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43
새외삼마는 유덕 등 하인들이 검을 찔러오자 헛웃음을 지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맞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무공 대결에도 격이 있는 법이다.
하인들 주제에 자신들에게 검을 들이미는 것 자체가 화가 났다.
새외삼마 세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장풍을 날렸다.
쏴아아.
이제 그들의 장세는 검을 부러뜨리고 목숨까지 취할 게 분명했다.
그것은 철퇴로 개미를 때려죽이는 것과도 같았다.
“버러지보다 못한 놈들이!”
혈루마가 대표로 고함을 쳤다.
바로 그때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새외삼마가 날렸던 장세가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인들의 검이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새외삼마가 당황하면서도 여유 있게 옆으로 비키려 했다.
하지만 마치 거대한 벽에 막힌 것처럼 피할 공간이 없지 않은가.
이제 남은 것은 각자의 보호강기 뿐이었다.
어느새 수족을 비롯하여 전신이 마비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호강기 역시 무력했다.
푹푹푹!
세 자루 검이 새외삼마의 가슴에 그대로 박혔다.
“으윽!”
“크윽!”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양 진영의 무사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백리영은 급히 경공을 펼쳐 날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때다!’
백리영이 수중에 든 장검을 휘둘러 새외삼마의 목을 한 번에 베었다.
댕강.
댕강.
마치 무를 썰 듯 머리들이 땅에 떨어졌다.
와아아아!
무림맹 무사들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동안 유덕 등은 진하림을 데리고 진영으로 돌아왔다.
한데 기이한 것은 진하림의 혈도가 이미 풀려있다는 점이었다.
가장 이상한 점은 유덕, 정기, 막총 세 사람의 공격이 적중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마지막으로 목을 자른 것은 백리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혹시 몰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이미 새외삼마는 그전에 죽은 것과 진배없었다.
“하하하.”
한삭이 내상을 입은 것도 잊고 껄껄 웃었다.
그는 새외삼마가 이전 대결의 후유증 때문에 갑자기 이상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의아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밝힐 때가 아니었다.
수괴를 잃은 마교 무사들을 몰아붙일 때였다.
“총공격!”
마침내 명이 떨어지자, 무림맹 무사들이 일제히 진격했다.
반면 마교 무사들은 허둥댔다.
지휘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실질적인 우두머리가 된 유가동을 쳐다봤다.
유가동이 검을 들고 소리쳤다.
“모두 철수하라!”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마교 무사들이 일제히 등을 보이며 산채 뒤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무림맹 무사들의 공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미처 도주하지 못한 마교 무사들의 목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갔다.
와아아아.
무림맹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마교 무사들을 쫓아갔다.
한편 그 가운데 검마왕의 제자들은 무림맹 무사들과 싸우는 것을 피하고 가장 빠르게 사라졌다.
상처가 중한 사자성은 어해산이 업고 있었다.
유가동 역시 마교 무사들의 생사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군가 전음으로 임소혜와 괴추노인이 이미 도주했다고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전음을 보낸 사람은 바로 백소운이었다.
사자성은 미덥지 못하지만, 유가동과 어해산은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일방적인 싸움은 계속되었다.
와아아아.
“으윽!”
“아악!”
백소운은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싸움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
그 결과 마교 무사들은 절반가량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보고 나머지만 겨우 도주할 수 있었다.
반면 무림맹 무사들은 거의 피해가 없이 대승을 거두었다.
백소운이 한 일이라고는 별게 없었다.
은신술을 펼치며 유덕 등 하인들을 공격하는 마교 무사들을 막아준 것.
그리고 추보승을 아무도 모르게 치료해준 것.
바로 그 두 가지였다.
“대승리다!”
“만세!”
풍운곡에 무림맹 무사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한삭은 더 이상 마교 무사들을 쫓는 것을 그만두고 산채를 수색할 것을 명했다.
혹시나 매복이 있을 것을 염려한 탓이었다.
지난 정마대전 중에도 승리 후 방심하다가 기습 공격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편 백소운은 여전히 은신술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무명객으로 나타나 새외삼마를 제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무산되었다.
바로 유덕 등 하인들이 진하림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때문이었다.
그래서 직접 개입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기로 했던 것이다.
‘거참. 내가 갈 곳이 없어졌구나.’
백소운이 씁쓸해할 때.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비밀감옥 쪽에서 무림맹 무사들이 두 사람을 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 한 명과 한 소녀였다.
둘 다 평범한 외모였다.
하지만 백소운은 한눈에 그들이 괴추노인과 임소혜란 것을 알아봤다.
체취.
혹시 몰라 그들의 체취를 기억해두었었다. 바로 그 체취와 똑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천리사 가루를 눈에 뿌려 실제 모습을 봤다.
그 결과 예상대로 괴추노인과 임소혜였다.
‘역용술이 대단하군. 아무래도 쫓기는 것 보다 처음 계획대로 운송대 행렬에 끼어가려는 것 같구나. 잘될지 모르겠군.’
백소운의 예상대로 두 사람은 자신들이 마교 무사들에게 끌려와 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대체 어떻게 놈들에게 잡힌 겁니까?”
장덕수가 묻자, 괴추노인이 대답했다.
“원래 저와 제 손녀는 약초꾼이었습니다. 풍운곡에 약초가 좋은 게 많다고 해서 일부러 장사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었지요. 하지만 오자마자 그만 놈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장덕수가 괴추노인과 임소혜의 막힌 혈도를 살폈다.
점혈 방법이 일반 마교 무사들의 것과 똑같았다.
이는 의심이 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점혈은 서로 상대방에게 한 것이었다.
장덕수가 혈도를 풀어주자 괴추노인이 고개를 조아렸다.
“무사님들. 제발 장사까지만 저희를 보호해주십시오. 어디까지 가십니까?”
“하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 그래도 우리 역시 장사로 가는 중이었으니까요.”
장덕수가 괴추노인의 손을 잡고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살짝 내공을 엿봤다. 예상대로 내공이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그로서는 마지막 점검을 한 셈이었다.
한편 임소혜는 워낙 창백한 표정이라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 어서 선인촌으로 돌아갑시다.”
장덕수가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추보승에게서 천운이 따라 자신도 모르게 백골독을 해독했다는 말을 들은지라 그의 표정은 밝았다.
더욱 기쁜 것은 한삭이 무사들을 데리고 장사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는 점이었다.
한삭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부터는 우리 청룡당 무사들도 운송대에 합류하겠습니다. 가는 도중 놈들을 만나면 다시 제가 지휘봉을 잡겠지만, 그전까진 장 대장의 지휘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아닙니다. 저 역시 내상을 입어 회복운공을 해야 합니다. 추 장로 역시 해독은 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입니다. 계 총지부장은 무한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 장 대장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네. 물론이에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무슨 말씀입니까? 새외삼마의 목을 베셨지 않습니까? 큰 공을 세웠으니 맹주께서도 알면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아니에요. 말은 바로 해야지요. 새외삼마를 실질적으로 제거한 사람은 바로 저분들이에요. 제가 직접 총단에 오늘 있었던 일을 전서구로 보고하겠어요.”
“그렇게 하십시오. 그나저나 저 하인들은 무척 운이 좋군요. 때마침 새외삼마가 주화입마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적어도 새외삼마의 가슴에 검을 박은 저들 세 명은 정식무사가 될 것이 확실하겠군요.”
“물론이에요.”
백리영이 유덕 등 하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무사 수가 이천 명으로 불어난 운송대가 선인촌으로 돌아온 것은 다음날 정오 무렵이었다.
대승리를 거둔 때문인지 무사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맹주 백리천은 논공행상이 확실한 사람이었기에 총단으로 돌아가면 상을 받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가장 가슴 뿌듯한 사람은 바로 유덕과, 정기, 막총 세 사람이었다.
비록 운이 따랐다고는 하나 그들 세 사람의 공은 매우 컸다.
공이 워낙 커 정식무사가 되는 것은 거의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백소운이 심혈을 기울여 격공지력을 운용했었다. 그 때문에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다만 새외삼마가 하필 그때 동시에 무력화가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었다.
“이상하긴 해. 왜 그놈들이 우리 검을 피하지 못했을까. 장풍도 날리던 것 같았는데,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 말이야.”
선인촌에 들어서자 유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하림이 웃으며 말했다.
“그야 놈들이 직전에 우리 측 고수분들과 대결을 벌여 그 후유증이 뒤늦게 생겼겠지요. 동시에 생긴 것은 놈들이 합공을 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 혈도가 놈들이 죽자마자 바로 풀린 것도 그런 면에서 이해가 가요. 아무튼, 세 분 다 축하드려요.”
“무슨 축하 말이냐?”
“피. 모른 체 하실 거예요? 아까 아가씨께 들었어요. 세분의 정식무사 자격획득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것을. 설마 사양하시지는 않겠지요?”
“고민 중이다. 우리 실력이 정식 무사가 될 정도가 아닌 것을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무명객께 지도를 받을 계획도 있고······.”
“무명객님의 무공은 정식무사가 된 이후에 전수받아도 되잖아요? 아까 안타깝게 죽었지만 우리 측에 첩보를 전해준 탈주무사도 바로 청룡당 무사가 되었잖아요? 그에 비하면 세분의 공은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요. 그래서 제 예상인데 곧바로 조장으로 되시지 않을까 해요.”
“허허허. 어디 가서 그런 소리는 절대 하지 마라. 사람은 겸손해야 하는 법니다. 무공 실력이 아니라 그 용기를 보고 상을 주신다면 감사하게 받을 생각은 있다만. 아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희는 형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보게.”
“좋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무명객께 지도를 받더라도 등룡관 시험까지는 일정이 너무 촉박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큰 형님만 괜찮으시다면 이번에 꼭 정식무사가 되고 싶습니다.”
막총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정기 역시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말벌 떼 사건으로 인해 맹주께서 조만간 무맹비고 대개방을 결정하실 거라고 합니다. 정식무사 자격을 이번에 획득하면 우리도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무명객 그분의 무공은 우리가 배우기에 너무 수준이 높은 게 사실이니까요. 그전에 일반 비급들을 봐둔다면 나중에 가르침을 따라가는데도 한결 쉬울 것 같습니다.”
“다들 많은 생각을 했군. 좋네. 상을 주시는 대로 받기로 하세. 따지고 보면 우리도 목숨을 걸었으니까 말일세.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하림이다. 어쩌지?”
“헤헤. 제 걱정은 마세요. 이미 복수도 끝냈고 아저씨들처럼 급한 나이도 아니니까요. 앗! 저기 소운 오라버니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