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77)
658화 붙게 되면 아예 끝장 보는 거 잊지 말고 (3)
곽철호는 도로 양쪽에서 버티는 적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돌아가서 뚫어!’
그런 뒤에 검지와 중지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애초에 이리저리 긁어모은 반군에 평화유지군이 붙들린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어-억!
지금도 그렇다.
대원들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도로를 막고 있던 적의 머리통이 터졌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죽어 나자빠져야 할 적이 총구를 돌리고서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MP5SD 소총에서 발사된 총알에 이마를 맞으면 앞은 집게손가락 크기의 구멍이 뚫리는 반면, 뒤통수는 주먹만큼 뻥 뚫린다. 피와 뇌를 흘리는 적이 총을 갈겨 대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었나.
죽어서도 덤비는 적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어떻게 보면 섬뜩하고, 기가 차서 시쳇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푸슝! 퍼어억! 푸슝! 퍼억!
강찬의 조언대로 눈을 터트린 다음이었다.
교육이 통하는 건지, 눈알이 터진 놈들이 양손을 앞으로 펼치며 도로를 타고 다가왔다.
달칵. 콰으으응! 콰으응!
그런 뒤에 몸뚱이에 감아 둔 폭탄을 터트리고 있어서 대검으로 달려들기도 어려웠다.
치잇.
“적이 몸에 폭탄을 둘렀다고 A조와 체포조에 연락해. 감염된다니까 상처 생긴 대원은 무조건 뒤로 나와!”
윤상기가 지휘하는 A조야 이런 식의 교전일 테니 걱정이 덜하다. 그러나 무리해서라도 뚫고 나가야 하는 체포조에게 저런 놈들이 달려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끔찍했다.
철컥!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그 와중에도 곽철호는 RPG로 이쪽을 겨누는 놈의 이마와 눈을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삐이이융-.
머리통을 맞은 놈의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서 하얀 연기를 피워 내는 포탄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박격포도 아닌데!
치잇.
“포탄 조심해!”
무전을 날린 직후였다.
구불구불 치솟았던 포탄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어서 곽철호는 처박히듯 상체를 숙였다.
콰으으응!
다행히 왼편 멀리에서 터졌다.
이대로는 힘들다.
여기에 붙잡혀 있는 시간이 길수록 반군 수장에게 도주할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 체포조가 무리해야 한다. 더구나 이 상태라면 오른쪽을 노리고 간 대원들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
치잇.
“하선우! 중기관총으로 갈기고, 선주양 팀에서 엄호해! 그 뒤에 들어간다!”
철커덕! 철컥!
지시를 날린 곽철호는 탄창을 교체했다.
적의 수준은 서글플 정도였다.
이마가 터지고 바로 죽는 놈들이었다면, 이미 도로는 평화유지군이 차지하고 남았다.
‘저런 게 번진다는 건데…….’
앞을 노려보던 곽철호는 사람 좋은 얼굴로 웃던 양동식을 떠올렸다. 아군에게 저런 증세가 감염되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다.
상처에 피가 튀지 않도록 할 것, 가능하면 접촉하지 말 것, 우선 평화유지군 본부에서 날아온 주의 사항은 그것 두 가지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조심하면서 전투가 되겠냐 말이다.
염병할! 뭐 하는 거야?
곽철호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당!
그의 질책을 피하겠다는 것처럼 중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엉성한 바리케이드와 반군의 몸뚱이가 터져 나갈 때, 곽철호는 훅, 몸을 감춰 주던 둔덕을 뛰어나갔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대원들 절반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적들의 머리와 몸뚱이를 터트릴 때, 곽철호는 나머지 절반의 대원들과 함께 달렸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미칠 일이었다.
죽었어야 할 적이 사방을 향해 AK 소총을 갈겨 대는 건.
철컥! 푸슝!
그나마 지금처럼 머리통을 뚫어 주면 대략 20초쯤 시간을 버는 게 전부였다.
‘됐어!’
티잉! 휘익!
근처에 달려간 곽철호는 자세를 낮추고 수류탄을 냅다 던졌다.
콰으응! 콰응! 콰으응! 콰으응!
곽철호를 따라 대원들이 던진 수류탄이 연달아 터지면서 앞쪽 바리케이드에서 더는 총소리가 나지 않았다.
‘계속 밀어!’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킨 곽철호가 자세를 낮춘 채 나갈 때였다.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갔던 대원들이 저 앞에서 주먹을 높게 들었다.
움찔, 곽철호가 멈춘 순간이었다.
휘익! 휙! 휘이익!
대원 세 명이 적이 들어가 있는 구덩이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콰으으응! 콰으응! 콰으응!
높다랗게 치솟았던 흙더미가 비처럼 사방으로 떨어졌는데 적의 몸뚱이와 살점들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도 구덩이 안에서 대항하는 놈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아래를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치잇.
“물을 뿌려 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투 중에 이런 지시를 내릴 거라고는 정말이지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끄아아-”
구덩이에 도착한 곽철호는 습관이 된 것처럼 이를 악물었다.
상반신만 남은 적이 고개를 비틀며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모습 때문이었다.
고작 물을 뿌렸을 뿐인데 말이다.
***
장례식장에 도착한 강찬은 기다리던 승합차로 갈아탔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한 뒤편 공간은 아예 화물칸으로 되어서 창마저 가려진 승합차였다.
뒤편 화물칸 벽에 붙은 의자에 앉은 다음이었다.
강찬은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출발해.”
“위.”
안느가 직접 섭외한 정보원이 승합차를 움직일 때, 제라르가 뒤편에 있는 자루를 열었다.
“대장?”
그런 뒤에 군복을 꺼내 내밀었다.
지랄 났다, 진짜.
마지막으로 입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외인부대 군복이었다.
어쩌겠나.
문바키를 구하려면 외인부대 군복 아니라 죄수복이라도 입어야지.
입맛을 다신 강찬은 재킷을 벗어 의자에 놓았다.
강찬과 제라르 모두 어깨에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피가 굳어서 검게 물들어 있었는데 좁은 승합차 안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상체와 팔을 비트는 동작이 굳어 버린 상처를 벌려 주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이 참 신기한 게 굳어 버린 상처를 벌리는 고통은 늘 새롭고, 늘 끔찍하며, 아무리 경험해도 줄어드는 법이 없었다.
‘한동안 편하게 지냈잖아. 참아!’
식은땀이 올라올 정도로 달려드는 고통을 이겨 가며 강찬은 군복을 입었다. 그런 뒤에 방탄조끼와 권총 두 자루, 탄창, 대검 두 자루를 차례대로 몸에 걸었다.
철컥! 철커덕!
마지막으로 소총을 확인한 뒤 앞쪽 유리를 통해 보이는 도로를 살피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을 얻었고, 블랙헤드의 폭발에 휘말린 뒤로는 제라르, 석강호와 함께 젊은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욕심났겠다.
강찬 같은 군인을 만들면 엄청난 힘을 지닐 거라 기대했을 테고. 그래서인지 전에는 보조 배터리 같은 놈들이 등장하더니, 지금은 죽어서도 움직이는 놈들이 나타났다.
이게 혹시 내 잘못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강찬과 비슷한 능력을 만들어 내려고 애쓴 결과가 죽어서도 움직이는 괴물인 상황이?
철컥! 철커덕!
‘뭐 그런 걸 신경 씁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찬을 깨우는 것처럼 준비를 마친 제라르가 다부지게 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
윤상기는 곽철호보다 상황이 나았다.
투우웅! 콰으응! 투웅! 콰응!
무엇보다 평지여서 유탄발사기가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이었다.
치잇.
“들어가!”
부으응! 투타타타타탕! 투타타탕! 투타타탕!
지붕에 중기관총을 걸쳐 놓은 트럭 두 대에 의지한 상태에서 밀고 들어갔으며,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슈슝!
트럭의 좌우에 붙은 대원들이 꿈틀대는 적들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휘익! 콰으응! 휘익! 콰응!
거기에 아예 흔적을 지워 버리겠다는 것처럼 적이 둘 이상만 모여 있으면 냅다 수류탄을 던졌다.
평지로 이어진 도로라서 반군이 몸을 숨길 만한 공간이 거의 없었다.
부슈-웅! 퍼으윽!
저격수 둘이서 RPG를 겨누는 놈들의 머리를 터트리고 있어서 그야말로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치잇.
“혹시 모르니까 빠지는 놈 없도록 철저하게 물을 뿌려.”
죽은 놈도 다시 봐서 꼼꼼하게 물을 뿌려야 하는 전투라니, 기가 막힐 상황인데 막상 윤상기와 대원들은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끄아아아-.”
물을 얻어맞고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는 적을 윤상기는 착잡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개인적인 원한 없다.
저들도, 윤상기와 대원들도, 각자 맡은 임무를 위해 붙었고, 밀린 쪽이 죽음을 맞는 결과를 맞이했을 뿐이었다. 대신 저놈들은 본인들이 뭘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들이 지키는 헬륨3가 본인을 괴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르고.
“끄으으-.”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세균전, 화학전, 핵전쟁을 금지하는 이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고 죽음마저 비틀었을까?
“모두 정리했습니다.”
보고하는 대원 역시 편치 않은 눈빛이었다.
“끄으으-.”
아직 고통스럽게 몸을 비트는 적을 윤상기는 턱으로 가리켰다.
물을 더 뿌려 줘서 고통이라도 줄여 주라는 의미였다.
***
신동철이 잠든 사이, 이용우는 다섯 시간을 꼬박 달렸다.
목적지까지 얼추 다 왔다.
돌아갈 상황을 대비하고, 농장을 방문했을 때 보여 줄 모습도 있고, 이용우는 달랑 주유기 하나만 갖춘 주유소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끼이익.
지프가 멈추는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었다.
퍼뜩 눈을 뜬 신동철이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이용우는 운전석의 창을 내렸다.
“가득 부탁해.”
“주유 허가증이요.”
뭐라는 거냐, 지금?
이용우는 삐딱하게 고개를 틀고서 주유소 직원을 올려다보았다. 20대 중반쯤 될까? 흔히 보이는 예멘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너는 이 차가 뭐로 보이냐?”
뭔 동양인이 이렇게 아랍어를 유창하게 해?
이용우를 다시금 눈에 담았던 직원이 지프를 둘러보고는 시선을 가져왔다.
“정부에서 달아 주는 노란색 등 봤지? 봤으면 얼른 기름 넣어.”
“정해진 거라서…….”
“야, 인마!”
입을 여는 직원을 이용우는 거칠게 틀어막았다.
“내가 조카 같아서 인심 쓴다. 생각 잘해.”
셔츠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이용우는 5달러짜리 지폐를 꺼내서 능숙하게 접었다. 접고, 접고, 또 접은 다음이었다. 검지와 중지에 달러를 끼워 넣은 이용우가 운전석 창 아래로 손을 늘어트렸다.
“앞으로 자주 볼 텐데, 이 모든 게 다 알라의 뜻이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받고 아름답게 끝낼래? 아니면 정부 도움을 받게 해서 시끄럽게 할래?”
이용우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진 5달러짜리 지폐를 번갈아 보던 직원이 눈알을 옆으로 굴렸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손을 내밀어 검지와 중지에 끼워진 지폐를 받았다.
마침내 직원이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기름을 넣는 데도 돈을 따로 줘야 합니까?”
“이곳 사정이 더럽게 안 좋아서 몇 리터 넣으라고 적힌 허가증이 있어야 해.”
신동철에게 답을 한 이용우는 주머니에서 다시금 지폐를 꺼내 5달러짜리로 다섯 장을 따로 빼냈다. 팔뚝을 창에 걸친 이용우가 시선을 뒤로 돌릴 때, 주유기를 뽑은 직원이 기름통 뚜껑을 닫았다.
“고맙다, 여기.”
“이거 거스름돈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인샬라.”
이용우의 답을 들은 직원이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의 표정을 하고는 이용우를 향해 양손을 붙여 보였다.
브르릉. 부으으응.
지프가 주유소를 빠져나온 다음이었다.
“지금 있었던 일, 바로 이 바닥에 소문 돌 거다.”
“반군이 사방에 있다면서요? 그럼 놈들도 알게 될 거 아닙니까?”
“알게 되겠지. 정부 비호를 받는 동양인이 졸부처럼 돈을 쓴다고. 대신 아랍어를 더럽게 잘하고, 현지 사정에 밝다는 말도 붙을 거다.”
“그래서 얻는 게 뭡니까?”
“커피콩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게 아니면 강도질을 할 수도 있고.”
강도질을 당하는 게 좋다는 거야?
신동철의 표정을 확인한 이용우가 픽 웃은 뒤에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특수부대원이나 요원처럼 보이든?”
“그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절대’라는 단어를 붙였을 정도로 신동철의 대꾸는 분명했다.
“평화유지군이 후티를 잡겠다며 밀어붙이는데, 군인이나 요원처럼 보이는 동양인이 나타나면 저놈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아……!”
“5분이면 도착한다. 무기 확인하고, 눈 풀어. 농장에 도착하면 감동한 척 살펴보고. 내가 돈을 펑펑 쓰고 능력을 발휘하는 게 사실은 호구인 너에게서 커미션을 먹으려는 거다. 그것도 왕창. 이해하겠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해 주는 이용우를 신동철이 감동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기 챙기라니까. 붙게 되면 아예 끝장 보는 거 잊지 말고.”
“예.”
“눈 좀 풀어.”
끝장을 보라면서 또 눈은 풀란다.
이중적인 지시를 연달아 받아서인지, 신동철은 당최 적응이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