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23
“그럼 지금부터 영웅삼관 최종 통과자 팔 인의 대표를 뽑는 시합을 거행하겠습니다.”
시험관 강릉의 말에 무림맹 총단 대연무장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영웅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리는 오늘 영웅삼관 최종전은 무림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오늘 뽑히는 사람은 일반 무림인 대표로 그 상징성이 남달랐다.
세력이나 명성이 없어도 실력만 있다면 대표로 뽑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까지 영웅삼관을 통과한 여덟 명의 무인들은 단상에 앉아 있었다.
백소운 역시 그 가운데 있었다.
간밤에 무공을 정리한 그는 매우 담담해 보였다.
기억을 잃은 이후로 가끔 보였던 우울한 표정은 이제 조금도 없었다.
눈빛 역시 매우 고요했다.
마치 달관한 고승의 것과 닮아 있었다.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절차를 밟아서 올라간다.’
백소운이 눈을 빛내며 옆에 따로 마련된 귀빈석을 쳐다봤다.
귀빈석에 있는 십여 명 중 자명선생과 백리영의 모습이 보였다.
백소운은 두 사람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강릉의 말이 다시 들렸다.
“대결 방식은 간단하오. 두 명씩 한 조를 짰기 때문에 연속해서 세 번 이기면 대표가 될 것이오. 그럼 영웅삼관 통과 순서대로 첫 조부터 진행하겠소. 무저공자와 만검보주(萬劍堡主) 두 사람은 나오시오.”
저벅저벅.
백소운과 만검보주 두 사람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와아아.
짝짝짝.
군중들의 함성과 박수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만검보(萬劍堡)라면 절강성 일대 세력이 막강한 문파가 아닌가. 구대문파와도 세력이 밀리지 않는다는 그곳의 수장이라니, 무공이 대단하겠군.”
“당연하지. 한데 무저공자란 저 사람은 강호초출 같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모르지. 이번에 특히 어려워진 영웅삼관을 맨 먼저 통과한 사람이니까.”
“그래. 두고 보세. 강한 자가 승리하겠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백소운과 만검보주는 북소리가 울리길 기다렸다.
그때였다.
강릉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작하시오!”
동시에 북소리가 울렸다.
둥둥둥.
선공을 가한 것은 바로 만검보주였다.
슈우욱.
그의 애검이 가공할 속도로 백소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지독한 쾌검식이었다.
미처 백소운이 자리도 잡기 전에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저런!”
“앗!”
사람들의 다급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만검보주의 검은 백소운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반면 백소운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허리에는 전날 금단비고에서 꺼낸 무명검이 달려 있었다.
무명검은 겉으로는 다른 평범한 검과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오늘 병장기로 쓰려고 꺼내 놓았었다.
한데 너무 늦었다.
적어도 대결을 보는 모든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때 믿기 힘든 광경이 나타났다.
백소운이 무명검을 뽑아 만검보주의 어깨를 찌른 것이었다.
만검보주가 검을 놓친 후 비틀거렸다.
쨍그랑.
“으윽!”
충격의 여파를 더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가.
뒷걸음치던 그가 비무대 밑에 떨어지고 말았다.
시합의 규칙상 그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분명 만검보주가 빨랐지만 백소운의 가슴은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수들은 만검보주의 검이 뭔가에 막혀 살갗을 뚫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만검보주가 당황하는 가운데 백소운이 무명검을 뽑아 어깨를 찌른 것이었다.
“호신강기가 대단하군요.”
백리영의 말에 자명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오행금쇄진을 무력화시키고 복구까지 했다고 하더니 역시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 같습니다. 잘하면 이번 영웅대회의 변수가 될 인물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아직 진짜 강한 상대를 만나지 않았으니까, 본선에 올라 자비신승과 자하검선 두 분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하기야 그분들에게는 힘들겠지요.”
자명선생이 안색을 굳혔다.
그와 백리영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림맹주감이 있을까 해서였다.
유력한 맹주 후보로 부상한 자비신승과 자하검선이 있긴 하나, 그들은 정마동맹에 부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두 사람 중 한 명이 맹주가 되면 정마동맹이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끝까지 보도록 하지요. 무저공자라는 저분의 느낌이 좋아요.”
백리영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백소운을 보며 눈을 빛냈다.
백소운의 두 번째 상대는 무정객(無情客)이란 사내였다.
그 역시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신진고수였다.
백소운과 마찬가지로 첫 상대를 일초에 이긴 그는 태연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오늘 시합에 나서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별호대로 정말 무정한 사람 같았다.
다만 체구가 그렇게 크지 않고 호리호리해 보는 사람을 편안케 했다.
그런 면들이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었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이번에는 백소운이 먼저 장풍을 날렸다.
쏴아아아.
거센 경력이 회오리바람처럼 뭉치며 빠르게 날아갔다.
무정객 역시 아무 말 없이 장력으로 응수했다.
꽈앙.
폭음과 함께 두 경력이 부딪히며 비무대 전체가 흔들렸다.
충돌 기파가 두 사람에게로 돌아간 것은 물론이었다.
이처럼 격공장력의 승부는 대개 퉁겨지는 기파를 얼마나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일단 장력을 날렸다고 해서 완전히 자신의 기와 단절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된 것처럼 기세가 이어져 있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허공에서 두 장세가 충돌하게 되면 그 여파는 더 약한 자에게 미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으윽!”
무정객이 허리를 굽히며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 자신의 패배를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연신 비틀거리는 육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비무대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쿵.
곧바로 몸을 일으켰으나 이미 패배한 후였다.
무정객이 비무대 위에 담담히 서 있는 백소운을 쳐다봤다.
그는 그저 무심한 표정이었다.
무정객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다. 내 비록 공력을 다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내가 가진 공력의 열배 아니 백배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절대고수다. 나중에 저자가 맹주가 되면 그 수하가 되어 가르침을 청해야겠군.’
무정객이 백소운에게 포권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백소운 역시 고개를 조금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무정객이 바로 남장을 한 여인이라는 것을.
‘어쩐지 다시 만날 것 같군. 강호에 무정선자(無情仙子)라는 여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무정객 저자가 바로 그 여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백소운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결승만 남겨둔 시점.
하지만 우승을 하더라도 예선전 우승일 뿐이었다.
본선 진출자격을 갖게 되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어서 벌어지는 대결은 또 다른 준결승으로 노인 두 명의 대결이었다.
청의노인과 황의노인 두 명이었다.
두 사람 모두 무림에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황의노인이었다.
황궁무공에 달통했다는 그는 규화객(葵花客)이라 했다.
지난 수십 년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데 오늘 백소운과 마지막 대결을 겨루게 된 것이었다.
백소운이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그 이유는 조금 전 대결에서 규화객이 상대의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자는 낭인 출신으로 별호는 낭인왕(浪人王)이었다.
백소운처럼 충분히 힘을 조절하여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죽여 자신의 강함을 표출하려 한 것 같았다.
‘살기가 가득한 것을 보아 이전에도 많은 무고한 목숨을 해친 것이 분명하구나. 그렇다면 나도 봐줄 필요가 없지.’
백소운이 천천히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규화객 역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비무대 위에 섰다.
‘아까 보니 무저공자란 저놈의 무공이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내가 익힌 규화신공(葵花神功)을 막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규화객이 백소운을 노려봤다.
자신의 무공을 믿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규화객, 그는 사실 황궁살객(皇宮殺客)이라고 불리는 강호의 유명한 살수였다.
다시 말해 규화객과 황궁살객 두 개의 신분으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었다.
하지만 손속이 잔인하고 돈만주면 누구든 가차 없이 죽여 버리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했다.
그런 그가 대담하게 무림맹주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의 무공이 너무 높아져 이 정도면 충분히 맹주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때문이었다.
특히 그가 익힌 규화신공은 내시들만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이미 그는 거세를 한 바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성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데 최근 마침내 대성을 이루어 맹주자리까지 넘보게 된 것이었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귀하의 무공이 높은 것 같으니 한 번의 대결로 승패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미리 경고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후후후! 하룻강아지 같은 놈! 네놈이야말로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것이다.”
규화객이 두 손을 들었다.
바로 규화신공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 규화신공의 위력은 무적이었다. 원래는 본선에 진출한 후 최후로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전 기 싸움에서 밀리는 느낌을 받은 규화객이 전격적으로 신공을 펼치기로 한 것이었다.
‘아깝긴 하지만 놈의 기운이 너무 강해 어쩔 수 없다.’
규화객이 내공을 끌어 올려 그대로 경력을 발출했다.
바로 규화신공이었다.
그러자 장심에서 눈이 부실 듯한 광채와 함께 수도 없이 많은 강기 다발이 발출되었다.
그 다발은 그 끝이 뾰족한 침 모양이었다.
그 수 역시 수천, 아니 수만 개가 넘었다.
“저런!”
“엄청나군!”
군중들이 놀라는 가운데 백소운이 가볍게 좌수를 내밀었다.
순간 부채꼴의 강기막이 형성되며 날아오는 강기침들을 막아냈다.
파파파파.
강기침들이 튕겨 나가며 규화객에게 돌아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규화객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다.
“크윽!”
규화객이 비명과 함께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예상과 달리 한 가닥 숨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무공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백소운이 막판에 마음을 돌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와아아.
짝짝짝.
“무저공자의 승리요! 이로써 무저공자가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소.”
강릉의 선언에 백소운이 미소를 지으며 포권했다.
자명선생이 직접 합격패를 건네주었다.
“축하드리오. 실로 대단한 무공이오. 사문이 정말 없소?”
“네. 굳이 있다면 하늘과 땅이 저의 사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백소운의 말에 자명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은밀히 전음을 보냈다.
「본선에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소. 혹시라도 맹주가 되면 정마동맹 유지에 힘을 기울여주시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전 무림인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소운의 전음에 자명선생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강호에는 정말 숨은 고수가 많구나. 이 정도면 본선에서 선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