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41
비명과 함께 마교 무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복마회 소속 세 명과의 무공 격차가 매우 커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서른 명에 가까웠던 마교 무사들이 얼마 되지 않아 몰살당하고 말았다.
아니 단 한 사람이 남아있었다.
바로 마교 장로 하정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복마회 삼 인의 안색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네놈들은 혹시 마검문(魔劍門) 놈들이 아니냐?”
하정의 물음에 흑의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우리는 마검문 소속 무사들이다. 나는 부문주 청엽(靑燁)이라고 한다.”
“나는 마검문 대제자 유철화(柳鐵樺)라고 한다.”
“나는 종수련(鐘水蓮)이라 한다. 도마왕 그놈 손에 돌아가신 종후(鐘侯) 그분이 바로 내 아버님이시다. 도마왕과는 불구대천의 원수이거늘 어찌 그놈 아래로 들어갈 수 있겠느냐?”
종수련이 싸늘한 눈빛을 발했다.
“으음, 역시 마검문 놈들이었구나. 마검문주 종후 그놈은 아무 증거도 없이 우리 부교주님을 모함하다가 참수되었지. 이후 마검문은 멸문되었다고 들었는데, 네놈들이 살아있었구나. 그것도 무공이 매우 높아진 상태로 말이다. 혹시 그동안 기연이라도 만난 것이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네놈이 아무리 장로라고 해도 우리의 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다.”
청엽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대는 마교 장로였다.
평상시 같으면 상대도 되지 않는 고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었다.
마검문이 멸문당할 때 겨우 피한 그들 세 사람은 금역에서 마검문의 초대 문주가 남긴 비급을 발견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 비급 속에는 마검문의 절기를 속성으로 익힐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무공을 연마하는 데 성공한 그들은 곧바로 임소혜를 찾았다. 그리고 얼마 전 그들과 합류해 복마회 소속이 되었던 것이다.
하정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묻겠다. 성녀와 천마대부인은 어디에 숨어 있느냐?”
“흥! 네놈이 그렇게 죄인 다루듯 부를 분들이 아니다.”
“개소리! 이미 그 두 계집은 반역죄로 수배대상이 된 지 오래다. 네놈들 복마회가 무림맹과 손을 잡고 부교주님을 몰아내려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를 줄 아느냐?”
“너야말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우리가 왜 무림맹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냐? 그쪽에서 우리를 원수 대하듯 하고 있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성녀가 천무공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파악하고 얼마 전에 그 연락책을 하던 중을 한 명 제거했었지. 바로 내 손으로 직접 말이다. 이래도 부인할 셈이냐?”
“하하하. 난 또 뭐라고. 천무공자 백소운 그분이 우리를 돕기로 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도마왕 그놈만 죽이면 성녀께서는 무림맹과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맺을 생각이시다. 그 뜻을 안 천무공자가 개인적으로 우리를 돕기로 한 것이다. 확실한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 또한 그분이 오면 성심성의껏 모실 생각이다. 그분이라면 도마왕 그놈도 맥을 못 출 것이니까.”
“후후후! 그러고 보니 네놈들이 여기서 백소운 그놈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놈이 나타나기 전에 네놈들을 모조리 죽여주겠다.”
하정이 말을 한 후 쌍장을 날렸다.
쏴아아.
거대한 장세가 쏟아져 오자 청엽과 유철화, 종수련 세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검을 찔러 들어갔다.
검풍으로 장세를 막아낸 후 곧바로 하정의 사혈을 찔러 죽이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정의 장세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청엽, 유철화, 종수련 세 사람이 검을 떨어뜨린 후 비틀거렸다.
“으으······.”
“으윽.”
내상이 깊어 보이지는 않았으나 이미 기세가 죽은 그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성녀와 천마대부인은 어디에 있느냐? 대답하지 않으면 정말 죽이겠다.”
“모른다! 죽어라!”
청엽이 소매를 흔들어 숨겨둔 암기를 날렸다.
유철화는 독침을 날렸으며, 종수련은 비수 한 자루에 모든 공력을 담아 날렸다.
“가소로운 놈들!”
하정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쌍장을 날렸다.
파파파팡.
엄청난 폭음과 함께 다시 세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바로 청엽과 유철화, 종수련의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혈도가 찍혔는지 꿈쩍도 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에도 내상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것 같았다.
“후후후! 네놈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교주께서 이번 대회 때 군웅들 앞에서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하셔 특별히 혈도만 짚어두었다. 부교주께서 정식 교주가 되실 그날 네놈들을 처형하여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하정의 말에 청엽이 소리쳤다.
“어서 죽여라. 아까 저놈들을 처리하느라 내공을 소모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네놈을 죽였을 텐데, 그게 비통하구나.”
“모두가 실력 부족이다. 부문주라는 놈이 무슨 핑계가 그렇게 많으냐?”
하정이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객잔 안에 있던 손님들은 구석진 곳으로 피해 있었다.
객잔 밖으로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대부분은 내일 예선에 참여할 사람들이었다.
천마령 발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다들 마교의 현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도마왕이 죽은 검마왕을 시해한 장본인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 마교 지휘부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강자존의 법리가 지배하고 있는 마교의 전통상 도마왕에 대해 항거할 세력을 만드는 것은 힘들었다.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대항하는 모임이 바로 복마회였다.
이 복마회가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일반 마교도들의 지지는 상당했다.
특히 복마회주가 성녀 임소혜라는 사실이 알려져 호응이 컸다.
그 때문일까.
조금 전 싸움에서도 객잔 안의 사람들은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귀추를 지켜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하정의 승리였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원래 하정은 내일 있을 대회 예선의 총책임자로 결정되어 천마사로 올라가던 중이었다.
한데 도중 순찰대 무사들을 만났고, 또 제보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곧바로 그들과 함께 이곳 천지객잔에 온 것이었다.
한편 백소운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복마회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 것은 막으려 했으나, 아직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조용히 저들을 구출할 수 있을까.’
백소운이 생각 끝에 무형지풍을 날렸다.
최근 그의 무공은 형식을 아예 초월하는 경지에 올라 있어 별다른 초식이 필요 없었다.
무엇보다 하정의 무공 역시 그에게 있어서는 일반인과 마찬가지였다.
곧이어 무형지풍에 당한 하정이 영문도 모르고 쓰러졌다.
혼혈을 찍힌 것이었다. 내일 대회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일단 목숨은 살려준 것이었다.
얼마 후 청엽과 유철화, 그리고 종수련의 혈도도 풀렸다.
내상도 대부분 치료되었다.
“으으······.”
“아······.”
신음과 함께 일어선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누가 그들의 혈도를 풀어주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어떤 분인지 모르겠으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청엽이 포권한 후 유철화, 종수련과 함께 객잔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쫓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 민심이 복마회 쪽에 있으니 어쩌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추적향을 저들에게 뿌려두었으니 천천히 쫓아가면 되겠군.’
백소운이 객잔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나중에 취조를 받을 것이 두려워 하나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백소운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물론 그가 쫓아간 사람들은 바로 조금 전에 도주한 복마회 사람들이었다.
휙휙.
* * *
천마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폐장원 한 곳에는 지금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복마회 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조금 전 돌아온 청엽, 유철화, 종수련 세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정보가 샌 것 같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용이라도 하는 건데······.”
청엽이 아쉬워했다.
하정을 비롯한 마교 무사들에게 발각되어 그들과 싸운 과정을 설명한 후였다.
“아니에요. 고생하셨어요. 한데 여러분을 구해주신 그분이 누군지 궁금하군요.”
상석에 앉아 있는 그녀는 바로 임소혜였다.
복마회 회주를 맡고 있는 그녀 옆에는 괴추노인이 장승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옆에는 검마왕의 제자들인 유가동, 어해산, 사자성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임소혜가 사형들과 만난 것 같았다.
다만 천마대부인은 다른 곳에 있는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검마왕을 따르던 충신들로서, 모두 복마회 소속 무사 중 지휘부 고수들이었다.
복마회 휘하의 일반 무사들은 비밀리에 모처에 대기를 시켜 두었다.
그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유가동이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굉장한 고수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정이라면 장로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수입니다. 그런 그를 소리도 없이 제압했다면 보통 고수가 아닙니다. 혹시 천무공자가 아닐까요?”
“설마······ 그분이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지금은 무림맹 부맹주 신분이라 우리를 돕기가 어려울 거예요.”
“하기야 회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도마왕 측에게 우리가 무림맹과 결탁하고 있다는 소문을 지어낼 빌미를 제공한 것은 맞지.”
“그 때문에 걱정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도마왕 세력을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는 백 공자의 도움이 절실해요.”
“백 공자의 도움을 받게 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대사형. 그건 당연해요. 아마도 그것은 무림맹과의 영구적인 평화협정이 되겠지요. 무림맹과의 긴 싸움으로 교도들의 피해도 컸고, 실제 패배하기도 했어요. 이번에 우리가 다시 교권을 장악한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거예요. 아버님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셔도 이제는 저와 같은 의견이실 거예요.”
“사부님의 시신이 모셔진 장소를 찾았느냐?”
“아직은 아니에요. 다만 도마왕 측에서 불태우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어요. 놈들만이 아는 극비지역에 숨겨두었을 가능성이 매우 커요.”
“하기야 천마탑 때문에 쉽게 화장을 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유가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자성이 불만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내일이 바로 대회 예선인데 우리 측에서도 출전자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셋째 사형이 직접 출전하실 생각인가요?”
“그렇다. 그동안 신공을 완성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역용을 하고 출전을 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진출한 후 도마왕을 공개적으로 죽인다면 우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
“사형이 직접 교주가 되려는 건가요?”
“하하하. 안될 것은 없지 않겠느냐? 물론 사부님이 부활하시면 다시 교주 자리에 복귀하셔야 하겠지.”
“사형 실력으로는 도마왕은 고사하고 예선에서 수석을 차지하는 것도 어려울 거예요.”
“사매.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사자성의 안색이 굳어졌다.
한편 지금 그들의 대화를 지붕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느니 바로 백소운이었다.
그가 생각했다.
‘지금 내가 나서봐야 분란만 생길 것 같구나. 차라리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