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53
“지금부터 천마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둥둥둥!
천지가 떠나갈 듯한 북소리와 함께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
천마대회 당일 마교 총단 대연무장에 모인 군웅들의 수는 무려 이십 만이었다.
비록 천하일심맹 무사 오십만에는 못 미쳤으나, 절반에 가까운 숫자였다.
게다가 마교 총단은 지리적 이점이 있는 곳이었다.
만약 천하일심맹 무사들이 쳐들어와도 기관을 발동하면 싸움의 승패는 모를 일이었다.
특히 내성을 감싸고 있는 세 개의 외성은 무시무시한 진법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때문일까.
천하일심맹 무사들이 진격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이유를 마교 총단의 기관 때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오늘도 사회를 맡은 철탑객이 소리쳤다.
“영웅 여러분! 드디어 오늘 본교의 정식 교주님이 선출되게 됩니다. 그 방식은 비무로, 어제 최종 도전자가 정해졌습니다. 바로 귀혈공자 저분입니다.”
철탑객이 손으로 대기석에 앉아 있는 백소운을 가리켰다.
백소운 뒤에는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자운신녀 다섯 사람이 서 있었다.
다들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백소운이 교주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다.
“귀혈공자입니다.”
백소운이 포권하자, 군웅들이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벌써 소문이 퍼진 탓인지 다들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는 도마왕의 적수가 없어 자포자기 상태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백소운이란 훌륭한 대안이 있었다.
특히 도마왕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일반 교도들의 관심이 백소운에게 집중되었다.
한편 지휘부 고수 삼백여 명과 함께 태사의에 앉아 있는 도마왕의 안색은 매우 평온했다.
‘탈명도법의 최후 초식 탈명홍광(奪命紅光)은 무적이다. 지옥맹주를 상대로 쓰려 했는데, 그와는 동맹을 맺었으니······ 지금쯤이면 사도맹이 무림맹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겠군. 후후후!’
도마왕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만난 지옥맹 특사와 흡족한 협상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까다로운 조건을 걸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옥맹 측에서는 별다른 조건을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도마왕이 정식 교주가 되면 천하일심맹에 마교도 들어간다는 공개 선포를 해달라는 것뿐이었다.
그와 때를 맞추어 사도맹으로 하여금 무림맹을 치도록 하겠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곳 천마성 인근에 도착한 사도맹과 무림맹 무사들의 수는 각각 십만 명 정도였다.
참고로 천마성은 지금 천하일심맹에 의해 사면으로 포위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성문인 동문은 지옥혈교가, 서문은 사도맹이, 남문은 무림맹이, 마지막으로 북문은 천룡궁이 맡고 있었다.
하지만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백 리 밖에 무사들을 주둔한 후 아직 진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천하일심맹의 맹주인 지옥맹주의 지시사항이었다.
마교의 내부 분열이 예상되므로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는 것이 그 요지였다.
한데 사도맹으로 하여금 무림맹을 공격하게 해준다고 하니 도마왕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무림맹과 지옥혈교 두 곳은 우리와 원수지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옥혈교는 이미 지옥맹과 한 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최우선적으로 무림맹부터 제거해야 한다. 이후 사도맹과 천룡궁 두 곳과 연합한다면 지옥혈교 역시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무림맹과 지옥혈교가 무너지면, 그때는 연합을 더욱 공고히 하여 지옥맹을 친다. 어차피 그놈들도 결국 우리를 공격할 것이니 선수를 치는 것이지. 이후 사도맹과 천룡궁까지 제거하면 본교가 천하를 제패하게 되는 것이지. 물론 이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교주가 되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간밤에 깨달음을 얻어 탈명도법 최후초식을 펼친 후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래는 석 달간 요양해야 했으나 이제는 사흘이면 충분하다. 귀혈공자를 죽이고 사흘만 버티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도마왕이 계획을 머릿속을 정리하며 눈을 빛냈다.
자신감이 솟자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문제는 귀혈공자 저놈이 아니라 복마회 놈들이다. 놈들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인데, 이 기회를 역이용해 일망타진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 후후후.’
도마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철탑객이 소리쳤다.
“그럼 바로 맹주 결정 비무를 거행하겠습니다. 부교주님과 귀혈공자 두 분은 천마비무대 위로 올라가 주십시오.”
둥둥둥!
다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소운이 먼저 비무대 위로 올랐다.
도마왕 역시 여유 있는 걸음으로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도 한 자루가 들려 있었는데, 바로 탈명도였다.
검신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 역시 보통 도가 아니었다.
철탑객이 말했다.
“비무에 앞서 하실 말씀이 있으면 두 분 모두 하십시오. 본교의 교주 자리를 결정짓는 자리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하셔도 됩니다. 부교주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하하하. 일단 실력으로 교주가 된 후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최후의 승리를 거둘 곳은 바로 본교라는 것이오. 이는 돌아가신 교주님의 숙원이기도 하셨소. 아, 물론 항간에 본인이 교주님을 암습해 시해했다는 해괴망측한 소문이 도는 것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교주님은 발견되었을 당시 이미 숨져 있으셨소. 바로 무명객이란 놈의 짓이오. 이것은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오. 하지만 본교의 내분을 바라는 적대세력이 그런 억지 소문을 퍼뜨렸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소. 그곳이 어디겠소? 바로 무림맹이오. 놈들은 간악하게도 정의를 앞세우면서 그동안 상종도 하지 않던 사도맹, 지옥혈교 등과 연합하여 지척까지 당도했소. 놈들은 위선자요. 하지만 그동안 본인은 해명보다는 묵묵히 내 할 일에만 집중했소. 그것이 바로 본교를 위한 바른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부교주님의 충정은 교도들이 모두 알아 줄 겁니다. 하지만 본교의 상황은 지금 너무 어렵습니다. 천하일심맹 무사 오십만 명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타개할 생각입니까?”
철탑객이 마치 도마왕이 교주가 된 것처럼 물었다.
도마왕 역시 이번 기회에 자신에 대한 소문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기에 열의를 보였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의 주적은 무림맹이오. 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될 것이오. 그래서 본인은 이번에 교주로 취임한 즉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할 것이오. 그것은 바로 본교가 천하일심맹에 가입하는 것이오.”
도마왕의 전격적인 선언에 군웅들이 웅성거렸다.
대다수가 마교도들인 그들이었다.
대회가 끝난 후 천하일심맹과의 싸움을 각오하고 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무림맹 놈들과 한패가 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소리쳤다.
도마왕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본교를 천하일심맹에 가입하려는 목적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무림맹 놈들을 제거하는 것이오. 본교가 천하일심맹으로 들어가면 무림맹은 퇴출당할 것이오. 본인이 교주가 되는 즉시 사도맹이 무림맹을 공격하기로 지옥맹 측과 어젯밤 합의를 봤소. 이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교주님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기도 하오. 무명객이란 자는 무림맹의 주구일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무림맹을 제거하는 것이 교주님의 복수를 하는 길이오. 영웅 여러분! 교주님의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와아아아.
“옳습니다!”
“지당하십니다!”
함성과 열띤 호응이 터져 나왔다.
도마왕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교주가 되지 않았지만, 여론은 자신 쪽으로 일부 끌어당기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도마왕이 백소운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했다.
도마왕이 안색을 굳혔다.
‘저놈만 제거하면 되는데, 탈명홍광으로 놈을 제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구나. 기선 제압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어떻게 하지?’
도마왕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최대한 백소운을 싸움 없이 제거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삼뇌노인의 전음이 들렸다.
「부교주님. 놈을 복마회 간자로 몰아세우십시오. 그러면 자연스레 놈을 시험해볼 고수가 나설 겁니다. 좌사 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겠소.」
도마왕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단상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쳐다봤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그는 바로 마교 좌사이자 천마단주인 조길상이었다.
삼뇌노인 등과 함께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사람 중 최고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 좌사가 있었지. 그는 나와 무공이 비슷하니 놈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백대살수가 간밤에 몰살당했다고는 하나 내가 직접 보지 못했으니······.’
도마왕이 결심한 후 말했다.
“귀혈공자. 그대가 복마회에서 보낸 고수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소. 복마회는 교주님의 복수를 한다는 핑계로 본교를 장악하려는 역도 세력이오. 물론 천마대부인과 성녀 두 분도 가담하고 있으나, 정보에 의하면 두 분은 놈들에게 세뇌되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오. 본인을 교주님을 시해한 원수로 오해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오. 귀혈공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소. 솔직히 그대는 본인의 적수가 되지 못하오. 덧없이 내게 패해 목숨을 잃느니 지금이라도 기권을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죄를 불문에 부치고 중용하겠소.”
“교주님! 놈이 정말 복마회 간자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소리를 치며 나온 사람은 바로 마교 좌사 조길상이었다.
삼뇌노인으로부터 미리 전음으로 준비하라는 말을 들은 그가 과감하게 나선 것이었다.
도마왕의 대답도 들을 사이 없이 백소운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복마회는 무림맹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다. 간자에 불과한 네놈이 감히 교주 자리를 노리다니! 죽어라!”
쏴아아.
조길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막강한 장력이 백소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백소운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곧이어 장력이 가슴을 강타할 순간.
백소운의 몸에서 금빛 광채가 우러나더니 장세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전신의 공력을 쏟아부었던 조길상이 흠칫한 것은 물론이었다.
“귀하가 조길상이오?”
백소운이 담담히 물었다.
이전에 그의 이름을 들은 바 있었다.
검마왕을 배신한 자 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백소운이 자신이 다시 검마왕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 복마회 간자 주제에 교주가 되려 하다니! 본교가 그렇게 만만한 곳인 줄 알았느냐?”
“본인이 복마회 간자라는 증거가 있소?”
“증거는 없다. 하지만 부교주께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 어서 실토해라.”
“본인은 복마회 간자가 아니오. 하지만 교주님의 복수를 원하는 것은 맞소. 다시 한번 공격하시오. 그대의 신분을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목숨을 끊어주겠소.”
백소운이 무명검을 수직으로 들었다.
조길상의 안색이 굳어졌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그때였다.
군웅 속에서 한 떼의 무리가 나타났다.
삼백여 명 정도였다.
한데 군웅들이 다투어 길을 비켜줬다.
“앗! 천마대부인이다!”
“성녀다!”
“복마회 고수들이다!”
백소운 역시 그들을 봤다.
임소혜와 천마대부인, 괴추노인, 유가동, 어해산 등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선두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한 청년이었다.
처음 보는 사내였다.
하지만 은연중 복마회 고수 중 대표 느낌이 났다.
‘혹시!’
백소운이 급히 천리안을 가동했다.
사내의 본 얼굴이 드러났다.
‘사자성 그자로구나. 그럼 내 예측대로 소교주로 역용한 것인가. 소교주의 얼굴을 모를 테니 등에 문신을 새겨 넣었겠구나.’
그의 추측이 맞은 것일까.
복마회주 임소혜가 소리쳤다.
“소교주께서 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