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46
“아가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악양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청룡당 무사들이 전멸을 당할 정도라면, 놈들의 무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고 봐야합니다. 차라리 무한으로 돌아가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덕수의 말이었다.
천향이 되돌아온 후 긴급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결국, 장덕수가 철수를 거론한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은 장덕수와 백리영, 추보승, 천향 등 지휘부 고수 십여 명이었다.
장소는 지휘 막사 안.
대표마차 옆에 막사를 쳐두고 그곳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백리영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 측에 지금 쟁자수를 제외하고 무사들이 칠백 명가량 돼요. 결코 적은 병력이 아니에요. 총군사께서 총단 병력을 이끌고 오실 때까지 우리가 가서 버텨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악양에 있는 본맹 소속 문파 사람들이 큰 고초를 겪을 거예요. 추 단장님 의견은 어떤가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악양으로 진입하는 것은 저도 반대입니다. 천 명이 훨씬 넘는 청룡당 정예 무사들이 전멸했을 정도라면 보통 기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보통 기습이 아니라면 매복이라도 걸렸다는 말씀인가요?”
“네. 사사천교에는 별의별 기관과 진법이 다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독을 썼을 수도 있고요. 무림에서 금기시되는 강시부대도 육성하고 있지요. 놈들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장 대장님처럼 무한으로 철수하자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무한까지는 너무 멉니다. 지금으로서는 이곳에 진영을 세우고 기다리면서 정탐 무사들을 다시 보내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제가 직접 역용을 해서 악양 안으로 들어가겠어요.”
“아가씨께서 직접 말입니까?”
“그래요. 놈들도 제가 직접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안됩니다.”
“본맹 소속 문파들의 힘을 결집하려면 제가 가는 게 가장 효과적일 거예요. 세력을 규합한 후 따로 연락을 취하겠어요. 그때 무사들을 이끌고 제가 알려준 장소로 오세요. 이미 결정했으니 다른 말씀은 마세요.”
백리영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한삭이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추보승과 장덕수로서는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호위는 몇 명 정도 데려가실 겁니까?”
“필요 없어요. 천 호위만 있으면 돼요. 아, 마부와 시녀로 위장할 사람들은 필요하겠네요. 악양 지리를 잘 아는 사람도 한 명쯤 있으면 좋겠고. 놈들을 속이려면 무공이 없거나 약한 게 더 좋겠어요.”
백리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무사를 보내 유덕, 진하림, 백소운 세 사람을 불렀다.
백리영이 유덕에게 물었다.
“아까 들으니 동생분이 악양에 있다고 했던가요? 악양이 고향인가요?”
“네. 아가씨. 동생이 대의문에서 하인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한데 왜 저희를 부르신 겁니까?”
“저와 함께 악양으로 가실 수 있겠어요? 유 무사께서는 이제 정식 무사이긴 하나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여쭤보는 거예요.”
“무슨 말씀입니까? 정식무사가 된 이상 명에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악양 지리는 제가 잘 아니 아가씨를 모시겠습니다. 정탐을 위해 가시려는 겁니까?”
“그래요. 그리고 나머지 두 분 역시 저를 도와주셨으면 해요. 위험한 일인데 가능하겠어요?”
“네.”
“물론이에요.”
백소운과 진하림이 일제히 대답했다.
유덕이 찬성한 마당에 그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요. 백 공자는 유 무사님과 함께 마차를 몰아주세요. 진 소저는 마차 안에 타면 될 거예요. 물론 역할은 제 시녀에요. 아시겠어요?”
“네.”
“좋아요. 그럼 바로 출발할 것이니 준비하도록 하세요.”
백리영이 지휘 막사 밖으로 나와 마차를 점검했다.
혹시라도 무림맹 소속인 것이 탄로 나지 않도록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유덕과 진하림, 백소운 세 사람은 정기와 막총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정기과 막총이 매우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정식무사가 된 지금 반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함께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백리영에게 피력했다.
“성의는 알겠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움직이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어요.”
백리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때 임소혜와 괴추노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 저희는 무림맹 소속이 아니니 말리셔도 할 수 없습니다. 제 처가 병환 중이라 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괴추노인의 말에 백리영이 잠시 고민했다.
괴추노인과 임소혜가 떠나는 것을 말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함께 가는 것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것이었다.
“저희와 함께 가면 매우 위험해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큰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겠습니까? 오히려 저희같이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의심을 덜 살 겁니다. 그리고 저희 처지에서는 백리 소저와 함께 가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다만 악양에 도착하면 곧장 배를 타고 장사로 떠날 생각이니 그렇게 아시면 되겠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 감사해요.”
백리영이 고개를 조금 숙여 사의를 표했다.
그 결과 괴추노인과 임소혜 역시 마차에 타기로 했다.
마차 안은 상당히 넓어 열 명까지도 탈 수 있었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백리영은 역용술로 얼굴을 바꿨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무공 수준이 높아서 역용술 또한 완벽에 가까웠다.
“모두 타세요.”
백리영이 먼저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천향과 진하림, 임소혜, 괴추노인이 따라 들어갔다.
유덕과 백소운은 마부석에 나란히 앉았다.
상의 결과 교대로 말을 몰기로 했다.
“출발하세요.”
백리영의 말에 먼저 마차를 몰게 된 유덕이 말채찍을 휘둘렀다.
“이럇!”
두두두.
장덕수과 추보승 등 무사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장덕수가 소리쳤다.
“우리가 보호해드려야 할 아가씨께서 직접 위험한 곳으로 가셨다. 우리 역시 언제 출발할지 모르니, 모두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알겠는가?”
“네.”
무사들의 대답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 * *
백소운 일행을 태운 마차가 악양에 들어선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일부러 작은 길로 둘러 갔기 때문인지 걱정했던 사사천교 무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악양입니다. 대의문 쪽으로 바로 갈까요?”
유덕이 한적한 숲길 옆에서 마차를 세웠다.
백리영이 말했다.
“아니에요. 악양루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 가면 악양객잔이 있을 거예요. 본맹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곳이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아가씨. 바로 본맹 악양지부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지부가 공격받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천향이 의견을 표시했다.
백리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 많은 청룡당 무사들이 당했는데, 수백 명밖에 안 되는 병력을 지닌 지부가 무사하겠어요? 일단 객잔으로 가요. 악양객잔이 어디 있는지 아시죠?”
“네.”
유덕이 다시 마차를 몰고 나아가려 할 바로 그때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앞쪽에서 먼지가 일어나더니 수십 필의 말이 달려왔다.
백리영이 휘장을 걷고 쳐다보니 일단의 무사들이었다.
어디 소속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차를 향해 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들 침착하세요. 천 호위가 상대하세요. 여차하면 모두 죽여도 좋아요.”
“네. 아가씨.”
천향이 대답 후 마차 밖으로 나와 무사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도착한 무사들은 하나같이 흑의를 입은 자들이었다.
날이 선 검들을 들고 있어 분위기가 싸늘했다.
백소운이 대략 세어보니 서른 명 정도였다.
“워워. 어디서 오는 일행이냐? 무림맹 소속이냐?”
우두머리 보이는 중년인이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천향이 말했다.
“무림맹이라뇨? 저희는 무림맹과 전혀 관계가 없어요. 볼일이 있어 악양루로 가는 중이에요.”
“볼일?”
중년인이 휘장을 걷어 마차 안을 살펴봤다.
천향이 짐짓 언성을 높였다.
“무례하시군요. 어느 문파 분들인가요?”
“우리는 구월방(九月幇) 소속 구월대(九月隊) 무사들이다. 내가 바로 대주를 맡고 있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약양 일대 무림은 본방이 소속되어 있는 사도맹의 종주인 사사천교 무사분들이 대부분 장악한 상황이다. 우리 구월방에서는 외곽 호위를 맡고 있지. 이쪽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인데, 왜 이 길로 왔나? 확실한 신원과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모두 체포하겠다.”
“저희는 무림과 연관 없는 사람들이에요. 대풍상단(大風商團)이라고 상단 소속이에요.”
“대풍상단? 어디에 있는 상단이지?”
“무한에 있어요. 중소 상단이라 아마 모르실 거예요. 거래처 일로 직접 아가씨께서 가는 중이니, 어서 길을 비켜주세요.”
천향이 품속에서 대풍상단을 상징하는 패를 보여주었다.
옥패 중앙에 대풍(大風)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물론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처음 총단에서 출발할 때부터 가져왔던 상단패였다.
하지만 대풍상단은 엄연히 무한에 실재하고 있는 상단이었다.
무림맹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었다.
구월대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리영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품속에서 은자 두 냥을 꺼냈다.
“얼마 안 되지만 나중에 무사님들 술이나 한잔 씩 드시는 데 사용하세요.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대풍상단은 사사천교와도 거래를 한 적이 있답니다. 오늘 밤 약속이 잡혀서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영웅분들께서 양해를 해주시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하. 정작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어찌 우리가 막았겠소? 하지만 은자 두 냥으로는 조금 모자라오. 수하들이 서른 명이나 되는데······.”
“아, 죄송해요. 여기 두 냥 더 있습니다.”
백리영이 은자 두 냥을 더 줬다.
우두머리 중년인이 은자를 마저 받으며 옆에 있는 수하를 쳐다봤다.
세모난 얼굴에 염소수염을 한 자였다.
한눈에 봐도 교활하게 생겼다.
염소 사내가 급히 전음을 날렸다.
「대주님. 말 몇 마디에 은자 네 냥이면, 품속에 은자 백 냥 이상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마차 안쪽에 시녀로 보이는 계집의 미모가 대단합니다. 기루에 팔면 최소한 은자 삼백 냥은 무난합니다. 총 은자 사백 냥짜리 물건을 고작 네 냥만 받고 보내줄 겁니까?」
「어쩌자는 말이냐?」
「대풍상단은 저도 처음 들어본 곳입니다. 전부 죽여 버려도 뒤탈이 없을 겁니다. 기루에 팔 계집만 빼고 모두 죽이십시오. 설사 품속에 은자가 없다고 해도 계집 값만 은자 삼백입니다. 결단을 내리십시오.」
「으음, 좋은 생각이군. 역시 구 조장 그대는 나의 장자방이다. 어서 해치워라. 지금 보니 마차도 팔면 돈이 제법 되겠다.」
「아, 마차도 있었군요. 역시 대주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구 조장이 전음을 날린 후 백리영에게 말했다.
“후후후! 대풍상단은 내가 잘 안다. 상단주에게 자식이 없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무슨 개수작이냐? 무림맹 간자들임이 틀림없다. 모두 죽여라.”
구 조장이 명을 내리자마자 구월대 무사들이 일제히 마차를 에워쌌다.
구월대는 모두 삼백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 서른 명은 가장 무공이 출중한 일조였다.
그러니까 구 조장은 일조 조장인 셈이었다.
한편 구월대주는 구 조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하림을 향해 우수를 뻗고 있었다.
기루에 팔려면 흠집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미리 확보해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백리영은 벌써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천향에게 눈짓하자 그녀의 검이 한 차례 번뜩였다. 구월대주의 오른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크아악!”
구월대주가 통증으로 비명을 질렀다. 막 공격을 가하려 했던 구월대 무사들이 흠칫했다.
구 조장이 급히 검을 뻗어 천향의 목을 찔러갔다.
하지만 천향의 검이 더 빨랐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구 조장의 목이 잘리며 피분수가 솟구쳤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천향이 유령과도 같은 신법을 펼치며 구월대 무사들을 빠르게 제거하기 시작했다.
“으윽!”
“크윽!”
대항을 해봤지만, 아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스스슷.
신법이 워낙 절묘했다.
천향을 향해 공격을 가하려 하면 이미 사라져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두세 명씩 목이 날아갔다.
투투툭.
수급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수하들을 모두 잃은 구월대주의 혈도가 찍힌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백리영이 엄한 표정으로 추궁했다.
“어서 말해라. 사사천교가 어디까지 장악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