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87
극마도인이 소리치며 천장을 향해 지풍을 날렸다.
하지만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 구멍이 뚫리며 먼지만이 내려앉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오? 침입자가 있소?”
무심선생이 급히 물었다.
“으음······ 내가 과민했던 것 같소. 분명 기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럴 리가······.”
무심선생이 천장을 쳐다봤다.
이미 천장에는 천룡궁 무사들이 구멍을 뚫어 지붕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정예무사들답게 극마도인이 지풍을 날리기가 무섭게 조사에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지붕 위에 올라간 그들의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극마도인이 눈치를 챈 순간, 백소운이 극도의 은잠술을 가동해 그와 임소혜의 몸을 은폐시켰기 때문이었다.
물론 원래 있던 위치도 정 반대 방향으로 옮겼다. 그 때문에 무사들이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임 소저의 전음까지 기파를 느끼다니. 보통 고수가 아니구나. 일단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백소운이 임소혜를 데리고 은밀경공을 전개해 다시 객청으로 돌아왔다.
객방으로 돌아오자 진하림, 괴추노인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어요?”
진하림의 물음에 백소운이 말했다.
“극마도인 그자에게 발각될 뻔했다. 임 소저가 내게 전음을 보냈는데, 그 전음기파까지 감지할 줄이야.”
“아, 놀랍군요. 전음까지······.”
“죄송해요. 백 공자. 제가 경솔했어요.”
임소혜가 안색을 굳혔다.
“아닙니다. 아까 보니 날이 밝을 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문제는 금제 해소방법입니다. 특별한 수가 없다면 아무래도 극마도인 그자를 사로잡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그게 가능하겠어요?”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좀 더 기다려보지요.”
“네. 공자님만 믿겠어요.”
“아가씨. 천마대부인이신 것은 확실히 확인하셨습니까?”
“역용을 한 상태라 아직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백 공자가 어머님 본 얼굴을 보셨다고 하니 믿어야 하겠지요. 사실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머님 눈빛이 낯이 익었어요.”
“그러면 되었습니다. 이제 백 공자 말대로 기다리면서 힘을 비축하도록 하지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나 대부인을 구해내려면 싸움이 불가피할 듯하니까요.”
“네. 호법님.”
임소혜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직 여러모로 불안한 상태였다. 그래도 일단은 천마대부인의 생사까지 확인한 터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좋습니다.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저 혼자 다시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그곳에 있는 게 아무래도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임소혜가 반색했다.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객청을 떠나 극마도인이 있던 전각으로 왔다.
은잠술을 펼친 채 다시 방 안을 보니, 여전히 극마도인과 천마대부인, 무심선생 등의 모습이 보였다.
다만 조금 전 소동 때문인지 천룡궁 무사들이 배로 늘어나 있었다.
‘다행이군. 날이 밝을 때까지 극마도인의 도움 없이 금제를 풀 방법을 생각해보자.’
그때였다.
상태창이 발동되었다.
‘으음, 그렇군. 오랜만에 상태창이 도움이 되는군.’
백소운이 매우 기뻐하며 금단비고 안에서 해금단이라 적혀 있는 단약을 찾아냈다.
해금단 한 알을 소매 속에 갈무리한 백소운은 이제 천마대부인에게 복용시킬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마도인의 무공이 너무 높아 아무래도 지금 당장 비밀리에 복용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극마도인이라는 저자는 지금까지 만난 지옥맹 고수 중 최강자라 할 수 있다. 비록 내 은잠술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 점이 무공의 깊이와 반드시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 조심해야 한다. 일단 혼례식이 거행되면 놈과 대부인의 거리가 떨어질 것이니, 그때를 노려 해약을 복용시키는 것이 가장 안전할 듯하구나. 좀 더 기다리자.’
백소운이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며 지붕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눈은 반개를 한 채 방안을 계속 주시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갔다.
* * *
백리영을 비롯해 무림맹 무사 삼백여 명이 천룡궁에 도착한 곳은 이른 아침이었다.
천룡궁주 종리붕은 종리극, 종리교, 구증, 심종주 등 지휘부 인물들과 함께 대청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하하하. 백리 소저를 이렇게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오. 이곳까지 오느라 노고가 많았소이다.”
종리붕이 껄껄 웃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백리영이 안색을 굳혔다.
정식으로 혼사를 파기하러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바로 지옥맹에 대한 연합세력 구축의 일환으로 천룡궁을 포섭하는 일이었다.
“백리영이라고 합니다.”
백리영이 인사를 했다.
동시에 양측의 주요 인물들이 통성명을 했다.
백리영은 그 와중에 백소운이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하며 진하림, 임소혜, 괴추노인 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백리 소저. 혹시 백소운 공자를 찾는 것이라면 지금 객청에 있소이다. 나중에 내 혼례식 때 만날 수 있을 것이오.”
“네? 혼례식이요?”
백리영, 자명선생, 장덕수, 추보승 등 무림맹 주요 인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종리붕이 겸연쩍은 표정을 짓자, 무심선생이 말했다.
“사실 오늘 공교롭게도 궁주님의 혼인식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궁주님에게는 정실부인이 계셨는데, 오랜 전 돌아가셨지요. 한데 오늘 드디어 정실부인이 생기게 된 겁니다. 모두 축하해주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고맙소이다. 이거 너무 부끄럽군요. 하지만 제가 무척 사랑하는 여인이라, 여러분의 축하를 받고 싶습니다. 조금 있다가 바로 이곳에서 거행할 예정인데 모두 참석해주시겠지요?”
“네. 물론이에요. 사실 오늘 다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왔었는데, 이런 경사가 있었군요.”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니 무엇이 죄송스럽소?”
“아직 모르셨나요? 제가 천룡공자, 아니 종리 공자와의 혼사를 정식으로 파기하러왔다는 것을.”
백리영이 말을 하며 앞에 서 있는 종리극을 쳐다봤다.
그는 얼굴이 조금 부어 있었다. 아무래도 어제 백소운에게 맞은 데가 다 낫지 않은 것 같았다.
종리붕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아, 그 이야기는 본 궁주도 듣긴 들었소. 하지만 혼사 파기는 말도 안 되는 일이오. 비록 내 아들이 부족한 점이 많으나, 이번 혼사는 무림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기 때문이오. 극아. 백리 소저께 그동안의 무례함에 대해 사과를 드려라.”
“네. 아버님. 백리 소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을 보여주어 미안하게 생각하오. 하지만 소저에 대한 내 마음은 변함이 없소. 예물을 가지고 오지 못한 때문이라면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사사천교 놈들에게 강탈당한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어찌 그까짓 예물에 집착하겠소? 나는 오직 백리 소저의 마음만 있으면 되오.”
종리극의 말에 백리영을 비롯해 무림맹 사람들이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악양에서 백리영이 직접 명확하게 파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하하하. 종리 공자의 마음이 이렇게 굳건할 줄은 잘 몰랐군요. 하지만 아가씨의 마음이 매우 굳건합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분의 혼인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었지요. 하지만 천룡궁이 사도맹과 동맹을 맺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 문제부터 확실히 해명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오. 본궁은 사도맹이나 마도맹과 동맹을 맺을 생각이 전혀 없소. 그것은 본궁주가 확약하겠소.”
종리붕의 말에 자명선생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옥맹의 침략에 대비한 연합전선 구축도 찬성하시는 겁니까?”
“그건 별개의 문제요. 사정이 매우 복잡하다오.”
종리붕이 말한 바로 그때였다.
백소운, 진하림, 임소혜, 괴추노인 네 사람이 대청 안으로 들어왔다.
“백 공자!”
백리영이 반가워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종리붕 등 천룡궁 사람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백 공자! 왜 이렇게 빨리 왔소? 혼례식 때 모시고 오려 했는데······.”
“궁주님. 어찌 제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백리 소저의 호법을 맡기 위해 제가 하루 일찍 온 것을 잊었습니까?”
백소운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곳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들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지옥맹 척살대가 오기 전에 끝내는 것이 좋겠군. 그러면 실질적으로 극마도인 한 사람만 상대하면 되니까.’
그때 무림맹 무사 중에서 세 명이 앞으로 나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유덕, 정기, 막총 세 사람이 아닌가.
무사들 속에 있다가 백소운과 진하림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나온 것이었다.
“아저씨!”
“아저씨들도 오셨네요!”
백소운과 진하림이 기뻐하며 그들과 몇 마디를 나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있는 자리라 깊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확인하는 정도였다.
자명선생이 말했다.
“하하하. 다시 연합전선 구축 이야기를 해보지요. 궁주님의 확실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가 직접 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무심선생이 코웃음을 쳤다.
“흥! 무림맹에서 우리 천룡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니오? 뻔뻔스럽게도 혼사를 파기하러 오면서 한편으로는 협조를 구하다니. 우리를 바보로 아는 것이오?”
“그런 것이 아니오. 혼사는 사적인 일이지만, 지옥맹 문제는 전 무림의 일이오. 사실 지옥맹과 싸우는데 한해서는 정사도 가리지 않을 생각인데, 하물며 천룡궁이겠소?”
“백 공자 말 그대로구려. 하지만 그 제의를 하기 전에 혼사를 파기하는 것은 너무 심했소. 궁주님. 더 들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들을 모두 돌려보내십시오.”
무심선생이 강하게 나왔다.
일종의 협상전략으로 느껴졌지만, 무림맹 측에서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백소운이 말했다.
“그래서 굳이 지옥맹과 연합하려는 겁니까?”
“지옥맹과 연합이라니. 그 무슨 말인가요?”
백리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천룡궁을 지옥맹과의 연합전선에 끌어들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도맹과의 연합은 막으려 했던 그녀였다.
그래서 사도맹과의 동맹의 가능성을 부인한 종리붕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뻐했었다.
한데 지옥맹과의 연합이라니, 놀랄 만도 했다.
“지금 천룡궁 안에 지옥맹에서 온 특사가 머물고 있습니다. 실제 궁주께서 지옥맹과 연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백 공자 말씀이 정말인가요?”
백리영의 물음에 종리붕이 난처한 표정을 지을 때.
한 사람이 면사 여인의 손목을 잡고 나타났다.
바로 극마도인이었다.
“본인은 지옥맹 장로 극마도인이라 하오. 무림맹 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