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Blackfield: Deadline RAW novel - Chapter (99)
680화 뭐가 나왔어? (1)
고함을 지르는 곽대출을 향해 천중명은 팔을 높게 들었다.
“두 명이 필요해!”
투두둑! 피비빙! 투둑! 피이-잉!
천중명이 고함을 지르기 무섭게 적의 사격이 허공을 갈랐다.
죽여 줄 테니까 좀 기다려!
상체를 숙인 천중명이 해안을 향해 시선을 돌린 뒤였다. 몸을 잔뜩 숙인 곽대출이 대원 한 명과 달려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무기부터 챙기자.”
천중명은 지프에서 꺼낸 탄창과 수류탄, 탄알을 대원에게 먼저 보냈다.
“뭐야?”
“도깨비로 보자는 말 잊었어?”
“그렇다고 진짜 오면 어떻게 해? 회장이 이러면 지경은 어떻게 하라고?”
“유진교 부회장에 천상기도 있어서, 나 없다고 지경은 안 무너져. 비틀린 운명이 준 지경을 지키겠답시고, 나 하나 믿고 목숨 던진 너를 외면하라고? 그래 놓고 내가 편하게 지낼 거 같냐?”
“졸라 감동이네.”
천중명의 눈을 들여다본 상태에서 곽대출이 뜬금없는 감탄을 쏟아 냈다.
투두두둑! 투둑! 타다당! 투둑!
그 와중에도 밀고 들어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해적의 총질과 반격이 오가고 있었다.
“앞쪽은?”
“감성원 선배가 죽어서도 움직이는 괴물을 혼자 상대하고 희생됐다. 해적은 모두 해결했고.”
“개새끼들이 진짜.”
곽대출이 욕을 뱉어 낼 때였다.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지프를 보고 마음이 급해진 모양인지 해적들의 사격이 연달아 울렸다.
“죽음을 재촉하는 놈들 참 오랜만에 본다. 원하는 거니까 일단 저놈들 먼저 해결하자.”
농담처럼 말을 던진 천중명은 곽대출과 함께 남은 무기를 들고 대피소 앞으로 움직였다.
뭐야? 진짜 회장님이야?
말을 전해 들었을 텐데도 천중명을 확인한 대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왔나? 피범벅에다 소총을 어깨에 둘렀다.
천중명이 대원들을 향해 움직일 때였다.
투두둑! 피이이잉!
해적 하나가 위협하겠다는 투로 총알을 날렸다.
북한군과 똑같은 군복과 무기로 훈련하던 천중명이었다. 그중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던 대원이었고.
철컥! 투둑! 퍼벅!
AK 소총을 겨눈 천중명이 놈의 몸뚱이를 터트렸다.
밤이다.
거리도 꽤 있었다.
도깨비 대원들이 ‘회장이 AK 소총으로?’ 하는 얼굴로 바라보았고, 구르카 용병은 ‘뭔 괴물이 왔어?’ 하는 표정이었다.
진지에 몸을 기댄 천중명은 앞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부서지고 남은 끄트머리가 바다 위로 삐죽 올라온 보트들, 죽어 자빠진 해적들, 그 중간에서 백사장에 몸을 처박고 달려들 기회를 노리는 놈들까지, 누가 봐도 최후의 결전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저 새끼들이 밀고 오면 무조건 불리해. 내가 왼편으로 돌 테니까, 네가 오른쪽을 맡아. 할 수 있겠어?”
“인원은?”
“수류탄을 던질 거니까 두 명씩은 있어야지. 인원 뽑아 주고, RPG 갈기면 시작하는 거로 하자.”
고개를 끄덕인 곽대출이 대원들에게 움직였다.
왼편과 오른쪽에 두 명씩, 모두 네 명을 뽑아내면 남은 인원이라 봐야 열댓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천중명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숙소를 돌아보았다.
이대로 버티다가 적이 떼거리로 달려들면 마지막은 얼굴 마주 대고 총질과 칼질해 대는 싸움으로 이어진다. 막말로 가까이 온 해적 놈들이 컨테이너 숙소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 몇 명이 죽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천중명과 곽대출이 돌아가서 기습하려는 작전에 실패해도 결과는 같다.
이 새끼들은 처음부터 밀어 버릴 계획이었네?
고개를 돌린 천중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해적들을 살필 때였다. 곽대출이 도깨비와 구르카 용병을 각각 두 명씩 데리고 다가왔다.
“이 친구들이 꼭 나서고 싶다고 합니다.”
곽대출이 시선으로 구르카 용병을 가리켰다.
대원들이 있는 자리라 말투가 바뀌어 있었다.
“RPG는?”
“중앙에 있는 대원에게 맡겼습니다.”
처절했던 전투를 증명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인원 모두 상처와 그만큼의 피를 얼굴과 목덜미, 몸에 두르고 있었다.
투두둑! 타다당! 투둑! 투두둑!
지랄들은.
고개를 처박고 방아쇠를 당긴 놈을 힐끔 돌아본 천중명은 자세를 낮췄다.
“여기를 봐.”
그런 뒤에 바닥에 해안선과 해적들의 위치를 그렸다.
“RPG를 발사하면 우리는 이렇게 두 곳으로 달려.”
검지로 양쪽 바깥에 커다랗게 원을 그린 천중명이 해적들의 끝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곳에서 수류탄을 던지며 밀고 들어간다.”
대원들에게 설명한 천중명은 구르카 용병에게 영어로 다시 한번 작전을 들려주었다.
“내가 용병들과 움직일 테니 부회장이 대원들과 돌아.”
투둑! 투두두둑! 투둑!
작전을 방해하려는 듯 적의 총질은 멈추지 않았다.
이쪽의 무기와 탄알이 부족한 건지를 마지막까지 확인하려는 의도도 보였다.
멍청한 새끼들!
밀고 들어올 계획이었다면 벌써 했어야지!
해적들의 사격을 무시한 상태로 천중명은 소총을 앞으로 둘렀다. 수류탄과 대검을 챙기고, 탄창을 두 개씩 꽂아 넣은 다음이었다.
“시작하자.”
천중명이 지시했고, 그 끝에서 곽대출이 대원을 향해 고갯짓을 던졌다.
곧 있을 전투를 기대하는 걸까?
어둠에 잔뜩 스며든 죽음의 냄새가 진득한 화약 냄새를 타고 천중명의 주변을 넘실대고 있었다.
출발을 앞둔 천중명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앞을 노려보았다.
세상 참 무섭다.
가진 놈이 더 가지겠다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 더 기가 막힌 건 가진 놈을 위해 무기를 든 인간들이 삶의 무게에 눌려 어쩌지 못하고 해적이 된 불행한 인생들이라는 점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런 짓거리를 꾸민 놈, 너는 나중에 보자.
처음부터 펄펄 끓는 물에 던져 줄 테니까.
천중명이 누군지 모를 적을 벼를 때였다.
“시작합니다.”
곽대출의 나직한 음성이 천중명의 시선을 당겼다.
끄덕.
천중명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곽대출이 시선을 던졌다.
삐이이이-융!
곧바로 하얀 연기를 날리며 RPG가 날았고,
투두둑! 투둑! 콰으으응!
RPG를 막아 보려는 해적들 주변이 터졌으며, 모래가 커다랗게 치솟았다.
휙!
천중명이 뛰었고, 구르카 용병 두 명이 그 뒤를 따랐다.
타다당! 투두둑! 투둑! 투두둑! 삐이이이- 융!
백사장을 달리는 건 원래 힘들다.
무기를 주렁주렁 걸고, 소총을 안은 상태에서 자세마저 잔뜩 낮춘 터라 발을 내디딜 때마다 허리와 무릎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달려들었다.
‘끄응!’
도깨비는 있잖아!
적진 침투와 파괴, 목표 대상의 제거를 위해 훈련받거든.
너희가 상상도 못 하는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혀!
이를 악물며 달리는 천중명의 뒤를 구르카 용병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따라붙고 있었다.
투두둑! 투둑! 타다다당! 투둑! 삐이이-융!
탄알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해적들의 시선을 뺏기 위해 남은 대원들과 구르카 용병이 연신 방아쇠를 당기고 있어서 마음이 더 급했다.
“허억! 헉! 허억!”
커다랗게 돌아간 천중명이 마침내 모랫바닥에 몸을 던졌다. 그 직후에 두 명의 구르카 용병들도 천중명의 좌우로 엎어지듯 떨어져 내렸다.
“준비해.”
말보다는 시선으로 뜻을 주고받았다.
티잉! 팅! 티잉! 티잉!
수류탄 네 개를 준비한 구르카 용병 앞에서 천중명은 소총을 어깨에 걸었다.
끄덕.
천중명이 고갯짓을 한 직후였다.
휙! 휘익! 휙! 휘이-익!
포물선을 그린 수류탄이 어둠으로 사라졌고,
콰응! 쾅! 콰으응! 콰으응!
폭발음과 함께 모래들이 사방으로 거칠게 튀었다.
몸을 세운 천중명은 훅, 앞으로 달렸다.
투둑! 투둑! 투둑! 투둑! 투둑!
이해한다. 해적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겠다며 해적까지 된 운명을.
투둑! 투둑! 투둑! 투둑!
하지만 그 어떤 이유를 붙여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노릴 명분은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노린 거면, 본인의 목숨이 빼앗기는 최악의 순간을 각오해야 하고.
투두둑! 투둑! 투둑!
탄창을 교체하기 위해 천중명이 바닥에 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콰응! 콰으응! 콰응! 콰으응!
건너편에서 수류탄의 폭발이 터졌고,
투두둑! 투둑! 투두둑! 투둑!
탄창을 교체하는 천중명의 양옆으로 구르카 용병이 스쳐 지나갔다.
철컥! 철커덕!
천중명이 몸을 세우고 뛰쳐나간 직후였다.
투둑! 투두둑! 투둑! 투두둑!
맞은편에서 곽대출이 달려들면서 진지에 있던 대원들과 구르카 용병이 밀고 내려왔다.
콰응! 투두둑! 콰으응! 투둑! 콰으응!
소총은 누구나 갈길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요인은 뭐라 해도 훈련의 상태였다.
이런 식의 공략을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당황한 해적들이 겁에 질려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머리와 심장이 터진 해적들이 차례로 모래사장에 피를 뿌리면서 참혹한 상황이 끝났다.
“죽어서도 움직이는 놈들이 있을지 몰라. 꼼꼼하게 살펴!”
천중명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이 죽어 자빠진 해적들 틈을 누볐다.
잠시 뒤였다.
투두둑! 투둑! 투둑!
꿈틀대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대원이 정말 끝났다는 표정으로 천중명을 보았다.
쏴아아아-. 쏴아아-.
총성과 폭발음이 그치자 하얀 포말이 일으키는 파도 소리가 해변을 채웠다. 그와 동시에 잠시 밀려났던 별 무리가 다시금 쏟아질 것처럼 머리 위로 몰려들었다.
“끝났습니다.”
천중명은 곁으로 다가온 곽대출을 돌아보았다.
살았다. 마리그를 지켰고.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는 게 좋았다.
***
라이프 호텔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택시에서 내려 바라본 호텔은 그저 약간 규모 있는 모텔 수준이었다. 심지어 자동문을 통해 들어선 어둑한 로비와 데스크에는 아예 직원조차 없었다.
호실을 모르니까.
폴더폰을 꺼낸 이용우가 버튼을 눌렀을 때였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떨어지더니 1층 표시가 뜨면서 문이 열렸다.
때앵.
엘리베이터 문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왼편에 서 있는 자밀라가 드러났다.
히잡도 안 썼어?
자밀라를 본 이용우는 이상스레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폴더폰을 접었다.
“어떻게 알았어?”
“창에서 택시가 멈추는 걸 봤어요.”
“물은? 말한 대로 뿌렸어?”
“아까 통화로 했다고 말했잖아요.”
이라크에서 헤어졌다가 느닷없이 한국에서 마주하고 주고받는 대화였다. 그 끝에서 자밀라가 이용우의 복장을 살폈다. 검은 양복과 넥타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는 눈빛이었다.
물어보면 번거로우니까.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는 이용우를 자밀라가 말없이 따랐다.
“3층이지?”
“맞아요.”
3층 버튼과 닫힘 버튼을 누르면서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묘한 향이 풍겼다.
“커피를 볶으니까 역한 냄새가 났다며? 이건 박하 향이잖아?”
“내가 미스터 리 같은 줄 알아요? 환기한 뒤에 씻었어요.”
“내가 뭐? 왜? 나도 잘 씻어. 세수도 매일 하고.”
때앵.
유치한 대답이 닭살 돋는다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이용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용우는 피리 부는 아랍 여자에게 홀린 아이처럼 자밀라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카드키로 309호를 연 자밀라가 들어가라는 듯 몸을 비켜 주었다.
“미스터 리?”
안으로 들어서는 이용우를 오마르가 반겼는데, 자밀라만큼 감흥이 일지는 않았다.
“아후.”
게다가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도 손가락을 코에 쑤셔 넣는 듯한 역한 냄새가 남아서 인사도 하기 전에 인상부터 찌푸렸다.
“한국에 언제 왔소?”
“일이 있어서 급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보다 커피는 어디 있습니까?”
“저쪽에 두었소.”
오마르가 입구를 가리켰는데, 정작 움직인 건 자밀라였다.
화장실이었다.
안으로 들어갔던 자밀라가 커다란 지퍼백에 담긴 프라이팬을 들고 나왔다.
“지퍼백도 있어?”
“컨비니언스 스토어에서 사 왔어요.”
답을 듣는 순간, 이용우는 다시금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지퍼백 안에 두었는데도 자밀라가 다가오면서 역한 냄새가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기름이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
“아까는 분명 있었는데 말랐나 보네요?”
실제로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자밀라와 오마르가 의아하다는 듯 프라이팬에 고개를 숙였다.
“남은 커피콩은?”
“잠시만요.”
프라이팬이 담긴 지퍼백을 들고 움직인 자밀라가 휴대용 인덕션 아래 서랍에서 조금 작은 지퍼백을 꺼냈다.
됐다.
이제 두 사람을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움직이면 된다.
볶지 않은 커피콩을 받은 이용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입맛을 다셨다.
냄새가 지독한 거면 이것들이 혹시 헬륨3 넘기면서 필로폰까지 숨겼던 거 아니겠지?
뭔가 있을 거라고 대뜸 강찬 부원장에게 전화했는데, 만에 하나 필로폰이라면 욕먹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애꿎은 오마르와 자밀라를 데리고 움직이기까지 한 꼴이다.
‘아니지!’
커피 농장에서 있었던 총격전, 죽어서도 움직이던 사람들을 떠올린 이용우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아무렴, 필로폰을 감추려고 죽지 않는 사람을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체첸 용병이 총질까지 할 리도 없고.
“나랑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짐 챙기세요.”
“지금 말이오?”
오마르가 놀라 물었는데 의외로 자밀라는 덤덤했다. 반짝이는 눈빛을 하고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