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87)
668화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 펼쳐지는 거예요 (1)
아침이 밝았고,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 그 외에 몇 가지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입가를 닦던 강찬을 스마트폰이 찾았다.
끝났나?
액정을 확인한 강찬은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알로?”
– 문바키입니다, 대장. 제거 인원 109명으로 정보총국의 정리 90퍼센트를 마쳤습니다.
“남은 10퍼센트는?”
– 임무를 핑계로 외곽에 있는 요원들인데 중요하지 않은 직책입니다. 그렇더라도 제거 명령을 내려 놓아서 5시간 뒤에는 완료될 거로 판단합니다.
밤새 기다린 보람이 있는 내용이어서 강찬은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몸 상태는?”
– 지금은 정신이 또렷합니다. 간이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블랙헤드 에너지에 노출되면 엉뚱한 반응이 나올지 모르니까 그 점을 조심해.”
– 조심하겠습니다.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나 싶은 순간이었다.
– 러시아의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와 미국 CIA 수장 칼튼 숀이 비밀리에 회동했습니다. 그 회동을 주선한 곳이 모사드이고요.
문바키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이 새끼들 봐?
시선을 드는 강찬 앞에서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우그러트리며 웃었다. 내내 의심하던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들은 두 놈이 수작을 부린 거라면, 몸통을 잡을 확률이 더욱 높아진 거다.
“안드레이 놈의 동선을 확실하게 파악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고.”
– 알겠습니다.
드디어 윤곽을 잡았다는 생각에 강찬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참이었다.
– 대장. 예멘에서 퍼지는 감염이 심상치 않습니다. 반군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번지는 형태이고, 그 외에 미국 특수부대에서 감염 증세가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또다시 문바키가 예상 밖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이렇게 빠르고 세밀한 정보 때문이었다.
집사라는 놈이 정보총국을 먹으려 한 이유와 강찬이 죽음을 각오하고서도 문바키와 정보총국을 되찾으려 한 이유가 말이다.
“대책은?”
– UN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다만, 발표 전에 조사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동안은 예멘을 위험 국가로 지정해 입국과 출국을 봉쇄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정보총국은 이미 내용을 프랑스에 보고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해야 효과가 있는 거잖아? 그러려면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거 아냐?”
– 그래서 말인데, 평화유지군을 통해 예멘 공항과 항만을 통제하고,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을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게 어떻겠습니까?
강찬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먼저 예멘의 기다란 해안선을 모조리 틀어막기에는 평화유지군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아무리 틀어막는다고 해도 밀입국을 완벽하게 막는다는 건 이론상으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젠장!
그보다 중요하고 급한 문제도 있다.
“반군을 상대했던 평화유지군 중에도 감염된 대원이 있을 수 있잖아?”
– 그 점도 고민했습니다. 현재 번지고 있는 증상에 관해 가장 깊이 이해한 연구진이 로일 박사 팀입니다. 그들을 평화유지군과 함께 예멘에 파견해서 대원들을 검사하는 게 가장 확실한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더는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딱 떨어지는 대책이었다.
“우선은 그게 가장 확실하겠다. 평화유지군 본부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다른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찬은 바로 평화유지군 본부 번호를 찾아 이번에도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 소령 장팔모입니다.
“소령님. 강찬입니다. 조용하게 통화해야 하는데 가능한가요?
-지금 혼자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강찬은 장팔모에게 감염과 관련된 상황을 먼저 들려주었다. 그런 뒤에 연구팀과 의료진의 파견을 요청했다.
“예멘에 있는 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로일 박사팀과 함께 가는 거라고 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대신 지휘관에게는 지금 말씀드린 내용을 알려 주셔도 됩니다.”
– 강태산을 지휘관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부상이나 감염 상태는요?”
– 감염에 관해서는 안전 판정을 받았고,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계속 붙잡아 두면 제가 다른 일을 못 하게 됩니다.
강찬은 피식 웃었다.
그사이, 장팔모 소령이 고개를 저을 정도로 독종이 된 모양이었다.
“지휘관 임명은 소령님이 판단하세요.”
– 알겠습니다. 아! 부원장님. 김형정 본부장이 정보실 개편 업무를 위해 상황실에 있습니다. 참고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찬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문바키가 돌아오니까 확실히 팽팽 돌아갑니다.”
“예멘에서 그 지랄을 떨었는데, 이 정도는 얻어야지.”
강찬의 대꾸에 제라르가 당연하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펠트와 라우드의 대가리를 돌려 줬으니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움직일 건 예상했던 일인데, 러시아의 그 불곰 새끼는 왜 끼어든 걸까요?”
강찬 역시 궁금한 일이었다.
“굳이 짐작 가는 걸 말하자면, 보조 배터리들이 블랙헤드 에너지를 받고서 갑자기 날뛰던 거다. 기억하지? 내가 전부 서울 구경을 시켜 주면서 끝난 놈들?”
“나도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마를 뚫어도 설치는 통에 대장이 목을 하나씩 잘라서 끝냈었으니까요.”
“그때 보조 배터리를 만들었던 놈들이 안드레이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그 새끼. 다음에 보면 아예 목을 옆으로 꺾어 놓을 겁니다.”
“덩치가 더 커졌던데 되겠냐?”
“은퇴해서 살이 뒤룩뒤룩 찐 놈 아닙니까? 혹시 그 불곰 새끼 맞는 거 보게 되더라도 말리지 마십시오.”
당시가 떠오른 것처럼 제라르의 눈에 분노가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었다.
말리기는, 원래 이런 거 강찬은 그냥 지켜보는 편이다.
“두들기더라도 조사가 끝난 뒤에 해.”
“예.”
제라르의 답을 들은 직후였다.
강찬은 퍼뜩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내렸다.
“이용우!”
“예?”
“신동철의 이송을 위해 수송기로 출발했으니까 만약 이용우가 감염되었다면 한국에 증세가 번질 수도 있잖아?”
설명하던 강찬은 빠르게 스마트폰을 들고서 번호를 찾았다.
다급한 강찬의 심정과 달리 신호음만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
상처의 치료와 감염 증상이 있는지를 정교하게 검사하겠다는 로일 박사의 의견에 따라, 강태산은 하루를 병실에서 죽쳤다. 갑갑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부대의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과정이었다.
해가 높이 떴는데 뭐 하는 거야?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신경이 곤두서 있던 강태산의 시선 앞에서 마침내 로일이 병실에 들어섰다.
“결과가 언제 나옵니까?”
“상처가 그렇게 심한데 정말 걱정 안 돼요? 아니, 그보다 통증이 심할 텐데 그 몸으로 뭘 하려고 그렇게 서둘러요?”
“예멘에서 평화유지군이 싸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독재자들이 활개 치고요. 이렇게 죽치는 동안 동료와 애꿎은 사람들이 죽어 갑니다. 그걸 모른 척 병실에 있는 게 상처보다 백 배는 더 고통스럽습니다.”
“말해 뭐 하겠어요? 이제 나가도 돼요. 거기 두 분도요.”
로일의 결정이 나오기 무섭게 강태산은 침대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새롭게 가져다 놓은 군복을 침대에 던졌다.
그 직후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로일 박사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뭐 하자는 거야?
곱지 않은 강태산의 눈빛에도 로일은 밀리지 않았다.
“앞으로 쉽지 않은 싸움이 벌어질지 몰라요. 그때는 쉬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을 테니까, 가능할 때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져요.”
뭐지? 장난은 아닌데?
바싹 고개를 들이민 이유가 경고를 전하기 위해서라는 건 알았다. 그러나 도대체 그 경고가 어떤 위험을 말하는 건지는 당장 알 길이 없었다.
“장 소령님이 찾는다고 전해 달라던데요?”
시선에 담긴 의문을 빤히 알 텐데도 상체를 세운 로일은 짧은 전달을 남기고 병실을 나섰다.
‘하여간 까탈스러워.’
강태산은 새로 준비한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상반신에 붕대가 감겼고, 그밖에도 곳곳에 커다란 거즈를 붙여서 맨살 반, 붕대와 거즈 반의 몸뚱이를 군복 안에 넣은 뒤였다. 역시나 군복으로 갈아입은 이준호와 살로이가 강태산에게 다가왔다.
“소령님에게 가 볼 테니까 숙소에서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두 사람에게 지시한 강태산은 바로 장팔모 소령의 방으로 움직였다. 복도를 걷는 동안이었다. 짧게 경례를 올리는 대원들의 시선과 표정이 이전과 미묘하게 달랐다.
양동식 소령과 대원들의 희생 때문일까?
아니면 공연히 날카로워져서 그렇게 보이는 건가?
대원들을 붙잡고 물어볼 일은 아니어서 강태산은 그대로 장팔모 소령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소령님 계셔?”
“그렇지 않아도 오시면 바로 들어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갈게.”
부관의 앞을 지난 강태산은 장팔모 소령의 집무실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간 강태산의 경례를 책상 앞에 앉은 장팔모가 짧은 동작으로 받았다.
“앉아.”
강태산은 장팔모의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후-.”
어떤 일에도 주저하는 법이 없는 장팔모였다. 그런 그가 강태산을 앞에 두고서 서류를 확인하는 척, 시간을 끌었다.
로일이 의미심장한 말을 내놓았고, 복도에서 마주친 대원들의 표정이 이상하더니, 지금은 멧돼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외모와 성격이 일직선인 장팔모 소령마저 머뭇거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강태산이 침묵으로 기다릴 때였다.
“신동철 말이다. 예멘에서 단독 작전에 나섰다가 전사했다는 보고다.”
고개를 든 장팔모를 멍하니 바라볼 뿐, 강태산은 반문도 하지 못했다.
“커피 농장을 확인하는 임무였는데 그곳에서 체첸 용병으로 추정되는 적과 마주쳤고, 교전 중에 사망했단다.”
“혼자 간 겁니까?”
“이용우라는 전 국가정보원 요원과 단둘이 움직였단다.”
“혹시 말씀하신 이용우가 증평 145기 출신으로 국가정보원에 지원했던 그 친구입니까?”
강태산의 질문을 받은 장팔모가 아예 앞에 두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받은 강태산은 내용을 살폈다.
이용우 맞다.
어떤 훈련에서도 낙오한 적이 없는 진짜 독종이고, 증평의 특수팀에서도 강태산과 함께 항상 앞에 있던 동료였다. 그 바로 뒤가 박중상이었고.
“이용우는 어떻게 됐습니까?”
“부상이 있다는데 이번에 신동철의 수송을 맡아서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들었다. 지금쯤이면…, 도착할 때가 된 거 같다.”
설명을 들은 강태산은 신동철의 사망 통지서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양동식 소령이 붙잡았던 손길의 느낌이 팔뚝에 고스란히 남았고, 휴가증을 받으며 보여 주었던 신동철의 웃음이 그대로 심장에 남았는데 사망 통지서라니.
결단코 이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사망 통지서를 보고 있자니, 참고 있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체첸 용병? 이 개새끼들! 다 죽여 줄 테니까, 보자. 걸리는 새끼는 모조리 목을 잘라서…….”
“강태산!”
강태산은 독기가 풀리지 않은 눈을 들었다.
“힘겨운 전투를 치른 뒤라서 감정이 격해진 건 이해한다만, 동료의 희생을 개인의 분노로 받아들이지 마라.”
시선을 든 책상 맞은편에서 장팔모는 다른 의미로 무서운 눈을 하고 있었다.
“지휘관인 네가 그런 식으로 작전에 나서면 대원들 전체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해져! 그때부터는 전투가 아니라 살육이 벌어지는 거고! 너를 따르는 대원들이 위험해지는 건 말할 거 없고,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돼.”
“임무가 있습니까?”
“지금 너한테는 출동 명령서 못 내린다. 그러니까 나가.”
“소령님?”
“나가!”
장팔모는 단호했다.
“죽어서도 움직이는 증상이 예멘에서 감염으로 번진다는 연락이다. 그곳 대원들의 감염을 확인하고, 감염의 위험을 통제할 인원이 필요해서 평화유지군의 지원을 요청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감염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괴물로 변한 민간인을 상대하는 임무인데, 복수심에 불타는 지휘관을 보냈다가 행여나 잔인한 짓을 해 댄다면 평화유지군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진다.”
“보내 주십시오, 소령님.”
“나가! 가서 냉정하게 돌아보고 지휘관으로 움직일 자신이 생기면 다시 와. 그때 다시 보고 결정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이미 멧돼지가 마음을 굳힌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가 이렇게까지 나올 정도로 강태산이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반성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강태산이 경례한 다음이었다.
“상황실에 먼저 들러.”
“알겠습니다.”
장팔모가 앞뒤 뚝 자른 지시를 던졌는데 강태산은 더 묻지 않았다. 장팔모의 집무실을 나선 강태산은 곧장 상황실로 향했다.
“후-.”
장팔모 소령의 뜻을 모르지 않는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건 분명 잘못한 일이라고 여긴다. 안다. 그러나 그 감정이라는 게 참 묘해서 상황실로 걷는 사이 눌러 두었던 분노가 스멀스멀 머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체첸 용병이라고 했지?
개새끼들, 한 번만 마주쳐라.
볼을 씰룩인 강태산은 상황실의 문을 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