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19
“다음 조 들어가시오.”
관리 무사의 말에 백하심을 비롯한 백 명의 영웅삼관 도전자들이 대형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다.
구조물은 특수 제조된 것으로 세 개의 관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 들어간 곳은 제1관문이었다.
관문 안으로 들어가자, 백의노인 한 명이 응시자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본인은 시험관 강릉(姜陵)이라고 하오. 영웅삼관에 도전한 여러분을 환영하는 바이오.”
짝짝짝.
응시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강릉은 무림맹 원로원 고수로 매우 유명한 자였다.
성격 또한 강직하여 그 덕분에 이번에 심사관으로 임명된 것 같았다.
“먼저 한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소. 잘 아시겠지만 영웅삼관은 일반 정식무사 선발 시험과는 격이 다르오. 그 말은 위험성이 크다는 뜻이오. 대충 봐주면서 하다가는 우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한 일이오. 따라서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시오. 미리 서약서를 다 썼겠지만 관문 통과 과정에 죽거나 다치더라도 본맹은 전혀 책임지지 않을 것이오. 북을 열 번 치겠소. 그전까지 돌아가시오.”
둥둥둥.
강릉의 말이 끝나자마자 북이 울렸다.
하지만 열 번의 북소리가 끝나기 전에 포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다들 용기가 가상하오. 하지만 그런데도 여러분은 여러모로 불리한 게 사실이오. 내일까지 관문 시험을 통해 합격한 사람들이 모레 다시 시합을 벌여 단 한 명만 본선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오. 그 점에 대해서 불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소. 그렇지 않소?”
“맞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관례라고 하지만 너무 불공평합니다. 우리끼리 대결을 벌여 1위만 본선에 나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은자림 고수는 예선도 없이 올라가는데 말입니다.”
덩치가 큰 중년 대한 한 명이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강릉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강호 관례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니 순응하는 게 필요할 것이오. 시정이 있다고 해도 이번 대회에서는 개선이 불가능하오. 그럼 바로 시작하겠소.”
강릉이 손을 들자, 관리 무사들이 응시자들 앞에 있던 가림막을 치웠다.
“앗!”
“저것은?”
응시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는 인공 연못 같은 웅덩이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우 넓어서 백 명 정도는 충분히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응시자들이 놀란 것은 바로 웅덩이 안에 펄펄 끓고 있는 물 때문이었다.
마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이었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그대로 삶아져 죽고 말 것 같았다.
“제1관문은 용암수(鎔巖水)를 통과하는 것이오. 반드시 걸어서 십장 거리를 통과해야 하오. 참고로 이갑자 내공이 아니면 힘들 것이오. 자, 모두 준비하시오.”
강릉의 말에 응시자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영웅삼관의 내용은 매번 바뀐다.
한데 이번 제1관의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특히 내공이 이갑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벌써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암수의 위력은 강호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용암수는 용암이 분출될 때 끓어 넘치는 물들을 특수 처리한 것으로, 내공을 평가할 때 매우 유용했다.
물론 이갑자 내공이라는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외공을 주로 익힌 자들은 내공의 부족을 보충할 수 있었다.
또한 보호강기를 펼칠 수 있는 자들도 내공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었다.
강릉이 웃으며 말했다.
“포기는 언제든 가능하오. 포기할 사람은 옆에 나 있는 통로를 통해 관문 밖으로 나가시오. 말리지 않겠소.”
한 번 더 기회를 준 셈이었다.
그러자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포기하고 나가버렸다.
그렇다고 나머지가 모두 자신 있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은 대부분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어 용암수 안에 들어갔다가 도중에 나올 수 있는 자들이었다.
“북소리가 울리면 곧바로 들어가시오. 열 번의 북소리가 다 울릴 때까지 들어가지 않는 사람은 자동 탈락이 되오. 물론 도중에 용암수 밖으로 나오는 자들도 마찬가지요. 화상을 입은 자들에게는 특수 연고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걸 바르면 치유가 될 것이오. 다만 무리하게 운기를 하다가 주화입마된 자들에게는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으니, 알아서들 하시오. 그럼 모두 용암수 앞으로 서시오.”
“알겠습니다.”
오십여 명의 응시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출발선 앞에 섰다.
백하심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최 측에서 경고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연고를 준비해놓는 등 사상자 발생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기득권 측에서는 추천권이 없는 이런 일반도전자들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고수가 필요하니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로군.’
백하심이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을 바로 그때.
북소리가 울렸다.
둥둥둥.
동시에 응시자들이 자신의 발 앞에 있는 용암수 안으로 들어갔다.
용암수의 깊이는 무릎 정도로 그렇게 깊지는 않았다.
응시자 중에는 옷을 걷어 올려 맨살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첨벙첨벙.
응시자들이 일제히 용암수 안으로 들어간 바로 그 순간.
비명과 함께 대여섯 명이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앗!”
“허억!”
대부분 외공을 익힌 고수로 자신의 수준을 과대평가해 낭패를 본 것이었다.
그들의 발과 종아리 부근은 벌써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떤 자들은 피부가 벗겨져 뼈가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응시자들을 고통을 참고 걸어 나갔다.
내공을 일으켜 피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갑자 내공이 필요하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내공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 아니었다.
용암수 내부에 거센 흐름이 있어 운기를 방해했다.
그 때문일까.
시간이 갈수록 탈락자가 속출했다.
그 결과 끝까지 성공한 사람은 불과 열 명뿐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내공이 상당한 노인들이었다.
젊은 합격자는 백하심이 유일했다.
백하심이 기쁨 대신 안색을 굳히며 뒤를 돌아봤다.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응시자 한 명이 무리를 하는 바람에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주의를 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시체가 되어 온몸이 흐물흐물해진 그를 관리 무사들이 특수 그물로 건져 올려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탈락자들은 특수 연고를 바른 후 치료동으로 옮겨졌다.
용암수에 완전히 빠지지 않고 이렇게 부분 손상을 입은 자들의 예후는 매우 좋은 편이었다.
아마도 이삼일 내에 완쾌될 것이었다.
강릉이 말했다.
“모두 열 명이 일차관문을 통과했구려. 축하드리오. 여러분은 설사 남은 관문에서 탈락해도 이미 정식무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바이오. 나이든 분들은 별로 내키지 않겠지만, 젊은 사람은 분명 구미가 당기는 혜택일 것이오.”
강릉이 말을 하며 백하심을 쳐다봤다.
그는 정말 멀쩡했다.
다른 합격자들은 내공을 끌어올리느라 모두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백하심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기야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한데 지금 알았지만 이전보다 내공이 더욱더 깊어진 것 같구나. 무저곡에서 두 달 이상을 잔 것이 그냥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킨 것만은 아닌 듯하다. 분명 그 이상의 성취를 가져왔다. 내가 아직 다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백하심이 눈을 빛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관문을 통과하면서 어느 정도 피곤함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는 내공을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 보호강기를 일으켰었다.
하지만 보호강기 역시 내공이 근원인 것을 고려하면 조금이라도 피곤함이 있어야 했다.
‘몸이 금강불괴 수준에 달한 것 같군.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 할 수 있지.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백하심이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제2관문이 소개되고 있었다.
제2관문은 대문 하나를 통과한 뒤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 역시 삼장 정도 앞에 가림막이 있었다.
강릉이 말했다.
“시간 관계상 곧바로 제2차 관문을 시작하겠소.”
강릉이 손을 올리자, 관리무사들이 가림막을 치웠다.
순간 거대한 청동향로 하나가 나타났다.
“앗! 저것은?”
“항마향로(降魔香爐)!”
응시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말대로 향로는 바로 항마향로란 것이었다.
항마향로는 말 그대로 마공을 익힌 자와는 극성이었다.
물론 항마화(降魔火)를 견뎌내려면 강한 무공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호에 널리 알려진 것은 마교의 간자를 가려내는 고유 특성이었다.
“모르는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겠소. 이차관문은 바로 저 항마향로 위에 올라가 항마화를 견뎌내는 것이오. 향로가 매우 커 삼십 명까지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소. 향로 위에 발판이 세워지면 그 위에 올라가면 될 것이오. 어서 설치해라.”
“존명!”
관리무사들이 사각형의 발판을 가져와 향로 위에 걸쳐놓았다.
발판 역시 특수 제조된 것이었다.
불의 위력이 워낙 강해 이렇게 실제 시험을 할 때만 사용하는 것 같았다.
“마공이 자신의 주된 무공이 된 사람은 항마화를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오. 물론 현 시국은 정마동맹이 이루어져 서로 적대관계가 아니오. 하지만 그렇다고 맹주 자리까지 마도 고수에게 허용된 것이 아니오. 아, 물론 공부를 위해 부차적으로 마공을 익힌 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항마화가 그런 부분을 구별할 수 있으니, 주된 무공만 마도 계열이 아니면 될 것이오. 그리고 한 가지 항마화는 조금 전 용암수와 달리 단순히 내공만으로는 이겨내기 힘드오. 불꽃 하나하나가 살인검초와 같소. 그것을 모두 막아내고 궁극에는 물리쳐야 일각이란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오. 그 전에 발판에서 벗어나면 탈락으로 간주될 것이오. 바로 시작하라!”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하심을 비롯한 열 명의 일차합격자들이 일제히 경공을 펼쳐 발판 위로 올라갔다.
백하심의 안색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간자 색출 과정이 있을 것으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전격적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많은 마도 무공을 알고 있는 그이기에 긴장이 조금 되는 게 사실이었다.
‘결국 시험해보지 못했던 금마석과 같은 원리 같구나. 하지만 상당한 무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항마향로가 더욱 이런 관문에 적합하겠군.’
백하심이 마음을 편히 했다.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올랐다고 판단하는 그였다.
무형검 자체가 정사마 무공을 초월하는 면이 있기에,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백하심은 아무 문제 없이 일각을 버텨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비록 마도 계열 고수로 밝혀져 죽은 자는 없었지만, 항마향로의 불길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불꽃이 마치 검처럼 사혈을 공격하는 바람에 피하기에 급급하다가 그만 절반이 탈락하고 말았다.
“다섯 명이 합격했소. 축하드리는 바이오.”
강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 간자로 간주되는 자들이 색출되지 않은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마동맹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 굳이 마교 측에서 훼방을 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자, 합격자들은 이제 마지막 제3관으로 갑시다.”
강릉의 안내로 백하심 등 다섯 명의 2차 합격자들이 마지막 관문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