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59
백소운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어제 본인이 교주가 되어 놀란 사람이 많았을 줄 아오. 아니 두려워하는 사람 역시 많을 것이오. 혹시 보복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오. 도마왕의 강요에 못 이겨 협조한 사람들은 모두 용서할 테니까. 다만 죄 없는 양민을 학살했다든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맞는 응분의 벌을 내릴 것이오. 어젯밤 무공폐쇄를 당한 좌사 조길상, 장로 하정, 원로원 원장 초마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요. 아, 물론 우선 처벌을 받은 사람이 그들만은 아니오. 이미 백여 명이 넘는 도마왕 측근들을 무공폐쇄시켰소이다. 그들을 색출하여 처벌하는 데 도움을 주신 복마회 여러분께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아니에요. 모두 교주님의 결단 덕분이지요. 다시 한번 제 아버님의 복수를 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려요.”
임소혜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복마회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오?”
“복마회는 이제 없습니다. 복마회는 해체되었습니다. 회원 모두 교주님께 충성을 바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하오?”
백소운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복마회 고수들의 표정을 보니 임소혜의 말대로 수긍하는 얼굴이었다.
다만 사자성만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간밤에 백소운이 직접 그를 찾아가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면 오늘 참석도 하지 않았을 그였다.
한편 그의 몸 상태는 이제 영원히 역혈마공을 익힐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공력은 보존하게 되어 한시름 놓은 상태였다.
만약 백소운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폐인 수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 고마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두고 보자. 네놈이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내가 교주가 되었을 것이다. 네놈의 무공이 비록 대단하나 천마탑에 들어가 천마 조사님의 무공만 익힐 수 있다면 아무도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때까지는 형식적으로 복종하는 수밖에 없겠군.’
사자성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좋소이다. 하지만 복마회 무사들은 모두 임 소저가 거느리도록 하시오. 아울러 임 소저는 성녀 지위를 회복시켜 줄 테니, 성녀전의 전주로서 임무를 수행해 주시오.”
“감사합니다.”
임소혜가 기뻐했다.
특히 복마회 무사들을 거느릴 수 있게 해준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하지만 복마회 무사 중에는 아직 백소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검마왕의 첫째 제자인 유가동이 물었다.
“교주님. 외람되지만 어제 어떻게 천마경의 시험을 통과했는지 궁금합니다. 모르는 사람은 교주님이 실종된 소교주님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건 아니오. 여기 계신 천마대부인와 성녀 두 분에게는 개인적으로 답변을 드린 바 있소만,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소. 본인은 무공의 힘으로 시험을 통과한 것이오. 다시 말하지만, 본인은 소교주가 아니오.”
백소운이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는 이 문제로 혼란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내심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검마왕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해보면 내가 소교주인지 여부가 확실해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예 관련이 없는 것으로 하는 것이 깔끔할 것이다.’
백소운이 눈을 돌려 천마대부인과 임소혜를 보니, 두 사람 역시 별 의심을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건의가 있습니다. 어젯밤 도마왕 최측근 세력의 숙청으로 교의 중요 자리 상당수가 공석이 되었습니다. 천하일심맹을 물리칠 작전을 짜기 전에 새 지휘부 구성부터 단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 공자의 말이 옳소. 본인 역시 간밤에 생각했었소. 하지만 아직 여러분에 대한 신상을 모두 파악하지 못했소. 그래서 시급하고 중요한 자리부터 인사를 단행하고자 하오.”
백소운이 품속에서 장부 하나를 꺼냈다.
간밤에 작성한 인사 명단이었다.
이 역시 임소혜로부터 조언을 들어 작성한 것이었다.
물론 몇 가지 직책은 백소운이 마음대로 정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총군사 자리였다.
“먼저 삼뇌노인 그자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총군사 자리에는 여기 계신 자운신녀를 임명하겠소.”
짝짝짝.
박수가 쏟아졌다.
이미 자운신녀가 백소운의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대부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제 대회를 마치고 도마왕 세력에 대한 긴급 숙청작업에 있어 자운신녀의 활약이 대단했다.
그녀는 마치 수십 년 동안 마교에 몸담은 사람 같았다.
교의 핵심 인물과 특징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그녀의 특기인 신안통 덕분이었다. 하지만 덩달아 백소운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감사해요. 교주님. 신명을 바쳐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자운신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그다음으로 부교주를 임명하겠소. 깊이 생각해본 결과 부교주는 천마대부인께서 맡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맡아주시겠습니까?”
“제가요?”
천마대부인이 뜻밖이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는 임소혜를 비롯해 다른 복마회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교의 화합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수락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마대부인이 기꺼이 수락했다.
이는 그녀 역시 생각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부교주가 되면 임소혜를 보호해줄 수도 있고 검마왕의 시신도 주도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다음으로 역시 공석이 된 원로원 원장에는 저를 지지해주신 혈심단야님을 임명하겠습니다.”
“영광입니다. 교주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혈심단야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소운으로서는 혈심단야 같이 마교에서 평생을 보내고 경험이 풍부한 이가 꼭 필요했다.
그다음은 교주를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는 사대호법의 임명이었다.
천마수호대 무사들이 따로 있지만, 백소운은 사대호법에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사람을 임명했다.
이후의 인사 발표는 일사천리였다.
대부분 임소혜의 추천을 받아 도마왕지지 세력을 가급적 배제하고 참신한 인물로 채웠다.
그 결과 지휘부의 평균 연령이 조금 내려갔다.
어느 정도 인사가 마무리 되자 안건은 당연히 천하일심맹과 관련된 것으로 넘어갔다.
마교 총군사가 된 자운신녀가 말했다.
“다들 소문을 들어 알고 계시겠지만 어제 전격적으로 사도맹 무사들이 무림맹 진영을 공격했습니다. 아마도 어제 죽은 도마왕과의 비밀협정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비밀협정이란 천하일심맹에 무림맹 대신 본교가 들어가고 그에 맞춰 무림맹부터 제거한다는 계획이었지요.”
“한데 그 협정은 도마왕이 본교의 교주가 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나요? 도마왕이 교주가 되지도 않았는데도 사도맹이 무림맹을 공격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임소혜가 질문을 던졌다.
자운신녀가 대답했다.
“애초 도마왕과 협정을 맺은 것조차 음모란 것이지요. 지옥맹은 지금 본교뿐만 아니라 무림 전체를 말살시키려 하고 있어요. 그것도 자중지란을 일으켜서 말이지요. 그런 그들이 사도맹과 무림맹의 싸움을 말릴 이유가 없지요.”
“그럼 사도맹은 그런 음모를 모르고 이용당한 것인가요?”
“그건 아닐 거예요. 그들에게도 정보망이 있으니까. 그래서 제가 어제 직접 전장에 가봤어요.”
자운신녀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무림맹 무사들이 진을 펼치고 있는 남문 쪽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녀의 이동 능력에 먼저 놀란 것이다.
“어떻던가요?”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에요. 전세는 팽팽해요. 이대로 두었다가는 양패구상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으음, 그러니까 사도맹은 다른 천하일심맹 세력의 지원을 기대하며 공격을 가한 것인데, 아직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군요.”
“그렇다고 봐요. 사도맹 측에서는 무림맹을 공격해 세를 불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도맹과 무림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에요.”
자운신녀의 말에 경청하던 백소운이 말했다.
“이제 관건은 어느 쪽이 먼저 지원을 받느냐가 될 것 같군요.”
“교주님 생각대로예요.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우리가 무림맹을 지원해야 해요.”
자운신녀의 폭탄 같은 말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대부분 무림맹과는 원한이 깊은 자들이었다.
오랜 정마대전으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즉시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운신녀가 독단적으로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교는 원래 관례상 승리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었다.
그 대상이 무림맹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무림맹과의 동맹이 결성되지 못한 것은 무림맹 측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무림맹과의 연합작전은 고려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오. 어차피 사도맹과 지옥혈교, 그리고 천룡궁과는 끝을 봐야 할 처지요. 아, 물론 지옥맹과는 말할 필요도 없소. 지금 무림맹이 공격을 받고 있으니 그들과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타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소. 성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잘 모르겠어요. 일단 무림맹 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한번 고려해볼 만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와 오래도록 적대관계에 있긴 했지만, 천하일심맹 세력 중에서 그나마 무림맹 쪽이 신의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최종적으로 무림맹과 다시 대결을 벌일 것은 각오해야겠지요. 하지만 무림맹 측에서 이번 기회로 더 이상 본교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우리 역시 굳이 그들과 싸울 필요는 없을 거예요.”
“성녀께서는 무림맹과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바라고 계시는 것이오?”
“네. 서로를 인정하고 무림도의를 지킨다면 평화롭게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짝짝짝.
백소운이 손뼉을 쳤다.
“하하하. 성녀의 생각이 바로 본인의 생각이오. 교주로서 명하겠소. 일단 무림맹과의 동맹을 추진하도록 하시오. 반대하는 분이 있다면 지금 말씀하시오.”
“······.”
조금 전 임소혜의 의견 때문일까.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 말대로 끝까지 무림맹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좋소. 그렇게 결정하겠소. 총군사는 즉시 특사단을 꾸려 무림맹에 가서 우리의 제의를 전하도록 하시오.”
“네. 교주님.”
자운신녀가 대답한 그때였다.
마교 무사 한 명이 급히 취의청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교주님께서 아룁니다. 천하일심맹에서 특사단이 왔습니다.”
“천하일심맹? 지옥맹 사람들이냐?”
“네. 본교와의 동맹 문제로 왔다고 합니다.”
“으음, 어서 데려와라.”
백소운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지옥맹주 그자가 내 생각을 확인하러 특사단을 보낸 것인가.’
무사가 다시 밖으로 나가자, 백소운이 자운신녀를 쳐다봤다.
“놈들이 무슨 의도로 온 것 같소?”
“당연히 본교로 하여금 사도맹을 지원해 달라고 하겠지요.”
“그 대가는 본교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겠구려.”
“네. 표면상으로는. 하지만 무림맹이 무너지면 다음 공격 대상은 바로 본교가 될 거예요. 그러니 그들에게 속아서는 안 돼요.”
“당연한 말씀이오.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봅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