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80)
661화 닉네임부터 재수 없어, 이 새끼는 (3)
제라르의 뒤로 몸을 숨긴 하르트만과 회색으로 변한 놈이 권총을 들었고, 강찬은 그들을 소총으로 겨눴으며, 다시 문바키가 강찬의 옆 이마에 권총의 총구를 바싹 들이댄 상황이었다.
“저런! 총국장의 마음이 변했나 본데 서운해서 어떻게 하지, 부총국장?”
하르트만 요하스가 약 올리는 게 분명한 투로 고개를 삐딱하게 틀었다.
강찬은 시선을 빠르게 돌려 문바키를 들여다보았다.
위로 들리려는 그의 입술 끝이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입술 끝을 올리는 건 적의 이마를 뚫어 줄 때 문바키가 보이는 특유의 미소였다. 강찬의 피식하는 미소를 흉내 내다가 생긴 버릇이라고 했었다.
개조했다는 하르트만의 요구, 강찬을 따르겠다는 문바키의 의지, 두 가지 욕구가 충돌한 눈치였다.
이 정도면 문바키의 손에 들린 권총을 빼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신, 권총을 뺏는 그 짧은 순간에 회색으로 뒤덮인 놈이 방아쇠를 당기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강찬 아니면 제라르는 무조건 머리통이 뚫린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문바키와 그를 빤히 들여다보는 강찬의 모습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총국장! 어서 쏴!”
하르트만이 볼을 푸들거리면서 문바키를 재촉했고,
“대장?”
이를 악물었는지 제라르의 볼이 일그러졌다.
“대장을 제거한 뒤에 나도 괴물로 만들려고 했답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함정을 팠던 겁니다.”
그걸 아는 놈이 잡혔어?
강찬의 생각을 모르는 제라르의 눈에 독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놈은 달려든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강찬에게 여유를 만들어 주기 위해 뛰어들 거다.
‘하지 마.’
제라르에게 의미 있는 시선을 주었던 강찬은 곧바로 문바키를 찾았다. 입술 끝이 흔들릴 정도로 의식을 찾았다면 강찬의 음성을 반드시 알아들을 거다.
“문바키.”
“우…….”
‘위.’라는 답을 내놓지 못해서 고통에 신음하는 것처럼 들렸다.
피식.
강찬이 독특한 미소를 보인 다음이었다.
그와 동시에 문바키의 얼굴과 손에 든 권총이 흔들렸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하르트만 요하스가 거만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믿었던 문바키가 강찬을 앞에 두고서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만은 분명했다.
강찬은 녹색이 은은하게 밴 문바키의 눈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런 식으로 싸워.”
“우… 으.”
처음보다 더 ‘위.’에 근접한 답을 내놓은 문바키를 하르트만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보았다.
“총국장! 쏘라고!”
강찬은 문바키의 눈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처음에 만났던 유약했던 문바키를 떠올렸다.
이놈과는 동굴로 피했었다.
어라?
“아가데즈의 빛으로 몸을 씻은 사람만이 술탄의 유물이 지닌 진정한 힘을 얻는다던 말을 기억하냐?”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질문을 강찬이 던진 다음이었다.
뚜욱. 뚝. 뚝. 뚝.
문바키의 코에서 흘러내린 코피가 마루에서 튀었다.
“말도 안 돼…….”
하르트만의 놀람이 탄식처럼 쏟아질 때, 강찬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을 하고서 지하로 내려갔었지? 빌어먹을 술탄의 유물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학살당했던 때?”
“위… 이.”
코피가 입가와 턱에 점점 더 많이 묻고 있었는데, 또 그만큼 문바키의 눈빛이 또렷해지고 있었다.
혹시 그런 거냐?
그때 지하실에서 보았던 빛이 블랙헤드의 에너지여서? 그래서 개조한 게 안 먹힌 거야?
피식.
점차 또렷해지는 문바키의 눈을 보며 강찬은 또 한 번 특유의 미소를 보여 준 다음이었다.
“카피… 땐.”
핏물이 잔뜩 묻은 입술을 움직인 문바키가 억지로 움직인 입술로 강찬을 찾았고,
“뭐……?”
얼마나 놀랐는지 비명마저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하르트만 요하스가 커다랗게 변한 눈으로 문바키를 보았다.
“이겨 냈냐, 문바키? 할 수 있겠어?”
강찬의 질문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피로 물든 문바키의 입술이 완벽하게 위로 들렸다.
기특한 새끼!
“집사를 맡아.”
지시가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홱, 문바키가 권총을 돌렸고, 철컥, 강찬이 겨누고 있던 소총으로 제라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퍼억! 와락!
뒤에 있던 놈의 팔을 팔꿈치로 때린 제라르가 상체를 급하게 틀었다.
푸슝! 퍼억!
놀라서 권총의 총구를 돌리는 놈의 이마를 강찬이 시원하게 뚫었고,
타아-앙! 퍼억! 탕! 퍼억!
문바키가 두 발을 연달아 갈겨서 하르트만의 손목을 터트렸다. 확실히 평소의 문바키와 다른 실력이었는데,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털써-억!
회색 가루를 뒤집어썼던 놈이 자빠지기 무섭게 몸을 돌린 제라르가 놈이 가지고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철컥!
그리고는 손목을 잡고 끙끙대는 하르트만의 머리통에 총구를 바싹 붙였다.
“어떻게? 분명 완벽하게 개조했고, 심지어 머리에 총을 쏘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뭐라고 대꾸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문바키는 입술만 꿈틀댈 뿐, 말을 내놓지는 못했다.
“총국장을 개조하는 데 들어간 펜타닐만 해도 치사량 수준이야! 개조가 되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거나 최소한 의식을 잃었어야 해!”
그런데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문바키를 몰아붙이는 거야?
“더럽게 시끄럽네.”
강찬은 항의처럼 고함을 질러 대는 하르트만의 입을 거친 말로 틀어막았다.
“제라르. 치워.”
이렇게 단숨에 지시를 내릴 줄은 몰랐었나 보다.
“부총국장! 나를 이용하면 죽지 않는 요원들과 대원들을 지닐 수 있소!”
피식.
“저런 새끼에게는 탄알도 아깝다. 얼른 치워.”
콰악. 눈을 매섭게 뜬 제라르가 하르트만의 머리통을 붙드는 순간이었다.
“괴물이 되지 않는 방법도 알려 주겠소!”
이 새끼 봐?
강찬은 얼른 손을 들어서 제라르를 잠시 말렸다.
“살려 준다고 약속하시오.”
놈이 내건 조건을 듣고 강찬은 피식 웃었다.
“이 새끼고, 저 새끼고, 왜 다른 사람은 쉽게 죽이면서 본인은 살려고 하는 거지? 심지어 다른 사람의 죽음마저 뺏어 놓고 말이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앞으로 움직인 강찬은 제라르가 붙들고 있던 놈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게르만의 집사?
닉네임부터 재수 없어, 이 새끼는.
휙!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콰작!
강찬은 오른손 손날로 놈의 얼굴을 있는 힘껏 올려쳤다.
그사이 괴물로 변한 남자들을 해치우느라 튄 피가 시커멓게 굳어 있었는데, 그 위로 하르트만의 피가 새롭게 튀었다.
“봐, 이 새끼야.”
정신이 반쯤 나간 하르트만의 머리통을 강찬은 재킷의 앞으로 바싹 당겼다.
“너나 나, 목이 갈라지고도 버둥대는 저 남자들 모두 피는 붉어! 조금 더 많다고,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있다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피가 파란 새끼, 노란 새끼, 하얀 새끼는 없는 거라고!”
“위…….”
“맞으면 아프고, 목을 돌리면 뒈지고, 없으면 서글프고, 당하면 아프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겠어?”
“위…….”
넋이 나가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답이었다.
“알기는 뭘 알아, 이 개새끼야!”
콰작! 콰작! 콰작!
손날로 세 번을 더 올려 치자 하르트만의 다리가 접혔고,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이쯤이면 되겠다.
“너에게 이런 일을 시킨 놈은?”
“정확하게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그럼 그렇지.
바로 윗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이 괴물이 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사기를 쳐?
고작 이런 새끼가 다른 사람의 삶은 잘도 뺏었다. 본인도 결국 누군가의 하수인인 주제에 말이다.
“개새끼.”
콰윽. 강찬은 놈의 머리통을 힘껏 잡았다.
콰드드드득.
그리고는 그 어떤 순간보다 세차고 강하게 돌렸다.
털써-억.
바닥에 엎어진 하르트만의 얼굴이 강찬을 향해 있었다. 진짜 놀라고 무서웠던 모양인지, 감지 못한 눈에 공포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만?
이 새끼가 혹시 정신이 멀쩡한 괴물이 돼 있는 거 아냐?
강찬은 위로 향해 있는 놈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권총.”
강찬은 제라르에게서 권총을 받아 놈의 눈알을 겨눴다.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아직 버둥대는 저 남자들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죽음을 받은 거니까 억울해할 건 없는데, 정 분하면 지옥에서 기다려. 그때는 사과하는 의미로 서울 구경을 시켜 주마.
타앙! 타앙! 타아-앙! 타앙!
놈의 눈을 먼저 두 개 다 터트렸고, 이어서 미간, 마지막으로 목구멍에 구멍을 뚫어 주었다.
우선 급한 일부터.
권총을 늘어트린 채 하르트만을 내려다보는 문바키는 아직 제대로 말하거나 활동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문바키를 먼저 돌아보았던 강찬은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 안느입니다.
결과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나 보다. 답을 하는 안느의 음성에 안도의 감정이 분명하게 묻어 있었다.
“총국장을 찾았고, 하르트만을 제거했다.”
– 고생하셨습니다, 부총국장님.
“이 근처에 믿을 만한 요원이 있나?”
– 현재 위치를 감추고 활동하느라 그 정보까지는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위고에게 연락하겠다. 안느는 정보총국으로 복귀할 준비를 해 둬.”
– 알겠습니다, 부총국장님.
통화를 마친 강찬은 제라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움직이자.”
“공동묘지로 가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인 강찬이 몸을 돌릴 때였다.
“집사 놈을 데려가면 어떻겠습니까? 엎드려서 넣어 주면 좋을 거 같은데요?”
엎드려서 넣어 주자고?
제라르를 바라보던 강찬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웃음을 본 제라르가 널브러진 놈의 팔을 당겼다.
***
아랍의 신은 이런 순간을 짐작했을까?
‘인샬라’라는 말과 함께 5달러를 받았던 주유소 직원의 활약은 놀라웠다.
“동료가 다쳤어! 의사가 필요해!”
이용우의 외침을 들은 그는 맨발로 뛰어가 나이가 많은 남자를 데려왔다.
“총상 아니오? 여기는 그런 치료를 하기는 어렵소.”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혈액이라도 걸어 줘요.”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데…….”
이 양반이 의사는 맞아?
의심이 부쩍 든 이용우의 눈길을 피하는 것처럼 의사가 고개를 돌렸다.
“아마드! 혈액을 제공할 사람들을 모아!”
“율법에 어긋나지 않나요?”
내내 이용우를 위해 뛰었던 아마드가 헌혈만큼은 한 발짝 물러섰다.
“아마드. 신의 뜻이 너와 나를 만나게 했고, 이렇게 도움을 청하게 한 거야! 일단 찾기라도 해 봐!!”
이용우의 눈을 들여다본 주유소 직원 모하메드가 몸을 돌려 뛰어나간 다음이었다.
“헬리콥터가 올 겁니다. 그때까지 내 피라도 넣어 주세요.”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옮깁시다.”
이용우가 운전석, 의사가 뒤편에 올라탔다.
소총을 비롯한 무기들을 보았을 텐데 의사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주유소를 나와 거친 길을 10분쯤 달린 뒤에 도착한 곳은 제법 형태를 갖춘 주택이었다.
뛰쳐나오다시피 운전석을 나선 이용우는 피에 물든 신동철의 몸을 안았다.
‘죽었나?’
가슴이 철렁했으나 이용우는 신동철을 안고 의사가 열어 주는 문 안으로 달렸다. 이미 의식은 없었고, 숨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며, 몸도 차갑게 느껴졌다.
“여기 눕혀요.”
의사는 맞는 모양이었다.
주택 안에 나무문을 열자 책상과 그 앞에 간이침대가 있었고, 청진기와 얼마나 사용했을까 싶을 정도로 오래된 혈압 체크 도구도 보였다.
“내가 O형이니까 얼른 수혈해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하면 오히려 환자가 위험해요. 환자의 혈액형은?”
“B형이요. RH 마이너스니 뭐니 없는 그냥 B형. 검사할 장비도 딱히 없는 거 아닙니까? 헬리콥터가 30분이면 온다니까 일단 하세요.”
잠깐 망설였던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으로 앉아요.”
바늘이나 제대로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갖춘 모양이었다. 비닐을 뜯은 의사가 이용우에게 먼저 바늘을 꽂아 튜브에 피를 받았다.
“바로 연결 안 됩니까?”
“배터리 연결하는 게 아니잖소? ”
말을 하는 사이 의사는 신동철의 혈압을 체크하기 위해 튜브를 감고서 빠르게 바람을 집어넣었다.
“그럼 내 피가 빨리 나오게나 해 줘요.”
“잠깐만 있어 봐요.”
청진기로 혈압을 체크한 그가 이번에는 구석에 있던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염병할, 뭔 약병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는 거야?
낙후된 시설에 왔으니 인정할 건 해야 했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혈압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링거를 신동철에게 연결한 의사가 팩을 손으로 짜고 있었다.
간이침대에 누운 신동철의 입가와 가슴을 흠뻑 적신 피를 보며 이용우가 이를 잘근 씹을 때였다.
“이런…….”
링거팩을 벽에 건 의사가 신동철에게 올라탔다.
피에 물든 신동철의 가슴을 의사가 꾹꾹 눌렀는데, 그때마다 상처에서 새로운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여기 다 찼어! 내 피를 넣어 줘요!”
이용우가 고함을 버럭 질렀으나, 의사는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신동철의 가슴만 눌러 댔다.
“내가 누를 테니까 피부터 연결하라니까!”
바늘을 꽂은 상태에서 이용우가 다가갔을 때였다.
손을 멈춘 의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이용우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늦었소.”
“뭐라는 거야? 그 새끼 죽을 놈이 아냐! CPR이든, 뭐든 해 보라고!”
“여기에는 제세동기도 없소. 그리고 이 환자는 사망했소.”
“야, 이…….”
눈을 부라렸으나 솔직히 눈앞에 있는 의사는 잘못한 거 없다.
“씨발.”
가쁜 숨을 내쉰 이용우는 새하얗게 변한 신동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씨발…….”
수화로 대화한다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던 놈이었다. 눈이 새하얗게 뒤집힌 이용우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