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56
천마검의 등장.
그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마교 무사들은 물론이고 군웅 모두가 큰 충격에 놀란 표정이었다.
환호와 박수도 없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백소운과 도마왕을 쳐다봤다.
검신에 천마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당연히 천마검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것이다.
삼뇌노인이 급히 소리쳤다.
“그 검은 가짜다. 천마검은 천마탑에 있는데 어찌 네놈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냐? 증명할 수 있느냐? 증명할 수 없다면 네놈은 본교의 율법에 따라 능지처참되어야 마땅하다. 가짜 신물을 내세워 교도들을 현혹했으니 그 죄는 하늘에 닿을 것이다.”
“······.”
백소운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미 스스로 교주가 되었음을 선언한 마당에 또다시 말싸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무조건 무력으로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것 또한 문제가 많았다.
그때였다.
원로원 고수 혈심단야가 무릎을 꿇었다.
“천마검이 맞습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다들 무엇 하고 있소? 무릎을 꿇지 않는 자는 천마의 저주를 받아 온몸이 가루가 될 것이오.”
털썩.
털썩.
혈심단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교 무사들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대회에 참석한 군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각도 되지 않아 절반에 가까운 십만 명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
나머지는 아직 확신이 없는지 주저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도마왕의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도마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보다 신중을 기하자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 중에는 임소혜 등 복마회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님. 저 검이 진짜 천마검이 맞나요?”
임소혜의 물음에 옆에 있던 천마대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다. 이전에 교주님께 천마검의 모양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똑같은 것 같구나. 하지만 검 모양만으로 무조건 믿을 수는 없겠지.”
“증명 방법은 없나요?”
“있긴 하다.”
천마대부인이 말을 하며 천마경을 쳐다봤다.
천마경은 철탑객이 들고 있었다.
도마왕이 뭔가 생각난 듯 소리쳤다.
“귀혈공자! 네가 가지고 있는 검이 진짜 천마검이란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시도해보겠나? 그러면 나 또한 진심으로 승복하겠다.”
“무슨 방법이오?”
백소운이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무명노인이 남긴 글과 불사마공 등을 통해 천마검이 진짜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하하하! 그것은 바로 천마경에 천마검을 비추는 것이오. 천마검이 진짜라면 천마경에 그 검이 비칠 것이오.”
“좋소. 그전에 다들 일어나시오.”
백소운의 말에 무릎을 꿇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다.
백소운이 천마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시험해보시오.”
그때였다.
아까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던 혈심단야가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천마경에 천마검이 비치는 것은 사실이나, 교주 혈족이 아닌 사람이 천마검의 주인이 된 경우에는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천마검은 교주 혈족에 우선하니, 굳이 천마경에 확인하는 것은 불필요합니다.”
혈심단야의 말에 군웅들이 술렁였다.
도마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의도했던 계획이 탄로 났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저 말이 사실인가요?”
임소혜가 다시 묻자 천마대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다. 나도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구나.”
천마대부인이 안색을 굳혔다.
임소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에 하나 백소운이 시험을 하다 죽게 되면 도마왕이 교주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빠른 결단이 필요했다.
임소혜가 소리쳤다.
“귀혈공자. 어서 도마왕 저자부터 죽이세요. 그러면 우리는 공자를 교주님으로 인정하겠어요. 다만 놈을 죽이기 전에 저의 아버님 시신이 있는 곳을 알아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임소혜! 네년이 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 귀혈공자는 이미 승낙했다. 사내대장부가 죽음이 두려워 두말을 한다면 계집이나 다름없다. 절대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소?”
삼뇌노인이 다시 기운을 차린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보다 못한 진하림이 소리쳤다.
“네놈은 조용히 해라. 문주님. 천마검을 손에 쥐지만 않으면 될 것이니, 검을 땅에 두고 천마경에 비춰보면 어떨까요?”
도마왕이 반박했다.
“그것은 안 된다. 반드시 천마검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며, 천마경 표면에 검봉을 대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천마검의 진위가 가려지게 되지. 교주 혈족이 아니면 죽게 된다는 것은 그저 떠도는 말에 불과하다. 사내새끼가 자신이 뱉은 말을 번복한다면 어찌 교주 자격이 있겠느냐? 귀혈공자! 어서 말해라. 천마경으로 시험을 제대로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하겠소. 바로 시험해봅시다. 다만 그전에 그대가 밝힐 일이 있소.”
“무엇이냐?”
“돌아가신 전대 교주님의 시신은 어디에 있소?”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검마왕의 시신을 도마왕이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왜 묻느냐? 교주님 시신은 안전한 곳에 보관되어 있다.”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 시신을 이곳으로 가져오시오. 그러지 않으면 그대부터 베겠소.”
“네놈이 정말!”
도마왕이 발끈했다.
하지만 백소운은 태연했다.
“비록 확인 절차를 거치기로 했지만, 본인은 지금 율법에 따라 교주의 신분을 가지고 있소. 언제든 그대를 벨 수 있다는 말이오. 그대가 시신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전대 교주님의 몸에 어떤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 아니오?”
“흔적이라니?”
“그대가 전대 교주님을 암습한 흔적 말이오. 듣자 하니 시신을 가까이서 보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소. 그대가 만일 죄가 없다면 시신을 보여주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지 않겠소? 어서 결정하시오. 이번에도 반대하면 교주 시해 죄를 인정한 것으로 알고 즉시 죽이겠소.”
백소운이 천마검을 도마왕에게 겨누었다.
도마왕이 흠칫했다.
그때 삼뇌노인의 전음이 그의 귀에 들렸다.
「가져오게 하십시오. 이미 흔적을 모두 제거했으니 별수 없을 겁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귀혈공자 저놈의 제거입니다. 놈만 죽이면 시신 또한 부교주님의 관리를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어서 수락하십시오.」
「알겠소.」
도마왕이 눈을 빛내며 전음을 보냈다.
한편 그 시간 백소운은 자운신녀와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
「어쩌자고 강행하려는 건가요? 소교주가 아니라면 천마경에 천마검을 대는 것은 매우 위험해요. 자칫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요. 차라리 지금이라도 도마왕 저자를 죽이세요. 검마왕 시신은 제가 어떻게든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걱정하지 마시오. 천마경에 혈족의 안배가 되어 있는 듯하나, 그 또한 무공의 일종이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소.」
「등에 문신은 지우지 않았지요?」
「그건 왜 묻소? 굳이 지금 상황에서 소교주 행세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
「천마검을 증명하기 위해 천마경에 대는 순간, 문신까지 확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옷을 입고 있어 물론 문신이 천마경에 비치는 것은 아니지만, 문신을 통해 교주 혈족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제 말뜻은 문신 역시 진짜처럼 보이도록 신경을 쓰라는 거예요. 부득이 시험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 같아요.」
「알겠소이다. 안 그래도 문신을 새긴 후 머릿속에 문신 모양이 더욱 명확하게 그려지고 있소. 느낌 또한 원래 있던 것처럼 편안해 예감이 나쁘지 않소.」
「네. 그렇다면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네요. 문주님 역용술이 워낙 뛰어나니 문신 또한 진짜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높을 거예요. 하지만 만에 하나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천마검을 천마경에서 떼어낸 후 도마왕을 죽이세요. 놈들도 그때를 노릴 가능성이 높으니, 부디 조심하세요.」
「알겠소.」
백소운이 전음을 날린 순간.
도마왕이 말했다.
“좋다. 가족도 와 있으니 시신을 가져오게 하지. 총군사가 직접 가져오시오.”
“네.”
삼뇌노인이 무사 몇 명과 함께 총단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임소혜가 백소운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해요. 아버님 시신을 찾게 해주셔서.”
“별말씀을. 당연한 일이지요.”
“아니에요. 우리에겐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임소혜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러면서 살짝 백소운에게 전음을 날렸다.
「혹시 제 아버님을 부활시킬 수 있나요?」
「부활이라 하심은?」
「천마검을 가지고 계시니 혹시 불사단 역시 가지고 계시나 해서요.」
「불사단은 없소.」
「천마탑에 가신 것이 아니었군요.」
「그렇소. 천마검 역시 천마탑 말고 다른 곳에서 얻게 된 것이오. 아, 그리고 본인이 일방적으로 교주가 되었음을 선언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오.」
「아니에요. 다만 약속을 해주세요.」
「제 오라버니가 정말 나타나면 교주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알겠소. 다만 소교주가 천하제패 같은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일이오.」
「감사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아버님 시신을 저희가 인계받게 되면 나중에 꼭 불사단을 구해주세요. 그 약속도 해주시면 적극 공자께 협력하겠어요.」
「검마왕이 부활하면 본인을 몰아내고 다시 교주가 되려 할 것이오.」
「그건 제가 설득할게요. 아마 아버님께서 부활하셔도 이전과 같은 무공을 지니기는 힘드실 거예요. 자식 된 도리로 아버님께서 강호에서 은퇴해 편안하게 말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싶어요. 가능하겠어요?」
「알겠소. 검마왕과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약속할 수 없지만, 가능한 목숨만은 되살릴 수 있도록 해주겠소. 다시 말해 부활시켜도 어떤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뜻이오. 그렇게 해도 되겠소?」
「좋아요. 그게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감사해요.」
임소혜가 전음을 날린 순간.
삼뇌노인이 무사들과 함께 관 하나를 들고 왔다.
군웅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관 속에 검마왕의 시신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교주님 시신이다!”
“교주님!”
여전히 검마왕을 교주로 생각하는 많은 사람이 소리쳤다.
털썩, 털썩.
망자에 대한 예의인가.
군웅들 대다수가 무릎을 꿇으며 검마왕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드러냈다.
백소운 역시 그냥 서 있기 뭐해 고개를 조금 숙여 예를 표했다.
‘어찌 되었든 한번 죽은 사람이니······ 한데 왜 이리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일까.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질 이유는 전혀 없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군.’
백소운이 고개를 들어 다시 관을 쳐다봤다.
한눈에 봐도 부패를 방지하도록 만들어진 특수 관이었다.
두께도 매우 두꺼워 관 자체의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군.’
백소운이 천안통을 통해 관 내부를 들여다봤다.
순간,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빈 관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때 자운신녀의 전음이 들렸다.
「확인하셨어요? 빈 관이에요.」
「알고 있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 같소?」
「도마왕 측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누군가 시신을 탈취해갔다는 말이오?」
「그런 것 같아요. 아니면 스스로 빠져나갔거나······.」
자운신녀의 전음에 백소운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
‘스스로 나갔다면 십중팔구 실성마인이 되었을 것이다. 불사마공을 익힌 자가 실성마인이 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무림에 대살성이 탄생했을 수도 있겠구나.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