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27
다음날 영웅대회장.
백만 군웅들은 자명선생의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비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무저공자가 바로 백소운이며, 귀혈공자, 무명객, 철혈객, 무명서생, 죽엽객, 백하심이기도 하다는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소운이 귀혈공자, 무명객 등 여러 얼굴을 보여주고 종국에는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내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와아아.
짝짝짝.
이는 마교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총군사 자운신녀가 확인을 해주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주님!”
“교주님!”
백소운이 교주 신물인 천마검을 높이 들자 그들 모두 무릎을 꿇었다.
“모두 일어나십시오.”
백소운이 무형의 기운으로 이십만 마교 무사들을 일으켜 세웠다.
그 힘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거력이었다.
‘자명선생의 권유를 받아 간밤에 자운신녀까지 만나본 것이 주효했군. 기세를 모아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세력을 꼭 통합해야 한다.’
백소운이 눈을 빛내며 그간의 과정을 직접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워낙 파란만장한 이야기라 시간이 걸렸지만, 다들 경청했다.
사실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파다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검마왕과 임소혜 등 마교 지휘부의 충격은 놀라웠다.
마교주 귀혈공자가 백소운이란 사실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을 당황케 한 것은 무명객조차 백소운, 귀혈공자와 동일 인물이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운신녀의 증언과 천마검의 존재는 모든 의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한편 가장 먼저 백소운에 대한 설명을 받아들이고 기뻐한 사람들은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이었다.
“운아!”
“오라버니!”
그들은 백소운이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격한 표정이었다.
백소운 역시 기뻐하며 큰 힘이 되는 표정이었다.
검마왕이 말했다.
“교주가 살아있을 줄 알았소. 나 검마왕은 교주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앞으로도 그 명을 따를 것이오. 그나저나 교주께서 무명객이었다니, 실로 놀랐소이다. 하하하.”
검마왕이 껄껄 웃으며 인정했다.
백소운이 마교 무사들을 완전히 장악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제는 무림맹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자비신승이 지옥신조였다는 사실과 그가 죽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옥신조가 몰래 숨겨둔 진짜 자비신승의 시신이 공개되고, 세뇌에서 풀린 자하검선 등 삼십여 고수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의심의 눈길이 사라져 갔다.
특히 자하검선의 증언은 결정적이었다.
지옥신조가 소멸한 후 곧바로 세뇌가 풀린 그는 자신과 본선 출전 고수들이 어떻게 세뇌를 당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게 된 것이었다.
“지옥신조 그놈이 우리를 미혹시켰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저를 비롯해 세뇌를 당한 우리는 백소운 공자의 말이 진실임을 밝힙니다. 아울러 세뇌를 풀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자하검선을 비롯한 삼십여 고수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여 백소운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당한 특수대법은 며칠이 더 지나면 영구적이 되어 회복 불능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대회장에 나타났다.
한데 그는 지옥검선에게 당해 그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던 소림방장 대각대사가 아닌가.
어찌 된 일인지 멀쩡한 모습이어서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아미타불. 대각입니다. 저 역시 백 부맹주를 지지합니다. 백 부맹주의 말은 모두 사실이며, 참고로 빈승을 치료해주신 분도 백 부맹주입니다. 우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백 부맹주를 지지할 것이며, 무림맹주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수락해주십시오.”
군웅들의 함성과 박수가 다시 쏟아졌다.
백소운이 미소를 지었다.
대각대사의 치료를 해준 것 역시 자명선생의 권유였다.
무형검의 고수만이 그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자명선생이 적극 권유한 것이었다.
물론 이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였다.
백소운은 그 모든 것을 떠나 치료를 해주었다.
대각대사는 깨어난 후 자명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즉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핵심 지휘부과 의견을 교환했다.
그 결과 백소운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대각대사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제 남은 것은 백소운 부맹주님의 무림맹주 취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부맹주께서는 무저공자라는 신분으로 대회에 참여해 직접 영웅삼관을 통과했습니다. 이후 다른 출전자를 모두 격파했습니다. 이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맹주가 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여기 계신 은자림 총은자께서도 인정하신 일입니다. 반대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와아아.
짝짝짝.
엄청난 환호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마교 무사들의 함성까지 겹쳐 총단 전체가 떠들썩했다.
이미 대세가 기울어 백소운이 무림맹주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그가 마교주이기도 하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정파 군웅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었다.
백소운이 무림맹주 신분까지 확보해야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백소운이 지존령기를 끄집어냈다.
“앗! 저것은 지존령기!”
“무림맹주 신물이 아닌가!”
지존령기를 알아본 사람들의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백소운이 미소와 함께 자신이 무림맹 초대맹주인 무상선인의 진전을 이어받은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던 무림맹 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이는 마교 무사들에게 천마검을 보여줬을 때의 광경과 매우 흡사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자명선생, 백리영, 대각대사 등 무림맹 지휘부 고수들 역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털썩, 털썩.
백소운이 천마검까지 함께 들자, 마교 무사들 역시 다시 무릎을 꿇었다.
구경을 온 군웅들 역시 그 압도적인 기세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제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백소운 한 사람뿐이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저는 지금 이 시각부터 무림맹주의 중임을 받아들일 것을 선언합니다. 아울러 마교의 교주로서의 중임 역시 계속 맡을 겁니다. 모두 일어나십시오.”
백소운이 지존령기와 천마검을 동시에 흔들었다.
순간, 거대한 경력이 일어나 백만 군웅들을 세웠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맹주님 만세!”
“교주님 만세!”
백소운에 대한 무림맹과 마교 무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맹주님. 저희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옥맹 척결을 위해 정마동맹을 뛰어넘는 조처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모두 하고 있습니다. 직접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무림맹과 마교의 통합을 선언합니다. 무림맹주와 마교주의 신분으로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겁니다. 반대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와아아.
짝짝짝.
“찬성합니다.”
“적극 지지합니다.”
엄청난 환호와 박수 소리였다.
백소운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중원무맹(中原武盟)이라는 깃발 아래 하나가 될 겁니다.”
백소운이 오른손을 위로 뻗었다.
순간, 허공에 중원무맹이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경력으로 만든 글자였다.
군웅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정마가 따로 없었다.
“중원무맹 만세!”
“중원무맹주 만세!”
무림에 중원무맹이라는 통합 단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원래 이 중원무맹이라는 이름은 무림맹에서 사용하는 것이었으나, 그것은 다른 나라의 무림맹과 비교할 때 쓰는 경우에 한했다.
그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나, 원래 중원무맹은 정사마를 총괄하는 무림연합체였다.
특히 무림 역사에도 외세 무림을 대적할 때 정사마가 힘을 합쳐 중원무맹이란 이름으로 함께 싸운 적이 있었다.
백소운은 그 사실을 알고 중원무맹을 다시 만든 것이었다.
“이제 체제를 다시 정비한 후 곧바로 신선계로 출정을 나가겠습니다. 모두 저를 믿고 따라주십시오.”
중원무맹주 백소운의 힘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군웅들의 함성과 박수 소리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었다.
와아아.
짝짝짝.
* * *
사흘 후 중원무맹 취의청.
중원무맹주 백소운 주재로 작전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그 내용은 바로 신선계 출정에 관한 것이었다.
영웅대회도 끝났고 지난 사흘간 체제 정비를 어느 정도 완료한 상황이라, 본격적인 출정 계획을 수립하려는 것이었다.
한편 중원무맹의 체제는 매우 간단하게 정해졌다.
먼저 총단은 이곳 낙양 무림맹 총단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신강에 있는 마교 총단은 외진 곳에 있어 통합맹의 본거지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심을 모았던 중원무맹의 부맹주 자리는 검마왕에게 돌아갔다.
아직 검마왕과 자신이 부자 관계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백소운의 검마왕에 대한 마음이 담긴 인사였다.
물론 마교 무사들의 사기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었다.
그 대신 중원무맹 총군사의 자리는 자명선생에게 돌아갔다.
그 외 자리는 원칙적으로 이전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신선계 출정을 앞두고 세세한 직책까지 임명할 여유도 없었고 그럴만한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체제 개편은 겉으로는 무림맹이 마교를 흡수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교가 사라진 것이나 해체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백소운이 여전히 마교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평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 중원무맹의 부군사가 된 자운신녀가 말했다.
“신선계로 들어가는 입구 중 가장 가까운 곳은 여기서 멀지 않은 숭산에 있습니다. 참고로 신선계 전체는 하나의 큰 환상진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출입구도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지요. 그래서 숭산에 있는 입구도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언제까지 그 입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백소운이 물었다.
그의 자운신녀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지난 사흘간 그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상대가 바로 그녀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 백소운은 천계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자운시녀의 천계에 대한 지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녀 자신 역시 태생적으로 천계와 강호의 중개자 임무를 부여받은 터라, 그 한계가 있었던 터였다.
참고로 그녀는 백소운이 궁금해했던 천족의 후예에 대해서도 명쾌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천혈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일전에 만났던 풍운노인에 대해서도 물어봤으나 전혀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열흘 정도예요. 예정대로 사흘 후 출정을 나간다면 여유가 있을 거예요. 신선계로 들어가는 길은 옥 소저가 저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으니, 직접 들어보시지요.”
자운신녀의 말에 옥려군이 미소를 지었다.
“네. 부군사님의 말씀대로 안내는 제가 맡도록 하겠어요. 제가 신선계에서 탈출했던 길이니, 출정 병력의 길잡이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문제는 과연 악마진법을 풀 수 있는가에 있겠지요. 제 아버님을 비롯해 등선맹 고수분들이 지금 악마진법에 갇혀 있는데, 신선계라는 진법 속의 또 하나의 진법이라 파훼하기가 무척 어려울 거예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도 지옥악마신을 비롯하여 지옥맹 놈들이 길목을 차단하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 때문에 이렇게 무작정 대군을 이끌고 간다는 것이 조금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명선생의 말이었다.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놈들이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도, 놈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싸움을 벌이겠다는 노림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호지세의 상황입니다. 사흘 후 예정대로 출정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해주십시오. 출정 병력은 어느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칠십 만입니다. 중도 무림인이 대거 참여해 예상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무림 유사 이래 가장 많은 무림인이 출정에 참여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칩니다.”
백소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취의청 밖으로 나갔다.
참석자들 역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갔다.
한편 백소운의 주위에는 네 명의 호법이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었다.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이었다.
그들은 중원무맹 체제에서도 맹주 호법의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아저씨들과 하림이도 돌아가서 쉬도록 하십시오.”
“어찌 우리가 쉴 수 있겠느냐?”
정기의 말이었다.
“아닙니다. 혼자서 정리할 게 있어서 그럽니다.”
“알겠다.”
유덕, 정기 등이 떠나자 백소운은 혼자서 지존각 집무실로 향했다.
‘출정 전까지 지옥악마신을 상대할 신공을 완성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둘러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