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10
“부맹주가 직접 오만 무사를 거느리고 이곳으로 오고 있단 말인가?”
자명선생의 물음에 경계 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탐 무사들로부터 전서구가 여럿 날아왔습니다. 한시진이면 이곳에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부맹주가 직접 오다니······.”
자명선생이 안색을 굳혔다.
그러면서 대청에 모여 있는 마교 특사단 일행을 쳐다봤다.
검마왕과 임소혜, 유가동, 어해산, 괴추노인, 철탑객, 혈심단야, 고독객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은 마교의 주축으로 부교주인 천마대부인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곳 신검산장으로 온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데려온 마교 무사 일만은 최정예인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순간에는 전면전도 각오한 듯 보였다.
마교 총군사 자운신녀가 실종된 이후 실질적인 총군사 역할을 하고 있던 임소혜가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에요. 오히려 잘되었어요. 시간 끌지 않고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슨 확인 말이오?”
“본교 교주님을 모함한 사실을 반드시 밝힐 생각이에요. 다시 말해 귀맹의 태상맹주님을 죽인 사람이 교주님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 점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똑같이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이곳에 온 것이지만······.”
임소혜가 차분하게 말했다.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다소 다혈적인 검마왕과 달리 그녀는 실속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그녀는 혹시 있을지 모를 내부 분열부터 막으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물론 그 분열은 지금 신검산장에 모여 있는 무림맹 인물들이었다.
사실 그들 중에는 지금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부맹주의 정체에 대한 공식적인 이의제기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칫 잘못하면 역적으로 몰려 멸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무림에서의 역적은 흔히 말하는 황제에 대한 모반 같은 대역죄와는 성질이 달랐다.
다만 하극상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았다.
따라서 무림맹에 몸담은 사람들은 무림맹주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을 극히 조심스러워 했다.
특히 지금은 마교와 결탁했다는 죄명을 뒤집어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형산파 장문인 정자가 굳은 안색으로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교 특사분들과 우리는 따로 행동하는 게 좋겠소. 이렇게 함께 있다가는 오해를 사기 딱 좋기 때문이오.”
“흥! 자명선생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 어렵게 이곳부터 왔는데, 벌써 몸을 빼려는 건가요?”
임소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정자를 노려봤다.
이전에 무림맹에 잡혀 고초를 겪었던 그녀로서는 아직 불신의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자명선생이 서둘러 말했다.
“오해하지 마시오. 단지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니까. 정 장문인께서는 상황을 똑바로 보기 바라오. 본맹의 현 부맹주는 가짜가 분명하오. 그 사실을 밝히려 한다면 아마도 우리를 모두 죽여 입막음하려 할 것이오. 따라서 그에 맞서려면 힘이 필요하오. 죽엽객님이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절대고수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오. 아니 지금 상황은 죽엽객 혼자 힘으로도 부족하오. 오만 무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교 특사단이 데리고 온 일만 무사의 힘이 꼭 필요하오.”
“맹의 오만 무사들은 우리 적이 아니오. 그들과 싸울 수는 없소. 자꾸 이런 식으로 몰아가면 먼저 이곳을 떠나겠소.”
정자가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대청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산장을 떠나려는 것으로 보였다.
정자가 말했다.
“나와 함께 떠날 사람은 어서 나오시오. 마교 사람들과 함께 있다가는 반역죄로 모두 처단을 당할 것이오. 현 부맹주가 가짜라는 증거나 증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모든 게 추측에 불과하오. 단순한 공개질의 이상을 뛰어넘게 되면 그 책임이 막중할 것이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모험을 하고 싶지 않소.”
정자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실제 그중에는 이삼십 명 정도 동조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였다.
대청 문이 열리며 백하심과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다섯 명이 들어왔다.
“죽엽객님!”
백리영이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자명선생과 화백웅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간략하게마나 백하심이 악마강시들을 제거한 사실을 마교 측에도 알렸었다.
그 때문인지 검마왕과 임소혜 등도 백하심을 유심히 쳐다봤다.
백하심이 담담히 말했다.
“조금 전 증인이 있다면 이곳에 남겠다고 하신 겁니까?”
“그렇소.”
정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약간의 기대도 보였다.
친분이 있던 화백웅이 자신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고 있지 않아, 솔직히 불안한 그였다.
이런 마당에 증인이 나타난다면 그의 행보도 더욱 확실해질 것이었다.
“현 부맹주의 정체를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았지요. 아까 말씀을 드리려다가 말았는데, 제가 직접 목격하고 들은 바로는 현 부맹주 백소운은 가짜가 확실합니다. 그의 진짜 신분은 바로 지옥맹주 지옥검선입니다. 물론 현 무림맹 총군사 천공도인 역시 지옥맹 고수입니다. 게다가 그들이 데려온 특별호법들 역시 지옥맹 고수들입니다. 그들 특별호법들은 현재 낙양 인근에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함께 데려왔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백하심의 폭로에 대청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악마강시 천여 구를 혼자서 해치운 그였다. 말의 신빙성 역시 매우 높아져 있었다.
물론 놀란 것은 마교 무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마왕이 물었다.
“죽엽객이라고 하였소? 그대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조금 전 들었소. 현 무림맹 부맹주가 실은 지옥맹주라니 놀랍기 그지없소. 한데 백리천 태상맹주를 암살한 자는 누구요? 본교의 교주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씀도 막 드리려는 참이었습니다. 태상맹주님을 암살하고 대각대사님을 공격해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자는 바로 지옥검선이었습니다. 지옥검선 그자가 마교주 귀혈공자로 역용해 정마동맹을 무너뜨리려고 이간질을 한 것이었지요. 이는 진짜 귀혈공자와 백소운 두 분이 실종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대로 지옥검선이 무림맹주가 되어 또다시 정마대전이 벌어진다면 양패구상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지옥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아!”
“지옥검선 그놈이 백소운 대협으로 위장하다니!”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자는 아직 완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옥검선은 천마탑에서 죽지 않았소? 지옥맹 놈들도 그때 모두 죽었고 말이오. 솔직히 나는 귀혈공자 역시 그때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소.”
“귀혈공자의 생사는 저도 모릅니다. 역시 백소운 대협의 생사 역시 모릅니다. 하지만 지옥검선이 살아있고 현재 백소운 대협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현재 지옥맹의 병력은 모두 삼십만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는 이번에 제가 처치한 강시와 동일한 악마강시 이십만도 포함됩니다. 순수 지옥맹 무사가 십만이 된 것은 이러합니다. 천마탑이 무너지기 직전 지옥맹 무사 칠만이 지옥악마신의 도움으로 신선계로 옮겨졌는데, 그동안 삼만이 더 불었다고 하더군요.”
백하심이 내친김에 지옥검선과 천공도인이 지존각에서 나눴던 이야기를 상세히 이야기해줬다.
다만 황금장원과 비밀상자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비밀상자 안에 봉인대종 외에도 절대비급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곤란해질 우려가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도 폭로의 여파는 매우 컸다.
백리영이 말했다.
“전 죽엽객님의 말씀을 믿어요. 제 아버님을 살해한 원수와 자칫하면 혼인할 뻔했다고 생각하니 치가 떨리는군요. 마교 측에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 역시 죽엽객의 말을 신뢰하오. 지옥검선이 천마탑에서 살아나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니 놀랄 일이오. 그리고 수하가 강시를 포함해 삼십 만에 달한다니 매우 우려가 되오. 하지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자는 바로 지옥맹의 배후인 지옥악마신이라고 생각하오.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조금 전 죽엽객의 말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오. 수만 명을 공간 이동시킬 수 있는 그 능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소. 어쩌면 정말 놈은 인간이 아니라 신일 수도 있을 것이오.”
검마왕이 안색을 굳혔다.
이미 천마탑에서 지옥검선과 겨뤄 패배를 당했던 그였다.
물론 이후 수련을 통해 더 높은 경지를 이뤘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한데 지옥검선과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한 지옥악마신을 대적할 생각을 하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바로 눈앞에 있는 백하심이었다.
“죽엽객 그대의 무공은 회복이 되었소?”
“그게······.”
백하심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자신이 내공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빠른 진하림이 급히 말했다.
“회복하셨으니 이렇게 오신 것이 아니겠어요? 그보다 지금은 무림맹 무사들의 공격에 대비할 대책이 시급해요. 그들은 아직 부맹주가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분명 명에 따라서 움직일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 소저의 말씀이 맞습니다. 한시진이란 시간은 금방입니다. 아니 이제 그조차 남지 않았겠군요.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주십시오. 마교의 정예 무사 일만 명이 있긴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전면전은 안 됩니다. 이 부분은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빨리 진실을 알리고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두 명을 제거해야 합니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백하심의 폭로로 그는 방향을 확실히 잡은 것 같았다.
사실 그 역시 조금 전까지 완전한 확신은 없었다.
그만큼 지옥검선의 연기가 완벽했던 때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문제를 제기한 시기가 좋지 못했다.
총군사 자리에서 쫓겨난 직후였기에 의문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임소혜가 말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면 고수를 보내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두 놈을 없애는 것이 어떨까요? 두 사람, 특히 지옥검선이 살아 있는 한 무림맹 무사들은 우리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죽엽객님의 증언이 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는 게 현실이지요.”
“저희 네 사람 역시 힘을 보태 놈이 가짜라는 것을 밝히겠습니다.”
유덕의 말에도 사람들의 안색은 밝아지지 않았다.
검마왕이 말했다.
“죽엽객! 어떻소? 본인과 함께 가서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두 놈을 제거합니다. 이후 자명선생이 무림맹 무사들을 설득하면, 사태는 일단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쉽게 볼 일은 아닙니다. 놈들에게는 특별호법들이 있습니다. 삼백 명에 가까운 그들의 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저의 몸 상태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아까 악마강시를 상대할 때 무리해서 지금 내공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백하심이 결국 몸 상태에 대해 실토를 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물론이었다.
진하림이 급히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죽엽객님은 위급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본 실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일단 우리가 이곳에서 수성하면서 기회를 노린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거예요.”
“진 소저의 말씀이 옳아요. 혹시 마교 측에서 괜찮은 방어진 같은 것을 알고 있나요? 제 생각에는 방어진으로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올 것 같아요. 무림맹 무사들을 설득할 시간도 가질 수 있고, 죽엽객께서도 회복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인근 문파들에게 전서구를 보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겠지요.”
백리영의 의견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백웅이 말했다.
“우리 화산파 역시 힘들겠지만 매화봉쇄진을 최대한 빨리 재생시키도록 해보겠습니다.”
“매화봉쇄진은 사흘이 지나야 다시 가동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후의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대신 한 번 더 가동하게 되면 다시는 이곳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지요.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진법의 위력은 열 배 이상이 될 겁니다.”
화백웅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하는 방법은 자하신공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원래 매화봉쇄진이 자하신공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역시 그가 자하신공을 대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형님. 공력 소모가 심하실 텐데, 괜찮겠습니까?”
매화무관장 화백범의 걱정에 화백웅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아니겠냐?”
“하하하. 좋소. 마침 본인이 방어진법 하나를 알고 있소. 최소한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니, 그때 가서 매화봉쇄진과 교체하면 될 듯하오.”
“잘되었습니다. 그럼 검마왕께서는 지금 바로 그 진을 장원 주위에 펼쳐주십시오.”
“알겠소. 참고로 그 진법은 불사진법(不死陣法)이라고 하오.”
검마왕이 껄껄 웃었다.
자명선생이 물었다.
“불사진법이라면 혹시 불사신공을 대성해야만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방어진이 아닙니까?”
“하하하. 맞소. 역시 자명선생이시오. 사실 불사진법을 펼치면 진의 한 부분이 파괴되어도 불사신공처럼 곧바로 복구가 되기 때문에 어떤 적이 와도 막아낼 수 있소. 하지만 상대는 지옥검선이기 때문에 하루를 이야기한 것이오. 하루가 지나 매화봉쇄진이 가동되면 불사진법 역시 보조를 맞춰 방어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오.”
“하루가 지나도 불사진법이 완전히 파훼되지는 않는 것이군요. 우리 화산파와 귀교가 합작하여 방어진을 구성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화백웅이 미소를 지었다.
검마왕 역시 미소를 지은 후 유가동, 어해산 두 사람만 데리고 대청 밖으로 나갔다.
장원 주위에 불사진법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검마왕의 공력 소모를 걱정한 임소혜가 안색을 굳혔으나 이를 막지는 않았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백하심이 담담히 말했다.
“그럼 저는 처소로 돌아가 놈들이 올 때까지 회복운공을 하겠습니다. 운이 좋으면 그때까지 회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무림맹 무사들을 향해 증언도 해주셔야 하니, 놈들이 오면 기별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럼 저는 이만······.”
백하심이 내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이 급히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