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28
이틀 후.
신선계 출정을 하루 앞둔 중원무맹 총단은 종일 긴박했다.
칠십만 무사들의 출정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
내일 아침 일찍 숭산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특히 숭산은 이곳 낙양과는 하루 거리에 있어 심리적으로 이미 출발한 것과 비슷했다.
맹주 집무실.
서서히 해가 지려 하는 이곳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원형으로 앉아 있는 그들의 중앙에는 백소운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양 옆으로 뻗은 그의 손에서는 금빛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 기운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백회혈을 통해 무형지기를 넣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 전에 이들 모두에게 금단환을 복용시킨 것을 고려하면 아마도 출정을 앞두고 무공을 높여주기 위함으로 보였다.
한편 백소운의 도움을 받고 있는 그들은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백리영, 임소혜, 매소청, 종리교, 담소소, 곽어언, 왕옥, 왕인우, 천향, 이소절 등 그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백소운은 그들의 능력에 맞게 최대한 능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왕씨 남매처럼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는 점만 봐도 확실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이었다.
실질적인 호법 임무를 맡을 수 있도록 특별히 그들에게는 금단환 열 개씩을 먹였다.
이는 그들이 무명심공을 익히고 있어 가능한 혜택이었다.
샤르르.
이제 거의 공력 전수가 끝났기 때문인가.
집무실 안을 가득 메웠던 금빛 기운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이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시고 기를 갈무리하십시오. 내공 심법을 아시는 분은 일주천을 해도 좋고, 모르는 분은 그저 편안하게 호흡을 하셔도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주에 가득한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겁니다.”
“네. 맹주님.”
“알겠습니다.”
몇몇 사람이 대답하며 운공을 마치는 사람이 생겼다.
가장 먼저 끝낸 사람은 바로 왕인우였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공력이 전혀 없었던 그는 오늘 중요한 기초를 자신의 몸속에 심어둘 수 있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운공을 끝낸 사람은 진하림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고요했다.
유덕, 정기, 막총과 함께 금단환 열 개를 복용했지만, 그 흡수 효과는 그녀가 제일이었다.
따라서 오늘 가장 혜택을 본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임소혜와 백리영의 경지 역시 이전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감사해요. 맹주님.”
“감사드려요.”
임소혜와 백리영이 감사를 표했다.
특히 두 사람 중 백리영은 얼굴을 조금 붉히고 있었다.
이는 백소운이 무명객임을 알고 난 후 종종 있던 일이었다.
그녀의 백소운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백소운을 흠모하는 여인은 그녀 혼자가 아니었다.
은하장주의 여식으로 무명객을 찾아왔던 담소소 역시 백소운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곽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소운이 무명서생임을 알고 이렇게 직접 볼 때마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진하림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오라버니를 흠모하는 여인이 이렇게 많구나. 하지만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흘러갈 것이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겠지.’
그녀가 무명심공 구결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마음을 편히 했다.
무명심공 구결의 핵심은 바로 무집착이었다.
진하림은 무공의 경지가 높아지자 백소운에 대한 집착 역시 많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백소운에 대한 마음은 더욱더 굳건해지고 있었다.
백소운이 진하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들 중 앞으로 가장 무공이 뛰어나게 될 사람은 바로 하림이가 되겠군. 벌써 부동심(不動心)의 기초를 쌓았으니······ 하지만 이들 모두 아직 지옥맹 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오늘의 기점으로 자기 목숨을 지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랬다.
오늘 이러한 특수 대법을 통해 공력을 넣어준 것은 위기 상황에서 자체 방어력을 높여주기 위해서였다.
중원무맹주가 된 백소운이 일일이 이들을 보호해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백소운이 이번에는 이소절을 봤다.
영웅대회 첫날 당당하게 등룡관을 통과해 정식무사가 된 그였다.
게다가 오늘은 무공이 급상승하는 기연을 얻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맹주님.”
“하하하. 편히 말하게. 자네는 내 친구가 아닌가.”
“그래도 되겠나? 소운.”
이소절이 미소를 지었다.
격식에 그렇게 매이지 않는 그는 백소운의 배려가 고마운 모양이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 백소운도 바라는 바였다.
“내일이면 여러분 대부분이 출정을 나가야 하므로 이제 거처로 돌아가 쉬도록 하십시오. 오늘 다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맹주님.”
사람들이 인사한 후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백소운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은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네 명이었다.
백소운은 그들에게 무명심공 구결을 좀 더 높은 단계까지 가르쳐주었다.
따로 보충수업을 해준 셈이었다.
얼마 후 구결 전수까지 모두 끝나자 백소운은 휴식을 취하게 했다.
“모두 방으로 돌아가 쉬도록 하십시오. 이제 곧 옥 소저와 자운신녀가 이곳으로 올 것이니, 호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알겠다.”
“네. 오라버니.”
유덕, 정기 등이 돌아가자 백소운은 잠시 눈을 감았다.
옥려군과 자운신녀를 기다리면서 그 자신도 운기조식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밤이 조금 깊어갈 때 옥려군과 자운신녀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오셨소?”
백소운이 두 사람을 반기며 자리를 권했다.
“네. 맹주님. 따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왔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내일 출정과 관계된 일인가요?”
“그렇소.”
백소운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지난 며칠간 그가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내용을 이야기하려는 그였다.
“말씀하세요. 약간은 짐작하고 있긴 하지만······.”
자운신녀의 말에 백소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짐작이라 하시면?”
“혹시 맹주님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려 하시는 게 아닌가요?”
“하하하. 그걸 어떻게 알았소?”
백소운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자운신녀와 옥려군의 안색은 밝지 않았다.
옥려군이 말했다.
“맹주님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대체 어떻게 하시려는 건가요? 내일 바로 출정인데 혼자 숭산으로 가시려는 건가요?”
“그건 아니오. 다만 신선계 입구에 무사들을 대기시켜 둘 생각이오. 쉽게 말해 본인이 정탐무사가 되어 먼저 신선계로 들어가 보려는 것이오. 물론 두 분께서는 본인과 함께 들어가야 하오. 가능하겠소?”
“물론 저와 옥 소저는 맹주님을 안내할 것이니, 당연히 신선계로 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칠십만 무사들을 정말 숭산에 남겨두실 생각인가요?”
자운신녀의 물음이었다.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무작정 대군이 들어갔다가는 몰살당할 우려가 매우 크오.”
“하지만 칠십만 무사들이 함께 펼치는 선천북두진법(先天北斗陣法)의 위력은 매우 강해요. 단 하루지만 그 진법을 직접 무사들에게 가르친 분이 바로 맹주님이 아니신가요?”
“바로 그렇소. 사실 바로 그 진법을 믿고 대군을 끌고 가는 것이오. 자세한 설명은 드리지 않았지만, 선천북두진법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천지기를 한곳으로 모아 공격을 가할 수 있게 하는 진이오. 따라서 그 위력은 막강하오. 바로 지난 며칠간 지옥악마신을 상대하기 위해 고안한 진법이기도 하오. 하지만 진법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사들의 신체가 온전해야 하오. 다시 말해 무작정 신선계로 데려갔다가 사상자가 속출하면, 진법이 소용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이오. 그래서 일단 지옥악마신을 상대할 때까지 그들을 아껴두려는 것이오.”
“하기야 중원무맹 무사들 개개인의 능력으로는 악마강시나 지옥맹 고수들과 싸워서 이기기 힘들긴 하지요.”
자운신녀가 처음으로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도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옥려군 역시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어요. 지금까지의 대결 양상을 봤을 때, 일반 무사들이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인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대병력이라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일단 악마진법을 깨트려 우리 등선맹 고수들을 구해내면 그분들이 지옥맹 놈들을 상대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악마진법을 맹주님과 저희 둘이 얼마나 빨리 깨트릴 수 있는가에 있겠군요.”
“바로 보셨소. 등선맹 고수분들을 구해내면 그때부터는 중원무맹 칠십만 무사들도 신선계 안으로 진입시킬 수 있을 것이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맹주님께서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니 저희는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자운신녀의 말에 옥려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백소운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신뢰와 흠모가 그 중 대표적인 것이었다.
백소운은 그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인에 대한 감정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고맙소. 그럼 우리 세 명이 선발대 자격으로 먼저 들어가도록 하지요. 신선계 출입구가 생겨난 곳은 숭산 자비곡(慈悲谷)이라 하셨지요?”
“네. 최근 독무가 끼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게 되었으나, 독무는 제가 제거할 수 있어요.”
옥려군이 말을 하며 자신의 피리를 보여줬다.
“음파로 독무를 몰아낼 생각인 것 같군요. 독무는 나 또한 방법이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 그 외 다른 준비가 필요한 게 있겠소?”
“선발대 인원이 조금 부족해요. 자비곡에 대기할 본진 무사들과 연락을 취하려면 적어도 한 분은 더 있어야 해요.”
자운신녀의 말이었다.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소?”
“네.”
“누구요?”
“검마왕. 바로 중원무맹의 부맹주이지요. 독무를 제거한 후 자비곡에 맹주님께서 직접 보호진을 쳐둔다면 검마왕을 그곳에 남겨둘 필요는 없을 거예요.”
“부맹주 말입니까?”
백소운이 안색을 다시 굳혔다.
검마왕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검마왕이 직접 집무실로 찾아온 것이었다.
“하하하. 맹주. 신녀에게 이야기를 대충 들었소이다. 나도 선발대에 들어가야겠소.”
“부맹주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렇소. 반드시 맹주와 함께 들어가야겠소.”
검마왕이 굳건한 표정을 지었다.
백소운이 난감해했다.
하지만 내심 안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지난 이틀간 검마왕을 여러 번 만나 불사신공의 진정한 대성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이는 백소운의 무형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결과 검마왕은 각성을 하게 되었고, 무형검 직전까지 도달했다.
게다가 불사신공의 특성상 자기 한 몸은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옥악마신만 아니라면 아버님을 해칠 자는 드물 것이다. 어쩔 수 없구나.’
백소운이 결단을 내린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부맹주께서도 함께 가시지요.”
“하하하. 고맙소. 맹주.”
검마왕이 기뻐했다.
한편 그 역시 백소운을 보는 눈빛이 요 며칠 새 확연히 달려져 있었다.
무공 방면에 도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어쩐지 백소운이 친근하게 느껴진 것이었다.
이는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백소운을 반드시 사위로 맞아들이겠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백소운으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 싫어 웃음으로 넘겼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이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백소운이 눈을 빛냈다.
‘위험이 따르겠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나의 태생과 관련한 것은 전쟁이 끝난 후 밝혀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