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42
둥둥둥.
천마광장에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만여 명의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지금부터 천마대회 예선을 시작하겠습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에 광장이 떠나갈 듯했다.
나흘 후 벌어질 본 대회보다 오히려 그 열기가 뜨거운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천마대회 예선이야말로 마교에서 부족한 자유로움이 어느 정도 느껴지고 있었다.
물론 만여 명의 군웅 중 예선 참가자는 천여 명 정도였다.
관문 돌파 중 부상의 위험성을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이런 큰 대회에는 구경꾼들이 많았다.
게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제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었다.
천하일심맹에서 천마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공격을 가해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었다.
그 명분은 새롭게 임명될 정식 마교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자세한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마교 지휘부에서 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었다.
분명 무슨 음모가 있을 거라는 의심은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무사히 끝내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사회를 맡은 철탑 사내가 말했다.
“먼저 이번 예선전을 총괄하게 되신 하 장로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짝짝짝.
박수와 함께 마교 장로 하정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그의 안색은 다소 창백했다.
어제 백소운에게 혈도를 찍힌 것이 오늘 새벽에서야 풀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는 수치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잠시 기혈이 불안정해져 그랬던 것 같다고 둘러대었다.
물론 놓친 마검문 무사들을 찾아내라는 명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편 예선 대회장에는 그 말고도 마교의 지휘부 고수들이 여럿 와 있었다.
장로와 호법 십여 명이 바로 그들이었다.
최근 도마왕은 숙청된 장로와 호법의 빈자리를 자신을 따르는 고수들로 채워놓았다.
그래서 오늘 온 장로와 호법들은 그다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무공만은 이전 장로나 호법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였다.
참고로 이번 예선전의 총괄책임을 맡은 하정 또한 그들 중 상당수보다 무공이 아래라고 알려져 있었다.
사회를 맡은 철탑 사내는 마교의 전투부대 중 한 곳인 혈랑대(血狼隊)의 대주였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덩치 때문인지 사람들은 그를 철탑객(鐵塔客)으로 부르고 있었다.
철탑객이 말했다.
“하 장로님. 한 말씀 해주시지요.”
“알겠소이다.”
하정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어제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였지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장로 하정이오. 이번 예선전에 수많은 영웅이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이다. 수많은 적들이 우리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신 것은 본교의 저력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오. 무운을 빌겠소이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다시 쏟아졌다.
기가 죽어서인지 다소 차분한 하정의 목소리가 오히려 신뢰를 준 모양이었다.
철탑객이 웃으며 말했다.
“영웅 여러분! 예고한 대로 오늘은 일차 관문만 개방이 됩니다. 관문 돌파에 성공한 분은 내일 아침 이곳에 다시 모이시면 됩니다. 참고로 내일은 이차와 삼차 관문이 오전 오후에 걸쳐 연이어 개방됩니다. 그리고 모레는 삼차 관문을 돌파한 참가자들끼리 비무를 통해 최종 일반도전자를 뽑게 됩니다. 질문이 있으신 분은 지금 하십시오.”
“최종 일반도전자가 된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본선까지 하루가 더 남는 것 같은데, 그때 지휘부 도전자들과 다시 붙게 되는 겁니까?”
“하하하. 그렇소이다. 천마대회 바로 전날 부맹주님과 겨루게 될 최종도전자 한 분을 뽑게 될 것이오. 일반도전자를 포함해 총 여덟 분이 겨루게 될 텐데, 그중에서 다시 일등을 차지해야 최종 도전자로 결정되는 것이오.”
철탑객의 말에 군웅들이 웅성거렸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현 부교주 도마왕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식이었다. 따라서 속으로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도마왕은 마음만 먹었으면 합의 추대방식으로 교주가 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하겠소이다. 아까 나눠진 번호표에 따라 열 명씩 한 조를 이루어 관문 안으로 들어가시오. 북을 울려라!”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이 관문 앞에 줄을 섰다.
그 마지막 줄에 백소운이 있었다.
그리고 관람석에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사람이었다.
서신을 받고 곧바로 이곳으로 왔던 그들은 오늘 새벽 천지객잔에 도착했던 것이다.
백소운에게서 복마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놀라면서도 긴장했다.
그래서 일단 백소운이 예선에 참여하는 것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었다.
“오라버니 실력으로 예선은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어디 예선뿐이겠느냐? 교주가 되는 것도 무척 쉬울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 되겠지. 반대 세력 측에서 어떤 식으로든 신분을 확인하려 들 것이고, 그 때문에 큰 분란이 생길 것이 틀림없다. 정말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들구나. 천하일심맹이 진격을 멈춘 것도 그렇고 말이야. 다들 속셈을 감추고 있으니 더욱 모르겠구나.”
“유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제 생각에는 천하일심맹 측에서 뭔가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존의 지옥맹, 지옥혈교, 무림맹에 이어 사도맹과 천룡궁까지 천하일심맹의 일원이 되었으니 어찌 분란이 없을 수 있겠어요?”
“그렇겠지. 통합맹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서로 불신이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모두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약속이란 것도 확실한 것이 아니라, 기습 공격을 감행해 올 수도 있고 말이야.”
“하기야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진하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관문장으로 들어서는 참가자들을 쳐다봤다.
관문 뒤에는 여전히 가림막이 있어 내부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일차 관문은 어떤 것일까요? 최소 절반 이상은 떨어뜨려야 할 텐데, 궁금하네요.”
“기다려보자.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유덕이 조용히 서 있는 백소운을 쳐다봤다.
백소운은 미동도 없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 * *
백소운의 차례가 온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마지막 조였다.
관문 돌파 과정을 볼 수 없도록 만든 가림막은 한 시진 전에 치워진 상태였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계속 막아두면 관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때문에 관례상 적당한 시기에 공개한 것이었다.
사실 미리 그 과제를 안다고 해도 참가자들이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철탑객이 말했다.
“마지막 조로군. 앞 조들을 봤기 때문에 긴 설명은 하지 않겠소. 일차 관문은 매우 간단하오. 백 장 거리를 경공을 펼쳐 날아가면 되오. 도중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실격이오. 시행하시오.”
“네.”
백소운을 비롯한 마지막 참가자 열 명이 일제히 대답했다.
일렬로 나란히 선 그들은 일제히 경공을 펼쳤다.
출발선이 앞에 그려져 있었고, 성공으로 간주하는 도착선을 넘어서 착지하면 통과였다.
휙휙.
참가자들이 힘차게 날아갔다.
하지만 백장 거리를 날아간다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 불가능했다.
최소한 이갑자 내공을 가져야 했다.
경공술 또한 일류 이상이어야 했다.
그 때문일까.
앞선 조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성공한 사람은 백소운 한 사람뿐이었다.
그가 날아가는 속도는 가장 느렸다. 하지만 끝까지 성공한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특히 그는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석 자 정도 공중에 몸을 띄워 앞으로 날아갔는데, 매우 편안해 보였다.
“귀혈공자 통과!”
판정관 한 명이 소리쳤다.
와아아.
마지막 통과자의 탄생에 군웅들이 함성을 질렀다.
비록 그 무공 수준을 알 수 없었으나, 가장 편안하게 관문을 돌파한 사람이 바로 백소운이었다.
백소운이 포권하며 군웅들에게 인사를 했다.
일차 관문 통과 증명패는 철탑객이 직접 줬다.
“축하하오. 귀하가 꼭 백 번째 합격자요. 내일 아침 다시 오시오.”
“감사합니다.”
백소운이 고개를 숙인 후 관람석으로 향했다.
유덕, 진하림 등이 반긴 것은 물론이었다.
“오라버니. 축하드려요.”
“고맙다. 운이 좋았다.”
사람들이 옆에서 듣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일까.
백소운이 겸양의 말을 했다.
“어서 객잔으로 돌아가자. 기다린다고 많이 피곤했을 텐데 쉬어야지.”
“네.”
백소운이 희미하게 웃으며 일행과 함께 천지객잔으로 돌아갔다.
그런 그들을 사람들이 부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둥둥둥.
“자, 오늘 예선은 이것으로 끝이오. 내일 이차와 삼차 관문 돌파가 연이어 펼쳐지니 많이들 보러 오시오.”
철탑객의 말에 군웅들이 아쉬워하며 해산했다.
* * *
천지객잔으로 돌아온 백소운 일행은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수고했다. 별다른 점은 없었느냐?”
유덕의 물음에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초반이긴 했으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어떤 관문이든 어떤 상대이든 통과하거나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 백소운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역시 교주 자리에 오른 후의 일처리였다.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옥맹과 지옥혈교 등을 제거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백소운이 이전처럼 음파차단을 해두었다고 말하자, 진하림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무림맹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오라버니를 지금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맹에서 파견한 고수들도 지금쯤이면 천마성 안에 들어와 있을 텐데······.”
“그렇겠지. 하지만 무림맹이 마교를 공격하는데 가담한 지금 그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내 신분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지. 이왕 마교 교주가 되기로 한 이상 철저히 행동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다들 언행에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귀혈문 소속인 겁니다. 근거지는 따로 없으며 이번에 새로 개파했다고 하면 될 겁니다.”
“물론이다. 한데 임 소저에게도 비밀로 할 것이냐? 복마회 사람들이 있는 곳도 가봤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아무래도 복마회 안에도 간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아직 무림맹 부맹주 신분을 지니고 있어서 그분들이 못 미더워하는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도마왕 측에 빌미를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군요. 그래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일단 교주가 될 때까지 우리끼리 행동해야겠구나.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만약 도마왕과 최종 대결을 벌이게 되면 반드시 놈을 죽여라. 그렇게 해야 분란을 막고 네 뜻대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염두에 두겠습니다. 안 그래도 교주가 된 이후의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천하일심맹이 진격을 멈추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파악 중입니다.”
“혹시 뭔가 단서라도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라고요. 내부 분란이 있는 게 아니라면, 혹시 이전에 우리가 이야기한 대로 정말 마교 소교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요?”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천마탑이 있는 곳을 알아내는 것이 지옥맹 놈들의 일차 목표일 것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진짜로 마교 소교주가 나타날지도 모르겠구나.”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혹시 복마회 근거지로 갔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었나요?”
“아니다. 그저 검마왕의 셋째 제자 사자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것만 확인했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복마회에서 끝내 마교 소교주를 찾지 못한다면 만들어서라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 소교주를 내세울 거라는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은 예상이지만 말이다.”
“아, 가짜라 해도 소교주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굉장히 놀랄 것 같군요. 대회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을 거예요. 나타나는 즉시 소교주가 교주 자리를 승계하게 될 테니까요.”
“그렇겠지. 하지만 도마왕 측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이미 고수들을 암암리에 파견한 것으로 생각되는 지옥맹 측에서도 그냥 두지 않겠지. 반드시 진위를 판별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백소운이 말을 한 후 눈을 빛냈다.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