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67
담복과 백리영의 대결은 십 초로 승부가 났다.
내공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난 백리영이 그만 장풍을 맞고 쓰러진 것이다.
“으윽!”
백리영이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남은 것은 임소혜뿐이었다.
담복이 출수하기 전에 물었다.
“네년은 누구냐? 너도 무림맹 소속이냐?”
“아니다. 우연히 동행하게 되었을 뿐이다.”
임소혜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 백리영 등은 원수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전에 나선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마교 부교주 도마왕이 사사천교와 손을 잡았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적의 친구는 그녀에게 있어서도 적이기에.
‘진작 장원을 떠났어야 했는데 괜히 지체하다가 낭패를 보는구나.’
임소혜가 눈을 빛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이라도 혼자서 탈출을 시도하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녀의 경공 실력은 다른 무공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계집. 말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 받아랏!”
담복이 권풍을 날렸다.
임소혜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맞받아쳤다.
꽈앙,
“으윽!”
임소혜가 대여섯 걸음 물러나며 비틀거렸다.
‘내 상대가 아니다.’
내공의 열세를 느낀 임소혜가 도주를 결심할 때.
담복이 오른 소매를 흔들었다.
순간, 비수 한 자루가 마치 화살처럼 튀어나왔다.
슈우욱.
임소혜가 급히 신형을 비틀어 이를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수가 되돌아와 그녀의 뒷목에 박히려는 것이 아닌가.
임소혜가 매우 놀라며 목을 비틀었으나, 이미 늦었다.
목에서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엉뚱한 곳에서 이런 최후를 맞이하다니······.’
임소혜가 죽음을 직감하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담복으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임소혜를 죽여 본보기로 삼으려 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공격에 내공을 극대화했다. 당연히 임소혜는 역부족이었다.
한데 그녀는 죽음을 각오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지만 지극한 평온을 맛본 것이다.
죽음 앞에서 부친의 복수라는 것이 이전보다 덜 중요해졌다.
그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저절로 떠올랐다.
늘 잃어버린 아들 걱정에 반은 실성해버린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왠지 거리를 두던 아버지.
그녀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모두 완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성녀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삼 년 전에는 어머니 천마대부인이 실종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최근 장사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여전히 머물고 있는 장소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부친인 검마왕까지 죽자, 그녀는 마치 외딴 섬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도마왕의 농간으로 초반에는 사형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 등으로 혼자서 무림맹 총단으로 가서 복수를 꾀하기에 나선 것이었다.
그때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던 사람.
임소혜가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번에도······.’
하지만 이제 곧 비수가 목을 파고 들어가 자신의 목숨을 끊어놓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비수가 옆으로 튕겨 나갔다.
누군가 지풍으로 비수를 날려버린 것이었다.
“웬 놈이냐?”
담복이 놀라 소리쳤다.
그가 날린 비수에는 막강한 내공이 담겨 있었다. 지풍만으로 튕겨 나갈 리가 없었다.
그때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고절한 신법을 보여줬다.
바로 백소운과 옥려군이었다.
“백 공자!”
백리영이 백소운을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아직 거동이 어렵지만, 정신만은 맑은 그녀였다.
내심 무명객의 등장을 기대했었지만 백소운이라도 좋았다.
조금 전 날린 지풍 하나만 보더라도 무공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놈이 내 비수를 퉁겨냈느냐?”
“그렇소. 본인은 무림맹 총단 하인 백소운이라 하오. 그리고 이분은 옥려군 소저이시오. 얼마 전까지 여의공자로 활동하셨지요.”
백소운이 신중하게 자신과 옥려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것은 조금 전이었다.
한데 도착하자마자 죽음의 위기에 처한 임소혜를 본 그가 지풍을 날린 것이었다.
“아, 이분이 바로 여의공자였었던 옥 소저?”
백리영이 옥려군을 보며 기뻐했다.
속으로는 폐단주란 구슬을 바로 사용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알아서 처리하겠지.’
백리영이 조급한 마음을 달랠 때.
모든 시선은 역시 백소운과 옥려군에게 쏠렸다.
옥려군이 백리영 등을 보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이전에 여의공자로 지내면서 역용을 했던 터라, 지금 모습이 낯설 거예요. 옥려군이라고 해요.”
옥려군이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경국지색이었던 미모가 더욱 빛났다.
급박한 상황임에도 사사천교 무사들이 대부분 그 미색에 욕심을 보일 정도였다.
“먼저 쇠사슬부터 잘라드려야겠군요. 마침 보검이 있으니······.”
옥려군이 무명검을 휘둘러 한삭, 장덕수, 추보승의 몸을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잘라냈다.
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끊어졌다.
봉황검으로도 꿈쩍하지 않던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이었다.
“저놈들이!”
느닷없는 사태였으나 압도적인 무사 수를 믿고 느긋해하던 만악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호법! 무엇을 하는 것이오? 어서 놈들을 죽이시오.”
“알겠소이다.”
담복이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백소운이 그를 막았다.
백소운이 먼저 싸움에 임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것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옥려군이 한 부탁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활동에 한계가 있어 직접적인 싸움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은 바로 백소운 보고 싸움에 앞장서 달라는 뜻이기도 했다.
“백소운이라고 했나? 애송이 같은데 정말 네놈이 실혼비동을 무너뜨렸나?”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오.”
“네놈이 우리 무사들을 떼죽음시키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그들은 자업자득의 길을 간 것이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잡는다면 남창에서 사사천교 무사들이 전멸한 것은 남창 지부장 두준도 그자의 욕심 때문이었소. 원래는 옥 소저가 그들의 무공만 폐쇄시켰소. 한데 두 지부장이 우리를 죽이기 위해 기관을 작동시켜 비동 전체를 무너뜨렸던 것이오.”
백소운이 전후 사정을 간단히 설명해줬다.
사실 무명객 신분으로 사사천교 무사들을 전멸시킨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남창에서의 일은 와전된 구석이 많았다.
무엇보다 백소운 자신도 무작정 사람들을 몰살시키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듣기 싫다. 어쨌든 네놈들 때문에 우리 무사들이 죽은 게 사실 아니냐? 우리의 복수가 겁이 나서 변명을 하는 것 같은데 아무 소용없다. 가소로운 놈들! 흥!”
담복이 코웃음을 쳤다.
백소운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매소청이 급히 말했다.
“백소운! 나를 기억하느냐?”
“물론이오.”
“내가 했던 제의도 기억하겠지?”
“무슨 제의 말이오?”
“널 영입하고 싶다는 말을 내가 전음으로 전하지 않았느냐?”
“그랬소? 생각해볼 가치가 없는 일이라 듣고 바로 잊었던 것 같소.”
“흥! 네놈이 내 성의를 무시하다니! 이대로 죽기에는 목숨이 아깝지 않으냐?”
“물론 목숨은 소중하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신념이오. 그대의 제의를 확실하게 거절하니 두 번 다시 거론하지 말기 바라오.”
백소운이 말을 한 후 우수를 들었다.
담복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권풍을 날렸다.
사실 그가 공격을 망설인 것은 백소운의 기도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싸우기 전에 상대의 실력을 기로써 대충 파악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치 허공을 대하듯 상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공력 전부를 사용할 수밖에······.’
쏴아아.
막대한 권풍이 폭풍처럼 일어나 백소운을 덮쳐갔다.
백소운은 거대한 파도 앞의 작은 돛단배와도 같았다.
“백 공자! 조심!”
우두커니 서 있는 백소운을 향해 백리영이 소리칠 정도였다.
하지만 권풍이 전신을 타격하기 직전까지도 백소운의 반응은 없었다.
옥려군이 흠칫하며 눈을 빛냈다.
‘무형강기? 백 공자가 설마 무형검에 올랐단 말인가?’
옥려군이 놀라는 바로 그때.
백소운의 전신에서 금빛이 발출되었다.
바로 무형강기의 폭발이었다.
금빛이 우러나온 것은 무형공력이 제대로 발휘된 증거였다.
정식 무공 명칭은 무형금광(無形金光).
드디어 제대로 된 무형검 무공이 펼쳐진 셈이었다.
이 무형금광은 일반적인 무형강기와 달리 상대의 무공에 맞게 효율적으로 펼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따라서 공력의 안배가 가능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무리했던 그로서는 지구성이 담보된 공격이 필요했었다.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무형금광인 것이다.
참고로 무형검의 경지에서는 깨달음이 본질이기 때문에 따로 구체적인 무공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이처럼 각자의 경지에 맞게 새로운 무공을 창안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그의 무형검 경지는 초보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구체화함으로써 작지만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꽈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권풍이 그대로 사라졌다.
담복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윽!”
사람들이 놀라서 보니 이미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즉사한 것이 아닌가.
“네놈이 정말!”
만악선생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아홉 명의 호법들이 움직였다.
바로 십대호법이었다.
십대호법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대호법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했다.
그들은 매우 분노한 상태였다.
쏴아아.
“대호법의 복수다!”
호법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아홉 갈래의 경력이 백소운의 전신 사혈을 향해 밀려들었다.
한 명 한 명이 죽은 담복의 무공과 큰 차이가 없던 그들이었다.
담복이 대호법이 된 것도 순전히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심상치가 않군.’
백소운이 흠칫하며 다시 무형금광을 펼쳤다.
이전 같았으면 얼마간의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고수들의 합공인 것을 고려하여 그 공력을 배가시켰다.
콰콰콰쾅.
또다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 결과는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십대호법 모두 칠공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던 것이다.
백소운은 안색만 조금 상기되었을 뿐 별 동요가 없었다.
매소청이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총군사. 안 되겠어요. 인간이 아니에요. 실혼부대를 출동시키세요.”
“네. 안 그래도 지금 불렀습니다.”
매소청이 고개를 돌려보니 한 떼의 무리가 깡충깡충 뛰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대략 육백여 명의 그들은 바로 실혼인이었다.
물론 실혼사자 여섯 명도 맨 앞에 있었다.
그중 실혼부대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실혼일사자가 소리쳤다.
“실혼일조에서 육조까지 총군사님의 명을 듣고 왔습니다.”
“백소운 저놈을 죽여라.”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