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38
무림맹 총단에서 보낸 전서구는 말벌 떼가 모두 불에 타 한 줌 재가 되었을 때 날아왔다.
다들 전서구에 달린 서찰의 내용에 주목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소운이 서찰을 읽어본 후 말했다.
“맹에서 지옥맹과 지옥혈교와 연합해 마교를 연합공격하기로 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보시지요.”
백소운이 왕장과 곽직, 정의노인 등에게 서찰을 보여줬다.
그 내용은 말벌왕이 말한 내용과 비슷했다.
다만 투항한 것이 아니라 일시 연합을 한 것으로, 그 연합은 마교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만 유지한다고 적혀 있었다.
쉽게 말해 지옥혈교와 맺었던 협약을 지옥맹과도 맺은 것이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무림맹이 직접 무사들을 이끌고 천마성으로 가서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백소운을 주저하게 만든 내용은 더 이상 지옥혈교 무사들이 양민을 해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이었다.
백리천이 일시 동맹의 조건으로 건 것 중 하나가 바로 양민 학살의 중지였다.
마지막으로 사정이 이러하니 지옥혈교 무사들과의 충돌을 피하라는 내용이 재차 적혀 있었다.
“어떻게들 생각하십니까?”
백소운의 질문에 정의노인이 말했다.
“아마도 백리 맹주께서 고뇌의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양민들을 더 이상 해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 역시 맹주님의 명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최고 적수는 바로 마교 놈들이니까요. 놈들에 의해 죽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 나머지 적들과 일시 연합하는 것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회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정의궁주의 의견과 같습니다. 다만 마교를 제거한 후 지옥혈교와 지옥맹 그놈들도 모두 제거해야 할 겁니다. 놈들도 그 점을 알고 있겠지만 지금은 연합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일단 모든 것을 잊고 마교 토벌에 힘을 합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찰 말미에 보면 사도맹과 천룡궁도 마교 공격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아마 그 점이 맹주님의 마음을 바꾼 것 같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천하일심맹이란 단체의 수장 자리를 지옥맹주에게 빼앗긴 것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속입니다. 이런 조건과 상황이라면 감내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회주께서 내려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회주님의 결정에 따를 겁니다.”
곽직의 말에 군웅들이 일제히 백소운의 결정을 기다렸다.
백소운이 혼자 괴수 말벌 떼를 몰살시킨 것을 직접 본 그들이었다.
어떤 결정이라도 백소운과 함께 하는 길이 살길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좋습니다. 여러분의 뜻이 그러하다면 화평회를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싸움을 계속할 겁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총단 무사들이 오는 것을 기다려 합류할 분은 합류하면 되겠습니다.”
“회주님. 회를 해산하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아무리 무공이 높으셔도 회주님 혼자서 놈들과 싸우는 것은 무리입니다. 재고해주십시오.”
왕장이 말렸다.
하지만 백소운의 결심은 굳건했다.
개인적으로 싸우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바로 군웅들의 무공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었다.
반면 지옥혈교나 지옥맹 고수들의 무공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지옥맹 휘하 괴수왕들의 힘은 미증유의 것으로, 백소운이 아니라면 막을 사람이 없었다.
‘등선맹 수도자들도 지옥맹을 상대하는 게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하물며 일반 무림인들은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차라리 나 혼자 싸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마침 천하일심맹이라는 통합단체가 만들어져 당분간 무림맹 무사들의 안전이 보장될 터. 그동안 나 혼자 마음껏 싸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일단은 나 역시 천마성으로 간다. 가서 임 소저를 만난 후 다시 계획을 짜면 될 것이다.’
백소운이 결심을 굳힌 후 말했다.
“제 결단은 확고합니다. 하지만 향후 다시 무림에 격변이 일어나면 그때 다시 힘을 합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총단 지휘부에 괜한 오해만 살 우려가 큽니다. 그렇게 아시고 모두 저의 뜻에 따라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주님의 뜻이 그러하다니 어쩔 수가 없군요. 하지만 다시 위기에 처하면 돌아와서 도움을 주실 겁니까?”
“물론입니다. 약속드리지요.”
와아아아.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소운이 말했다.
“그럼 저는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이전처럼 총단 지휘부의 명을 따르면 될 겁니다.”
백소운이 진하림, 유덕, 정기, 막총 네 사람에게 눈짓했다.
막총이 마차를 가져왔다.
얼마 후 백소운을 비롯한 다섯 사람은 군웅들의 배웅을 받으며 장원을 떠났다.
두두두두.
* * *
“오라버니. 이대로 천마성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지옥맹 그놈들의 의도를 모르겠어요.”
“나도 생각 중이다. 하지만 대강은 예측할 수 있지. 아마도 놈들은 천마성에 무림인들을 모두 모아두고 거대한 음모를 꾸밀 것 같구나.”
백소운의 말에 진하림은 물론이고 마차에 타고 있던 유덕, 정기, 막총 세 사람도 안색을 굳혔다.
날이 밝았는데도 여전히 마차를 몰고 있는 막총이 물었다.
“음모라면 혹시 놈들이 무림을 말살시키려 한다는 것이냐?”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마교부터 멸망시키려 하겠지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차라리 무림맹을 연합 공격하는 것이 놈들의 성향에 맞을 것 같은데······.”
“순서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마교를 멸망시킨 후 다음 차례는 무림맹이 되겠지요. 맹의 지휘부에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반전을 노리기 위해 놈들과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이고요. 일단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놈들이 마교를 먼저 공략하려고 하는 것은 천마탑과 관계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백소운이 말한 후 신선계에서 들었던 천마시와 천무시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신선계란 곳이 바로 지옥맹의 근거지였구나.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강호로 근거지를 옮겼다니, 본격적으로 놈들이 움직이는 이유가 있었구나.”
정기의 말에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놈들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놈들의 전력을 생각할 때 무림맹을 먼저 공격해 말살시키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운이 너의 말을 듣고 보니 놈들이 그 천마시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한 것 같다. 아까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천무시와 천마시를 함께 얻게 되었을 때의 이익이 대단하다고 말이다.”
“네. 바로 보셨습니다. 저 역시 놈들이 마교를 공격하는 진짜 이유가 그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마교가 정말 멸망의 위기에 처하면 숨겨둔 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그중에는 천마시가 있다는 천마탑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그 사람이 누굴까?”
“태어나자마자 실종되었다는 마교 소교주가 가장 유력합니다. 놈들은 마교가 멸망할 상황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실종된 소교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겠구나. 지옥맹 고수 중에는 예지력이 뛰어난 자도 있을 테니까.”
“네. 하지만 그 정도의 예지력이라면 지옥신전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백소운이 지옥신전과 지옥악마신, 지옥신조 등에 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유덕, 정기 등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소운이 세세한 설명을 사대호법에게 해주는 것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백소운이 다시 말했다.
“요컨대 지옥맹 놈들은 이번 기회에 천마시를 찾아낸 후 무림을 완전히 개편하려는 것 같습니다. 놈들의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무림에는 놈들에게 절대 충성하는 사람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죽게 될 겁니다. 이번에 사도맹과 천룡궁까지 천마성에 온다면 거의 모든 무림세력을 개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지요.”
“말이 개편이지 열에 아홉은 죽어 나갈 것 같다. 대책을 세워야 되겠구나. 우리는 잘 모르니 운이 네가 어서 등선맹 사람들과 연락을 취해 놈들의 음모를 막아낼 준비를 하도록 해라.”
“네. 그럴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 급선무는 천마성에 도착해 임 소저를 만나는 겁니다.”
백소운이 임소혜와 괴추노인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마저 설명해주었다.
“그들을 도와 도마왕 세력을 몰아낸다면 마교와 힘을 합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마교와의 오랜 대립을 끝낼 수 있고, 지옥맹과 지옥혈교 등을 대적할 수 있는 우군을 얻게 되는 셈이지요.”
“네 말에 일리가 있지만 마교와의 협력은 무림맹 지휘부에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해의 소지도 크고 말이야. 물론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운이 네가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유덕의 말에 정기, 막총, 진하림이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소운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말씀만이라도 큰 힘이 됩니다.”
“하하하.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운이 네가 고생이 제일 많지. 한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소문에 의하면 검마왕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냐?”
“네. 희박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바로 그가 익힌 불사신공의 특징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는 불사신공을 대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럼 헛소문이었구나.”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의 시신을 찾을 수 있고 불사단을 복용시킨다면 부활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아직 시신이 보존되어 있고 검마왕이 생전에 불사신공을 완성 직전까지 익혔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그 불사단이란 것도 천마탑에 있는 것이냐?”
“네. 천마시와 더불어 불사단도 천마탑에서 찾아야 할 중요한 물건이지요. 다만 검마왕을 진짜 부활시킬 것인가는 숙고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칫 불사신공을 대성한 강력한 적이 하나 생겨날 수도 있으니까요.”
“복잡하구나. 이야기를 들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운이 네 편이다. 설사 너의 출신이 마교라고 해도 말이다.”
유덕의 말에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백소운의 출신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정기가 길거리에서 발견해 키운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유덕이 그런 말을 꺼낸 것은 그저 비유를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독 정기의 안색이 더 많이 굳어져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그 사실을 이전에 몇 번 백소운에게 알려주려고 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운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등에 새겨져 있던 성화 문신이 혹시 마교와 관련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지금 와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문신이 곧바로 사라졌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차라리 이야기하지 않는 게 낫겠구나.’
정기가 생각에 잠기자, 백소운이 물었다.
“아저씨.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설마 제가 마교 출신은 아니겠지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느냐?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나 또한 운이 네가 실종된 마교 소교주라 해도 너를 따를 것이다.”
정기가 말을 한 후 안색을 상기시켰다.
마교 소교주라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것에 자신도 놀란 것 같았다.
“마교 소교주 말입니까? 아저씨도 참 이야기가 엉뚱하게 흐르는군요. 아참, 이전에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혹시 절 처음 발견했을 때 제 출생을 밝힐 어떤 표식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 그런 게 어디 있겠느냐? 난 다만 네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온몸에서 금빛이 나는 게 너무 이상해 그것을 근거로 너의 신원 내력을 밝혀보라고 말하려 했을 뿐이다.”
“그 사실이라면 이미 여러 번 말씀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혹시 금빛이 어떤 모양을 갖추고 있었습니까?”
“그건 아니다. 내가 너에게 감추고 있는 사실은 전혀 없으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그리고 큰 형님과 내 말은 신경 쓰지 말거라. 어찌 네가 마교 사람이나 소교주일 수 있겠느냐?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공교롭게도 소교주가 실종된 날짜와 네가 나에게 발견된 날짜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도 전에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천마성과 낙양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볼 때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지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거라. 그보다 앞으로 놈들이 우리, 아니 운이 너를 죽이려 하지 않겠느냐?”
“저도 그게 가장 걱정입니다. 혹시 제가 없을 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요.”
“우리는 걱정하지 말거라.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정기가 말을 한 후 마부석에 있던 막총과 자리를 바꿨다.
막총, 정기, 유덕 세 사람이 교대로 마차를 몰기로 했기 때문에 이제 정기가 몰 차례였다.
“고맙네.”
막총이 마차를 세웠다.
정기가 마부석으로 건너갔다.
막총이 마차 안으로 들어오자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이럇!”
두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