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235
“이제 마지막 열 번째 관문이에요.”
자운신녀의 말에 백소운을 비롯한 일행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관문을 남겨둔 그들 모두의 표정은 비장했다.
특히 백소운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 관문까지 역시 거의 그 혼자 힘으로 돌파를 했던 것이다.
이미 악마독이 몸 전체에 퍼진 상태에서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괜찮으세요?”
진하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이제 마지막 관문만 남았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백소운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신력이었다.
‘뜻이 있으면 산도 움직인다고 했다. 마지막 관문만 통과하면 된다.’
백소운이 심호흡을 했다.
열 번째 관문을 통과해도 지옥악마신을 비롯한 지옥맹 세력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악마뇌옥에는 중원무맹 무사들과 등선맹 고수들도 있었다.
그들의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힘을 다하려 하는 것이 지금의 그의 생각이었다.
“관문이 시작되었어요. 저기 보세요.”
옥려군이 전방을 가리켰다.
모두 앞을 보니 거대한 문 하나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한데 그와 함께 주위 환경이 달라지며 공간이 협소해지는 것이 아닌가.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뒤쪽이었다.
뒷면이 거대한 벽으로 막혔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벽 주위도 공간이 좁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벽에 눌려 압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단순하지만 치명적이다. 엄청난 힘이 벽에 담겨 있다. 지금 내 공력으로는 무리다.’
미약하지만 무형지기로 벽의 강도를 파악한 그였다.
“내가 먼저 시도해보겠네.”
검마왕이 소리치며 벼락같이 일장을 날렸다.
옥려군, 자운신녀, 유덕, 정기, 막총, 진하림 여섯 사람 역시 장풍을 날리며 가세했다.
이러한 시도는 이전 관문들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결론적으로 백소운으로 하여금 관문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콰콰쾅.
폭발음과 함께 장방형의 벽에 먼지가 일어났다.
하지만 끄떡도 없었다.
오히려 벽은 그 속도를 더해 밀려왔다.
이제는 불과 십장 정도의 거리.
백소운이 나서지 않는다면 모두 압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맹주님!”
자운신녀가 백소운을 불렀다.
그밖에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번 관문은 그녀 역시 다른 조언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모두 물러나십시오.”
백소운이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검마왕 등이 물러나자, 백소운이 앞으로 더 나오며 벽에 손을 댔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벽이 일시 멈추는가 싶더니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백소운이 모든 공력을 담아 밀어냈음에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검마왕, 옥려군 등이 다시 일제히 장력을 날렸으나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
누군가 절망의 탄성을 냈다.
삽시간에 벽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백소운은 계속 밀렸다. 이제 일각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압사할 것이었다.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이번 관문 역시 마땅한 법보가 필요한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무슨 법보가 필요한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백소운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상태창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빌어먹을! 끝장이네. 마지막 관문에서 이렇게 당할 줄이야.”
검마왕이 허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제 벽과의 거리는 일장도 남지 않은 상태.
특단의 대책이 절실했다.
백소운은 최대한 벽의 전진을 막으면서 표면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천리안까지 가동했지만 헛수고였다.
‘분명 이 벽 뒤에 악마뇌옥이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 정말 끝이란 말인가. 방법이 있을 것인데, 보이지가 않으니······.’
백소운이 허탈해했다.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기는 그 역시 싫었다.
그때였다.
순간적으로 한 생각이 떠올랐다.
‘진정한 것은 마음으로 볼 수 있다고 했던가. 그래 차라리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보자.’
백소운이 즉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벽의 아랫부분에 장인이 하나 찍혀 있는 것이 보였다.
급히 자세를 낮춰서 일단 왼손으로 그 부분에 손을 댔다.
하지만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른손으로······ 그래 무명갑이 있었지.’
백소운이 무명갑을 끼고 있는 오른손으로 장인이 찍혀있는 부분을 대고 밀었다.
그때였다.
무명갑이 금빛을 내면서 코앞까지 닥친 벽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그긍.
“됐어요!”
“하하하!”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벽은 서서히 밀려났다.
‘무명갑이 이번 관문에 필요한 열쇠였군.’
자신감을 찾은 백소운이 계속 벽을 밀어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벽이 그대로 산산이 부서지며 한 공간이 보였다.
“악마뇌옥이에요!”
진하림이 소리쳤다.
그녀의 말대로 거대한 정방형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에 백만 명에 달하는 중원무맹 무사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백소운 일행을 보며 놀라는 가운데, 한쪽 벽이 좌우로 갈라지며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등선맹주 옥평을 비롯한 등선맹 수도자들이었다.
“아버님!”
“맹주님!”
옥려군이 옥평을 향해 달려갔다.
중원무맹 무사들이 일제히 백소운을 보고 기뻐했다.
물론 모두 아직 악마뇌옥에 갇힌 신세이지만, 희망을 본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다시 그그긍 소리와 함께 전방의 벽이 그대로 사라지며 한 떼의 거대한 무리가 보였다.
백만이 훨씬 넘어 보이는 사람들.
바로 지옥맹 무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지옥악마신이 그의 열두제자와 함께 서 있었다.
“하하하! 역시 대단하군. 악마진법을 통과하다니!”
지옥악마신이 껄껄 웃었다.
진법이 파훼되어 영구적으로 소멸했음에도 전혀 아쉬워하는 표정이 없었다.
“지옥악마신! 그대와 이제 최종 승부를 겨룰 때요. 한데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오?”
백소운이 앞으로 나섰다.
지옥악마신 역시 앞으로 나왔다.
양 측의 수백만 무사들이 두 사람의 대치에 집중했다.
“하하하! 네놈은 내게 속았다. 악마진법이 영구적으로 파훼되었으니 이제 마신들이 부활할 것이다. 악마진법이야 말로 봉인대종에 버금가는 봉인해제법보임을 몰랐던 모양이구나. 사실 도박이었지만 나는 나의 예지력을 믿었다.”
“그 말은?”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안 그래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던 것이다.
특히 금단비고 안에 넣어두었던 봉인대종이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설마 봉인해제가 이미 시작되었단 말인가.’
백소운이 우려하고 있는 그때 봉인대종이 결국 금담비고 바깥으로 나오고 말았다.
아직 백소운의 수중에 있었지만 스스로 금단비고 밖으로 나와 버린 것이다.
“후후후! 이제 내 말을 믿겠느냐? 이제 봉인대종은 스스로 봉인을 풀어 마신들을 부활시킬 것이다. 이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소. 그리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먼저 그대들을 제거하겠소.”
백소운이 봉인대종을 품안에 넣은 후 양손에 무명검와 천마검을 들었다.
마신들의 봉인을 막는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일단 지옥악마신을 비롯한 지옥맹 세력을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후후후! 네놈은 이미 모든 기를 소모했다. 그런데 혼자서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지옥악마신이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이오?”
“후후후! 너는 우리 보다 마땅히 봉인대종을 소멸시킬 궁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한번 언급했지만, 절대비급을 익히게 되면 봉인대종을 영구히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네놈의 목숨도 바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역시 그랬었군. 그대의 진짜 의도는 마신들의 봉인 해제가 아니었군. 오히려 내가 목숨을 바쳐 봉인해제를 막아 동귀어진하는 것이 아니었소? 나와 마신들이 모두 없어지면 천하는 그대 혼자서 차치할 수 있을 테니까.”
“후후후. 그렇다. 봉인된 마신들의 힘은 너무 강하다. 그들이 모두 부활하면 내가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 틀림없지. 그래서 나는 너를 이용한 것이다. 이 점은 천무성자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 어쩔 셈이냐? 이래도 마신들이 부활하는 것을 두고 볼 것이냐? 내 감히 장담컨대 마신들이 모두 부활하면 너는 마신 두세 명도 막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절대비급을 익히게 되면 네 한 몸 희생해서 봉인대종을 영구히 소멸시킬 수 있지. 시간이 없으니 잘 결정해라.”
지옥악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중원무맹 무사들과 등선맹 수도자들은 지금 상황에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모두 백소운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었다.
특히 등선맹 수도자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옥평이 말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백 공자께서 우리 등선맹을 이끌어주셔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각부터 등선맹 맹주는 백 공자이십니다.”
“알겠습니다.”
백소운이 기꺼이 등선맹주 자리를 수락했다.
이는 자리에 욕심을 내어서가 아니라 군웅들의 일치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특히 그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지옥맹 세력과 싸우다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중원무맹주로서 그리고 등선맹주로서 명을 내립니다. 모두 제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저들은 저 혼자 상대할 겁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존명!”
중원무맹 무사들과 등선맹 수도자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백소운은 여전히 지옥악마신을 향해 무명검과 천마검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지옥악마신 한 명을 제거하면 나머지는 그대로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리라는 것을.
이는 지옥악마신이 특수대법을 통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수하들의 무공을 강화해준다는 명목 아래 모두 자신의 목숨에 종속되게 한 것이었다.
그 덕분으로 지옥악마신은 이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꿈을 꾸게 된 것이었다.
“후후후! 백소운! 네놈이 나의 비밀을 알아냈군. 그래 좋다. 내가 죽게 되면 내 열두제자는 물론이고 지옥맹 무사 모두가 소멸될 것이다. 사실 이것은 이동대법의 위대한 능력 중 하나이기도 하지. 한데 정말 마신들의 봉인해제를 두고 볼 생각이냐?”
“절대비급을 해독할 방법을 내게 알려주려는 것이오?”
“그렇다. 네가 가지고 있는 법보로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태극여의주라고 무명노인이 남긴 동방의 법보이지. 태극여의주로 절대비급을 비추면 그 내용이 나타날 것이다. 네놈이 무공의 신이 되지 않는 이상 그 외의 방법은 없을 것이다.”
지옥악마신이 다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백소운이 구체적인 방법을 들은 이상 살신성인할 것을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백소운은 여전히 담담했다.
“한 가지 의문이 있소.”
“무엇이냐? 물어봐라.”
“어떻게 해서 악마진법의 파훼가 봉인해제로 이어지게 된 것이오?”
“후후후! 그것은 우리 마신들이 처음부터 안배한 것이었다. 악마진법 안에 우리 마신들의 마력이 남아있었고, 그 힘을 누가 분쇄하게 되면 오히려 봉인이 풀리도록 안배를 해둔 것이지. 그 방법은 우리 마신들의 수장이었던 천마신이 고안해낸 것으로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어떻게 할 것이냐? 아까도 말했지만, 시간이 없다. 나를 죽이고 할 시간도 없다는 말이다. 곧 마신들이 부활한다는데 두렵지도 않느냐?”
“두렵소. 하지만 두렵지 않소. 두렵고 두렵지 않은 것이 둘이 아니라 하나일진대 무엇을 걱정하겠소?”
“무슨 헛소리냐? 내말은 모두 사실이다. 좋다. 네놈이 끝까지 고집을 부려 나를 죽이려 한다면 할 수 없지. 이미 악마독에 중독되어 곧 죽을 놈이니 내가 마무리시켜 주마.”
“날 죽인 후 마신들이 부활하면 그대의 계획이 어긋나게 될 게 아니오?”
“후후후!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다. 네놈을 죽인 후 가루로 만들어 절대비급과 함께 태운 후 봉인대종에 뿌리게 되면 역시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나지. 그렇게 되면 마신들의 부활은 영구히 사라지고 천하는 영구히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다만 네놈을 직접 상대하는 위험부담이 있을 뿐이지. 사실 나는 최종적으로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다. 말이 많았다. 이제 최후 승부를 겨루도록 하자.”
“그렇게 합시다.”
백소운이 천마검과 무명검에 마지막 남은 공력을 넣었다.
순간 우우웅 소리와 함께 두 검 모두 검명을 울렸다.
특히 천마검에 들어있는 천마검혼은 전음을 보내 백소운을 격려까지 해주었다.
「주공. 힘내세요. 봉인이 풀리는 것은 제가 최대한 막아볼게요. 계속 막을 수는 없겠지만 시일을 늦출 수는 있을 거예요. 이전에 천마께서 그와 관련한 특수대법을 펼치는 것을 본 적이 있으니, 아마 효과가 있을 거예요.」
「고맙다. 너의 그 말이 내게 큰 힘이 되는구나. 시간을 벌게 해준 셈이니까. 봉인이 해제될 때까지 내가 지성에만 달하면 되니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내가 끝내 도달하지 못하면 최후의 방법으로 절대비급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주공께서는 꼭 성공하실 거예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래.」
백소운이 천마검혼에게 전음을 보낸 후 다시 지옥악마신을 향해 말했다.
“시작합시다. 단 일초로 승부를 결정 낼 것이오.”
“후후후! 설사 네놈이 나를 이겨도 너는 무공이 폐쇄되어 폐인이 될 것이다. 지금 그 몸 상태에서 나와 겨루려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