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06
“저곳이 신검산장인 것 같아요.”
“그런 것 같구나. 어서 들어가자.”
삼남일녀.
중년인 세 명과 소녀 한 명이 산 중턱에 자리한 한 장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한데 그들은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사람이 아닌가.
마교 총단에 있어야 할 그들이 어떻게 낙양 인근에 있는 이곳까지 온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하림이 네가 백리 소저에게 서신을 보낸 것은 잘한 일이었다. 백리 소저 역시 현 부맹주에게 의문을 품고 있었던 차였다고 하니 말이다.”
유덕의 말에 진하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유 아저씨. 하지만 우리가 마교 호법으로 활동한 사실은 알려서는 안 돼요. 운이 오라버니가 마교주 귀혈공자였다는 사실은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할 거예요.”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 운이가 천마탑과 함께 사라져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될 일이지. 가뜩이나 운이 행세를 하는 가짜가 무림맹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마당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되지.”
“혼란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거예요. 그나저나 최근 나타난 무림맹 부맹주가 혹시 진짜 소운 오라버니가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운이라면 어찌 자신과 동일인인 귀혈공자를 태상맹주님을 시해한 범인으로 몰수 있겠느냐?”
“하긴 그래요. 하지만 직접 확인을 해야 확실할 것 같아요. 사실 백리 소저가 이곳 신검산장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무림맹 총단에 먼저 가 봤을 텐데······.”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가 가짜라면 우리를 살려두겠느냐? 분명 입막음하려 할 것이다. 한데 백리 소저에게는 어디까지 이야기했느냐?”
“다른 이야기는 안 했어요. 오라버니 생사를 모르고 있었는데, 현 부맹주가 소운 오라버니가 맞느냐고 물어봤어요. 오라버니가 귀혈공자이며 우리가 마교 호법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잘했다. 우리는 그저 무림맹 무사로 있다가 운이와 헤어져 강호를 떠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백리 소저를 비롯해 현 부맹주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증인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러길 바라야지요. 설마 우리가 오라버니를 몰라보지는 않겠지요?”
“당연하다. 내가 키우다시피 했는데, 어찌 몰라보겠느냐?”
정기가 안색을 붉혔다.
네 사람은 장원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멈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최종 점검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막총이 말했다.
“한데 임 소저가 이끄는 마교 특사단도 곧 낙양에 도착할 것 같은데, 특사단 무사들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 때문에 우리가 먼저 역용을 풀고 출발한 것이 아니냐? 임 소저에게 우리가 먼저 가서 상황을 살피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겠지. 다만 임 소저에게는 반대로 우리가 무림맹 출신이란 것을 알려서는 안 될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그 또한 우리끼리 이야기가 된 게 아닌가요? 아무튼, 지금은 역용을 풀었으니 본래대로 하심무사로 활동하면 될 거예요. 아무래도 특사단이 오려면 며칠 정도 더 있어야 할 테니까요.”
“그래. 알았다. 사실 우리 세 명은 무림맹 정식무사이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맹을 나온 셈이니 하심무사로 움직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다른 문제는 없느냐?”
“한 가지 있어요. 사실 무림맹 총단에 계시는 제 어머님과 동생이 조금 걱정돼요. 설마 제 가족에게까지 무슨 화가 미친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 일이야 있겠느냐? 그리고 어쩌면 현 무림맹 부맹주가 진짜일 수도 있을 것이니, 너무 속단하지 말고 언행에 조심하도록 해라.”
“네. 어차피 이곳에서 백리 소저를 만나고 함께 총단으로 가서 확인을 할 것이니까, 그때 확인이 되겠지요. 사실 전 부맹주가 오라버니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일단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는 셈이잖아요? 귀혈공자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무슨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겠다. 자꾸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것 같구나. 어서 들어가자.”
유덕 등 네 명이 산장 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십장 정도의 거리였다.
마침 대여섯 명의 무림인들이 장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화산파 무사들이군. 화산파 장문인이 신검산장에 있다는 백리 소저의 말이 사실인 것 같구나. 그나저나 백리 소저가 먼저 도착했는지 모르겠구나.”
“안에 계실 거예요.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하셨으니 말이에요.”
진하림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사내 한 명이 그들의 뒤에서 다가왔다.
진하림 등이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앗! 무명객님!”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사람이 매우 놀라 소리쳤다.
그랬다.
갑자기 나타난 사내는 바로 무명객이었다.
검마왕을 물리치고 정마대전을 끝냈던 바로 그였다.
물론 이후 검마왕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긴 했지만, 지금도 천하제일인으로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었다.
무명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유덕 일행에게 물어볼 게 있어 근접한 것뿐이었다.
저기 바라보이는 장원이 신검산장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는 의도였다.
한데 유덕 등이 자신을 보며 매우 놀라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무명객으로 불렀다는 것이었다.
‘이 얼굴이 바로 무명객의 것이었다는 말인가. 자꾸 얼굴이 떠올라 이번에 새롭게 역용할 때 시도해본 것이었는데, 이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존재할 줄이야. 그렇다면 내가 바로 무명객?’
사내가 복잡한 심사를 달래며 눈을 빛냈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그는 바로 백하심이었다.
황금장원을 떠나 신검산장으로 오는 도중 그는 계획을 바꿔 새로운 얼굴로 역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바로 그에게 죽은 특별호법들 때문이었다.
그들 열 명이 사라진 소식이 벌써 천공도인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백하심을 잡아들일 가능성이 컸다.
수습대주에 불과한 그로서는 총군사의 명을 받들지 않을 수 없게 될 터.
그렇게 되면 행동에 제약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래서 나중에 백리영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하고 일단은 새 얼굴로 역용했던 것이다.
한데 새 얼굴로 바꾸는 과정에 그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 바꿀 얼굴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자꾸 기억이 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질감이 있어 그것이 자신의 본얼굴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한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자신의 진짜 신분과 이름을 알고 싶어 하던 그로서는 정말 놀랍고도 기쁜 일었다.
한데 무명객이라니.
백하심은 강호인명록과 소문을 통해 무명객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백소운과 귀혈공자가 천하제일을 다투지만, 원조는 바로 무명객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시기가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명객의 위명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백소운이 바로 무명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무명객의 무공이 세 명 중에서 가장 뛰어날 거라는 것이 무림인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백하심이 뛰는 가슴을 진정했다.
‘단지 얼굴을 알고 있었다고 해서 내가 무명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확실한 것 같다. 다만 내 느낌상 무명객 역시 본 얼굴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본래의 내가 맨 처음 역용을 해 기억에 남은 듯하다. 당분간 무명객으로 지내면 내 기억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침착하자.’
백하심이 묵묵부답하자, 진하림이 다시 물었다.
“무명객님! 무슨 생각을 하세요? 무명객님이 맞으시지요?”
“아! 그렇습니다. 한데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저희를 기억 못 하시겠습니까? 무림맹 총단 하인 출신 무사들입니다. 은하장원에서 저희를 도와주셨지요.”
“아! 그러셨군요. 사실 제가 최근 폐관 수련 중 머리를 조금 다쳤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일부 잃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어쩐지 최근에 모습을 볼 수 없더라니. 소운이 오라버니는 기억하시지요?”
“물론입니다. 제가 무공을 조금 가르쳐주었지요.”
백하심이 짐짓 아는 체를 했다.
그러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했다.
신검산장에 들어가는 것 또한 시급한 일이나 지금 보니 아직 그다지 위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무명객에 대해 알아두려는 것이다.
진하림 등도 백소운의 근황에 관해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성심성의껏 무명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과정에 정식으로 통성명을 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하심은 주의 깊게 들었다.
침착하게 들으며 무명객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습득했다.
한데 진하림의 이름을 듣고 속으로 매우 놀랐다.
“진 소저. 혹시 무림맹 총단에 어머님과 남동생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까?”
“아! 그 사실을 어떻게 아시나요? 운이 오라버니에게 들었나요?”
“그렇습니다.”
“혹시 지금 제 어머님과 동생의 안부에 대해 알고 있으신 것이 있나요?”
“두 사람은 총단에서 나왔고, 황금장원이란 곳에 있다가 지금은 모처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 중에 백하심이란 사람이 있는데······.”
백하심이 자신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주었다.
이렇게까지 한 것은 바로 진하림에게 가족의 근황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다만 비밀상자 등 보안을 요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아, 그런 일이······ 그러니까 이번에 새롭게 총군사가 된 천공도인이 황금장원을 빼앗으려 했고, 그 때문에 백하심 그분이 제 가족과 장씨 아저씨를 안전한 거처로 옮겼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새 거처는 이소절이라는 수습무사 분께 여쭤보면 알 수 있고······.”
“그렇습니다. 원래는 이곳에 백하심 그 친구가 올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 저에게 대신 가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래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께 온 것은 그저 저기 보이는 장원이 신검산장이 맞는지 물어보려 했을 뿐입니다.”
“신검산장이 맞아요. 그보다 현 무림맹 부맹주가 백소운 대협이란 것은 아세요?”
“알고 있습니다.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소문을 들어 알고 있지요. 제가 폐관하고 있는 동안 무림에 많은 일이 있었더군요. 특히 천마성에서의 일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럼 검마왕이 살아 있다는 사실도 아시겠군요.”
“그렇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사실 매우 기뻤습니다. 한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그건 아니에요. 천마탑 붕괴와 귀혈공자의 실종에 대해서는 아실 테고, 이후 백리천 태상맹주께서 돌아가신 일도 아시나요?”
“네. 최근 강호의 일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마교주인 귀혈공자의 짓이라고들 하더군요. 그래서 조만간 백소운 공자를 한번 만나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하지만 현 부맹주는 가짜일 가능성이 커요. 사정이 있어 자세한 사정은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렇게 알고 유심히 살펴주셨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사실 약간의 소문은 들었습니다.”
“무슨 소문요?”
“백 소운 공자가 조금 변했다고. 맹주 자리가 탐이 나서 영웅대회를 취소하려 했다고 하더군요. 물론 반발이 커서 예정대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의아해했습니다. 한데 역시 가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운이 오라버니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바로 저희니까 믿어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아서 확신은 할 수 없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와 함께 나중에 부맹주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어차피 이곳에 왔고, 들어보니 무림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볼 사항인 것 같군요.”
“감사해요. 그럼 장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백리 소저가 안에 있을 것이니, 무명객님을 보면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네.”
백하심이 진하림, 유덕 등과 함께 신검산장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