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63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백소운을 필두로 한 오백여 명은 통로를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기관은 계속 발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금단방패의 도움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통로가 끝이 없다는 점이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력만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백소운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뒤쪽에서는 여전히 전궁이 사람들을 이끌고 따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다행히 아직 기관이 그들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긴장 상태로 한나절 이상을 따라왔기 때문인지 지쳐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궁이 소리쳐 백소운에게 물었다.
“백 공자. 출구는 아직 멀었소? 우리가 여기 들어올 때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잘 보셨습니다. 아마 전체 기관이 발동되면서 미로진(迷路陣)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미로진이라면?”
“끝없이 계속되는 진이지요. 공력 소모가 심한 게 특징입니다. 나중에 기진하게 되면 그때 치명적인 기관이 발동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대책은 있소?”
“지금 생각 중입니다. 모두 잠시 쉬도록 하지요.”
백소운의 말에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백소운 역시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심하게 탈진한 사람들을 치료해주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금단방패는 쏟아지는 화살과 암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파파파파.
진하림이 말했다.
“오라버니. 제가 보기에 아무래도 근본적으로 기관을 제거해야 할 것 같아요. 아까부터 느낀 것인데 처음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온 것 같아요.”
“잘 봤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이 계십니까?”
백소운이 조언을 구했다.
무공은 그가 최고로 높지만 아무래도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특히 진법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
물론 금단비서에 수록된 진법들을 모두 익힌 그였다. 하지만 사사천교 고유의 진법은 생소한 게 사실이었다.
전궁이 말했다.
“일전에 한번 들은 적이 있는데, 사사천교의 진법은 매우 괴이하다고 했소. 주변을 잘 살펴보면 핵심 기관이 있을 터. 그 기관만 파괴하면 이렇게 끝없이 반복되는 경우는 피할 수 있을 것이오.”
“그렇군요.”
백소운이 눈을 빛냈다.
‘특수 능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군. 천리안을 펼쳐보는 게 좋겠다.’
천리안은 무형검의 경지에서 펼칠 수 있는 것이나, 백소운은 이미 무형검의 초입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 무형검의 초입은 유형검을 완벽하게 수련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진입할 가능성이 높았다. 백소운은 금단비서 상의 무형검 법문을 통독한 후 바로 진입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처럼 천리사 가루를 눈에 묻힐 수도 있었으나, 그것은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적합지 않았다.
이윽고 천리안이 가동되자, 동굴 벽 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세한 줄과 기관들이 빼곡했다. 한눈에 봐도 기관 발동 장치였다.
‘아, 통로 자체가 기관이구나. 저것들 때문에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백소운이 기관 중 중추가 되는 곳을 향해 장력을 퍼부었다.
콰콰쾅.
벽이 갈라지며 기관이 파괴되자, 사람들이 매우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백소운이 무형공력으로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다.
콰콰콰쾅.
백소운은 좌우 양쪽으로 손을 뻗어 계속해서 기관을 파괴해 나갔다.
잠시 멈춰있던 금단방패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모두 저를 따라오십시오. 이제 되풀이하지 않을 겁니다.”
백소운의 말에 사람들이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드디어 주위 환경이 변하면서 육중한 철문 하나가 나타났다.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최후 기관인 것 같습니다.”
백소운이 금단방패를 회수한 후 사람들로 하여금 뒤로 물러나게 했다.
십장 이상 떨어지게 한 후 천리안으로 철문 안을 쳐다봤다.
하지만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인지 천리안도 통하지 않았다.
‘그냥 파괴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백소운이 양손을 철문에 갖다 대었다.
장력을 날려 파괴하면 파편 때문에 뒤쪽에 있는 사람들이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무형공력을 일으켜 밀어내자,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열린다!”
뒤에서 보던 진하림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얼마 후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을 때였다.
우르릉, 소리와 함께 동굴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앗! 무너진다!”
“모두 조심하시오!”
사람들이 다급성을 터뜨렸다.
당황한 것은 백소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무형공력으로 보호막을 쳐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동굴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모두 철문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백소운이 옆으로 몸을 비켜 사람들이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굴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뒤쪽이었다.
동시에 백소운은 금단방패를 이용해 무너지고 있는 천장의 잔해를 막아주었다.
“어서! 서두르십시오!”
백소운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이동은 늦었다.
보다 못한 백소운이 무형공력을 이용해 사람들 전체를 철문 안쪽으로 끌어서 넣어버렸다.
그렇게 오백여 명이 모두 새 통로로 들어갔을 때, 백소운 역시 금단방패를 회수한 후 따라 들어갔다.
바로 그때였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억지로 지탱해두었던 천장이 내려앉았다. 그 바람에 통로 뒤쪽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백소운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철문을 닫아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한편 철문 안쪽의 통로는 다시 끝없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전보다 기운이 음침하고 사이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백소운이 맨 앞으로 나가는 순간.
콸콸콸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뒤쪽이 막혀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꼼짝없이 당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아악!”
“이걸 어째!”
사람들이 기겁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순간, 백소운이 금단방패를 앞으로 밀었다.
이번에는 직접 손에 쥐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공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철썩, 철썩.
폭포수 같은 물이 방패를 치며 소리를 냈다.
그 힘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백소운은 공력을 끌어올리며 버텼다.
다행히 금단방패 또한 진기가 확장되어 통로를 완벽히 막아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백소운의 공력이 시간이 갈수록 소모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괜찮소? 백 공자?”
전궁이 힘을 보태기 위해 금단방패에 손을 댔다.
하지만 엄청난 반탄력에 곧바로 뒤로 밀려 나갔다.
“손대지 마십시오. 기가 충돌하고 있어 위험합니다.”
백소운이 다시금 사람들로 하여금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때였다.
양옆에 있는 벽들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좁혀오기 시작했다.
전궁, 유덕, 정기 등 무공을 배운 무사들이 급히 벽을 밀어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백소운이 급히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던 무형공력을 팽창시켰다.
이는 마치 풍선에 바람을 넣어 부풀리는 것처럼 벽을 막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또한 막대한 공력 소모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금단방패를 밀고 나가 통로를 뚫으려 했던 백소운으로서는 힘의 분산이 불가피했다.
‘사사천교의 진법이 아무리 무섭다고는 하나,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지옥맹 고문단인가 하는 자들의 도움으로 기관을 보강한 것이 틀림없다.’
백소운이 경각심을 가지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을 버리려 노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그가 모든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침착해야 한다.’
백소운이 정신을 집중하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계획으로는 시간을 끌지 않고 한꺼번에 폭발시킬 생각이었다.
지체하다가 기관 발동만 계속 늘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생각이 적중한 걸까.
사람들 쪽으로 좁혀지던 벽에서 갑자기 붉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바로 독연기였다.
전궁, 유덕 등 사람들이 매우 당황했다.
좁은 공간에서 독연기를 마시게 되면 몰살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연기가 보호막을 뚫지는 못했다.
다만 보호막에 달라붙어 공력 소모를 더 하게 했다.
그때였다.
벡소운이 기합과 함께 무형공력을 발산했다.
순간, 금단방패가 빠르게 회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밀려들던 물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사람들을 압사시키기 위해 밀려오던 벽들도 원래대로 물러났다.
무리한 탓에 안색이 상기된 백소운이 앞장서며 말했다.
“모두 저를 따라오십시오.”
“네.”
“대협.”
오백여 명의 사람들이 백소운을 마치 신처럼 우러러보며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또 얼마나 나아갔을까.
철썩, 철썩 물이 방패를 치던 소리가 사라졌을 때 드디어 시야가 확 트이며 광장이 하나 나타났다.
바로 실혼비동의 입구에 있던 지하광장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천여 명의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지옥관(地獄關)을 통과할 줄이야.”
굳은 안색으로 말하는 사람은 바로 사사천교 남창 지부장 두준도였다.
그 옆에 서 있는 심가가 말했다.
“지부장님.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놈은 지금 무리를 해 기진한 상태입니다. 고문단 고수분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물론이다.”
두준도가 고개를 돌려 묵묵히 서 있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그들은 바로 상춘객과 창랑객으로 지옥맹에서 파견한 고문단 고수들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오직 백소운만 쳐다보고 있었다.
미동도 없는 것이 아직 개입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고문단 고수분들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이 우리가 먼저 처리한다. 백소운 저놈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우리가 속았다.”
두준도가 말을 한 후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을 쳐다봤다.
그들은 모두 사사천교 무사들로서, 이곳 실혼비동을 지키기 위해 총단에서 파견된 고수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어서 공격해라. 우리가 상대할 자는 실제 저놈 한 명 뿐이다. 공력을 거의 소모했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라.”
두준도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여 명의 무사들이 대오를 갖춰 앞으로 나왔다.
척척척.
한편 백소운은 천리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탈출했던 통로 반대편에 다른 통로가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쪽이 실혼인 제조시설이 있는 곳이겠군. 그렇다면 이곳을 무너뜨리면 제조시설까지 파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백소운이 결심을 굳히면서 이번에는 상춘객과 창랑객이 가로막고 있는 중앙통로 쪽을 봤다.
중앙통로는 외부와 바로 연결된 출구였다.
외부에는 남창 변두리 쪽에 위치한 한 야산이 있었다.
‘저 두 사람이 문제군. 그때 동정장원에서 나와 겨뤘던 비룡객 보다 고수들이다.’
백소운이 이번에는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사사천교 무사들을 쳐다봤다.
백여 명이었지만, 그들 뒤에는 구백여 명이 더 있었다.
평소라도 무형공력으로 일거에 몰살시키기 어려운 대병력이었다.
‘어렵다. 놈들이 우리 측 사람들까지 공격한다면 모두 보호하기 어렵다. 낭패가 아닐 수 없군.’
백소운이 안색을 굳혔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믿고 따라온 오백여 사람들을 무형공력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격전이 벌어지면 보호막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였다.
양 측이 대치하고 있던 중앙에 스스슷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나타났다.
실로 놀라운 신법이었다.
한데 그는 여의공자가 아닌가.
들고 있는 검 역시 백소운이 빌려준 무명검이었다.
“여의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