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85)
666화 도깨비로 왔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 (2)
벌써 세 번째 건물이었다.
투두두둑! 투둑! 투두둑!
적의 반항은 대단했다.
푸슝! 퍼억! 푸슈슝! 퍼버벅!
미칠 일이다.
죄다 괴물로 변했는지 어떻게 된 게 머리통이 터져도 죽어 자빠지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투두둑! 푸슝! 투둑! 푸슈슝!
‘뭐 하냐!’
적의 저격에 대비해 방아쇠를 당기던 곽철호가 볼을 씰룩이는 순간이었다.
푸쉬-이!
어깨에 발사기를 건 대원이 미사일을 날렸다.
콰으-응! 콰드드드!
하얀 꼬리를 남기며 로켓이 날았고, 건물에 파고든 직후에 폭발이 일어났으며, 2층의 절반이 무너졌다.
이걸 기다렸다. 바로 이 순간을!
“이익!”
몸을 숨겼던 둔덕을 뛰어오른 곽철호는 건물로 달렸다.
대령이지, 나이 많지, 적당히 해도 뭐랄 사람 없는데 가장 앞에서 달리는 저 마음을 대원들이 왜 모르겠나.
어렵고 힘든 상황은 자신이 짊어질 테니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국이 어려울 때 힘이 되라는 곽철호의 마음을.
“대령님을 엄호해!”
푸슝! 퍼억! 푸슈슝! 퍼억! 푸슝! 퍼억!
행여나 곽철호가 다칠세라 뒤따르던 대원들이 건물을 향해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터억.
건물 벽에 붙은 곽철호가 수류탄을 꺼내자 바로 곁으로 달려온 대원 역시 수류탄을 뽑았다.
시선이 마주친 다음이었다.
‘하나, 둘!’
티잉! 휘익! 휙!
창으로 두 개의 수류탄을 던져 넣었고, 몸을 숙이는 것과 동시에 건물과 바닥이 요란하게 흔들렸으며, 동시에 창을 통해 폭발의 여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곽철호가 상체를 들기도 전이었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창으로 상체를 세운 대원들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고, 그 뒤에 있던 대원이 물이 담긴 팩을 좌우로 뿌렸다.
‘이놈들이?’
곽철호를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대원들이 얼마나 다부지게 달려들었는지 곽철호는 창에 총구조차 내밀지 못했다.
그뿐이냐?
휘익! 휙!
곽철호가 지켜보는 앞에서 대원 두 명이 창을 통해 뛰어들었다.
순간, 곽철호는 비무장팀 선배들을 떠올렸다.
빛나는 후배들을 누가 다치게 했냐며 악쓰던 나이 든 선배들의 날렵하고, 능숙한 동작들을 대원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선배들에게 부끄럽지는 않겠다.
그분들에게 받은 경험을 이 정도로 내려 줬으니까.
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곽철호가 볼을 씰룩일 때였다.
부슈-웅!
저격용 소총 소리가 허공을 찢었고,
치잇.
“RPG 제거! 서둘러!”
저격을 맡은 대원의 독촉이 날아들었다.
그 직후였다.
창으로 들어갔던 대원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렸으니 건물 안을 확인할 때였다.
툭툭.
앞쪽 대원의 어깨를 두들긴 곽철호는 자세를 낮추고 문으로 뛰어들었다.
철컥! 철컥!
좌우를 살핀 곽철호가 위쪽 계단을 바라보며 엄호했고, 뒤를 지키던 대원이 뛰어들었다. 그리고,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2층에서 연달아 아군의 소총 소리가 울렸다.
뭐야? 뭔데?
궁금하지만 아래층을 지키는 게 곽철호의 임무였다.
곽철호가 궁금한 시선을 계단 위로 던진 다음이었다.
치잇.
– 타깃 확보했다. 다시 말한다. 타깃 확보했다.
반군 수장 후티를 찾았다는 무전이 곽철호의 귀를 파고들었다.
자랑스럽다. 이럴 때는.
선배들이 보았다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후배들의 모습이 말이다.
치이-잇.
– 괴물로 변해서 물로 제압하겠다.
이어서 무전이 들어왔고,
“끄아아-아!”
2층에서 터진 처절한 비명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아래쪽을 경계하는 곽철호가 갑갑한 심정으로 지켜볼 때였다.
치잇.
– 대령님. 확인 바랍니다.
무전이 곽철호를 찾았다.
‘확인하고 올 테니 조심해.’
앞에 있는 대원에게 시선을 던진 곽철호는 소총을 겨눈 자세로 계단을 올라갔다.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가면서 2층 거실이 눈에 들어왔고,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남자와 그들 둘러싼 대원들이 차례로 보였다.
부슈-웅! 부슈-웅!
치잇.
– RPG 제거.
옆 건물에서 알라의 요술봉을 겨누던 적을 아군 저격수가 또 잡은 모양이었다. 아직 남은 건물과 적들이 있는 상태여서 서두르는 게 좋았다.
다가선 곽철호는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마에 한 방, 미간과 심장에 두 발씩 얻어맞고도 아직 꿈틀대는 남자는 반군 수장 후티가 분명했다.
고개를 든 곽철호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장까지 괴물이 되었다면 이미 걷잡기 어렵게 번졌다는 건데…….’
반군 수장을 잡았는데도 곽철호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
헬리콥터로 공항에 도착한 석강호는 가장 먼저 의무실로 향했다. 낮이라면 직원이며 탑승객들이 제법 있었을 텐데 다행히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었다.
“무슨 일……?”
부상자인 줄 알고 다가오던 의료팀이 대원들이 들고 있는 비닐 팩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콧수염을 기른 의사가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듯한 비닐 쿠션 침대를 가리켰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대원들이 침대에 신동철을 올리고 비닐 팩의 지퍼를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비닐 팩 안쪽에 고여 있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망자를 어떻게 하라고?
새하얗게 변한 신동철의 얼굴을 확인한 의사가 고개를 들었다.
“핏자국 지우고, 상처를 가려 줄 수 있소?”
“이 정도 총상은 가릴 방법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만 부탁합시다.”
이용우 이상으로 아랍어가 능숙한 석강호의 당부였다.
“해 보겠습니다.”
의사가 필요한 물품을 챙길 때였다.
석강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통화돼요?”
– 이쪽도 조금 전에 끝났다. 어떻게 됐어?
“신동철이 사망했습니다.”
– 젠장.
집사가 어떻게 됐냐는 질문조차 내놓지 않은 석강호가 결과를 전했고, 돌아온 건 강찬의 욕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곳에는 신동철을 보관할 장소가 없소. 굳이 평화유지군 본부로 보내는 거보다 여기 있는 수송기로 한국에 보냈으면 하는데 괜찮겠소?”
– 뺄 인원이 있어?
강찬의 질문을 받은 석강호가 힐끔 이용우를 눈에 담았다.
“대장이 전사한 대원들을 어떻게 예우하는지 아는데 이송을 이용우에게 맡겼으면 싶소. 나머지 예우는 본부에 내가 전화해서 맡아 달라고 하겠소.”
통화를 듣고 있던 이용우가 의아한 눈으로 석강호를 보고 있었다.
“동철이 말이오. 가족이라고는 집에서 기다리는 홀어머니 한 분이랍디다. 그냥 보내게 해 주쇼.”
– 알았다. 본부에 전화해서 한국 도착 후 예우에 소홀하지 않도록 협조 요청해.
“고맙소.”
통화를 마친 석강호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에 이용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 끝나는 대로 한국으로 출발해. 가서 신동철 모친 찾아뵙고 빈자리 메워 드리고 와. 그러지 않으면 홀로 계신 어머니도 죽는다.”
“저는 민간인 신분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입국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할 거 없다.”
당황해서 시선을 돌린 이용우를 향해 차동균이 고개를 묵직하게 끄덕여 주었다.
“다녀와. 가서 상주도 하고, 살아갈 힘을 잃은 어머니에게 동철이 대신 아들 노릇도 좀 해 드려. 그래서 너를 만날 희망이라도 품게 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석강호의 무거운 눈빛을 확인한 이용우가 나직하게 답을 내놓았다.
***
침투조를 향해 있던 적의 뒤를 윤상기와 대원들이 제대로 찔렀다.
푸슝! 푸슝! 푸슈슝!
앞은 독이 잔뜩 오른 침투조였고.
푸쉬이이-! 콰으으응!
뒤에서는 월등한 화력을 지닌 윤상기와 대원들이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물론 이마가 터진 적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으나 이 또한 평화유지군 대원들은 지겹게 경험했던 일이었다. 게다가 전투 능력과 무기, 장비 면에서도 월등히 뛰어났다.
푸쉬-이! 푸쉬이-!
아무리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연달아 날리는 휴대용 로켓과 대원들이 수시로 던지는 수류탄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단숨에 밀어붙였다. 그리고, 큐브까지 거리라 봐야 10여 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앞을 지키는 십여 명만 해결하면, 먼저 큐브를 차지한다. 행여나 큐브가 파괴될까, 휴대용 미사일마저 자제하며 밀고 들어갈 때였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뭐……?’
적을 겨누던 강철규의 심장이 느닷없이 경고를 던졌다.
멈칫하는 강철규를 부상 탓이라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푸슝! 푸슈-웅! 푸슝!
치잇.
“이쪽에 로켓 하나 쏴!”
침투조 대원들이 악에 받친 듯이 달려들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설명할 틈은 없었다.
뭐지?
혹시 적에게도 지원군이 있어서 뒤를 노리나?
강철규가 뒤를 살피는 순간이었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이제 죽어!
다 죽는다고!
심장이 주는 경고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섬뜩하게 바뀌었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
강철규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혼자라면 몰라도 대원들과 함께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치잇.
“윤상기 중령! 대원들을 전부 뒤로 빼!”
얼마나 급했는지 여행사라는 음어조차 내뱉지 못했다.
치잇.
“침투조! 전원 처음 위치로 돌아간다!”
침투조는 강철규의 근처에서 명령을 들었다. 그러나 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떨어진 명령이라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치이-잇.
– 무슨 일입니까?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치잇.
“설명은 나중에 하자! 명령이니까 전원 원래 자리로 돌아가!”
강철규의 위치, 그가 만들어 낸 전설, 강찬을 비롯한 수뇌부가 고개 숙이는 유일한 남자, 그리고 늘 여유롭던 그가 악을 쓰듯 던지는 명령.
치잇.
– 여행사 후퇴!
윤상기가 강철규의 지시를 받았고, 근처에 있던 침투조가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투두둑! 푸슝! 푸슈-슝! 투두둑!
치잇.
“대응 사격 하지 말고, 그냥 물러나!”
후퇴하는 뒤통수에 대고 총질하도록 그냥 두라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대원들의 의문에 주는 답처럼 강철규는 홀로 서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때마다 적의 이마와 미간이 연달아 터졌다.
치잇!
– 학장님! 이제 나오십시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슈-슝!
몸을 뺀 대원들이 엄호 사격을 시작하는 순간, 강철규는 몸을 돌렸다.
치이-잇!
– 학장님을 엄호……!
대원이 지른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콰으으-응!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등 뒤에서 터졌고, 동시에 거센 충격이 강철규를 덮쳤다.
이거……!
큐브에 달아 놓은 폭발 장치!
후욱. 후욱. 후욱. 후욱.
몸이 붕 뜨는 순간, 강철규를 둘러싼 세상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처박은 대원, 그 와중에도 인상을 긁어 가며 이쪽을 바라보는 대원이 눈에 들어왔고, 주변을 뒤덮다시피 스쳐 지나가는 파편들이 보였으며,
퍼윽. 퍼어-억. 퍼벅.
그중 몇 개가 강철규의 등과 허리, 다리에 박혔다.
나쁘지 않다.
이런 결과는.
빛나는 후배들을 지킬 수 있었으니 더더욱 더.
천천히 흘러가는 세상에서 몸뚱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털써-억!
바닥에 처박힌 강철규는 바닥을 몇 번이나 굴렀다.
“학자-앙니임!”
대원들이 부르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렸고, 별이 가득한 하늘을 가리며 달려드는 대원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눈에 담겼다.
“학자-앙니-임.”
비명처럼 부르는 대원의 음성이 조금 더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학장님! 학장니-임!”
점점 더 흐릿해지는 시선 속에서 누군가 강철규의 상체를 붙들었다.
윤상기인가 싶었다.
***
파리의 시내에 있는 호텔이었다.
요원들의 도움으로 호텔에 들른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치료받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여유?
염병할, 마음 같으면 당장 예멘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아직 정상이 아닌 문바키를 염려해 호텔에서 죽치며 저녁을 먹는 거다. 식사도 전투 중간에 있는 것처럼 욱여넣다시피 마쳤다.
얼른 좀 끝내라, 문바키.
그가 정보총국 본진에 있는 배신자들을 처리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예멘으로 날아갈 참이었다.
달각.
포크를 내려놓은 강찬은 물을 시원하게 마셨다.
식사가 끝났으니까.
상처투성이 손으로 담배를 집은 강찬은 냅킨으로 입을 닦는 제라르에게 내밀었다. 놈이 하나를 빼자 강찬은 탄창을 교체하듯 능숙하게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 끝에 대고 라이터를 켠 순간이었다.
섬뜩.
솜털이 바싹 곤두서는 긴장이 강찬을 덮쳤고, 이어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평소 받던 심장의 경고와는 확연하게 다른 반응이었다.
“대장?”
제라르가 조심스럽게 부를 때, 강찬은 라이터를 내려놓았고, 이어서 시선을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일이 벌어집니까?”
“영감?”
“예? 학장님 말입니까?”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담은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창가로 움직였다.
“후-.”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굳이 말하라면 심장이 아니라 몸 전체를 채운 피가 알려 주는 느낌이었다.
진짜 문제가 생겼나?
세상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전투 능력을 지닌 비무장왕이?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심장이 주는 경고가 없어지지 않았다. 직접 들은 이야기였다. 더구나 아프리카와 예멘에서 보았던 강철규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고, 세월만큼의 깊이마저 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작전에 나서는 걸 굳이 말리지 않았다.
비무장왕이니까.
그만큼 믿었으니까.
나이 먹었다는 이유로 꺾고 싶지 않았으니까.
강찬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제라르였다.
놈이 조심스럽게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영감에게 일이 생긴 모양이다.”
“예?”
억지로 견디는 강찬, 놀란 눈으로 곁에 서 있는 제라르의 모습이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한 창에 고스란히 담겼다.
“확인하죠.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제라르가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우웅.
탁자 위에 두었던 강찬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몸을 떨었다.
강찬을 힐끔 살핀 제라르가 빠르게 움직여 스마트폰을 가져왔다.
“스피커폰 버튼을 눌러.”
“위.”
제라르가 스피커폰 버튼을 누른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 대장!
다예의 급한 음성이 들리는 순간, 강찬은 볼이 씰룩일 정도로 이를 깨물었다.
“다예. 그냥 말해. 영감에게 일이 생겼어?”
– 어떻게 알았소?
지금 그게 궁금할 일이냐!
– 큐브가 폭발했답니다. 다 밀어붙인 상태에서 학장님이 후퇴 명령을 내렸다는 거요. 덕분에 대원들의 희생은 줄었는데 대신 학장님은 후퇴하는 대원들을 혼자 지키다가 폭발에 휘말려서…….
“요점만 말해.”
– 끝까지 좀 들어 봐요. 아무튼, 대원들은 모두 멀쩡하고 대신 학장님은 위독한 상태랍니다.
고개를 돌린 강찬은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살아 있다고?”
– 대장에게 수혈받은 게 있는데 쉽게 가시겠소? 일단 기다려 봅시다. 그런데 학장님 소식은 어떻게 알았소?
강찬은 뭐라 답하지 못했다.
– 아! 곽철호 대령이 반군 수장을 잡았소. 이미 괴물이 돼서 물로 처리했다는데, 건물에 남은 반군들을 상대하는 중이랍니다.
“후티까지 괴물이 됐다면 심각한 거잖아?”
– 곽 대령도 감염이 시작된 거라고 판단합디다.
“알았다.”
통화하다가 이렇게까지 지치기는 또 처음이었다.
– 언제 오쇼?
“문바키 상황 보고 출발하려고.”
– 하여간 대장 곁에는 내가 있어야 하는 거요. 갑갑하더라도 좀 참으쇼.
“알았다고.”
강찬의 대꾸를 들은 석강호가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