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24
영웅삼관 통과자의 대표가 된 백소운에게는 총단 내 새로운 거처가 마련되었다.
영웅각(英雄閣)이라는 전각이었다.
이번 영웅대회를 위해 새롭게 단장한 곳이었다.
그곳을 안내해준 사람은 바로 자명선생과 백리영 두 사람이었다.
자명선생이 합격패를 주면서 간단히 전음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좀 더 대화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이곳 영웅각은 이번 영웅대회 본선에 나갈 분들이 묵는 곳이에요. 무저공자께서는 원래 어디서 지내고 계셨나요?”
“황금장원에 있었습니다.”
“아! 그럼 저와 총군사님을 봤겠군요.”
백리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당시 그는 곽직과 곽어언, 그리고 이소절 등 일부만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어느새 영웅각 방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황금장원에 계셨다고 하니 이야기가 쉬울 것 같소. 요컨대 무저공자도 아시겠지만,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구심점이 필요하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무림맹주가 배출되더라도 마교 측과 화합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외다.”
자명선생이 말을 하며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요지는 자비신승과 자하검선 등 우승 호보들이 정마동맹에 회의적이라는 것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가장 좋은 것은 무저공자께서 새 맹주가 되는 것이오. 다른 본선 출전자들은 모두 동맹 유지에 적합하지 않은 게 사실이오.”
“하지만 제가 그럴만한 실력이 되겠습니까?”
“물론 힘들겠지만 무림의 단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오.”
“알겠습니다.”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바로 백소운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또다시 합의 추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맹주가 되면 불만이 끊이지 않을 터. 그저 지금처럼 무명 상태에서 실력으로 맹주가 되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다. 내 신분은 그때 가서 때를 봐서 밝히면 된다. 아니, 가능하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이대로 신선계로 떠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군. 놈들의 이목을 생각하면 그게 나을 것이다.’
백소운이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
백리영이 말했다.
“좋아요. 그럼 이번 영웅대회 때 저와 총군사님이 무저공자의 신원을 보증하겠어요. 사문이 불확실한 무저공자께 큰 힘이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백소운이 감사를 표시했다.
신원 확인 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었다.
비록 항마향로 등 여러 시험을 거쳤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백리영과 자명선생 두 사람의 지지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이럴 게 아니라 차라리 황금장원으로 함께 가서 검마왕 등 마교 지휘부와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어요.”
백리영의 제의였다.
“그게 좋겠소. 수고스럽겠지만 다시 황금장원으로 가실 수 있겠소? 이곳 영웅각에 의무적으로 묵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결정만 하면 바로 갈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하지요.”
백소운이 흔쾌히 찬성했다.
안 그래도 검마왕과 임소혜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검마왕 그분의 친아들인 것을 어떻게든 알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아직 때가 아닌 것 같구나.’
백소운이 백리영과 자명선생을 따라 황금장원으로 가면서 눈을 빛냈다.
* * *
“무저공자라고 합니다.”
“검마왕이오.”
“임소혜라고 해요.”
황금장원으로 다시 돌아온 백소운은 백리영과 자명선생의 주선으로 검마왕과 임소혜 두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정식으로 통성명을 한 이후 곧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무저공자 이분이 무림맹주가 되는 게 동맹 유지를 위해 가장 좋다는 건가요?”
임소혜의 물음에 자명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때문에 미리 소개를 드리러 데려온 겁니다. 신임 무림맹주가 선출된 이후 정마동맹 연합군의 총 지휘자를 뽑는 문제도 상의할 겸 말입니다.”
“총 지휘자라 함은?”
“아시다시피 이번 신선계 출정에는 무림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휘체계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서 총 지휘자가 꼭 필요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하하. 자명선생의 말씀에 동의하오. 통합맹주로는 우리 교주가 돌아와서 무림맹주까지 되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려울 듯하오. 복안이 있소?”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아예 무림맹과 마교를 통합해 하나의 단체를 만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영구적 통합은 두 단체의 수장이 같은 경우에만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옥맹 척결 때까지라는 일시적인 기한을 두고 통합맹주를 뽑자고 하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방법은 아무래도 양쪽의 대표가 무공을 겨루는 게 가장 좋겠지요.”
“실력으로 뽑자는 말이군. 찬성이오. 하지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도 찬성하겠소? 내가 알기로 그들은 동맹 자체에 회의적인 것 같던데······.”
“그 때문에 이분 무저공자를 맹주로 밀어주자는 겁니다.”
“본교의 지지를 요청하는 것이오?”
“네. 마교에서 무저공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 무척 힘이 될 겁니다. 본맹 내에서도 정마동맹을 지지하는 세력이 훨씬 강하니까요. 일종의 비주류이지만 그 수만큼은 구할 이상이 되니까, 그들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좋소. 그렇게 해서 무저공자가 무림맹주가 되면 이후 나와 무공을 겨뤄 통합맹주를 뽑게 되겠구려.”
“네. 그 전에 동맹을 뛰어넘어 완전한 통합을 이루는 시도도 해보긴 해야겠지요.”
“으음, 좋소. 우리 교주가 돌아와도 찬성했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검마왕이 미소를 지었다.
마교 측 대표는 자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이후 신임 무림맹주와 대결해 승리한다면 자신이 통합맹주가 되는 것이다.
비록 무림정복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고는 하지만 명예까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자명선생이 이번에는 백소운에게 물었다.
“무저공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물론 공자께서 맹주가 된다는 가정 아래의 이야기지만 말이오.”
“저 역시 찬성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어나가야 하겠지요.”
“알겠소.”
자명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소혜가 말했다.
“문제는 이분 무저공자가 정말 맹주가 될 수 있는가에 있겠지요. 무운을 빌겠어요.”
“감사합니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마교 무사 한 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본교 본진 무사 이십만 명이 조금 전 낙양에 도착했다는 보고입니다.”
“부인은 오셨느냐?”
“네. 천마대부인께서 본교의 모든 병력을 끌고 오셨습니다. 내일 아침 무림맹 총단으로 바로 오신다고 했으니, 그곳에서 만나보시면 될 겁니다.”
“알겠다.”
검마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명선생이 물었다.
“이십만이나 됩니까?”
“그렇소. 사실 약간 모자라는데, 지금 이곳 황금장원에 있는 일만의 무사를 합치면 이십만이 얼추 될 것 같소. 무림맹 무사의 수는 어느 정도 되오?”
“이번에 영웅대회 참석을 위해 온 무림인 중 출정에 참가할 사람들을 합치면 우리 역시 이십만 정도 될 겁니다.”
“하하하. 총 사십만이군. 그 정도면 지옥악마신 그놈과 지옥맹 놈들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겠소?”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등선맹 고수들의 합류이지요. 옥 소저가 그분들을 먼저 구출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하기야 놈들의 무공이 워낙 강하니까. 악마진법이라고 했던가. 그 진법부터 파괴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군.”
검마왕이 안색을 굳혔다.
자명선생 등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소운이 말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다면 분명 승리할 겁니다.”
“맞는 말이오. 귀하가 맹주가 되기를 바라겠소.”
검마왕이 눈을 빛냈다.
사실 백소운을 보고 처음부터 은밀히 기를 보내 그 무공 수위를 평가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잘 안 되고 있었다.
측정 불가인 것이다.
‘보통 사람은 아니군. 나중에 시합을 보면 확실하게 알겠구나.’
검마왕이 백소운을 유심히 쳐다봤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그럼 이 정도로 하지요. 맹주 선출은 모레 있을 예정이니, 내일 영웅대회가 시작할 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그렇게 합시다. 그럼.”
검마왕과 임소혜가 먼저 방을 나갔다.
지금 있는 곳은 백소운의 거처였다.
자명선생과 백리영은 내일 대회 준비를 위해 무림맹 총단으로 갔다.
혼자가 된 백소운이 조용히 묵상에 잠겼다.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임기응변할 수밖에 없겠구나.’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백소운의 방으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모두 네 명이었다.
한데 그들은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사람이 아닌가.
“반갑습니다. 자명선생께서 저희보고 이번 영웅대회 기간 무저공자님의 호법을 서달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유덕이 말과 함께 자신들을 소개했다.
백소운으로서는 놀랍기도 했지만 반갑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무조건 좋아하는 것도 그래서 짐짓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실 것 없습니다. 마교 측 지휘부와도 상의가 끝났으니까요.”
“지휘부라면?”
“마교 총군사 자운신녀께서 명을 내리셨습니다.”
“아!”
백소운이 탄성을 냈다.
사실 어젯밤 자운신녀를 만나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었다.
그녀라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운신녀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오?”
“옥 소저와 함께 먼저 영웅대회장으로 가셨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를 호법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영웅대회 기간만 호법을 서는 임시적인 임무이지만, 허락하시면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물론 대환영입니다. 무림맹과 마교 양 측에 교분이 있는 여러분을 곁에 두고 있으면 저로서도 편하지요. 양측에 모두 연락이 될 테니까.”
“감사드립니다.”
유덕, 정기 등 네 명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실 내심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들이 모셔야 할 사람은 백소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직접 이렇게 와서 보니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하림이 얼굴을 조금 붉혔다.
‘무저공자라는 이분. 왠지 소운 오라버니와 비슷한 느낌이야. 하지만 오라버니가 돌아오는 것보다는 당연히 못하겠지.’
“바로 출발하시지요.”
정기의 말에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네. 정 호법님.”
백소운이 방을 나섰다.
유덕, 정기 등 사대호법이 그를 따른 것은 물론이었다.
귀빈각 밖으로 나오니 벌써 마교 무사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무림맹 총단으로 출발하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무명객을 기다리던 무림인들도 일찌감치 대회장으로 가고 있었다.
이소절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백소운을 발견한 그가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무저공자님. 출발하시는 겁니까?”
“네. 이 공자도 가십니까?”
“네. 수습무사 신분이라 오늘 정식무사 시험에 도전해야 합니다.”
“좋은 결과를 바랍니다. 같이 가시지요.”
“네.”
이소절이 대답 후 마차 한 대를 끌고 왔다.
마차 안에는 왕씨 남매가 타고 있었다.
“백하심 그 친구가 대회장에 올지 모른다고 해서······ 마차 안이 넓으니 무저공자도 들어가십시오.”
이소절이 왕옥과 왕인우 두 사람이 함께 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백소운은 미소를 지었다.
마차는 무림맹에서 지원해준 것이었다.
백소운이 마차에 오르자, 유덕, 정기 등 사대호법이 역시 말을 타고 마차를 호위했다.
마차를 모는 사람은 이소절이었다.
“이럇!”
두두두.
일행이 탄 마차와 말이 빠르게 장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