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25
“영웅대회 개최를 선언합니다!”
와아아.
둥둥둥.
사회를 맡은 자명선생의 말에 백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들 모두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은 아니었지만, 천하 무림인들 대부분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는 정마동맹의 기치 아래 참석 인원이 대폭 늘어난 때문이었다.
지옥맹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 정사마가 따로 없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지난번에 해체된 사도맹과 천룡궁 잔존세력도 대거 가담했다.
그들은 각자 성향에 맞게 무림맹 또는 마교 쪽으로 가세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일까.
사사천교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매소청과 천룡궁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종리교 두 소녀도 참석 중이었다.
특히 두 소녀는 이번에 무림맹에 전격적으로 가입했다.
무림맹 측에서는 사도맹과 천룡궁 잔존세력 흡수를 위해 그들을 장로 신분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환영했다.
본선 진출자로서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던 백소운은 중앙 단상에 앉아 있는 두 소녀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잘된 일이군. 맹에 들어와 지내는 것이 더욱 안전할 것이다. 한데 본선 진출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구나.’
백소운이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있는 대기석에는 삼십여 명의 고수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자비신승과 자하검선의 모습도 보였다.
동정어옹, 남북쌍괴 등 유명한 은자림 고수도 보였다.
하지만 묵계라도 맺은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눌 만도 한데, 분위기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사전에 무슨 합의라도 있었던 걸까. 두고 보면 알겠지.’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지금까지 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더 많았기에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었다.
물론 마음의 대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중심이 잡혀 있으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지. 내가 바로 서 있으면 된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지옥악마신을 제외하고는 어떤 상대와 붙어도 자신이 있었다.
사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것은 무림맹주가 된 후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힐 것인가 여부였다.
자명선생의 계획대로 총지휘권을 가지는 통합맹주를 뽑게 된다면 부득이 검마왕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버님과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내 신분을 밝혀 지옥악마신의 표적이 되는 것도 좋지 못하다. 안 그래도 놈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인데······.’
또다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백소운은 처음 계획대로 일단 무림맹주가 되는데 전념하기로 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단상에서는 무림맹과 마교의 지휘부 소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검마왕이 소개될 때에는 함성과 함께 야유도 섞여 나왔다.
이는 군웅 중에 마교와 원한이 깊은 문파 무사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일시 거처를 황금장원으로 옮기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신선계 출정이라는 대의 앞에 그러한 분란은 지속하지 않았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영웅 여러분! 지금은 우리 무림인 모두가 힘을 합칠 때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놈들의 무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공멸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무림대의를 위해 사적인 원한은 접어둘 것을 기대합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와아아.
군웅들이 함성으로 대답했다.
이에 고무된 듯 검마왕이 직접 단상 앞에 나왔다.
“검마왕이오. 본교의 태상교주 직을 지금 맡고 있으며, 교주가 돌아올 때까지 교주 대행도 맡고 있소이다. 원래는 부교주인 내 처가 대행을 맡고 있었는데,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내게 맡겼소이다.”
검마왕이 고개를 돌려 천마대부인을 쳐다봤다.
천마대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군웅들이 그녀를 주목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소운 또한 그녀를 보고 얼굴이 상기되었다.
아까부터 몇 번씩 보고 있었으나 뭔가 뭉클한 감정이 새삼 느껴진 것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원래는 지금이라도 뛰쳐나가 모든 사실을 밝혀야 하나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게 아쉽군.’
백소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너무 무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약간의 의문도 있었다.
‘갓 태어난 나를 천마성에서 이곳 낙양까지 데려다 놓은 사람을 알 수 있다면 보다 확실할 텐데······ 천무성자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으니. 게다가 내가 천족의 후예가 맞는다면 그 피는 어떻게 해서 섞이게 된 걸까.’
백소운이 다시 상념에 잠긴 순간.
자명선생의 말이 들렸다.
“공지한 대로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바로 무림맹주를 뽑는 일입니다. 맹주를 뽑는 시합은 내일 열릴 겁니다. 오늘은 그 출전자들을 소개해드리고 추첨을 통해 대결 조를 짜도록 하겠습니다.”
“조를 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자명선생이 놀라며 한 사람을 쳐다봤다.
그는 바로 백소운과 함께 출전자 대기석에 앉아 있던 자하검선이었다.
화산파의 전설적인 고수로서 당금 화산파 장문인 화백웅보다 훨씬 고수로 평가되는 인물이었다.
자하검선이 천천히 걸어 나와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소운과 자비신승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출전자가 자하검선을 따라가 그의 뒤에 함께 섰다.
백소운이 함께 앉아 있는 자비신승을 봤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자하검선이 말했다.
“어제 영웅각에서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자체 비무도 있었지요. 그 결과 우리끼리 싸울 필요 없이 한 분을 합의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바로 자비신승 저분을 신임 무림맹주로 추대하기로 말입니다.”
“아!”
“합의추대!”
군웅들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명선생과 백리영, 검마왕 등 단상에 있던 주요 인물들도 하나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자하검선이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어제 최종적으로 자비신승과 본인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본인이 패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자비신승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이는 공개시합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열을 미리 막고,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무림대의를 위한 결단이니 모두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은자림에서도 동의한 겁니까?”
자명선생의 물음에 동정어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은자림 고수는 무림에서 은퇴한 사람들이라 맹주 자리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참가한 것은 엉뚱한 사람이 맹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자비신승을 합의 추대한 이상, 우리 은자림 역시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실종된 백소운 부맹주가 돌아오시면 당연히 그분을 지지할 겁니다. 특히 마교주 귀혈공자가 바로 백 부맹주인 것이 밝혀진 이상 정마동맹 강화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자비신승께서는 정마동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명선생이 급히 자비신승에게 물었다.
이미 대세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한 그가 동맹 유지라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자비신승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솟구쳤다.
이후 마치 계단을 밟듯이 허공에서 천천히 단상 위로 내려왔다.
완벽한 허공답보의 경공술이었다.
와아아.
군웅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경공술 하나만으로 그의 무공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하검선이 말했다.
“좀 더 설명드리면 부끄럽지만 어제 제가 자비신승께 패했는데, 단 한 수만이었습니다. 솔직히 자비신승께서는 실종된 백 부맹주의 무위를 훨씬 뛰어넘으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미타불! 과찬이십니다.”
자비신승이 겸양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빈승은 총군사께서 우려하신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정마동맹을 파기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신승의 의견은 어떠합니까?”
“빈승은 정마동맹을 적극 지지합니다. 본래 정과 마는 따로 없는 것.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요. 정파 무림인도 마음을 악하게 먹으면 악인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흥! 그럼 본교 무사들은 원래 악인이라 말이오?”
검마왕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자비신승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빈승이 맹주가 되면 지옥맹을 척결할 때까지만 일시적으로 맡게 될 겁니다. 그리고 만약에 통합맹주를 뽑게 되면 검마왕 시주께 양보하겠습니다. 검마왕 시주께서 놈들에게 당해 목숨을 잃게 되지 않는 한 저는 시주의 명을 따를 겁니다.”
“흥!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그대가 통합맹주가 되겠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지금 확실히 밝혀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벌써 무림맹주가 된 것처럼 행세하는군. 꼭 내가 죽을 것 같이 말하는 것도 불쾌하오. 본인은 그대보다 저 사람을 지지하오.”
검마왕이 백소운을 가리켰다.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쏠린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고 보니 백소운 혼자 대기석에 남아 있는 것도 이상했다.
누가 봐도 그가 합의추대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당황한 것은 바로 자명선생이었다.
그는 자비신승이 정마동맹을 지지한다면 그대로 따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불쑥 검마왕이 백소운을 지지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백리영이 급히 그에게 전음은 날렸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가씨 생각은 어떠십니까? 무저공자 저 사람이 맹주가 되면 합의 추대 세력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자비신승이 나을 것 같습니다. 다만 통합맹주 자리까지 양보하는 것을 절대 안 됩니다.」
「저는 원래대로 무저공자를 지지하겠어요. 합의추대에 대해 우리에게 사전에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고, 어쩐지 느낌이 좋지 못해요.」
「그렇습니까? 그럼 저는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의구심이 드는군요. 일단은 무저공자의 생각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결국 두 분이 무공을 겨뤄 승자가 맹주가 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백리영이 전음을 보낸 후 군웅들을 향해 말했다.
“저 역시 무저공자 저분을 지지해요. 무저공자께서는 출전 의사가 있으시지요?”
“물론입니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합의추대에는 예외가 있어선 안 됩니다. 무저공자라는 저분의 출전은 불가합니다.”
자하검선의 말이었다.
백리영이 물었다.
“왜 그런가요? 그것은 일방적 주장이 아닌가요?”
“일방적인 것이 아닙니다. 관례에 의해 합의추대가 결정되면 한 명의 예외도 있어선 안 됩니다. 한 분이라도 대결을 벌인다면 이미 합의추대가 아닌 것이지요. 그럼에도 굳이 출전하고자 한다면 그분은 합의추대를 한 모든 고수와 먼저 대결을 벌여 승리해야 합니다.”
“부당해요. 어찌 저분 혼자 서른 분이 넘는 고수분들을 상대하실 수 있겠어요?”
백리영이 항의했다.
백소운이 말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모두를 상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