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80
은자림에서 나온 백소운, 진하림, 임소혜, 괴추노인 네 사람이 향한 곳은 장사 내에 위치한 한 객잔이었다.
청수객잔(淸水客棧)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일단 거처를 두고 천마대부인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천마대부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백소운이 알아야 했다.
임소혜와 괴추노인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제공해야 자신들이 마교 소속이란 사실을 숨길 수 있느냐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백소운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임 소저도 난처하겠군. 천마대부인을 찾으려면 마교와 관련된 사실을 숨기기 어려울 텐데······.’
백소운이 객잔 일층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눈을 빛냈다.
지금 탁자에는 그와 임소혜, 진하림 세 사람만 있었다.
괴추노인은 한 사람을 데리러 어디론가 간 상태였다.
그 사람은 바로 천마대부인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었다.
임소혜는 그자를 직접 불러 백소운에게 보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백소운의 특별한 능력으로 모친을 찾아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막연한 계획임은 사실이었다.
“먼저 어머님 생김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어요. 그리고 대강 예상을 했듯이 저희는 사실 일반적인 약초꾼이 아니라, 무림문파 사람들이에요. 다만 떳떳하게 내세울 정파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곤란할 따름이지요. 이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물론입니다. 말씀대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설사 임 소저가 마도맹이나 사도맹 소속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단순히 가족을 찾는 일이니 그따위 소속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아, 설마 이미 제 신분을 알고 계신 건가요?”
임소혜가 안색을 굳혔다.
눈치가 빠른 그녀가 백소운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하하하. 그건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것까지 알 수 있겠습니까? 단지 임 소저께서 은자림에 마도맹이나 사도맹 고수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을 듣고 짐작한 것뿐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봐서 사도맹 쪽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현 마교를 장악하고 있는 도마왕과 원수 사이인 것 같으신데, 어찌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임소혜가 별말 없이 안색을 붉혔다.
즉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밝힐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괴추노인이 한 사내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 사내는 이십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마교의 간자였다.
이곳 장사에 머무르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원래는 천룡궁의 동태 파악이 그의 주된 임무였다.
“데려왔다.”
괴추노인이 임소혜에게 말했다.
임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법님. 백 공자가 우리 신분을 대강 안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는데 솔직히 모든 것을 밝힐까 해요. 안 그러면 어떻게 어머니를 찾을 수 있겠어요?”
“아, 백 공자.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겁니까?”
괴추노인이 안색을 굳혔다.
진하림 또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백소운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약간의 단서만 가지고도 상대의 신분을 알아내는 특수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임 소저가 얼마 전에 돌아가신 검마왕의 여식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앞에 있는 분이 바로 괴추노인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지요.”
“아!”
임소혜와 괴추노인이 약속이나 한 듯이 탄성을 내었다.
하지만 그것은 놀라움의 뜻이었지 당장 백소운을 공격할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백소운의 말에서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백소운이 다시 말했다.
“탁자 주위로 음파를 차단해두었으니,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임 소저 어머님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교 내부 반란세력을 축출해 무림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약간은. 백 공자께서는 저희가 도마왕 세력을 몰아내고 다시 본교의 권력을 장악해 무림맹과의 싸움을 종식시켰으면 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임 소저도 아시다시피 현 무림은 지옥맹이라는 공동의 적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지옥맹은 전 무림을 석권할 야욕을 가지고 있으며 그 힘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저는 임 소저께서 다시 마교의 권력을 장악해 무림맹과 힘을 합쳤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 자체가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되지요.”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시나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지금 약속을 하라는 것은 아니니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어머님을 찾아주는 일은 인도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당장 어떤 약속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저도 기꺼이 도움을 받겠어요. 다만 이번 일은 서로 비밀에 부쳤으면 해요. 저희를 도와주셨다는 소문이 나면 공자께서도 무척 곤란해지실 테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확약을 할 수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 또한 무림맹과의 싸움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에요. 무림맹과 협력하는 일은 어렵겠지만, 부친의 원수를 갚게 된 후 먼저 도발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점은 약속하겠어요. 그 정도면 되겠어요?”
“물론입니다. 그 정도 약속을 받아낸 사실이 알려진다면 무림맹에서도 제게 아무 말 못 할 겁니다. 무엇보다 지금 저는 무림맹 소속이 아니니까요. 하림아. 너도 이번 일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네. 오라버니. 솔직히 많이 놀랐지만 임 소저는 좋은 분이니 모든 것을 떠나 돕고 싶어요. 더군다나 어머님을 찾는 일이잖아요? 한데 찾을 수 있을까요?”
진하림이 괴추노인이 데려온 사내를 쳐다봤다.
자연스럽게 천마대부인을 찾는 일이 시작된 셈이었다.
괴추노인이 말했다.
“다시 한번 그때 일을 말해보게.”
“네. 그러니까 일 년 전 쯤의 일이었습니다. 천룡궁 동태를 살피기 위해 천룡궁 주위를 정탐하고 있었는데, 마차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혹시 새로운 정보가 될 수도 있어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마차 안에 천마대부인이 탄 것을 볼 수 있었지요. 깜짝 놀란 저는 마차를 따라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천룡궁 무사들의 감시망에 걸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사내가 말을 하며 눈을 빛냈다.
그의 이름은 조안(曺安)으로 작고한 선친에 이어 마교의 간자로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대 마교주이었던 검마왕의 직속 정보원 중 한 명으로, 도마왕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오래전 검마왕이 선친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어 그 충성심이 남달랐다.
한편 일 년 전 그로부터 천마대부인에 대한 소식을 보고 받은 임소혜는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게 했다.
그리고 조안으로 하여금 천마대부인을 찾는 데 주력하도록 명했다.
또한 그 과정에 다른 정보부대원과의 연락도 모두 끊게 했다.
그 점이 검마왕이 죽고 난 후 몰아친 숙청의 칼바람 앞에 조안이 무사한 이유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대부인에 대한 소식이 새 나갈 것을 염려한 임소혜가 조안이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것으로 문서를 조작해두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교주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 제게 명한 임무만 생각했었지요.”
“그래 어머님에 대한 다른 소식은 알아냈나요?”
임소혜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조안이 얼굴을 붉혔다.
“밝혀낸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매일 한 차례 그때 마차를 발견한 장소에 가봤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백 공자께서 질문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으음, 아까 천룡궁 무사들에게 들켰다고 했는데, 천마대부인이 탄 마차와 천룡궁 무사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습니까?”
“네. 마차는 천룡궁과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제가 천룡궁 무사들에게 들킨 것은 마차 때문이 아니라, 단지 외곽 순찰조에게 걸렸기 때문이지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천룡궁은 내궁과 외궁으로 나뉘며, 외궁 경계도 매우 엄격합니다. 외궁 밖 백 장 이내가 모두 그들의 경계 범위이지요. 마차를 발견한 장소는 그 경계선쯤 됩니다.”
“그렇군요.”
백소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는 특수한 직감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전 조안의 말을 듣고 단서를 찾아내려는 것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천룡궁을 조사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소운의 말에 임소혜가 깜짝 놀랐다.
“천룡궁이 어머님을 납치했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부인께서 잃어버린 아드님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했으니, 어느 순간 지난 기억을 모두 잃을 수가 있겠지요. 한 가지를 더 묻겠습니다. 그때 본 천마대부인의 표정이 어떠했습니까?”
“무심했던 것 같았습니다. 마차 휘장이 잠시 젖혀졌을 때 본 거라서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마차 안에 부인 말고 또 다른 사람이 탔는지는 알지 못했겠군요.”
“네. 하지만 호위나 시녀 정도는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부 말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역시 천룡궁과 관계있을 것 같습니다. 마차가 천룡궁 반대 방향으로 갔다는 것은 궁 안에서 마차가 나왔을 확률이 크다는 것이지요. 물론 다른 방향에서 왔을 수도 있으나, 천룡궁 무사들이 마차를 건드리지 않은 것은 은연중 호위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요.”
백소운이 천룡궁와의 연관을 강하게 시사하자, 임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처음엔 천룡궁 쪽을 의심했었어요. 하지만 천룡궁 안에 심어둔 무사의 보고에 의하면 어머님이 천룡궁 안에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른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 사람은 지금도 있습니까?”
“아니에요. 보고가 있고 얼마 후 천룡궁 감찰무사들에게 적발되어 처형을 당했어요. 아무튼, 백 공자 말씀을 듣고 보니 천룡궁을 한번 수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경비가 워낙 삼엄해 내궁은 물론이고 외궁 안에도 들어가기 힘들 거예요.”
“굳이 힘들게 잠입할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모레 천룡궁에 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백리 소저 일로 천룡궁에 간다고 하셨지요?”
“네. 모레 백리 소저가 천룡궁에 도착할 예정이니 그보다 하루 일찍 내일 천룡궁에 가보면 될 것 같습니다. 수색하더라도 안에 들어가서 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것이니, 그게 좋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저와 호법님도 함께 갈 수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두 분 다 역용을 잘하셔서 진짜 신분을 천룡궁에서 알아차리기 힘들 겁니다.”
“호호. 제가 역용을 한 것도 알고 계셨군요.”
“물론입니다.”
백소운이 말을 한 후 전음으로 일전에 그녀가 무림멩주 백리천을 암살하러 들어왔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준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는 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임소혜가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항상 마음속에서 떠오르며 보고 싶어 하던 신비의 사내가 바로 백소운이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 궁반척 그자에게 잡혀있을 때 구해주신 분도 백 공자이셨나요?」
「그렇습니다. 별일 아니었으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그리고 그 일은 괴추노인에게도 말하지 마십시오. 자칫 소문이 나면 저 역시도 무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어요. 한데 왜 저를 도와주셨던 것이지요? 그때는 지금처럼 거창한 명분도 없었을 텐데······.」
「그냥 마음이 갔습니다. 그 이유뿐입니다. 아마도 전생에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아까는 직접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이왕 내친김에 천마대부인을 찾는 일 말고도 도마왕과 그 세력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무림맹에서도 반길 일이니, 문제 될 것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사실 어머님을 찾게 돼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예요. 게다가 백 공자 추측대로 어머님이 기억을 모두 잃으셨다면 도마왕 반대 세력을 규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예요. 아무튼, 거듭 감사드려요. 지금부터 백 공자를 평생의 은공으로 모실 생각이니 분부만 내려주세요.」
「아닙니다. 저는 임 소저가 다시 마교를 장악해 무림에 안정을 가져온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지옥맹과의 싸움에 마교도 협력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중립을 지키며 지옥맹 쪽에 가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아, 물론 사도맹과의 동맹도 절대 안 됩니다.」
「염려 마세요. 사도맹이나 천룡궁과 연합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요. 물론 지옥맹과도 마찬가지예요.」
임소혜가 전음을 보낸 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 설레는 것을 느꼈다.
‘백소운 이분은 하늘이 내게 보내신 분 같구나. 다만 무명객에게 무공을 배웠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것도 같아. 분명 그때 처음으로 날 구해줬을 때는 이분이 무명객에게 아직 무공을 배우지 않았을 시기였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