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69
“이곳이 천마석실이오. 천마검으로 대문을 내리치면 문이 열릴 것이오.”
지옥검선의 말이었다.
그의 말대로 돌산 중앙에는 석문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붉은 빛이 계속 뻗어 나오고 있어 보통 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지옥검선이 가리킨 곳은 석문 중앙에 볼록하게 나온 부분이었다.
혹 같은 것이었다.
그 부분을 천마검으로 내리쳐 잘라내면 문이 열리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석문이 열리면 백소운에 대한 공격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게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강한 기운이 석실 안으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어서 내리치시오. 문이 열리면 모두 함께 들어가 유물을 찾도록 합시다.”
지옥검선이 재촉했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문을 연 후 본인을 제거하려는 계획이 아니오?”
“하하하. 걱정도 팔자시오. 내가 그렇게 신의가 없는 사람으로 보이오?”
지옥검선이 껄껄 웃었다.
그러는 동안 각파의 고수들이 석문 쪽으로 몰려들었다.
천룡궁주 종리붕, 무림맹주 백리천 등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석실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옥검선과 백소운이 싸우게 되면 그 틈을 노리는 것으로 보였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먼저 그대의 진정한 신분부터 밝히시오. 그대는 천마집사가 아니라 지옥맹주 지옥검선이 아니오?”
“사실대로 말해주면 두말없이 문을 열겠느냐?”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소.”
“후후후! 좋다. 내가 바로 지옥검선이다. 진짜 천마집사는 이미 죽어 있더군. 그래서 내 힘으로 이곳 십팔 층까지 설치된 기관을 모두 제거했다. 이 정도면 내가 너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지 않겠느냐?”
“그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문을 연후 곧바로 본인을 공격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소. 천마검으로 석실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백소운의 말에 지옥검선이 안색을 굳혔다.
한편 그가 지옥맹주임을 밝히며 역용을 풀자 지옥맹 무사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경의를 표했다.
나머지 지옥혈교, 사도맹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천룡궁 무사들은 별다른 예를 표하지 않았다.
대세를 파악하고 충성을 바칠 것으로 예상한 지옥맹주 등 지옥맹 고수들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보다 못한 지옥대군이 소리쳤다.
“종리 궁주! 천하일심맹의 일원으로서 어찌 우리 맹주님께 예를 표하지 않는 것이오?”
“하하하! 우리 천룡궁이 언제까지 네놈들 밑에 있을 줄 알았느냐?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천룡궁은 천하일심맹에서 탈퇴한다. 천마의 유물은 내가 차지할 것이다.”
“종리붕! 네놈 실력으로 가능할 것 같으냐? 기회주의자인 네놈이 오늘 갑자기 실성한 것 같구나.”
“지옥검선! 내가 네놈보다 무공이 약할 것 같으냐? 나는 이미 최근 무적의 신공을 완성했다. 네놈이 천마의 유물을 차지한 후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나선 것이다. 어차피 네놈들은 우리 천룡궁을 이용만 하다가 제거할 속셈이지 않았느냐?”
“바보는 아니었군. 하지만 시기가 좋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다 죽일 수 있기 때문이지.”
지옥검선이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천이 급히 말했다.
“종리 궁주! 우리 무림맹과 다시 협력하려는 것이오?”
“그럴 생각은 없소. 다만 서로 공격은 가하지 않도록 합시다.”
“좋소이다.”
백리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전면전을 각오하고 있던 그였다.
한데 천룡궁 한 곳이라도 상대하지 않아도 된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었다.
지옥검선이 말했다.
“지옥혈교와 사도맹도 맹을 탈퇴할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지옥혈교는 맹주님께 충성을 다 바칠 겁니다.”
지옥혈교 태상봉공 천밀노야의 말이었다.
하지만 지옥검선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말만 그럴듯하군. 차라리 네놈도 죽이는 것이 낫겠다.”
지옥검선이 침을 뱉었다.
퇙! 하는 소리와 함께 침이 날아가 천밀노야의 이마에 구멍을 냈다.
“크윽!”
천밀노야가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쓰러져 절명했다.
“지금부터 지옥혈교라는 이름은 사라진다. 지옥혈교 무사들은 모두 우리 지옥맹 소속이 되는 것이다. 이를 맹세하는 자들은 무릎을 꿇어라.”
쿵쿵쿵.
기다렸다는 듯이 지옥혈교 십만 무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께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지옥맹 무사가 되겠습니다!”
지옥혈교가 사라지고 지옥맹 무사들의 수가 배로 불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다음은 바로 사도맹이었다.
이미 사사천교주이자 사도맹주인 매사행이 죽은 마당에 맹을 지휘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최근까지 맹을 지휘했던 만악선생도 죽은 상태였다.
지옥검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사도맹 무사들 역시 본맹에 들어오겠는가? 동의하면 모두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사도맹 역시 지금 이 시각부터 사라지고 모두 우리 지옥맹 무사가 될 것이다.”
사도맹 십만 무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무릎을 꿇으려 할 바로 그때였다.
사도맹 무사 중 한 명이 나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죽립을 벗으며 소리쳤다.
“사도맹 역시 지금 이 시각부터 천하일심맹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율법에 의해 지금부터 사도맹의 맹주는 나 매소청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정말로 매사행의 딸 매소청이었다.
미쳤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그녀는 멀쩡했다.
“네년은 미치지 않았느냐?”
지옥대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직접 매사행을 죽이고 매소청이 미쳐 날뛰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나는 멀쩡하다. 기회를 노렸을 뿐이다. 지옥대군 네놈이 감히 내 아버님을 시해했으니 반드시 그 원수를 갚을 것이다.”
“후후후! 그랬었군. 하지만 무공도 약한 네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본맹 무사들은 모두 나를 따를 것이다. 모두 내게 무릎을 꿇어라.”
매소청이 품속에서 옥패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사사천교 교주의 신물인 사사옥패(邪邪玉佩)였다.
털썩, 털썩.
사도맹 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지옥검선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안색을 회복했다.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지옥맹 무사들을 제외하고 모조리 죽여주마.”
“흥! 이제 우리가 다수다. 오십만 대 이십만의 싸움인데, 네놈들이 이길 것 같으냐?”
매소청이 소리쳤다.
부친의 죽음 때문인지 그녀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그다지 틀린 것은 아니었다.
비록 서로 동맹 관계는 아니나 사도맹과 천룡궁, 무림맹, 마교 모두 지옥맹과 대립관계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후후후! 가소롭구나. 네놈들은 우리 괴수 부대 일만이면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천마석실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싸울 때 싸우더라도 석실부터 개방하고 싸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우리 천룡궁은 그 제의에 찬성하는 바이오.”
“우리 무림맹 역시 찬성이오.”
사도맹주가 된 매소청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사사천교의 비전을 이용해 단 하루 동안 잠력을 발동시킨 상태였다.
물론 원래 가진 잠력이 미약해 단약을 백 개나 먹은 상태였다.
사도맹 무사들이 순순히 따른 것은 사사옥패도 있었지만 그녀의 기도가 이전과 달랐기 때문인 것이다.
“마교는 어떻게 할 건가요? 귀혈공자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천마검으로 정말 석실 문을 열 생각인가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소.”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지옥검선이 분노했다.
“이놈! 네 입으로 약속해놓고 이를 어기려 하느냐?”
“석실 문을 열긴 열 것이오. 다만 석실 안에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 주저하고 있는 것이오. 그리고 일촉즉발의 지금 상황도 그 이유 중 하나요.”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지옥검선이 백소운을 노려봤다.
천마탑의 기운만 아니면 천마검을 당장에라도 빼앗을 기세였다.
“석실 문을 열겠소. 하지만 그 누구도 먼저 들어가서는 안 되오. 각 세력에서 대표를 선출해 무공의 고하를 가린 후 승자 한 명이 먼저 들어가도록 합시다. 석실 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한 시진이오. 그동안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아무나 들어가도 좋을 것이오. 소문과 달리 유물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문은 열겠다는 것이냐?”
“그렇소. 약속을 지킬 수 있겠소?”
“후후후! 문만 먼저 연다면 그렇게 하겠다. 솔직히 석문이 열리면 먼저 너를 제거하려 했었다. 하지만 나도 사내이니 약속을 지키겠다. 다른 곳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옥검선이 주위를 둘러봤다.
백리천과 종리붕, 그리고 매소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세 명이 각각 무림맹과 천룡궁, 사도맹의 대표가 된 셈이었다.
여기에 백소운과 지옥검선이 각각 마교와 지옥맹의 대표가 되자, 총 다섯 명이 무공을 겨루게 되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비무 방식은 연승제로 하는 게 좋겠소. 누구든 승리를 거두면 계속 비무를 하고, 마지막에 승리를 거두는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되는 것이오. 그리고 그 선두주자로 본인이 나서겠소.”
“귀혈공자 그대가 우리를 차례대로 상대해서 모두 이기겠다는 뜻이오?”
종리붕이 다소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백소운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오. 처음에는 삼대 일로 겨루겠소. 여기서 세분은 지옥검선을 제외한 세분이오. 본인이 승리를 거두게 되면 마지막으로 지옥검선과 겨루겠소. 그게 모든 면에서 합당하리라 보오. 본인이 비무 방식을 정하는 것은 천마검의 주인이기 때문이오. 그리고 지옥검선에게 한 번의 대결만 하도록 하는 것은 이곳 십팔 층까지 혼자서 기관을 돌파했기 때문이오. 이의가 있는 분이 있소?”
“찬성해요.”
“찬성하오.”
매소청과 백리천이 곧바로 동의를 표시했다.
두 사람 모두 부상 등 여러 상황 때문에 백소운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먼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는 먼저 들어간다고 해서 반드시 유물을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상상하기 힘든 기관이 석실 안에 설치되어 있을 가능성도 매우 컸다.
종리붕이 말했다.
“본인은 반대요. 나는 두 번째 비무에 참가하겠소. 따라서 첫 번째 대결은 백리 맹주와 매 소저 두 사람이 함께 귀혈공자를 상대하시오.”
“아니에요. 그럼 그냥 한 사람씩 상대하지요. 제가 먼저 귀혈공자와 대결하겠어요.”
매소청이 자원했다.
그러면서 부친의 원수인 지옥대군을 노려봤다.
‘천마의 유물도 중요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저놈을 죽여 아버님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매소청이 복수의 다짐을 하고 있는 동안.
백소운은 천천히 걸어가 석문 앞에 섰다.
그리고 곧장 천마검을 내리쳐 문 앞에 있는 볼록한 부분을 잘라냈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부분이 잘리며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린다!”
“천마석실이다!”
군웅들이 웅성대는 가운데 석실의 문이 완전히 열렸다.
하지만 석실 안은 완전히 암흑이었다.
내부에 뭐가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는 시력이 뛰어난 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암흑물질이 석실 안에 가득 차 있는 것처럼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백소운 역시 천리안을 통해 내부를 살펴봤다. 하지만 마치 장막이 드리운 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당장 무슨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백소운이 한숨을 돌린 후 지옥검선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우려와 달리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았다.
그 역시 석실 안의 기운을 느끼고 신중해진 것 같았다.
“자, 이제 비무를 시작하겠소. 다시 말하지만 우리 다섯 중 최후의 승자가 한 시진 정도 먼저 석실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오. 매 소저. 바로 시작합시다.”
백소운이 좌수를 들어 매소청을 가리켰다.
매소청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공력을 일으켰다.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할 기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무공을 보여주어야만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도맹 무사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
“장력 대결로 승부를 정합시다. 조금이라도 더 물러나는 사람이 지는 것이오. 어떻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