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68)
649화 대위 강태산. 소령님과 함께 있습니다 (3)
찰싸-악!
가뜩이나 마르고 키가 큰 놈이 기다란 팔을 휘두르면서 채찍처럼 휘어졌던 회초리가 마이야르의 가슴 부위에 제대로 떨어졌다.
마이야르의 비명은 처절했다.
“와우우-!”
그리고 그 비명이 놈들을 흥분시키는 게 분명했다.
저 새끼들 봐?
일렁이는 불빛에 드러난 해적들의 눈빛이 유독 붉었고, 거기에 광기마저 담겨 번들거리고 있었다.
곽대출은 달려들 준비를 마친 대원의 어깨를 붙들었다.
‘이 새끼들 약한 거 같다.’
곽대출의 시선을 알아챈 것처럼 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다고 도깨비가 물러서?
눈빛을 교환한 대원이 고개를 돌리고는 맞은편과 언덕 위에 있는 대원들에게 신호를 던졌다.
훅, 대원이 뛰쳐나가는 것과 동시에 곽대출이 달렸고, 맞은편에서도 뭉쳐 있던 어둠이 흩어지는 것처럼 도깨비 대원들이 달려들었다.
퍼윽! 퍽!
대검의 손잡이와 왼손 주먹으로 해적들을 찍어 대는 대원들 틈을 뛰쳐나간 곽대출은 곧장 마이야르를 향해 달렸다.
당황했던 해적들이 곽대출을 향해 소총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투둑! 카강!
언덕에서 겨누고 있던 대원이 방아쇠를 당기면서 해적이 들고 있던 소총에서 불꽃이 튀었고,
투두둑!
“끄아-!”
그 옆의 해적은 소총과 함께 팔뚝이 터지며 비명을 터트렸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투두둑!
모닥불에 드러난 해적들을 향해 언덕 위쪽에서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고,
퍼윽! 퍽! 피잇! 핏! 핏!
도깨비 대원들이 인정사정 두지 않고 대검을 휘둘렀다.
와락!
모닥불 중앙의 기둥으로 달려든 곽대출은 마이야르의 뒤로 돌아가 손목을 묶어 두었던 밧줄에 대검을 걸었다.
서걱. 서걱.
이를 악문 곽대출이 겹겹이 감긴 밧줄 한 가닥을 잘라 내는 순간이었다.
“부회장님!”
투두둑!
누가 질렀는지 모를 고함과 함께 바로 뒤편 흙바닥이 거칠게 튀었다.
그 직후였다.
검은 그림자가 곽대출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 새끼가?
도깨비 출신 아직 상대 안 해 봤지?
곽대출은 달려든 놈을 안는 것처럼 받았다. 그리고는 옆으로 비틀며 던졌다.
휙! 퍽! 휘익! 퍼윽!
삽시간에 목젖과 명치를 찍은 곽대출은 반사적으로 대검을 잡은 오른손의 엄지를 송곳처럼 뻗었다.
콰윽!
“끄악! 끄아악!”
투두둑! 투둑! 투두둑! 투두둑!
마음 같으면 눈알을 모두 파 주겠다만 지금은 시간을 끌 때가 아니었다.
기둥으로 달려간 곽대출은 아직 마이야르의 손목을 걸고 있던 밧줄을 거칠게 풀어냈다.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닥에 무너졌던 마이야르가 겁에 질린 눈으로 곽대출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가슴 부위에서 배어난 피가 아프게 곽대출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겁에 질린 마이야르가 바닥을 차는 것처럼 앉은 채로 물러서는 순간이었다.
투두둑! 투두두두둑!
오두막처럼 늘어서 있던 해적들의 거주 공간에서 불꽃이 요란하게 튀었다.
투두둑! 피비빙! 투둑! 피빙!
“부회장님!”
서두르라는 의미겠다.
오두막에서의 총질도 문제지만, 한 방이면 나가떨어져야 할 해적 놈들이 괴물처럼 자꾸만 달려들고 있어서 모조리 죽일 게 아니라면 빨리 피하는 게 좋았다.
자세를 낮춘 곽대출은 양팔로 마이야르의 목과 무릎을 받치고서 번쩍 들었다.
“꺄악! 꺄아악!”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간다!”
고함을 지른 곽대출은 마이야르를 안은 상태로 둔덕을 향해 달렸다.
“물러나! 부회장님을 지켜!”
언덕을 뛰어오르는 곽대출을 지키기 위해 둥그런 형태로 물러나는 도깨비 대원들이 연신 방아쇠를 당겼고, 쓰러졌다가 몸을 일으킨 해적들과 오두막에서 뛰쳐나온 해적들이 죽음 따위 상관없다는 것처럼 AK소총을 갈겨 대고 있었다.
“저 새끼들 막아!”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투두둑!
물러나는 대원들이 방아쇠를 당기면서 해적들이 줄줄이 쓰러져 흙바닥에 처박혔다.
투두두둑! 퍼버버벅! 투두둑! 퍼버벅!
거기에 언덕 위에 있던 대원 둘이 원두막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기고 있어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투두둑! 투둑!
“끄으!”
중앙에서 곽대출을 지켜 주던 도깨비 대원이 허벅지에 총알을 맞고 쓰러졌고,
“붙잡아 줘!”
그 직후에 바로 옆의 대원 둘이 그의 팔을 잡고는 자루 끌 듯 언덕으로 올라왔다.
“개새끼들이 진짜!”
그동안 일부러 소총이나 팔, 정강이만 노렸었다. 그러나 더 양보했다가는 누가 죽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도깨비 대원들을 해적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투두둑! 퍼버벅!
소총을 겨누던 해적들의 어깨나 몸통, 허벅지가 터져 나갈 때, 곽대출은 언덕에 올라섰다.
“마이야르 데리고 차로 먼저 가!”
언덕에 있던 대원에게 마이야르를 건넨 곽대출은 뒤로 돌려 두었던 소총을 앞으로 당겨서 아래쪽 해적을 겨눴다.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투두둑! 퍼버벅!
아무리 약에 취했어도 죽음은 두려운 모양이었다.
대놓고 총질을 해 대던 놈들이 머리를 처박았고, 그 틈을 이용해 허벅지 아래가 피범벅인 부상자를 비롯해 도깨비 대원들이 언덕에 도착했다.
“부상당한 대원 먼저 보내!”
투두둑! 퍼버벅! 투둑! 퍼벅!
오두막에서 뛰쳐나오는 놈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며 곽대출이 지시했고, 마지막으로 올라왔던 대원이 빠르게 달렸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둑! 퍼버벅!
소총의 반동이 곽대출의 어깨와 오른쪽 콧잔등을 타고 달려들었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지금 소말리아에서 곽대출이 맡은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려 주는 것처럼 말이다.
“부회장님!”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투두둑! 피비빙!
대원의 고함을 들은 곽대출은 방아쇠를 당기면서 뒤로 물러났다.
세 걸음쯤 물러났을 때였다.
투두둑! 투둑! 투두두두둑!
곽대출의 좌우로 나선 대원 둘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달리십시오!”
탄창이 비어서라도 더 버틸 수 없었고, 훈련을 통해 익힌 퇴각 방식에도 이게 맞다.
몸을 돌린 곽대출은 지프를 향해 뛰었다.
철컥! 철커덕!
그러면서도 탄창을 새로 갈아 넣었다.
***
새벽이 다가오면서 강철규와 곽철호는 대원들을 두 팀으로 나눴다.
그럼 나는?
두 팀 어디에도 이름이 없는 이용우가 글자로 써 놓은 것처럼 선명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그렇다고 강찬과 강철규, 곽철호가 의논하는 도중에 “나도 한자리 주십시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VIP 라운지의 분위기가 그 정도로 묵직한 이유도 있었다.
여기에서 다시 이라크로 가는 건가?
아니면 부원장이 집사 놈을 잡는 데 데려가 주나?
실망과 희망이 손을 맞잡은 모양새로 이용우의 머릿속을 뱅뱅 맴돌 때였다.
지도와 명단을 살피던 강찬이 이용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뭔 사람 눈이?
새하얀 눈이 두껍게 쌓인 산에서 독이 잔뜩 오른 호랑이와 마주친 느낌, 순간 바싹 긴장한 이용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용우. 급하게 합류해서 당황스럽겠지만, 어려운 임무를 하나 맡기려고 한다. 괜찮겠어?”
“감사합니다!”
강찬의 질문을 받은 이용우는 앞뒤 다 자르고 대뜸 고맙다는 인사를 커다랗게 내놓았다. 어떤 임무인지도 모른다. 다만, 강찬이 이용우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지금은 고마웠다.
“예멘에서 이라크로 커피콩을 보냈다는 농장 기억하지?”
“예?”
세상에?
이용우도 깜박 잊고 있었던 농장을 강찬이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감탄은 잠시였다.
달려든 시선을 의식한 이용우는 바로 입을 열었다.
“바니 마타(Bani Mattar) 농장입니다.”
“평화유지군이 움직인 뒤부터는 반군의 경계가 느슨할 거다. 대원 한 명을 배정해 줄 테니 둘이서 그리 출발해. 내가 궁금한 건 왜 반군이 커피콩에 헬륨3를 섞어서 이라크에 보냈는가 하는 점이다.”
그걸 잊고 있었구나!
짧은 순간 이용우는 넓게 보아야 하는 지휘부와 실전을 달리는 요원의 차이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지프를 몰고 달려갔을 때 보았던 강찬의 섬뜩한 능력을 떠올렸다.
저런 남자 밑에서 일해 보고 싶었다.
진짜로.
“목숨을 던지는 한이 있어도 알아내겠습니다.”
이용우가 다부지게 답을 한 직후였다.
가뜩이나 날카롭던 강찬의 눈이 더욱 매섭게 변했다.
“말 같지 않은 소리 집어치우고, 살아서 돌아와. 그래서 다음 적을 상대할 때 힘을 보태고, 지금 얻은 경험을 아래로 내려 줘. 그게 내가 원하는 대원이고,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에 필요한 요원이다. 알았어?”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고, 부원장님 앞에 서겠습니다.”
피식.
이용우의 답을 들은 강찬이 특유의 미소를 보여 주었다.
신기하다, 저 웃음은.
적에게는 당장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데, 또 아군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배경처럼 느껴진다.
이용우의 눈을 바라보던 강찬이 고개를 돌렸다.
“저 친구와 함께 보낼 대원 한 명이 필요합니다.”
“강태산 팀에 있던 대원이 마침 이곳에 있습니다. 독자적인 작전이라면 능력이나 경험으로 봐서 그 친구가 가장 적합합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신동철 하사를 불러 줘.”
윤상기에게 고개를 돌린 곽철호가 나직하게 지시를 전했다.
***
여수가 벌컥 뒤집힌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박배근이었다. 거기에 광주와 대전 덩치들이 줄줄이 호텔 앞에 차를 세웠는데 문상국을 비롯한 여수 덩치들은 아예 혼이 나간 얼굴이었다.
“늦었습니다, 형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박배근만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그가 강성태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문상국은 이제야 죽을 길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병렬이 나서서 문상국을 소개한 다음이었다.
박배근과 함께 온 차량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로가 막힐 정도로 승용차와 승합차들이 줄줄이 달려와 호텔 앞에 멈췄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그래도 앞마당이라고 문상국이 빠르게 호텔 앞으로 나갔다. 그 직후에 가장 앞에 있던 승용차에서 이교창이 내렸다.
“안녕하셨습니까, 형님?”
문상국은 이교창과 안면이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나 몇 차례 인사했었고, 뒤풀이에서 술잔도 받았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때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주던 이교창이 지금은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눈매를 고약하게 치켜뜨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우리 보스께 대들었어?”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형님.”
“TV에 약 돌린 게 다 나왔는데, 어디서 개아리를 틀어, 이 개새끼가?”
가뜩이나 머리통이 커다란 데다, 드럼통을 세워 둔 것 같은 체형의 이교창은 누가 봐도 진짜로 독이 잔뜩 올라온 얼굴이었다.
“우리 보스가 점잖게 대해 주니까 바람이 들어갔던 모양인데, 하여간 보스랑 병렬이한테 대들었던 놈들 있으면, 내가 바람구멍 뚫어서 부산 앞바다에 버려 줄 테니까 미리 제삿밥 처먹어 둬.”
경상도까지 한 손에 거머쥔 이교창이 진짜 마음먹으면 오십여 명 끌고 조직 꾸리던 문상국은 “감사히 먹겠습니다, 형님.” 한 뒤에 마지막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달려온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문상국은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심정이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고름 죽이던 이교창이 또 커피숍에 들어가서는 강성태를 향해 상체를 깊숙하게 숙이고 있었다.
‘씨발. 저런 양반을 작업하자고 나를 꼬드겼어?’
삼치고, 꽁치고, 하마터면 병풍 뒤에서 시쳇말로 ‘육송 가다마이’ 입고서 향냄새 맡을 뻔했다는 생각에 여수 조직 대가리 문상국은 등골이 서늘했다.
뒤통수를 매만진 문상국이 남몰래 숨을 내쉴 때였다.
세상 공손한 태도로 여수 덩치 한 놈이 호텔 문을 나섰다.
“형님? 큰형님께서 찾으십니다.”
염병아!
여기 큰형님이 한둘이냐!
마음은 그런데 지금 문상국이 조금이라도 거친 말을 쏟아 냈다가는 “네가 감히?” 하는 말과 함께 누구 손에 묻힐지 모를 형편이었다.
공손한 태도를 갖춘 문상국이 커피숍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약을 푼 놈들을 빨리 잡아야겠습니다, 형님?”
“만약 방송에 나왔던 독성 강한 약이 풀렸다면 이미 사망자가 나왔을 수 있어.”
“아, 그러면 사건 커지겠습니다, 형님.”
강성태와 이야기를 나누던 이교창이 독기 가득한 눈으로 고개 조아린 문상국을 노려보았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막는 게 먼저라는 강성태와 달리 이런 일로 여수 조직이 수사받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단속의 손길이 뻗칠 수밖에 없다는 계산과 그에 따른 원망이 가득한 시선이었다.
“명단에 있는 놈은 부산 쪽 약쟁이들을 털어서라도 잡겠는데, 이름 모르는 놈들하고 잠수 탄 놈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형님?”
“이쪽 업소에도 필리핀 종업원이 많다고 해서 이미 아르윈이 뒤지고 있어. 그러니까 어떡해서든 약 푼 놈들과 약 사 간 사람들을 찾아.”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형님.”
자리에서 일어선 이교창이 고개를 숙이기 무섭게 뒤편에서 지켜보던 덩치들이 서열에 따라 줄줄이 상체를 숙였다.
‘씨발. 여수 약쟁이들이 나를 죽이겠다고 칼 갈겠네.’
함께 고개 숙이던 문상국은 인생 배배 꼬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