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39
천마대회를 닷새 앞둔 천마성 거리는 무림인들로 크게 북적였다.
대부분 마도나 흑도 계열 무사들이었다.
하지만 마교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잠입한 백도 무림인들도 상당히 많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천마성은 낙양만큼이나 넓은 곳이었다.
당연히 중립문파들도 상당히 많았다.
따라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처럼 확실한 정파만 아니라면 활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는 무림맹 총단이 있는 낙양에 흑도 계열 문파들이 상당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른 점은 그 제한이 좀 더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공개적으로 정파를 지향하는 문파는 거의 없었다.
한편 마교 총단은 천마성 안에서도 서쪽 끝에 있었다.
그 때문에 천마성 내에서도 중원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마교 총단이 있는 서쪽 지역은 당연히 경계가 매우 심했다.
총단을 방어하는 외성만 세 개가 있을 정도였다.
마교 총단은 보통 성처럼 성벽으로 에워싸여 있었다.
내성 성벽 한 개와 외성 성벽 세 개.
총 네 개의 성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천마성 자체의 성벽까지 합치면 무려 다섯 개의 성벽을 통과해야만 마교 총단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천마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성문 자체는 관에서 통제하고 있어 누구든 통과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천마령 발동으로 인해 외부 무림인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어 들여보내기 바빴다.
성내 동쪽 구역인 천마동역(天魔東域)은 무림인들로 종일 북적였고 이렇다 할 질서도 없었다.
다만 수십만 명의 무림인들이 몰려들고 있어 인근 객잔들은 당연히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마성 동문 바로 안에 위치한 천마객잔(天魔客棧)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객잔 이름과 달리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있는 곳이라, 마교 무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천마객잔에 오늘 아침 한 대의 마차가 들어왔다.
마차에 탄 사람은 마부를 포함해 총 다섯 명으로 바로 백소운 일행이었다.
밤낮으로 마차를 몰아 마침내 이곳 천마성에 도착한 것이었다.
흑의로 갈아입은 그들은 옷만이 아니라 얼굴도 다시 바뀌어 있었다.
서안에서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백소운이 역용술을 펼쳐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바꾼 것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 인상이 험악해졌다.
마도 계열 무사로 행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다만 진하림은 이전 역용한 얼굴보다 훨씬 아름다워졌다.
요녀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 색기가 철철 흐르는 얼굴이었다.
예상과 달리 그녀의 반응은 좋았다.
“호호호! 제가 나찰녀가 되다니 얼굴을 볼 때마다 우스워요.”
“나찰녀라도 해도 이번에는 운이가 신경을 쓴 것 같구나. 이렇게 예쁜 나찰녀가 어디 있겠느냐?”
“하하하.”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가.
이 층 객방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일 층에 내려온 백소운 일행이었다.
“그래도 돈이 좋긴 좋네요. 아침에 왔을 때는 방도 없고 자리도 없다고 하더니, 은자를 주니 금방 생겼잖아요?”
진하림의 말에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대회 기간 동안 있는 조건으로 은자 열 냥을 주고 잡은 객방이었다.
보안을 위해 큰 방 하나를 잡았는데, 진하림도 함께 있기로 했다.
물론 여자임을 고려해 방안에 가림막을 설치하여 불편이 없게 했다.
점소이가 음식을 가져오자 유덕이 말했다.
“어서들 먹자. 그동안 건량만 먹느라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놈들의 습격을 받지 않은 것이 어딥니까? 그동안 돈은 들었지만 무림맹 지부에 한 번도 들르지 않고 마차도 여러 번 교체한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막총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서안에서 이곳 천마성까지 오는데 많은 시일이 걸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한 번도 공격을 당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백소운을 믿고 이곳까지 따라왔지만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대회까지는 닷새나 남았는데 임 소저를 먼저 찾을 건가요?”
“그래야겠지.”
“하지만 임 소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잖아요? 안 그래도 도마왕 측에서 임 소저와 천마대부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진하림이 말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자신의 말을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괜찮다. 음파를 차단해두었으니까. 몇 번 말해줘야 안심을 하겠느냐?”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아무튼 어떻게 찾을 생각인가요?”
“임 소저가 헤어질 때 내게 연락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찾아가볼 생각이다.”
“혼자서요?”
“그렇다. 여럿이 움직이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아시고 다들 객방에서 쉬고 계십시오.”
“어떻게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느냐? 우리는 네가 돌아올 때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겠다. 지옥혈교, 지옥맹, 무림맹에 이어 사도맹과 천룡궁도 마교 공격에 가세한 지금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리 옥석을 가려두어야 나중에 활동하기에 편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수고스럽겠지만 정보를 수집해주십시오. 특히 이번 천마대회가 어떻게 치러지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소문대로 도마왕이 사면초가 위기를 핑계로 독자 추대를 받아 교주가 될 것인지, 아니면 마교 율법대로 비무를 거칠 것인지를 우선 알아봐 주십시오.”
“물론이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유덕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사대호법 중 가장 연장자인 그는 연륜이 있어서인지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행동할 줄 알았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교주 선출을 위한 예선이 시작될 것이다. 말이 많지만 어떤 식으로든 오늘 중으로 발표가 날 것이다. 예선전이 벌어진다면 내일부터 사흘간 일반 도전자 한 명을 뽑게 되겠지.”
“유 아저씨. 교주 선출을 위한 대결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죠? 마교 율법에 따라 누구든 교주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럼 도전자로 뽑힌 사람이 바로 부교주인 도마왕과 최종 결정전을 벌이게 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다. 그 전에 마교의 정식 도전자들을 꺾어야 하지.”
“정식 도전자요?”
“그렇다. 내가 조사한 바로 정식 도전자는 마교의 장로급 이상 고수들로서 여러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 일곱 명은 될 것이다.”
“아, 그럼 그 일곱 명이 일반 도전자와 도마왕 두 사람과 겨루게 되는 건가요?”
“그렇다. 모두 아홉 명이 교주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되는 것이지. 다만 부교주인 도마왕은 교주 대행을 맡고 있기 때문에 바로 결승전에 나가게 되지.”
“피, 그럼 부교주가 너무 유리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최소한 세 번을 싸우고 올라가야 하는데, 불공평한 게 아닌가요?”
“율법이 그렇다고 하니 어쩌겠느냐? 그리고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가장 불리한 사람은 일반 도전자겠지. 수천 명에 달하는 예선 참가자 중 수석을 차지해야 하고, 이후 바로 네 번의 승리를 거둬야 교주가 되는 것이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마교도들 사이에 그런 불만이 제기된 적이 없었나요?”
“불만이 있겠지만, 항의를 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고 들었다. 더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겠구나.”
“유 아저씨께서 많은 것을 알아 오셨군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그 또한 알고 있는 일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객잔 점소이들에게 여러 번 물어봤던 것이다.
정기가 물었다.
“운아. 혹시 너도 이번 마교주 선출 시합에 참여하려는 것이냐?”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소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마교주 선출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아 한번 물어본 것뿐이다. 한데 정말 그렇다니, 놀라울 따름이구나. 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냐?”
“지금 마교는 교주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입니다. 후계자로 지정된 소교주가 있긴 하지만 실종된 지 오래라 유명무실하지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제가 교주가 되는 길이 불필요한 싸움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발한 생각이다. 위험이 따르겠지만 나는 너의 생각을 지지한다.”
정기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런 사소한 동의가 백소운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곧바로 찬성한 것이다.
하지만 백소운이 마교주가 되는 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 뜻이 좋아도 무림맹 지휘부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임 소저와 만나서 그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더 좋은 방안이 있으면 그것에 따라야 하니까요.”
“더 좋은 방안이 있겠느냐? 실종되었던 소교주가 다시 나타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갑자기 소교주가 나타나겠습니까? 지금까지 아무런 소문이 없는 것을 보면 소교주를 찾아내는 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적극적으로 소교주의 행방을 알아내야 할 텐데······.”
백소운이 말한 바로 그때였다.
객잔 문이 열리며 덩치가 큰 사내 한 명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방문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매우 흥분한 표정이었다.
“천마대회 예선이 내일부터 사흘간 벌어지기로 확정되었습니다. 지금 공표문이 성내 곳곳에 부착되고 있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객잔 안에 있던 백여 명의 손님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들 대부분은 이번 천마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마도 계열 무사들이었다. 내심 교주 선출을 위한 예선이 벌어지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주를 뽑는 천마대회 예선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뿐만 아니라 그 보상도 무척 컸다.
일대일 대결 전에 벌어지는 관문 시험만 통과해도 마교의 정식무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졸개가 아닌 조장급 이상 자리가 보장되었다.
그리고 천운이 따라 예선에 우승하여 일반 도전자 자격을 갖게 되면 다시 장로급 이상 자리가 보장되었다.
물론 이후 대결에서는 패배가 예상되지만, 그것만으로도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런 배경도 인맥도 없이 출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천마대회 예선에서 우승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마교가 여러 세력의 연합 공격을 받기 직전이어서 곧바로 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내일 어디로 가면 되는 것이오?”
누군가의 질문에 예의 대한이 말했다.
“공표문에 적혀 있기를 내일 정오 천마사(天魔寺)에서 관문돌파 시험이 시작된다고 하오. 참가 조건은 없소이다. 마교 율법에 의해 진정으로 마교주가 될 마음만 있다면 그 누구라도 참여 할 수 있소. 다시 말해 간자만 아니면 누구나 가능하오.”
“그게 사실이오?”
“그렇소. 다만 간자로 밝혀지면 처참한 죽음이 따를 것이라고 하니 그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오. 혹시 귀하는 무림맹에서 온 간자가 아니오?”
“나 말이오?”
“하하하. 농담이었소. 무공을 겨루게 되면 자신의 사문이 어딘지 대략 드러나게 마련이 아니겠소? 간자가 대회에 참석할 수는 있어도 우승할 수는 없을 것이오.”
“하기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놈들만 아니면 될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소이다.”
“하하하. 그 말도 일리가 있소이다. 여기 공표문을 붙여 둘 테니 모두 보도록 하시오. 나는 내일 출전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러 가야겠소.”
대한이 공표문을 점소이에게 주어 객잔 벽에 붙이도록 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방문을 보기에 바빴다.
“도마왕이 독자 출마를 포기한 모양이군. 하기야 천마령까지 발동했으니 숨은 고수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유덕의 말에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셨습니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이번 예선에 은거했던 고수들이 무척 많이 참여할 겁니다. 임 소저를 비롯해 검마왕 추종세력에서도 대표를 내세울 것 같고요. 자세한 것은 임소저를 만난 후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예선 대회 장소가 천마사라고 하니 공교롭군요.”
“왜 그러는 것이냐? 천마사란 곳을 알고 있었느냐?”
“네. 사실 임 소저를 만나기로 한 곳이 바로 천마사입니다. 그곳에 가서 스님 한 분을 만나 뵙고 제 신분을 밝히면 임 소저와 연락이 되게 되어 있지요.”
“아, 그랬었구나.”
유덕이 감탄했다.
진하림이 물었다.
“한데 마교 관할 지역인 천마성에 웬 절이지요? 천마사란 이름을 들어보니 일반 절은 아닌 것 같은데······.”
“일반 절이란다. 소림사같이 무승들이 있는 사찰이 아니라면 아무 문제가 없지. 다만 천마사가 있는 천마산(天魔山) 일대가 마교의 신성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천마사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
“오라버니는 천마사에 대해 잘 알고 있군요.”
“임 소저 때문에 조금 알아봤었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거라.”
“천마산도 성내에 있나요?”
“그렇다. 성 중앙에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마교에서 교의 발상지로 숭배하는 곳이라 천마사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지세도 매우 험하고 특히 계곡 안은 독무가 사시사철 끼어 있어 마교도들도 근접할 수 없다고 하더구나.”
“알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오라버니나 잘 다녀오세요.”
“하림이 말대로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