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13
불사진기는 불사신공을 대성했을 때 생기는 내공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백하심이 불사진기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불사진법 때문이었다.
파진탄의 위력 때문에 불사진법이 파훼되기 직전이 되었고, 그 자체 복원력으로도 회복이 어려웠었다.
그때 백하심의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불사진기가 반응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진법의 복원력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겉으로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검마왕 역시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백하심의 현 몸 상태로는 불사진기 또한 자유롭게 배출하기 어려웠다.
이는 불사진기 또한 백하심의 내공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기본 내공 심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한번은 일탈이 가능해도 그것이 계속 허용되기는 어려웠다.
백하심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불사진법의 복원력을 강화해주는 힘은 갈수록 줄어든다. 공격이 계속된다면 버티기 어렵겠구나.’
백하심이 안색을 굳혔다.
아무리 불사진기가 반응을 해도 그 힘의 사용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깨달음을 통해 몸을 회복하면 불사진기 또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역시 회복운공이 관건이구나.’
백하심이 일주천을 다시 시도하며 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기의 순환이 원활할 리 없었다.
한편 불사진법을 파괴하는 데 실패한 천공도인은 다시 품속에서 파진탄을 꺼내고 있었다.
지옥검선이 물었다.
“남은 파진탄이 모두 몇 개요?”
“세 개입니다. 한꺼번에 세 개를 모두 사용하면 반드시 파괴될 겁니다. 허락해주십시오.”
“그렇게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천공도인이 파진탄 세 알을 다시 날렸다.
이번에도 검마왕이 미리 파괴하려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콰콰콰쾅.
또다시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진법이 흔들렸다.
백하심 또한 불사진기를 배출해 복원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겨우 불사진법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백하심의 몸속에 잠재된 불사진기 중 복원력 강화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 양은 백하심이 가지고 있는 불사진기 중 백분지 일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몸속에 잠복 중이라 지금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는 검마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불사진법을 설치할 때 이미 많은 양의 불사진기를 사용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공격을 막으면서 체내 남아 있던 불사진기를 모두 사용했다.
따라서 지금 그의 몸속에 남아있는 불사진기는 불사신공 본래의 위력인 불사력(不死力)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에 불과했다.
검마왕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큰일 났다. 운공으로 불사진기를 회복할 시간이 없다. 이대로 한 번 더 공격을 받게 되면 진이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다. 누군가 도움을 준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외부 도움이 유일한 희망 같구나.’
자명선생이 급히 전음으로 물었다.
「진 상태가 어떻습니까? 안개가 매우 얇아졌습니다.」
「보이는 그대로요. 한 번 더 공격을 받게 되면 진이 뚫릴 것이오.」
검마왕이 고개를 저었다.
어렵다는 뜻이었다.
지옥검선이 말했다.
“불사진법은 거의 파괴되었소. 지금이라도 마교 놈들에게 속고 있는 분들은 이쪽으로 오시오. 그러면 모든 죄를 용서하겠소. 모르고 한 일은 죄가 되지 않으니까. 일각의 시간을 주겠소. 잘 생각하시오.”
“흥! 허튼 소리하지 마라. 진이 파훼되면 지옥검선 네놈부터 죽일 것이다.”
백리영이 소리쳤다.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장원에 있던 무림맹 무사들도 동요하는 것을 멈췄다.
자명선생이 탄식했다.
“전면전을 피할 수 없단 말인가. 피할 수 없다면 지옥검선 저자를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만이 무고한 피해를 줄이는 길입니다.”
“그런 것 같소. 하지만 아직 실망할 때는 아니오. 지금 보니 놈들이 아까 사용한 파진탄이란 것이 바닥난 것 같소. 내가 잠력을 발동하면 좀 더 진을 유지할 수 있소.”
검마왕이 곧바로 잠력을 발동해 불사진법을 강화했다.
천공도인이 안색을 굳혔다.
“파진탄이 더는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게 한 알이 더 있으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가장 강력한 것이니, 쉽게 파훼할 수 있을 것이오.”
지옥검선이 품속에서 파진탄 한 알을 꺼냈다.
조금 전 천공도인이 사용한 것보다 두 배는 더 큰 것이었다.
“파진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불사진법을 파괴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내공의 소모가 매우 크오. 마침 이게 남아 있으니 잘 된 것 같소.”
지옥검선이 말한 후 곧바로 파진탄을 날렸다.
콰콰쾅.
폭음과 함께 신검산장을 둘러싼 붉은 안개는 깨끗이 사라졌다.
검마왕이 잠력까지 발동해 진을 사수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그 때문에 검마왕은 내상이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빌어먹을······.”
검마왕이 피를 한 모금 토하며 비틀거렸다.
“아버님!”
임소혜가 놀라며 급히 그를 부축했다.
검마왕이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공요상에 들어갔다.
한편 백하심은 잠력 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리가 따르겠지만 한 번의 공격으로 지옥검선과 천공도인, 그리고 특별호법들까지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제 그 수밖에 없다.’
잠력 발동을 위해 조금 전 일부러 진법 방어에 힘을 보태지 않은 그였다.
‘한번 잠력을 발동하면 되돌릴 수 없다. 은자림 고수들이 나타나 특별호법들을 상대해줘도 도움이 될 텐데. 하기야 은자림 고수들도 상대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백하심이 결심을 굳히고 진짜로 잠력을 발동하려 할 바로 그때였다.
무림맹 오만 무사들 뒤쪽에서 소리가 나며 일단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오천 명 정도였다.
한데 그들은 바로 은자림 고수들이 아닌가.
그들의 맨 선두에는 총은자를 비롯하여 심허노인, 동정어옹. 남북쌍괴, 천풍개, 남궁백, 제갈휘, 황보무 등 은자림 지휘부 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은자림 고수들이다!”
자명선생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와아아아.
산장에 있던 무림맹 무사 삼백여 명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백하심 또한 잠력 발동을 미루고 사태의 추이를 살폈다.
은자림 고수들이 지지를 보내준다면 오만 무림맹 무사들의 마음 또한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은자림 고수분들은 천하 무림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한데 이전보다 훨씬 수가 많아졌구나. 천하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수들이 모두 모인 것인가.’
백하심이 은자림 고수들을 쳐다봤다.
은자림의 대표인 총은자가 말했다.
“모두 멈추시오. 같은 편끼리 싸우면 되겠소? 백소운 부맹주! 오랜만이오. 본인을 기억하겠소?”
“아, 네.”
지옥검선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적으로 상대의 기억을 읽는 특수대법을 펼치기 위해 총은자의 눈을 봤지만 실패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소운이 이전에 은자림에 가서 지옥맹의 유령귀를 제거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유령귀들은 지옥검선의 수하들이었다.
그리고 백소운과 관련 있는 무림 인사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지옥검선에게 모두 전달된 상태였다.
총은자의 얼굴 역시 마찬가지였다.
“총은자님을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옥검선이 인사를 하며 내공을 끌어 올려 다시 기억을 읽는 특수대법을 펼쳤다.
이 특수대법은 통기대법(通記大法)이라 하며, 지옥맹 고유의 술법이었다.
총은자는 머리가 조금 띵한 것을 느꼈지만, 지옥검선의 기도가 강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이오. 백 부맹주. 한데 그대가 가짜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게 사실이오?”
“모두 마교 측에서 꾸민 이야기이지요. 그래서 지금 검마왕을 비롯해 마교 놈들을 모두 척살하려던 중이었습니다. 설마 총은자께서도 저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시겠지요?”
“아직은 아니오. 하지만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 이렇게 고수들을 이끌고 이곳까지 온 것이오. 한데 지금 보니 전면전을 벌이려는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소?”
“저대로 두면 필시 후환이 겁니다. 총은자께서 백리 소저를 비롯해 마교에게 속아 넘어간 저들을 설득해주십시오.”
지옥검선이 말을 하며 은자림에서 총은자와 나눴던 말과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는 자신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무림맹 오만 무사들의 동요를 막으려는 의도도 컸다.
총은자가 안색을 굳힌 것은 물론이었다.
자명선생이 소리쳤다.
“총은자님. 속으시면 안 됩니다. 저놈은 백소운 부맹주가 아니라 지옥맹주 지옥검선입니다. 놈이 총은자님과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필시 특수대법을 펼쳤기 때문일 겁니다.”
“아!”
총은자가 흠칫했다.
조금 전 머리가 띵했던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쌍방의 말이 모두 일리가 있으니, 대치를 멈추고 대화로 풉시다. 백 부맹주께서는 무사들을 데리고 총단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소이다. 그러면 나는 산장에 있던 분들과 함께 향후 일을 의논해보겠소. 어떻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금 검마왕 저자를 죽이지 못하면 천추의 한이 될 겁니다. 설마 총은자께서도 제가 지옥검선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믿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옥검선의 말에 총은자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자 자명선생이 아까 백하심이 폭로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백하심이 다시 확인까지 해주자, 총은자 역시 마음이 기우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까 머리가 띵했던 것이 주효했다.
“백 부맹주. 모든 상황과 증언을 종합해 볼 때 그대의 정체에 대해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오. 그러니까 아까 권유한 대로 이대로 총단으로 물러가시오. 그렇지 않고 공격을 감행한다면 우리 은자림까지 상대해야 할 것이오.”
총은자가 결정을 내리자, 은자림 무사들이 일제히 무림맹 오만 무사와 신검산장 측 무사들 사이로 들어와 완충지대를 만들어주었다.
지옥검선이 담담히 말했다.
“은자림 조차 마교의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본맹 무사들의 마음은 변치 않을 겁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물러서지 않으면 은자림 역시 마교와 결탁한 것으로 간주하고 가차 없이 공격하겠습니다.”
“정녕 파국을 볼 것이오? 무림맹 무사들은 들으시오. 우리 은자림은 지금까지 늘 공정성을 잃지 않았으며, 무림의 일을 공평하게 해결해왔소. 모든 것을 종합할 때 부맹주는 가짜가 분명하오. 증언대로 지옥맹주인 지옥검선이 진짜 저자의 정체요. 어찌 적의 수장의 지시를 따르려 하는 것이오?”
총은자의 말에 무림맹 무사들이 술렁였다.
총은자까지 나서자 예상대로 동요를 일으킨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나타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방적인 증언 말고 보다 확실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이대로 싸움이 벌어지면 같은 편끼리 싸우는 결과가 발생해 그 후유증이 매우 클 것이다. 부득이 내가 잠력을 발동해 최소한 지옥검선 저자라도 제압하는 것이 좋겠구나. 나머지는 은자림 고수들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백하심이 곧바로 잠력을 발동했다.
지옥검선 한 사람에게 공격을 집중하면 반드시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옥검선 그대를 제거하고자 하오.”
백하심이 앞으로 나갔다.
그의 뺨에는 가벼운 홍조가 생겨 있었다. 바로 잠력 발동이 성공했음을 뜻했다.
지옥검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죽엽객 네놈이구나. 죽고 싶은 것이냐?”
“그 반대요. 그대를 제거해 정의를 세우고자 하오. 하늘은 정의로운 자를 돕지 않겠소?”
“미친놈! 나는 백소운이다. 내가 바로 정의다. 좋다. 네놈부터 죽여주마. 모두 비켜라.”
지옥검선이 앞으로 나왔다.
은자림 무사들까지 길을 비켰다.
백하심과 지옥검선이 삼장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형국이 되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면서 긴장이 고조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