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54
복마회의 전격적인 등장은 군웅들에게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소교주는 모든 이의 주목을 받았다.
사태가 심각함을 느낀 삼뇌노인이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냐? 누가 소교주란 말인가? 임소혜! 네년은 이제 성녀가 아니다. 천마대부인 그대도 마찬가지요. 두 사람 모두 무림맹과 결탁해 본교를 팔아먹으려 했으니, 반역도들이다.”
“흥! 여기 이분이 바로 내 오라버니이자 소교주이시다.”
임소혜가 옆에 서 있는 청년, 즉 사자성을 가리켰다.
사자성이 담담히 말했다.
“본인은 임자룡(林蘇追)이오. 얼마 전까지는 다른 이름을 하고 있었으나, 내 신분을 알고 난 후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소.”
“네놈이 소교주라는 증거가 있느냐?”
“본인의 등에는 혈족을 증명하는 문신이 새겨져 있소. 보여주겠소.”
사자성이 옷을 벗어 등을 보여주었다.
군웅들의 눈이 쏠린 것은 물론이었다.
“아! 저건?”
“교주님의 혈족을 증명하는 문신이다!”
군웅들이 술렁였다.
사자성의 등에 확실히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천마대부인이 말했다.
“저 문신은 자룡이가 태어나자마자 새긴 것으로, 그 자리에는 나도 있었다. 도마왕! 교주님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교주 자리까지 탈취하려는 것이냐? 하늘이 무섭지도 않으냐?”
“하하하!”
도마왕이 껄껄 웃었다.
백소운 때문에 곤혹스러워하던 그는 지금 한결 여유가 있었다.
소교주의 등장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천마대부인! 이제 정신이 드신 것 같구려. 하지만 이런 얄팍한 속임수로 교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어디서 가짜 문신을 그려온 것 같은데, 누가 그대들의 말을 믿어주겠소?”
“이 문신은 확실한 것이다. 원로 고수분들이 내 말을 증명해줄 것이다.”
천마대부인이 마교 지휘부 고수 중 원로원 고수들을 쳐다봤다.
그들 중 몇 명은 임자룡이 태어날 때 함께 자리했던 사람들이었다.
검마왕의 등에 새겨져 있던 문신 또한 여러 번 본 그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들 나서기를 꺼렸다.
이미 대세를 좇아 도마왕이 교주가 되는 것을 묵인하려 했던 자들이었다.
구태여 지금 나서 도마왕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없었다.
아니 미움 정도가 아니라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언제나 예외가 있는 것일까.
원로 고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교주님께서 새겨주신 문신이 틀림없습니다. 당시 소교주께서 태어나셨을 때 저도 있었지요.”
사람들이 말한 사람을 쳐다봤다.
노인은 한때 집법장로를 역임했던 혈심단야(血心斷爺)란 사람이었다.
성격이 강직하여 집법장로 직을 맡았을 때도 절대 봐주는 일이 없었다.
원로원에 들어간 이후로는 말없이 지내고 있었다.
한데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자 마침내 본래 성정을 드러낸 것이었다.
“혈심단야. 그대가?”
도마왕이 혈심단야을 노려봤다.
하지만 혈심단야는 느긋했다.
“부교주. 문신은 확실하오. 다만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소이다.”
“으음······.”
도마왕이 침음과 함께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그 역시 준비해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사자성이 진짜 소교주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진짜라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정황으로 봐서 가짜일 확률이 훨씬 높다.’
도마왕이 결단을 내리고 말했다.
“문신은 언제든 새로 새길 수 있소. 따라서 그것만으로 진짜라고는 할 수 없소. 부득이 판별해볼 수밖에 없겠군. 총군사. 천마경(天魔鏡)을 가져오시오.”
도마왕의 말에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경은 마교의 법보 중 하나로 분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마경이 있다면 그것으로 소교주의 진위를 가르는 데는 제격이었다.
천마경에 문신을 비출 때 진짜라면 거울에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가짜라면 거울에 나타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문신이 사라진다고 전해졌다.
이 천마경은 그밖에도 다른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밝혀진 것은 이처럼 교주 혈족을 판별하기 위한 것이 유일했다.
백소운은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자, 천마대부인과 임소혜, 그리고 사자성을 쳐다봤다.
한데 세 사람 모두 안색을 급격히 굳히고 있지 않은가.
‘천마경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이런 경우를 대비해 도마왕이 오래전에 천마경을 확보해두었을 가능성이 크겠군.’
백소운이 눈을 빛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개입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때 자운신녀의 전음이 들렸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자가 가짜 소교주라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그렇소. 검마왕의 셋째 제자 사자성이 역용한 것 같소.」
「아, 그런가요? 저는 가짜라는 것만 알고 있었어요. 문주님께선 역시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계시는군요.」
「과찬이오. 한데 오늘 진짜 소교주가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신안통으로는 오늘 소교주가 나타나는 것으로 예견되었어요. 한데 그게 가짜 소교주였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지금 이곳에 진짜 소교주가 있는데 제가 모르고 있거나······.」
백소운이 흠칫했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혹시 소교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가짜 소교주가 나타나자, 또다시 그런 느낌이 든 것이었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자꾸 하는 것일까. 내 등에 문신이 있다면 또 몰라도······ 내가 너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백소운이 자책할 때.
자운신녀의 전음이 다시 들렸다.
「가짜 소교주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더라도 섣불리 복마회 고수들을 돕지는 마세요. 그 전에 먼저 어떻게든 도마왕과 승부를 겨뤄 승리를 거두어야 해요. 복마회를 돕게 되면 진짜 간자가 될 뿐 아니라, 확실한 실격사유가 되어 원래 계획대로 교를 장악하기 힘들어질 거예요.」
「하지만 임 소저와 천마대부인 등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소?」
「그렇기는 하나 문주님이 먼저 도마왕과 대결을 하도록 상황을 유도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최악의 경우에는 천마검을 사용하면 되니까.」
「천마검이라. 한데 삼뇌노인 그자의 말을 들어보니 천마검만으로 모든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소. 너무 오래된 신물이라서 그런 것인가. 더 확실한 방법은 없겠소?」
「한 가지 있기는 있어요. 문주께서 지금 천마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 방법을 사용했을 거예요. 그건 바로 문주님께서 직접 소교주로 행세하는 거예요. 문신의 모양은 조금 전 본 것이 확실해요. 문주님 능력이라면 똑같이 등에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얼마 걸리지 않겠지요?」
「물론 금방 만들 수 있소. 게다가 천마검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일 것이오. 하지만 천마경 때문에 어렵지 않겠소? 속임수를 쓴 것이 판명되면 다른 것들도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고 말이오.」
「그게 저도 걱정이긴 해요. 하지만 문주님이 갖고 계신 태극신고가 천마경의 위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 역시 확신할 수가 없네요. 결론적으로 소교주로 행세하는 것 역시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모르니 지금 당장 등에 문신을 만들어 두세요.」
「알겠소. 들어보니 최선의 방안은 최대한 빨리 도마왕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 같소.」
「네. 천마경을 시험해보는 것 같네요.」
백소운이 급히 자신의 등에 문신을 만들어둔 후 사자성을 바라보자, 철탑객이 그의 등에 천마경을 대고 있었다.
사자성은 이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안색이 불그스레한 것을 보니 그 역시 내공을 이용하여 천마경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천마경 역시 법보이기 때문에 그 법력을 제거하면 보통 거울과 같아지기 때문이었다.
보통 거울이 되면 등에 새겨져 있는 문신 또한 그대로 비추게 될 것이었다.
‘마지막 고비다. 천마경만 무력화시키면 나는 소교주로 공인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교주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매와 혼인을 하게 되고, 운이 따라 천마탑의 위치까지 알게 되면 천하제일인이 되어 강호를 제패할 수도 있겠지. 후후후. 금지마공인 역혈마공(逆血魔功)이 수록된 비급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 천만번 잘한 일이었다.’
사자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최근 익힌 역혈마공은 실성마인이 될 가능성이 커 마교에서 연마 금지한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몰래 그 비급을 확보해두었다.
그리고 최근 무공을 높이기 위해 역혈마공을 익힌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금 그의 무공은 비약적으로 높아져 있었다.
도마왕과의 승부도 자신 있어 할 정도였다.
며칠 전 가짜 소교주를 내세우기로 최종 결정이 되었을 때도 역혈마공의 위력은 입증이 되었다.
사형들인 유가동, 어해산이 자신들도 가짜 소교주로 행세하겠다고 하자, 무력으로 그들을 제압해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익힌 무공이 역혈마공이란 것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역혈마공의 특성은 최후 초식을 펼칠 때 나타나는데, 아직 그럴 정도의 적수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역혈마공을 익혔다고 해도 제어가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형검 수준이 되어야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그 역시 원래 계획대로 소교주로 인정받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험해보겠습니다.”
철탑객이 천마경의 윗부분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살짝 눌렀다.
순간,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천마경이 울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천마경의 표면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사람들의 눈이 그곳으로 쏠린 것은 물론이었다.
아직 천마경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귀하는 피를 한 방울 이곳에 뿌리시오.”
철탑객의 말에 사자성이 손가락을 따서 피를 내었다.
그 피를 한 방울 천마경의 볼록한 부분에 떨어뜨렸다.
이는 그 또한 모르고 있는 절차였지만, 기호지세라 거부할 수 없었다.
사자성이 믿고 있는 것은 오로지 역혈마공이었다.
그 마기를 소리 없이 뿜어내 천마경을 무력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피가 뿌려지고 얼마 후의 일이었다.
천마경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기운이 짙어지더니, 그 기운이 사자성의 등에 닿았다.
정확히 말해 문제의 문신에 붉은 기운이 닿은 것이다.
“으윽!”사자성이 비명을 터뜨렸다.
불에 댄 것처럼 화끈함을 느낀 것이었다.
그의 등에 새겨진 문신은 천마대부인이 갖고 있던 특수약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절대 지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문신이 지워지고 있었다.
사자성은 볼 수 없었지만, 문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천마경에 문신이 비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
“가짜다!”
군웅들이 소리쳤다.
사자성은 역혈마기를 더욱 쏟아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몸에 심한 타격은 받지 않은 것이었다.
이윽고 문신이 등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철탑객이 소리쳤다.
“그대는 가짜였군!”
털썩.
사자성이 잠시 기진하여 주저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기를 다스렸다.
다시 한번 점검해 봐도 내공의 소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사자성이 우수를 들어 얼굴을 문지르자, 본 얼굴이 드러났다.
“하하하! 그렇다. 나는 소교주가 아니라 교주님의 셋째 제자 사자성이다. 도마왕 네놈을 죽여 사부님의 복수를 하고 본교의 교주 자리에 오르겠다. 누가 감히 나를 막을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