던졌다.
뭐가 저렇게 젊어?
동생인가?
의아한 심정은 나중이고, 지금은 저 일행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철커덕.
노리쇠를 확인한 이용우는 총구를 오른쪽으로 한껏 돌렸다.
타다다다다다다당!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당!
중기관총은 무섭다.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맞으면 한 발에도 몸뚱이가 폭발하듯 터져 나가고, 앞 놈을 뚫은 총탄이 뒤에 서 있는 몸뚱이까지 파고든다.
타다다다당! 타다당!
이용우는 아예 목숨 던지다시피 상체를 세우고 총구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방아쇠를 당겼다. 죽는 놈이 대다수지만, 그 와중에도 상체를 내민 이용우를 노리고 총구를 겨누는 적들도 있었다.
푸슝! 퍼억! 푸슈-웅! 퍼억! 푸슝! 퍼억!
커다란 덩치를 업은 부원장 강찬의 사격이 이용우를 노리는 놈들의 머리통을 정확하게 뚫고 있었다.
사격?
이용우도 곧잘 한다. 그러나 이런 시가전에서 빗나가기는커녕 저토록 정확하게 머리통의 중앙을 뚫는다고는 자신하지 못한다.
첫 만남이었다.
타다다당!
이용우는 중기관총을 갈겨서 몰려 있던 적을 터트리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이용우를 노리는 적의 머리를 시원시원하게 뚫었다. 이런 순간에 하기에는 표현이 지랄 같지만, 태권도 검은 띠 둘이서 품새를 보이는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아서 뭔가 뜨거운 게 울컥 솟는 느낌마저 들었다.
타다다다당! 철컥.
이용우가 어깨에 둘렀던 총알이 모두 빨려 들어가면서 중기관총 사격이 끝났다.
휘익. 철컥.
등에 돌렸던 AK 소총을 앞으로 돌리는 순간이었다.
“내려와! 서둘러!”
이쪽을 향해 고개를 든 강찬이 독한 음성으로 지시를 던졌다.
음성이야 그렇다고 친다.
뭔 사람 눈빛이?
‘먼저 가십시오!’라든가, ‘제가 남아서 엄호하겠습니다!’라는 말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 부원장의 눈빛은 매서웠다.
“등에 업은 동료가 위험해! 서둘러!”
죽음을 각오할 거면 돌아가라던 부원장이었다. 등에 업은 동료가 위험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에, 날카롭게 빛나는 강찬의 눈빛이 붉은색 조준 레이저처럼 강렬하게 이용우를 자극했다.
“바로 갑니다!”
몸을 돌린 이용우는 문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는 복도 옆으로 난 계단으로 달렸다.
두 계단쯤 내려갔을까?
푸슝! 푸슝! 콰앙! 푸슝! 푸슈슝!
총성과 거칠게 문을 차는 소리, 이어서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부상자를 업었다. 그것도 덩치 큰 남자를! 그런데도 부원장은 내려갈 이용우를 위해 1층을 감당하는 모양이었다.
이를 악문 상태에서 이용우는 날다시피 남은 계단을 뛰었고, 이어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방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진짜 죽이지 않냐? 우리 부원장!
아이를 업은 서양 남자를 나서지 못하게 뒤편에 두었다. 최악의 상황에도 아이만큼은 다치지 않도록 말이다.
정보총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을 동원할 정도로 힘 있는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예멘의 구석에서 이런 싸움을 하고 있을까?
이용우가 위쪽에서 지키는 사이 지프를 타고 달리면 그만인데 내려오라고 고함치고, 심지어 1층에 있는 적을 상대해 준다.
“씨발 거!”
그냥 더 블랙으로 지내며 응어리졌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튀어나온 감탄사지, 절대 욕 아니다.
생각해 봐라.
더 블랙은 혼자 임무를 수행한다. 외롭게.
이렇게 서로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거, 더 블랙은 거의 없다. 블랙 요원을 구할 때도, 누군가 함정에 남아야 한다면 요원을 먼저 구하는 게 더 블랙의 임무이니 죽을 자리에 남는 건 숙명과도 같았다.
“등에 업은 동료가 위험해! 서둘러!”
동료가 위험한데도 빨리 내려오라며 1층의 적을 상대해 주는 부원장이라니!
이를 악문 이용우가 마지막 계단을 돌아 현관으로 방향을 튼 직후였다.
철컥! 철커덕!
입구 방향으로 소총을 겨누던 강찬이 시선을 주었다.
젊다. 너무. 동생이 맞지 싶을 정도로.
대신 눈빛만큼은 백 년쯤 살았나 싶을 정도로 깊이와 독기가 담겨 있었다.
“이용우?”
“예, 부원장님!”
“지프 운전을 맡아!”
“예!”
지시를 마친 강찬이 이용우를 향해 고갯짓을 던졌다.
나가도 된다는 의미였다.
뭐! 진짜 인사야 뒤에 하면 되고.
이용우는 소총의 총구를 아래로 향한 채 뛰었다. 그런 뒤에 운전석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맨 몸인 프랑스 남자가 뒷문을 열면서 아이를 업은 프랑스 남자가 탔고, 반대편에서는 강찬이 몸을 돌려 석강호를 태운 뒤에 밀다시피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로 갑니까?”
“우선 공항으로 가!”
“알겠습니다!”
부르릉! 부으으으응!
승용차가 출발하기 무섭게 뒤편에서 아이를 업었던 프랑스 남자가 창을 내리고는 소총의 총구를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사이 부원장 강찬은 스마트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카하! 이거 봐, 이거.
외국어 잘하는 사람은 확실히 매력 있다니까!
핸들을 급하게 꺾으며, 이용우는 나오는 감탄을 삼켰다.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뒤편에 탄 프랑스 남자가 했겠거니 싶었을 정도로 능숙한 프랑스어였다.
통화를 마친 강찬이 옆에 앉은 남자처럼 창을 내리고는 소총의 총구를 문밖으로 내밀었다. 그런 뒤에 프랑스 말을 나직하게 뱉었고,
“위이-.”
옆에 있던 남자가 굵직하게 답했다.
오매, 답하는 것도 멋있어!
끼기기긱!
생각은 그런데도 이용우는 커브를 돌며 브레이크 페달을 아예 밟지 않았다. 부원장 강찬이 왼손으로 부상자의 어깨를 붙들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견뎌! 내가 어떡해서든 살릴 거니까 제발 견뎌!’
부원장 강찬의 손짓이 그렇게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
운명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을 강요하곤 한다.
선택을 피하거나 미룰 방법은 없다. 그리고 예멘의 부통령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가 지금 그랬다.
5분이 이렇게 길었나?
그사이 보안 전화기의 벨이 울렸고, 혹시 게르만의 집사인 하르트만 요하스일까 싶었던 압둘라 하디가 “부통령이오.”라는 대꾸를 건네기 무섭게, ‘프랑스 정보총국 위고입니다.’ 하는 응답이 건너왔다.
무슨 보안 전화를 동네 전화번호부에 올려 둔 상점 번호 이용하듯 하는지, 압둘라 하디는 아예 맥이 빠질 지경이었다.
– 부총국장 무슈 강이 에덴 공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의무실을 사용할 수 있게 조치 부탁합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평화유지군을 태운 수송기가 에덴 공항에 연달아 도착합니다. 착륙 허가도 다시금 확인해 주십시오.
뭐가 이래?
어떻게 반군 속에서 빠져나왔다는 거야?
그건 그거고, 하다못해 게르만의 집사도 2천만 달러를 제시하는데 아무리 정보총국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부하 취급하는 거야?
생각이 달린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가 이를 질끈 씹을 때였다.
– 거부하시면 우리 정보총국은 총국장 대행 부총국장님의 지시를 수행해야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대기 중인 외인부대 13연대를 예멘으로 보내라는 지시였습니다.
특수팀으로 유명한 외인부대 13연대를? 그러고 보니 무슈 강이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한, 프랑스 정보총국은 그의 지시를 따른다고 했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는 그제야 게르만의 집사가 아직 정보총국을 손에 넣지 못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 답이 없으신 건 거부의 의미입니까?
이 전화가 끊기면 아무리 부통령이라 해도 그는 정보총국에 직접 전화를 연결할 라인이나 능력이 없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연결을 부탁하려면 지금 머뭇거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부총국장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소.”
– 감사합니다. 그럼 조치를 부탁합니다.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후우.”
숨을 길게 내쉰 부통령이 셔츠 단추를 하나 풀어내는 순간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보안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야말로 게르만의 집사겠다.
정보총국을 손에 넣기 위해 무슈 강을 죽이라고 유혹하겠지?
“부통령이오.”
수화기를 든 압둘라 하디는 상황이 바뀐 지금 그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한 심정으로 대꾸를 건넸다.
– 한국인과 프랑스 정보총국 요원이 경계망을 빠져나갔습니다. 참고로 지프를 이용해 들어간 남자 역시 그들 일행이어서 나올 때 역시 같은 지프를 이용했습니다.
분명 빠져나와서 공항으로 향한다는 말은 앞에서 들었다. 그렇더라도 한 명이 들어가서 모조리 구해 냈다는 게 솔직히 쉽게 믿기지는 않았다.
“반군은?”
– 현재 전투 가능한 인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중상자 중 대부분은 조만간 사망할 정도로 위독한 상태이고, 특이하게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살아 있는 부상자가 이십여 명쯤 있습니다.
“후우-.”
고작 넷이서 백 명 가까이 죽여 댔고, 마지막에 지프가 달려가 꺼내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보고였다. 그래. 이 정도로 무서운 인간들이니 게르만의 집사가 돈까지 줘 가며 죽이라고 꼬드겼겠지.
압둘라 하디는 고개를 저었다.
“철저히 확인해서 반군의 시체와 부상자들을 모조리 확보해. 그 외에 특이사항이 있으면 보고하고.”
–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는 바로 버튼을 눌렀다.
“나 부통령이다. 에덴 공항에 프랑스인과 한국인이 탄 지프가 도착할 텐데 의무실 사용부터 그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모두 협조하도록. 그리고 두 시간 내로 평화유지군 수송기가 연달아 도착한다니까 활주로를 개방해.”
상대의 답을 들은 압둘라 하디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하는 당부를 전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다음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는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게르만의 집사에게서 전화는 없었다.
만약 아까의 유혹에 흔들려 정부군에게 밀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장 아프리카에서 그 징그럽고 독하다는 외인부대 제13연대가 날아들 테고, 그들마저 고개를 젓는다는 평화유지군이 한 시간 후에 예멘에 도착한다.
활주로를 열어 주지 않으면?
그 무섭다는 평화유지군이 ‘어라? 내릴 수가 없네?’ 하고 돌아가겠나?
낙하산을 이용해 줄줄이 대통령궁으로 떨어져 내릴 테고, 정 안 되면 에덴 외곽이나 그도 아니면 오만에 내려서라도 밀고 들어올 게 분명했다.
2천만 달러?
돈에 순간 흔들려서 깜박 잊었다.
그것도 검은 땅의 지배자와 평화유지군을.
몸을 떤 마호메드 압둘라 하디는 오소소 돋는 소름 탓에 팔뚝을 문질렀다.
***
띵띵띵띵.
[대원들은 개인별 무기를 확인한다. 또한,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좌석 아래 낙하산을 준비해 두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윤상기의 방송이 나오면서 삽시간에 피어난 긴장이 비행기 안을 꽉 움켜쥐는 것처럼 달려들었다.
[안타깝지만, 두 번째 불행한 소식을 전한다. 평화유지군 닉네임 석 선생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공항으로 이송 중이라는 연락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착륙과 동시에 공항 건물을 확보한다. 교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십 년을 넘게 모습을 감췄다는 석 선생이라는 인물이 예멘에서 당했다고?
새롭게 전달된 정보를 들은 대원들이 이번 임무에 걸린 무게를 확실하게 실감하는 눈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