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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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은 예카테리나와 세몬을 방금 전까지 있었던 카페로 데리고 갔다.
말하자면 겨우 빠져나온 적진으로 돌아온 셈이다.
cafe893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예카테리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세몬 또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카페 주위에 숨어 있는 매복이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눈앞에 있는 괴인을 믿어도 되는지 의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여기는 야쿠자에서 뒤를 봐주고 있는 가게 아닌가요.”
태혁은 불안해하는 예카테리나를 보며 킥킥 웃었다.
“왜, 설마 내가 당신들을 팔아넘길까 봐? 음, 생각해보니 의외로 괜찮은 것 같은데? 레드 마피아 보스의 머리를 바치면 적어도 간부 자리 하나 정도는 주지 않겠어?”
“이, 이분이 누구인 줄 알고……!”
흥분한 세몬이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려고 하자 예카테리나가 손을 뻗어 제지했다.
“……세몬. 만약 팬텀에게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겠지요. 오히려 그런 제안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더 편해집니다. 저는 야쿠자에서 무엇을 제시하던지 그 3배를 약속드릴 수 있어요.”
태혁은 작게 헛기침을 하며 예카테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나 들어보도록 할까.”
예카테리나는 손가락을 하나 피며 생긋 웃었다.
“이제야 제 얼굴을 바라봐 주시네요. ……후음. 얼굴마담으로 생각하셨지요? 사실은 제 뒤에 있는 세몬이야말로 진짜 보스가 아닌가, 하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신 것이 아니신지요.”
놀랍게도 예카테리나의 말은 정답이었다.
태혁은 예카테리나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가씨가 레드 마피아의 보스라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떠 봤을 뿐인데 그 사실을 완벽하게 간파 당했다.
‘확실히 보통 여자가 아니군.’
이 정도로 심리전에 능한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도청당할 걱정은 안 해도 돼.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 카메라와 녹음기는 전부 제거해 두었으니까.”
“그럼 자세한 거래 이야기는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하도록 하지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카페 사장이 궁시렁거리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챙기고 있었다.
빚쟁이들을 피해 야반도주라도 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씨벌~ 팬텀인지 팬티인지 변태 자식 한 명 때문에 수익 짭짤하던 가게가 문을 닫게 생겼네.”
“여, 오랜만이군. 이러다 완전 단골 될 것 같았는데 벌써 폐업이야?”
“커, 커헉! 다, 당신은…….”
태혁은 피식 웃으며 폭력 스킬을 사용해 쇠파이프를 장비했다.
그리고 그것을 휘둘러 카페 사장의 뒤통수를 내리 찍었다.
까앙!
그러자 만루 홈런이라도 때린 것 같은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카페 사장이 바닥으로 픽 하고 쓰러졌다.
태혁은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려놓으로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이거로 목격자는 처리 했으니 마음껏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자.”
“가, 갑자기 쇠 파이프는 어디서 꺼낸 건가요? 당신 마술사?”
“아, 이거? 영업 비밀. 그럼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커피는 가리는 거 없지?”
“아, 예.”
태혁은 세 사람 몫의 커피를 타며 중얼거렸다.
“에고……. 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는 타오게 한 다음에 처리 하는 건데.”
그렇게 팬텀이 손수 끓인 커피를 마시며 세 사람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카테리나는 겉 표면에 새하얀 김이 서려 있는 초코 브라우니를 포크로 가르며 말했다.
“우선 제 상황부터 이야기 하는 것이 먼저겠네요. 보시다시피 저는 여자예요.”
“뭐, 그건 따로 설명을 해 주지 않아도 알겠는데.”
“그리고 여자는 마피아의 보스가 될 수 없지요.”
“아까 전에는 보스라며?”
“그게 문제예요.”
이반코프 패밀리의 전대 보스이자 예카테리나의 아버지에게는 자식이 한 명 뿐이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보스 자리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을 하나 뿐인 자식에게 남기겠노라고 모든 조직원에게 선언했어요. 아버지는 말 그대로 즈베즈다의 상징 그 자체였죠. 만약 제가 남자였다면 아무 문제없이 저는 레드 마피아를 이어 받을 수 있었을 거예요. 비록 아버지처럼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는 없더라도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진 못하겠지요.”
태혁은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카테리나 여제가 러시아의 왕으로 군림했을 때랑 똑같은 상황이네.”
“레드 마피아 즈베즈다는 러시아 전역에 있는 여러 조직들을 한데 모은 연합체예요. 당연히 다 해서 8명의 보스들이 존재하죠. 저 혼자서는 그들을 모두 막을 수 없어요.”
“결국 집안싸움만 하다가 자멸하겠네.”
태혁이 기억하고 있는 레드 마피아의 최후 또한 그리 다르진 않았다.
“9개의 머리 중에서 저를 따르는 것은 한 명 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죠.”
태혁은 이야기를 하는 예카테리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요컨대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이었다.
부하들 앞에서는 절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
그것을 말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일까.
“즉 자신이 레드 마피아의 보스에 어울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상황인 거네.”
“그래요.”
문득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분명 레드 마피아가 한국에서 뭔가 사업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음, 그런데. 혹시 루벤스라고 알고 있어?”
레드 마피아에서 한국을 통해 유통시켰던 위조 미술품이었다.
어쩌다보니 그들의 계획을 완전히 박살낸 적이 있었는데.
설마 그게 눈앞에 있는 여자의 작품이었던 것일까.
“…….”
예카테리나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오페라 가면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흐흐, 딱히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보니 보이더라고. 그러게 가짜를 만들려면 좀 제대로 만들지 그랬어.”
“그때 입은 손해가 얼마라고…….”
예카테리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려다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으윽. 지금은 그때 일을 따지러 온 게 아니니까 그때 이야기는 그만 하도록 하지요. 그 동안의 행적을 분석해 본 결과 당신은 곤란한 여자를 도와주는 취미를 가진 신사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이 되는 일에만 움직이고 있어요.”
“내가 그랬던가?”
“그렇다는 것은 조건만 맞으면 서로 협력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다소 안 좋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건 잊기로 하죠.”
사실 태혁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준 것밖에 없었다.
‘흐음……. 레드 마피아의 허울뿐인 보스라.’
직접 이렇게 만나러 올 정도니 단순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예카테리나 양이 레드 마피아의 보스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거지?”
“앤이라고 부르도록 하세요. 그 이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쪽이 좋다면야.”
“저 말고도 당신의 능력을 탐내는 이들이 많이 있지요. 일본의 야쿠자. 중국의 삼합회는 물론 남한에 자리한 폭력 조직들까지 팬텀을 원하고 있어요. 팬텀이란 이름은 당신 생각 이상으로 마피아들 사이에 퍼져 있어요.”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 주길 바라는 거지? 설마 다른 보스들 목이라도 베어서 바쳐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저쪽에 서 있는 할배한테 부탁하는 편이 빠를 것 같은데. 안 그렇수, 죽음의 상인 세몬 씨.”
“크, 크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세몬은 헛기침을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히드라의 목을 자른다 해도 다른 목이 돋아날 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새 사업을 벌일 정도로 예산이 넉넉하지도 않아요. 제게 남은 것은 남한을 손에 넣는 것뿐이죠.”
“한국을?”
“거기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팬텀. 당신은 야쿠자와 대립하고 있어요. 맞지요?”
“음.”
“그리고 삼합회의 적이고요. 혼자 싸우기엔 너무 거대한 적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맞는 말이었다.
삼합회야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야쿠자는 다르다. 야마시타 금괴를 얻고 미스터 박을 박살내기 위해선 반드시 싸워야 하는 상대였다.
태혁의 입에서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앤이 말했다.
“저와 세몬은 당신과 동맹을 맺고 싶어요.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해왔던 대로 야쿠자와 삼합회와 싸우면 되는 거죠. 그 사이 저는 그들의 방해 없이 남한에 둥지를 틀 수 있게 될 거고요.”
그리고 한국을 접수한 앤은 레드 마피아의 보스로 인정을 받는다는 거군.
팬텀을 야쿠자와 삼합회를 막는 방벽으로 쓰겠다는 소리였다.
“말하자면 불가침 조약을 맺자는 건가? 너무 그쪽만 유리한 계약인 것 같은데.”
“필요하다면 화기나 병력을 지원해 드리도록 하지요.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당신이 원하기만 하면 히드라의 10번째 머리가 될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한국 지부의 보스로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였다.
분명 레드 마피아와 동맹을 맺게 된다면 야쿠자 뿐 아니라 삼합회와도 싸울 수 있을 세력을 얻게 된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의 승급 조건이 마피아 게임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레드 마피아와 동맹을 맺고 다른 두 세력을 상대하는 것으로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태혁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자 앤이 입을 열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이제 하나 밖에는 남지 않았네요. 저와…….”
아쉽게도 앤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태혁의 품속에서 조마경이 격렬하게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마치 무언가를 경고해 주기라도 하는 것 같은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Caution!]– 염탐 스킬이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 특수 능력 발동으로 인해 20pt의 인연치가 감소했습니다.
– cafe893 습격까지 남은 시간.
– 00 : 01 : 49’
태혁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틀란티스 붕괴를 알려 주었던 염탐의 특수 기능이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 무슨 소리죠? 가,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앤의 말에 세몬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 거렸다.
“아가씨. 죄송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만.”
“방금 그 소리 못 들었어요?”
말다툼을 지켜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 사이에도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신호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틀란티스 때처럼 근처에서 폭탄이 터져 수몰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태혁은 세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총.”
“무, 무슨 말입니까?”
“미안하지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 아무래도 누군가가 습격을 한 것 같아.”
“저희들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를 텐데요……. 서, 설마 야쿠자……!”
태혁은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염탐 스킬을 사용해 이곳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 30명 정도인가.”
“무기를 챙겨온 것은 다행입니다만. 저 혼자선 도저히 30명은…….”
총으로 무장한 30명을 상대로 저항을 해 봐야 온몸이 벌집이 될 뿐이다.
앤은 창가로 다가가 손거울로 밖을 비춰 보았다.
그러더니 절망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완전히 포위 되었어요…….”
그녀의 눈에 습격한 괴한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복면조차 쓰지 않아 얼굴이 훤히 보였다.
그들은 야쿠자가 아니었다.
“……레드 마피아예요. 아무래도 제가 보스로 인정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반대파 녀석이 보낸 것 같아요.”
세몬이 신음을 토해냈다.
“끄응…….”
“여기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분명 아무에게도…….”
보디가드조차 없이 단 둘이 온 이유는 보안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떻게 냄새를 맡고 이곳에…….
혼란스러워하는 앤의 곁으로 오페라 가면을 쓴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미안한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예?”
“밖에 있는 녀석들 말인데 네 부하?”
“아, 아니에요!”
“그럼 전부 쓰러트려 버려도 상관없는 거지?”
“……!”
너무나 당당한 그 모습에 앤은 처음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 무서움을 깨달았다.
그는 홀로 마피아 전체와 맞설 수 있는 자였다.
(다음에 계속…)_
—————–범죄의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