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66
마교 총단 취의청.
임소혜와 천마대부인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의 호법도 참석한 상태.
그 외 혈심단야, 철탑객 등 마교의 핵심 지휘부 고수들이 대부분 참석해 그 긴장감은 매우 높았다.
철탑객이 말했다.
“반시진 전 천마곡 부근에서 천마음이 울렸다는 보고입니다. 그 때문인지 동문쪽에 있던 천하일심맹 무사들이 대거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동문쪽에 배치된 무사들이 이를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원 병력을 보내게 되면 전면전은 불가피합니다.”
“아, 이럴 때 교주님과 총군사님이 계셔야 하는데······.”
임소혜가 안타까워했다.
옆에 있던 사자성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천마음이 울렸다는 것은 천마곡에 천마탑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오?”
“그건 맞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천하일심맹 놈들이 향하는 곳도 이곳 총단이 아니라 천마산 쪽입니다. 그래서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총단으로 오는 길목만 막고 천마산 쪽에는 일부러 길을 터주고 있습니다. 놈들을 천마곡 쪽으로 몰아넣은 후 나중에 일거에 섬멸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잘한 일이에요.”
임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문 쪽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마교 우사 고독객(孤獨客)이란 자였다.
원래 검마왕의 심복이었으나 도마왕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실권한 상태였다.
하지만 마교 내에서 명망이 커 형식적으로 우사 지위를 유지해 주었고, 이번에 완전히 실질적인 지위를 회복한 바 있었다.
“고독객은 현명한 분이니 잘 대처했으리라 믿어요. 사실 동문 수비 병력은 이만도 안 되는데, 사십만 병력을 막아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요. 다행히 놈들이 천마산으로 모두 가고 있다고 하니, 우리는 그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본교 무사들을 모두 총단 안으로 철수시키도록 하세요. 그런 후에 상황을 보고 나중에 무사들을 결집해 천마곡 쪽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천마곡 쪽은 독 안개가 짙어 들어갈 수 없으니 놈들도 쉽게 진입하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이곳 총단은 천험의 요새와도 같으니, 교주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부교주 천마대부인이 간단히 정리를 해주었다.
백소운과 자운신녀가 없는 지금 그녀가 최종 결정권자라 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철탑객이 수하를 시켜 각 성문을 지키는 고수들에게 조금 전의 내용을 적은 명령장을 보내도록 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었다.
사자성이 다시 말했다.
“천마곡에 천마탑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이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습니다. 천하일심맹 놈들에게 천마탑을 빼앗겨서는 절대 안 됩니다. 저에게 무사 일만 명을 주시면 즉시 천마곡으로 가서 놈들의 동태를 살피고 오겠습니다.”
유가동이 말했다.
“자성아. 아직도 천마탑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냐? 천마음이 울렸다고 해도 천마곡은 독 안개 때문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일단은 놈들을 천마산 쪽으로 몰아넣고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사형!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제가 내상을 입었다고 너무 무시하는군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 회복했습니다.”
“금지무공인 역혈마공도 회복했다는 말이냐?”
“역혈마공은 영원히 연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공력은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단 말입니다. 다시 말해 제가 대사형이나 둘째 사형보다 여전히 고수란 말입니다.”
“네놈이 정말!”
유가동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사자성의 태도에 매우 성난 표정이었다.
검마왕의 둘째 제자인 어해산 역시 화난 표정이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천마곡으로 들어가더라도 계획을 세워 가야 한다. 천마곡에 천마탑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그곳에는 사부님을 부활시킬 수 있는 불사단도 있을 터. 불사단 때문이라도 서둘러야 할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란 말이다.”
“둘째 사형 말씀이 맞아요. 삼 사형은 자중하세요. 일단 천마곡 상황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한데 교주님은 어디에 가셨죠?”
임소혜가 진하림 등 사대호법에게 물었다.
유덕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보안 사항인 것 같아 말씀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군요. 교주님은 천마곡에 가셨습니다.”
“아, 역시 천마탑 때문인가요?”
“네. 천마탑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아, 다행이군요. 교주님께서 먼저 천마탑에 들어가셨다면 중요한 보물들을 먼저 확보해두실 테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천마곡에 천마탑이 있는 게 거의 확실해지는군요. 천마탑 쪽으로는 정탐 무사를 아무도 보내지 않았나요?”
“보냈습니다. 백 명 정도 보냈는데 곧 연락이 올 겁니다. 독 안개 여부를 확실히 파악하라고 했으니 곧 상세보고서가 올 겁니다.”
철탑객의 말에 임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어요. 일단 무사들에게 명을 내려 총출동 태세를 갖추도록 하세요. 동문 쪽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 있는 무사들도 모두 불러들였으니, 총단에 머물고 있는 군웅들과 합치면 총 이십만 정도 될 거예요.”
“천마곡에서 놈들과 전면전을 벌일 겁니까?”
“그건 아니에요. 다만 천마곡에 교주님이 가셨다고 하니, 전 무사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가서 교주님의 명을 받으면 될 것 같아요.”
“일단 총단 사수에 집중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혈심단야의 물음에 임소혜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교주님이 어디 계신지 모를 때의 방책이었어요. 하지만 교주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천마곡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설마 교주님 혼자서 사십만 무사들을 막아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겠지요? 게다가 천마탑은 본교의 유산이에요. 그 안에는 초대교주이신 천마 대종사의 무공도 있고, 제 아버님을 부활시킬 수 있는 불사단도 있어요. 다른 보물들도 가득 있을 가능성이 크지요.”
“잘 생각했다. 이제 내 말을 이해했구나.”
사자성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어떻게든 천마탑으로 가서 천마의 무공이 수록된 비급을 찾아내고 싶어 했다.
“셋째 사형의 주장 때문에 바로 가려는 것은 아니에요. 교주님이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지요.”
임소혜가 말한 바로 그때였다.
무사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남문 쪽에서 무림맹 무사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 그들도 천마탑 소식을 들은 것 같군요. 벌써 사대성문에 있는 병력을 철수시키라 명을 내렸으니, 무림맹 무사들도 성안으로 들어오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겠어요. 다른 의견 있으신 분이 있나요?”
“사매. 무림맹 놈들은 우리와 원수지간이다. 만약 놈들이 천마곡으로 가지 않고 방향을 돌려 우리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다. 차라리 무사들로 하여금 놈들을 막게 하는 게 낫다.”
사자성의 반론이었다.
잠자코 있던 진하림이 말했다.
“교주님께서는 정마동맹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셨어요. 지금 무림맹 무사들과 싸움을 벌인다면 우리 전력만 약해질 뿐이에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까지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맞는 말씀이에요. 천마곡에 무림맹 무사들이 가게 되면 천하일심맹 무사들을 견제할 수 있게 되니,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에요.”
임소혜의 말에 천마대부인이 동의를 해줬다.
“네 말이 옳다. 어서 명을 내려 무림맹 무사들 역시 막지 말라고 하세요.”
“네.”
철탑객이 다시 수하를 시켜 명을 전하게 했다.
그때였다.
다시 무사 한 명이 들어왔다.
“천마곡에 갔던 정탐 무사들로부터 보고서가 날아왔습니다.”
“그래요?”
임소혜가 직접 서찰을 받아 읽어보았다.
“무슨 내용입니까?”
“아! 천마곡에 깔려있던 독 안개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안쪽부터 개는 것 같은데, 이 정도 속도라면 내일 아침이면 완전히 길이 터일 것 같다고 합니다.”
“교주님이 독 안개를 돌파하면서 생긴 현상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내일 아침이면 천마탑이 모두에게 개방이 되겠군요.”
혈심단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소혜가 말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까지 본교 무사들도 모두 천마곡에 도착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쯤이면 천하일심맹과 무림맹 무사들도 모두 천마곡에 모일 것이니, 그곳에서 이번 전쟁의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중과부적입니다. 무림맹 무사들도 우리를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고 말입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교주님이에요. 교주님께서 먼저 천마탑에 들어가셨을 테니, 분명 지금 상황을 추측하고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교주님을 믿고 천마곡으로 갈 준비를 하도록 해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붉은색 섬광.
백소운은 그 섬광에 일순 눈이 먼 것 같았다.
붉은색 섬광 때문에 주위의 모든 것이 보이지 않았다.
천마탑 안에 발을 들인 바로 그때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그는 애초 보았던 곳과는 조금 다른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숲속이었다.
‘진법의 작용인가. 분명 천마탑 안인데, 아까와 달리 주위 사방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다. 마치 신선계와 같은 제삼의 장소로 온 것 같구나.’
백소운이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얼마 후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에 적혀 있는 글자를 발견했다.
“아, 천마가 남긴 글이구나. 이곳이 천마탑이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이 또한 난감한 일이군. 시간이 지나면 무림인들이 대거 몰려들 텐데, 자칫하면 이곳이 거대한 무덤이 될 수도 있겠다.”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자신의 안전도 문제이지만 앞으로 들어올 사람들이 걱정이었다.
물론 그가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교와 무림맹 무사들이었다.
‘설마 이 모두가 지옥악마신의 계획은 아니겠지. 그가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천마탑과 나를 이용해 무림인들을 말살시키려 했다면 정말 큰일인데······ 어쩌면 지옥맹주조차 이용을 당했을 수도 있겠구나.’
백소운이 앞으로 가기 전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일단 맨 꼭대기 십팔 층까지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십팔 층까지 모두 통과하면 탑주가 된다고 했으니, 그때가 되어서야 출구가 열릴 것이다. 어쩌면 그때 천마탑이 사라질지도 모르지. 천마시와 불사단도 확보해야 하니까 최대한 빨리 통과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문제는 그동안 무고하게 희생을 당할 사람들이다. 층을 올라가면서 최대한 장애물을 파괴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백소운이 결심을 굳히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아직 초반이라 속도를 내지는 않았다.
자칫 서두르다가는 그 역시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법의 통제권 안으로 일방적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천마탑의 힘이 나보다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천마가 만들어놓은 기관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무리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절차에 따르며 가장 먼저 탑에 오를 수밖에 없겠구나. 의문점은 맨 마지막에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