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23
삼경 무렵.
지옥혈교가 장악한 무림맹 총단에 세 개의 인영이 잠입했다.
스스슷.
총단의 전각 중 한 곳 지붕에 올라간 그들은 바로 백소운, 화백웅, 채병이었다.
백소운이 태평벌 무림맹 무사 진영에 금단무형진을 설치하자마자 곧바로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금마옥이 어디입니까?」
백소운이 채병에게 전음을 날렸다.
십 년 이상 총단 하인 생활을 했던 그였지만 금마옥의 위치는 자세히 몰랐다.
다만 총단 내에서도 북쪽에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물론 그 입구 역시 기관이 설치되어 있어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저기 보이는 칠층 전각 아래에 있습니다. 충정각(忠情閣)이라고 금마옥을 지키는 간수들이 기거하는 곳이지요.」
「충정각 안에 입구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아마도 지금 경계가 매우 강화되어 있을 겁니다. 우리가 구출 작전을 감행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테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책이 없지 않습니까?」
「네. 한데 어떻게 들어가실 겁니까? 입구에 있는 경계 무사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비상종이 터지면 놈들이 떼거리로 몰려올 겁니다.」
「저 혼자 들어갑니다. 은잠술을 펼치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겁니다. 두 분께서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백소운이 채병과 화백웅 두 사람에게 동시 전음을 날렸다.
화백웅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됩니다. 부맹주님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금마옥 내부 지리도 잘 모르지 않습니까? 함께 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차피 싸움 없이 맹주 부부를 구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화백웅의 무공 수준은 매우 높았다.
자하신공 대성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제 뒤를 따라오십시오.”
스스슷.
경공을 펼쳐 백소운이 충정각 쪽으로 날아갔다.
그 뒤를 채병과 화백웅이 뒤따랐다.
두 사람 모두 은잠술과 경공이 뛰어났다. 일반 지옥혈교 무사들이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윽고 충정각 지붕에 도착한 세 명은 전각 대문 앞에 경계를 서고 있는 백여 명의 무사들을 발견했다.
채병이 백소운에게 전음을 날렸다.
「금마옥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전각 일 층 중앙에 있습니다. 입구 문을 여는 기관을 발동하는 방법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저놈들입니다. 어떻게 소리 없이 한 번에 제거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내려가서 일시 기절을 시키겠습니다. 최소한 한 시진 동안은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
「네. 하지만 놈들을 무력화해도 순찰 무사들이 오게 되면 발각될 겁니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작전이 완료되어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시작하지요.」
백소운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화백웅과 채병은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스스스슷.
흡사 유령처럼 흐릿해진 백소운은 밤이라서 그런지 금세 잔영마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충정각 대문 앞을 지키고 있는 지옥혈교 무사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백소운이 우수를 들어 지풍을 날렸다.
처음 한 가닥이었던 지풍은 날아가며 백여 개로 나뉘었다. 경계 무사 백여 명이 영문도 모르고 쓰러졌다.
픽픽픽.
그 순간, 화백웅과 채병이 지붕 위에서 내려왔다.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채병이 대문을 열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가 보였다.
채병의 말대로 정 중앙에 둥근 종 모양의 돌이 하나 있었다.
간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채병이 돌 옆에 오목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눌렀다. 위위윙 하는 소리와 함께 돌이 두 쪽으로 나뉘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이 밑이 금마옥입니다.”
채병이 앞장서서 내려갔다.
백소운과 화백웅이 뒤따랐다.
얼마 후 조금 어두웠던 공간이 환하게 밝아졌다. 간수들 백여 명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모여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아마도 무슨 지시가 내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잘되었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군.’
백소운이 재빨리 연쇄 지풍을 날려 간수들의 혈도를 짚었다.
이번에도 수혈을 짚어 한 시진 가량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는 아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노인은 비틀거리면서도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다.
“웬 놈이냐?”
“맹주님을 모시러 왔다. 맹주님과 사모님은 어디 계시냐?”
“여기엔 아무도 없다.”
우두머리 노인이 말을 한 후 천장에 달린 줄을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화백웅이 비수를 던져 목을 꿰뚫었다.
“크윽!”
우두머리 노인이 비명과 함께 즉사했다.
“저쪽입니다!”
채병이 우측에 나 있는 긴 통로를 가리켰다.
간수들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역시 조금 전 제압한 간수들이 전부였던 것 같았다.
사실 백소운에게 혈도를 찍혀 실신한 무사들은 지옥혈교 무사 중 정예였다.
하지만 백소운과의 무공 격차가 너무 큰 바람에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채병이 빠르게 통로를 따라 나아가자, 백소운이 뒤따랐다.
화백웅은 간수실 앞에 그대로 서서 망을 봤다.
그사이 백소운과 채병은 통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통로는 마치 미로와 같이 얽혀 있었다. 예상대로 통로 양옆에는 감방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빈 곳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모든 감방의 문이 열려 있었다.
채병은 예상했다는 듯 끝없이 나아갔고, 마침내 막다른 곳에 도착했다.
백소운이 소리 없이 따라온 것은 물론이었다.
“이곳인 것 같습니다.”
채병이 굳게 닫혀 있는 감방 한 곳을 가리켰다.
“비켜 보십시오.”
백소운이 채병을 물러나게 한 후 우장으로 강력하게 철문을 쳤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그대로 박살 나버렸다.
이윽고 드러난 광경은 기대하던 바였다.
맹주 백리천과 황씨부인이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백리천은 고문을 당했는지 전신이 피투성이에다가 특수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황씨부인은 혈도만 찍힌 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원래 거동을 못 하는 중환자라 병색이 완연했다.
“맹주님!”
채병이 급히 백리천에 다가가 그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원체 원기를 상한 탓이었다.
백소운이 황씨 부인을 가리켰다.
“사모님이 맞습니까?”
“네. 확실합니다.”
채병이 확인을 해주자, 백소운이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것으로 보이는 황씨부인에게 금단환 하나를 먹였다.
이는 이전에 백리영과 한 약속도 있었지만, 그만큼 위중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갑시다!”
백소운이 황씨부인을 등에 업었다.
무명검으로 백리천의 손발을 묶고 있는 특수 쇠사슬을 끊었다.
채병이 급히 백리천을 업었다.
스스슷.
두 사람이 백리천과 황씨부인을 업고 화백웅이 기다리는 곳까지 왔다.
다행히 아직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올라가시지요!”
화백웅이 앞장을 서서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다시 충정각 일 층으로 올라온 그들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였다.
비상종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지옥혈교 무사들이 몰려들었다.
“침입자다!”
“탈옥이다!”
삽시간에 수백 수천의 무사들이 몰려들어 백소운 일행을 포위했다.
백소운은 황씨부인을 화백웅에게 인계했다.
“이곳은 제가 맡을 테니 두 분은 태평벌로 돌아가십시오.”
“그래도······.”
화백웅이 주저했다.
백소운만 남겨두고 가기가 좀 그랬던 것이다.
채병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백소운의 결심은 굳건했다.
“저는 어떤 경우에도 안전합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놈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맹주님과 사모님 두 분까지 보호하려면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어서 가십시오. 부맹주로서 내리는 명입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사하시길 빌겠습니다.”
채병과 화백웅이 각각 백리천과 황씨부인을 업고 경공을 펼쳐 총단을 벗어났다.
당연히 지옥혈교 무사들이 따라갔다. 하지만 백소운의 지풍에 당해 태반이 추락했다.
특히 이번에는 조금 전과 달리 직접 심맥을 끊어 절명시켰다. 그 때문에 추격에 나서는 자들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때였다.
지존각 쪽에서 한 떼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바로 지옥혈교의 수뇌부였다.
지옥혈교 태상장로 암혈괴인(巖穴怪人)이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기에 감히 본교의 총단에 몰래 들어가 백리천 그놈을 구출해간 것이냐?”
암혈괴인이 말을 하며 눈짓하자 고수 백여 명이 총단 밖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채병과 화백웅을 쫓기 위해서였다.
백소운은 그들을 그대로 두었다.
이미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에 충분히 태평벌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단무형진의 개폐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진 안으로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무사할 것이다.’
백소운이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천무공자라고 한다.”
“뭣이라고? 그럼 네놈이 바로 우리 지옥혈마대 무사 일만 명을 죽인 놈이란 말이냐?”
“그렇다. 직접 내 손으로 죽인 것은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너는 누구냐? 네놈이 바로 지옥혈교주 천혈존자냐?”
“교주께서는 출타 중이시다. 나는 본교의 태상장로 암혈괴인이라 한다.”
암혈괴인의 말에 백소운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뭔가 좀 이상하구나.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내가 없는 틈을 타서 공격하러 간 것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지휘부 고수들을 여기 남겨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백소운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동안 충정각 앞에는 지옥혈교 무사들이 대거 운집했다.
대충 봐도 오만은 넘는 것 같았다.
지옥혈교 무사의 수가 십만이 넘는다는 보고를 들었던 그였다.
‘짧은 시간 안에 대병력이 모인 것을 보니, 대부분 이곳에 그대로 있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다. 물론 지옥맹 놈들이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과도한 의심 또한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끌 수도 없다. 사모님의 병세가 무척 심각하다. 금단환을 먹였지만 내가 직접 무형공력으로 치료하지 못하면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다. 늦어도 한 시진 안에는 돌아가야 한다.’
사실 백소운은 지금 이 자리에서 지옥혈교 무사 오만을 모조리 제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씨부인 때문에 계획대로 될 수는 없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생각 역시 전혀 없었다.
‘태평벌로 돌아가는데 반시진 정도 잡으면, 최대 반시진의 시간이 남는다.’
백소운이 무명검을 뽑아 수직으로 세웠다.
반시진이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모두 제거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교화할 수 없다면 제거가 최선이겠지. 무림맹 무사들의 무력이 상대적으로 너무 약해 이들을 이대로 두면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백소운이 생각에 잠긴 동안 포위망은 점점 두터워졌다.
“혼자서 만 명을 죽인 놈이다! 절대 방심하지 마라!”
암혈괴인이 소리쳤다.
백소운이 회전검풍을 날릴 준비를 마쳤다.
“놈을 죽여라! 공격!”
암혈괴인의 명과 함께 지옥혈교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와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