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56
쿵쿵쿵.
실혼인 삼백 명이 재빠르게 백소운을 포위했다.
그들 가운데 실혼사자 세 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실혼칠사자, 실혼팔사자, 실혼구사자가 바로 그들이었다.
“저놈이 막내를 죽인 무명객이란 말인가. 네놈이 무명객이 맞느냐?”
실혼칠사자가 소리쳐 물었다.
원청쇄가 순전히 느낌으로 지칭한 것이기에 확인이 필요한 듯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무명객으로 확인된다면 실혼인들이 함께 펼치는 실혼진법(失魂陣法)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이 실혼진법은 실혼강기를 열 배 이상 강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다만 한번 펼치면 한 시진 이상 녹초가 되어 꿈쩍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전 운용을 하지 못했다.
‘무명객이라면 실혼진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어차피 다른 놈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니까.’
실혼칠사자가 눈을 빛냈다.
원청쇄로부터 명을 받았지만 실혼인들을 부리는 것은 그들 실혼사자들의 몫이었다.
백소운이 무심히 답했다.
“그렇소. 본인이 무명객이오.”
“역시 그랬군. 혹시 우리와 만나기 전에 다른 부대와 만났었나?”
“그렇소. 구월방주를 비롯한 오백여 무사들을 저승으로 보내줬소. 아, 그 전에 개방 분타에서 독피리 부대 백여 명도 마찬가지로 제거했소.”
“뭣이라고? 독피리 부대까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원청쇄가 안색을 굳혔다.
독피리 부대는 지옥맹 고문단 고수 중 상춘객이 도움을 준 부대였다.
원래는 사사천교에서 자파 무사들로 하여금 독피리 부대를 창설할 수 있게끔 부탁을 했으나, 상춘객은 거절하고 휘하 방파인 구월방을 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력은 개방 분타를 초토화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한데 그 독피리 부대까지 전멸을 당했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후후후! 실력이 좋구나. 하지만 네놈도 끝이다. 벌써 실혼진법이 발동되었으니까.”
실혼칠사자가 입으로 주문 같은 것을 읊조렸다.
그러자 실혼인들이 쿵쿵쿵 뛰면서 백소운 주위를 빠르게 돌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었다.
회전하는 가운데 실혼인들의 장심에서 시퍼런 강기가 분출되었다.
바로 실혼강기였다.
금방 강기가 모여 회오리 같은 것이 생겨났다.
마치 사막에서의 모래 폭풍 같다고나 할까.
삽시간에 백 장 이상 높이의 거대 강기 폭풍이 백소운을 덮쳐갔다.
‘실혼인 삼백 명의 강기를 모두 모았구나. 회전강기로 힘을 묶어 열 배 이상 강해졌다.’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처음 겪어보는 적의 강력한 힘이었다.
비록 합공이긴 하나 피할 여지도 없는 무서운 공격임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공력의 고갈이었다.
특히 무형공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구월방 무사들을 몰살시키면서 너무 무리했었다.
게다가 쉴 사이 없이 이곳까지 쫓아오느라 회복운공도 하지 못했다.
‘무형강기를 지금 폭발시킨다 해도 실혼인 백여 명 정도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아, 무형검 경지가 상당했더라면 이렇게 공력이 고갈되지는 않았을 텐데······.’
백소운이 착잡해 했다.
무형검 수련이라 해봤자 잠시 몇 번 했을 뿐이었다.
운송대 합류 때문에 그동안 실제 수련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무형검 자체의 위력으로 지금까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못했다.
“후후후! 지금 보니 공력 소모가 상당했던 것 같구나. 필시 운송대 무사들이 몰살당한 것을 보고 분노했겠지. 친한 사람도 여럿 죽었을 테니 말이다. 잠시 기다려라. 지옥에 가면 그놈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실혼칠사자가 우수를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렸다.
순간 이미 뭉쳐있던 거대한 실혼강기 회오리가 백소운을 덮쳤다.
백소운이 하는 수없이 무형강기를 폭발시킨 것은 그 직후였다.
이왕 폭발시키는 것.
확실히 하기 위해 잠력까지 발동한 결과는 놀라웠다.
실혼인 삼백여 명 중 이백 명 정도가 그대로 가루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칠조 실혼인 백 명은 무사했다.
실혼진법을 펼친 직후라 기진한 것이 문제였다.
한편 조금 전의 대격돌로 실혼팔사자와 실혼구사자는 목숨을 잃었다.
각자 거느리고 있던 실혼인들이 죽자, 놈들과 몸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던 두 사람 역시 심맥이 터져 즉사한 것이었다.
“지독한 놈! 하지만 네놈 역시 공력이 바닥났을 터. 모두 자폭공(自爆功)을 펼쳐 놈을 죽여라!”
실혼칠사자가 휘하 실혼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기진한 상태에서도 제대로 된 위력을 보일 공격방법은 자폭공이 유일했다.
게다가 자폭공을 펼쳐 끝내 실혼인들이 죽어도 지휘 실혼사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실혼칠사자로서는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쿵쿵쿵.
명을 받은 실혼인들이 새처럼 날아올라 백소운을 다시 덮쳤다.
백소운이 검을 뽑아 가장 먼저 날아온 실혼인을 갈랐다.
한데 깡,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두 동강 날뿐 그 속도는 줄지 않는 게 아닌가.
이는 검이 보통 검이라는 것과 백소운의 무형공력이 고갈되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콰콰쾅.
실혼인 한 명이 백소운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실혼인이 수천수만 갈래로 찢겨나갔다. 그 육편들이 모두 암기가 되어 백소운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파파파파.
어디 그뿐이랴.
나머지 실혼인들이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가와 자폭공을 펼쳤다.
콰콰콰쾅.
파파파파.
거대한 폭발이 백여 차례 이상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 중심에 있던 백소운은 선천진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얼마 후 대폭발로 인해 하늘로 솟구친 돌과 먼지들이 가라앉았을 때.
사사천교 무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소운.
그가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괴물 같은 놈!”
실혼칠사자가 빠르게 다가와 백소운의 목을 베었다.
회복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로였다.
하지만 아직 보호강기가 살아있는지 깡,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 나갔다.
백소운이 무명창을 내밀어 실혼칠사자의 복부를 찔렀다.
푹.
“크윽!”
배에 사람 머리통 크기의 구멍이 나며 실혼칠사자가 즉사했다.
백소운이 무명창을 다시 금단비고에 넣어두고 이번에는 무명도를 꺼냈다.
한편 그는 지금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무형검에 있어서 공력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원칙이라는 점이이었다.
다시 말해 무형검 27단계 중 상승 경지에 속하는 고도의 깨달음 중 하나를 순간적으로 깨우친 것이었다.
물론 일시적인 것이라 경지 상승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무형공력의 고갈이라는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는 있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했다. 가득한 것은 비어 있는 것과 같으니, 어찌 고갈되랴. 원래 비어있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득 찬 것과 같다.’
비록 일시적이나마 깨달음을 얻은 백소운은 지금 놀랍게도 원래의 무형공력 중 삼 할을 회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형검 초입 단계라 그 양이 많지는 않았다.
‘놈들 이천 명을 무형강기로 한 번에 몰살시키는 것은 힘들 것 같구나. 나와 대적할 고수는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공력을 아껴가며 지구전을 펼치는 게 낫겠다.’
백소운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실 조금 전 선천진기를 사용해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다.
무형공력이 비록 삼할 정도 회복되었다 하나 일반 공력은 아니었다.
깨달음의 효능은 주로 무형공력에만 미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개 격파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백소운이 실혼부대를 전멸시키고 무명도를 들고 다가오자 원청쇄는 기가 죽은 표정이었다.
오히려 정신을 차리고 있는 사람은 대두선생이었다.
“부교주님. 놈이 허장성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필시 우리가 철수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궁수들로 하여금 놈을 고슴도치로 만들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대두선생이 원청쇄의 허락도 듣기 전에 명을 내렸다.
“사사궁(邪邪弓)을 발사하라!”
착착착.
준비를 하고 있던 사사천교 궁수대 무사 오백 명이 일제히 시위를 당겼다.
그들이 시위에 건 사사궁은 특수 제조된 것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녹아내리는 맹독이 발라져 있었다.
휙휙휙.
슈우우욱.
오백 대의 독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백소운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궁수대 무사들은 곧바로 쉬지 않고 각각 연이어 두 대의 화살을 더 날렸다.
화살 개수가 총 천오백 개가 되는 순간이었다.
백소운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기적적으로 회복한 삼 할의 무형공력을 사용하려니 그 이후가 문제였다.
‘역시 사사천교 정예들이구나. 구월대 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혼인이 없었다 해도 무림맹 무사들이 대패했을 가능성이 높았겠다.’
백소운이 금단비고에서 방패 하나를 꺼내 몸을 보호했다.
그 방패는 방어구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금단방패(金丹防牌)라고 했다.
그 이름이 친숙해 저번에 눈여겨본 것이라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
‘공격을 되돌릴 수 있는 위력이 있다고 했던가.’
순간, 금단방패에 화살들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한데 매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금단방패가 갑자기 수십 배 이상 커진 것이었다.
방패 자체가 커진 것은 아니었다. 방패에서 흘러나온 진기가 작용한 때문이었다.
얼마 후 넓어진 방패 표면에 천오백여 발의 화살이 모조리 꽂혔다.
그때였다.
꽂혀 있던 화살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휙휙휙.
그 속도는 날아왔을 때보다 배는 빨랐다.
푹푹푹.
사사천교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맹독에 중독된 그들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녹아내리기에 바빴다.
“크윽!”
“으악!”
원청쇄와 대두선생 등 사사천교 지휘부가 매우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궁수대 오백여 명은 모두 전사한 후였다.
“괴물입니다. 차라리 대의문 총단으로 철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가씨께서 인근에서 소집한 오천 병력을 거느리고 있으니 합류하면 저놈도 함부로 공격해오지 못할 겁니다.”
“그러는 게 좋겠소.”
원청쇄가 철수 명령을 내리려 할 바로 그때.
백소운이 금단방패를 원반처럼 날렸다.
휙휙휙.
빠르게 회전하는 방패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방패 끝의 예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였다.
“이크!”
방패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확인한 원청쇄가 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 허리가 베어지며 두 동강 나고 말았다.
“크윽!”
원청쇄가 어이없게 죽자, 대두선생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두 후퇴하라!”
하지만 백소운이 그 역시 놔주지 않았다.
들고 있던 무명도를 그대로 던져 대두선생의 큰 머리를 수직으로 쪼개버린 것이었다.
“켁!”
대두선생 마저 죽자, 사사천교 무사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직 천오백여 명이 되는 대병력이었으나, 한번 무너진 대열은 수습되기 어려웠다.
무명도를 회수한 백소운은 그런 그들을 쫓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선천진기의 손상이 컸다.
‘어차피 대의문 총단으로 갔을 것이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자.’
이윽고 사사천교 무사들이 사라지자, 긴장이 풀린 듯 백소운이 휘청거렸다.
그때였다.
허공 한 부분이 환상처럼 틈이 벌어지더니, 복면을 쓴 살수 한 명이 튀어나와 백소운의 가슴을 노렸다.
“헛!”
백소운이 다급성을 내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옆구리가 깊게 파이며 피가 솟구쳤다.
‘고도로 훈련된 살수다! 지옥맹에서 온 살수인가.’
백소운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무형공력을 발출했다.
순간, 꽝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이 뒤로 십여 장 밀려 나갔다.
하지만 밀려나면서 동전 모양의 암기 세 개를 날리는 게 아닌가.
휙휙휙.
품자 형으로 날아오는 암기의 속도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빨랐다.
마침 금단방패가 늦게나마 되돌아오지 않았다면 막지 못했을 정도였다.
파파팍.
동전들이 방패에 부딪히면서 곧바로 되돌아갔다.
복면인이 흠칫하며 옆으로 피했으나, 복부에 동전 하나가 박히고 말았다.
신음을 내지 않은 복면인이 다시 허공에서 틈 같은 것을 벌려 그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통 은잠술이 아니었다.
“휴우······ 큰일 날 뻔했다. 놈 역시 중상을 입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일단 조용한 곳을 찾아 회복운공을 해야겠다. 자칫 늦어지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백소운이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본 후 한적해 보이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휙휙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