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02
깊은 밤.
지존각 집무실에는 밤늦도록 두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백소운과 천공도인이었다.
한 사람은 부맹주이자 맹주 대행으로, 다른 한 사람은 총군사 자격으로 당면한 문제들의 처리를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백하심 그자를 그대로 둘 겁니까?”
“그럼 어떻게 하겠소? 수습대주에 불과한 자요. 요번에 내가 금마석을 가루로 만들어 이미 총회 참석 권한까지 정지되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하지만 놈의 무공 수준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등선맹 잔당 중 한 명이 아닐까요?”
“악마진법에 갇힌 놈들 중 탈출에 성공한 자는 옥려군 그 계집 한 명뿐이오. 게다가 그 계집은 심한 내상을 입었소. 아무리 역용술이 뛰어나다 해도 백하심이 그 계집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소.”
“물론 옥려군 그 계집은 아니겠지요. 백하심 그놈은 분명 남자이니까요. 하지만 신원내력이 불분명한 것으로 봐서 등선맹과 관련 있는 놈이 분명합니다. 등선맹을 지지하는 은둔 수도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악마진법이 신선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은둔 수도자들 역시 금제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요. 그보다 지옥악마신께서 재촉하고 계시는 그 물건의 소재는 알아봤소?”
“비밀상자 말씀입니까?”
“그렇소. 지난번 천마탑이 무너질 때 지옥악마신께서 우리를 구해주시면서 다시 재촉하셨다고 하오. 어서 비밀상자를 찾아야 한다고. 그래야 그 안에 있는 봉인해제법보를 통해 마신들의 봉인을 풀어드릴 수 있지 않겠소?”
“정말 비밀상자가 신선계에 없는 겁니까?”
“그렇소. 지옥악마신께서 기감을 펼쳐 조사했으나, 신선계 내부에서는 느끼지 못했다고 들었소. 오히려 이곳 낙양에서 느끼셨다고 하니, 우리가 찾아내야 하지 않겠소? 의심 가는 장소라도 없소?”
“사실 한 군데 있기는 합니다. 만통도인(萬通道人)이 점을 쳐서 알아낸 곳인데, 바로 황금장원입니다.”
“황금장원? 그곳은 백하심 그자가 금룡각주를 죽이고 빼앗은 곳이 아니오?”
“빼앗았다고 하기보다 도박을 통해 딴 것이지요. 금룡각주가 수하들을 데리고 회수하려고 했으나, 백하심 그자에게 전멸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금룡각 놈들의 무공이야 대단치 않으니, 그것만으로 백하심 그놈의 무공을 판단할 수는 없소. 문제는 진짜 백소운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사실이오. 천마탑에서 귀혈공자 그놈이 죽은 것은 확실하오. 반면 백소운 그놈의 행방은 알 수가 없으니 조금 불안한 구석이 있소.”
“백소운 그놈도 죽은 것 같습니다. 놈이 살아있다면 맹주께서 자신의 행세를 하고 있는데 어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맹주라 부르지 말고 부맹주라 부르시오? 지금 나는 지옥맹주 신분보다는 무림맹 부맹주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명심하시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정식 무림맹주가 되시면 반대파를 모두 숙청하고 천하일심맹을 재건하실 계획이 아닙니까?”
“물론 그러하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오. 비록 천마탑이 무너질 때 지옥악마신의 도움으로 우리 지옥맹 무사들이 신선계 안으로 옮겨져 화를 피했다고는 하나 그 피해가 막심했소. 삼만 정도가 그 전에 귀혈공자 그놈에게 당해 전사했소. 나머지 칠만이 겨우 구출되어 신선계에서 아직 운공요상을 하고 있으니, 두말할 필요가 있겠소?”
“그래도 영웅대회 때까지는 모두 회복해 이곳 낙양 총단으로 올 겁니다. 지옥악마신께서 악마력으로 치료를 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강해질 것이니,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게다가 우리 쪽 은둔 고수들이 총집결을 하고 있으니, 총 병력 또한 다시 십만이 넘을 겁니다. 아니 그동안 천하 각지에서 배양한 강시들까지 합치면 삼십 만에 육박할 겁니다. 시체 이십만 구를 악마강시로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한데 당시 천마탑이 무너질 때 왜 지옥악마신께서 천룡궁과 지옥혈교 무사들은 구해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을까요?”
“그건 바로 이동대법의 특징 때문이었소. 알다시피 우리 지옥맹 무사들은 지옥악마신님을 숭배하고 있어 마신님과 정신적 교감이 되어 있었소. 이동대법은 바로 그 정신적 교감을 토대로 한 이른바 마음의 무공이오. 한데 천룡궁과 지옥혈교 무사들은 당시 형식적으로만 본맹 소속으로 되었고, 지옥악마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소. 아니 알았다고 해도 그 숭배하는 마음이 없었소. 그 때문에 구해내지 못한 것이었소. 마신님의 뜻을 전달해주는 지옥신조의 설명이었으니, 믿어도 좋을 것이오.”
“그랬었군요. 하기야 어차피 다 제거해야 할 자들이었습니다. 특히 천룡궁 놈들은 기회주의자들이라 결국 배신할 가능성이 높았고요. 한데 귀혈공자 그놈이 정말 그때 죽었을까요? 저를 비롯해 삼백 특별호법은 신선계에서 지옥악마신님을 돕느라 당시 천마탑에 없어 의문이 듭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내가 직접 놈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을 봤으니까. 놈은 당시 너무 무리해서 몸속의 기가 완전히 소진되어 그대로 소멸하고 만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실성악마가 되었을 테니까.”
“하기야 놈이 지금 살아있다면 자신이 백리천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마당에 가만히 있겠습니까? 백소운과 마찬가지로 아마 놈 역시 죽은 게 확실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백소운 그놈은 아직 확신할 수 없소. 귀혈공자와 달리 내가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 황금장원에 비밀상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오? 만통도인의 예지력이 특출하다는 것을 알지만, 지옥악마신께서도 알아내지 못한 일이오.”
“그야 마신께서는 봉인이 아직 덜 풀려 그런 게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만통도인은 지금 어디에 있소?”
“삼백 특별호법을 데리고 낙양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언제 불러들이실 생각입니까?”
“원래는 영웅대회 전에 이곳으로 불러들여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려 했소. 혹여 내 정체가 탄로 나면 무림맹 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하니까. 하지만 향후 강호를 일통하고 다스리자면 수하들이 많이 필요하오. 천룡궁과 지옥혈교 무사들이 모두 죽은 마당에, 내가 수하로 쓸 사람은 무림맹 무사들뿐이 아니겠소?”
“하기야 특수대법을 통해 세뇌를 시킨다면 절대 충성을 맹세할 겁니다. 물론 겉으로는 무림맹주의 덕을 보이면서 대의를 앞세워야겠지요. 이번에 마교 특사단이 오면 모두 죽인 후 마교까지 완전히 제거한다면 모든 것이 수월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비밀상자를 찾는 일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역시 백하심 그놈을 죽여 황금장원을 빼앗아야겠습니다. 장원이 엄청나게 넓어 수색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완전히 우리 소유로 만들어야 합니다.”
“알겠소. 놈의 처리는 총군사에게 맡기겠소. 필요하면 특별호법 몇 명을 불러 도움을 받아도 좋소.”
“네. 연락을 취하면 반시진 안에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으니, 열 명 정도 부르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을 겁니다.”
“열 명씩이나 필요하오? 특별호법들은 이번에 지옥악마신님의 악마력을 직접 흡수해 그 무공이 열 배 이상 높아진 고수들이 아니오?”
“확실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림맹 지휘부 고수 중에 암살할 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암살 작전은 백하심을 죽인 후 차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열 명 정도 필요하겠군. 아무튼, 너무 표나게 죽이지는 마시오. 물론 그 모든 짓을 귀혈공자 소행으로 덮어씌워야겠지만 무리가 없어야 하오.”
“알겠습니다. 한명 한명씩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수장들은 반드시 죽여야 할 겁니다. 일단 다음 목표는 화산장문인 화백웅으로 생각 중입니다. 대각대사와 마찬가지로 놈이 총단에 도착하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지요. 이번에도 수고해주시겠습니까?”
“이미 내가 백리천을 죽였고, 대각대사까지 의식불명으로 만들었소. 화백웅 그자까지 내 손이 필요하오?”
“대각대사가 공격당한 소식을 듣고 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귀혈공자로 사람들을 확실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냥 죽이는 것은 특별호법 한두 명만 보내면 되지만, 제2차 정마대전을 일으키려면 좀 더 이간질이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감사합니다. 백하심 그놈을 죽인 후 암습 날짜를 정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천공도인이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소운, 아니 지옥맹주인 지옥검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공도인이 고개를 숙였다.
이제 무림맹 총군사가 된 그는 얼마 전 지옥맹 총군사 자리까지 차지했다.
이전 총군사였던 지옥노인이 천마탑에서 죽어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두 사람은 놀랍게도 무림맹의 심장부에 들어와 가장 중요한 요직을 꿰차고 있었다.
이제 곧 지옥검선이 정식 무림맹주가 되면 그들의 계획은 본격화될 것이었다.
얼마 후 천공도인이 집무실에서 나가려던 찰나.
“웬 놈이야?”
지옥검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지풍을 날렸다.
미세하지만 움직임이 느껴진 때문이었다.
동시에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두 사람이 일제히 몸을 솟구쳤다.
집무실은 지존각 맨 꼭대기 층이었기 때문에 바로 천장을 뚫고 올라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불필요한 소란을 막기 위해 음파를 차단하며 딱 필요한 공간만 뚫었다.
어느새 지존각 지붕 위에 올라온 두 사람.
하지만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극히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되었소. 으음, 내가 잘못 느낀 것일까.”
지옥검선이 안색을 굳혔다.
그러면서 지존각 주위에 기감을 펼쳤다.
그의 무공은 천마탑이 무너졌을 때 보다 열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특별호법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지옥악마신이 악마력을 나눠준 것이었다.
그 때문에 지옥악마신을 제외하고 천하에 적수가 없다는 게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어떻습니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집니까? 저는 못 느끼겠습니다.”
천공도인의 물음에 지옥검선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그때였다.
지붕 한쪽 끝에서 생쥐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가는 게 보였다.
“하하하. 쥐새끼 때문이었군.”
지옥검선이 껄껄 웃으며 다시 집무실로 내려갔다.
천공도인이 따라서 내려가자, 구멍이 뚫린 부분이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알고 보니 기왓장을 부수지 않고 옆으로 벌려 출구만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때였다.
조금 전 발견되었던 생쥐가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 방향은 바로 용봉각이 있는 쪽이었다.
한데 생쥐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점차 사람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비행 중 모습이 바뀌는 게 누가 봤다면 믿기 힘들 정도였다.
생쥐에서 그 모습이 바뀐 사람은 바로 백하심이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더 이상 기감을 숨기기 힘든 상태에서 그런 둔갑술이 생각나다니. 발각되었다면 탈진 상태인 내가 당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부맹주가 지옥맹주였다니, 누가 내 말을 믿을까. 그보다 마신들의 봉인과 관계된 비밀상자라는 것이 황금장원에 있을 수 있다니. 그 때문에 조만간 암습을 받을 위험이 크겠구나. 일단 돌아가서 천천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