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01
30화 – Hot Spring(2) >
AM 9:30
김재훈은 목동에 있는 SBB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 오늘 아침, 한세영과 함께’에 출연했다.
한세영 아나운서는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라디오 DJ였다. 그녀는 이미지에 맞는 편안한 어조로 게스트로 출연한 김재훈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K사의 후…. 음악방송에 출연하셨잖아요.”
“하하하. 네, 그랬죠.”
“그때 부르셨던 노래 반응이 엄청났어요. 지금도 동영상 조회수가 폭발적이라고 늘고 있다고….”
“네. 부끄럽게도 그렇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재훈은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스러웠다. 오랜만의 방송 출연은 그를 경직시켰다. 그러나 능숙한 한세영 아나운서의 리드에 긴장이 천천히 누그러졌다.
그녀는 김재훈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특히 소속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다. 사람들의 궁금증이 여기 있다는 걸 잘 알았다.
“힘들 때 좋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걱정을 많이 끼쳤는데, 이젠 좋은 노래로 보답하겠습니다.”
김재훈은 한마디로 모두의 궁금증에 답해주었다.
한세영 아나운서는 짧은 답에 조금은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김재훈에게 노래를 들려달라 부탁했다. 김재훈은 아침이라 많이는 힘들다고 답하고는 짧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내 눈에 흐르던 눈물의 의미는 –”
음악방송에서 불렀던 ‘다시 한 약속’이었다. 묵직하면서도 높이 올라가는 특색있는 목소리에 그녀의 눈이 순간 몽롱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프로였는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빗물이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 여기까지입니다.”
“오오오.”
한세영 아나운서는 박수를 쳤다. 명불허전이었다.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문자들도 김재훈에게 수없이 많은 찬사를 보냈다.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짧은 김재훈의 라디오 녹음은 끝이 났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광고가 흘러나올 때, 김재훈은 한세영 아나운서의 인사를 받으며 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왔다. 여전히 붉은 불이 들어온 스튜디오 밖에는 강윤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갈까?”
“네.”
강윤은 김재훈과 함께 방송국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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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00
생활가전회사로 중견기업의 위치에 있는 H&S의 창립기념식. 김재훈은 30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내 눈에 흐르던 눈물의 의미는 — 빗물이라며 나를 위로했지만 –”
김재훈의 목소리가 사원들의 귓가를 강하게 울렸다. 지루한 창립기념식에서, 김재훈의 등장은 마른 단비와도 같았다. 이미 여직원들은 주변 눈치를 보며 소리를 높이고 있었고 남자들은 몸을 들썩여댔다.
그래도 전 사원이 모인 기업행사라 화르륵 불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재훈은 아쉬움을 남기며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와……. 아.”
사원들은 박수로 김재훈을 배웅했다. 환호로 보내고 싶었지만, 옆의 부장님 눈치 보랴, 과장님 눈치 보랴 사회생활로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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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45
청주 P 백화점 지역행사
김재훈이 온다는 걸 알았는지 이미 백화점 옆 작은 공연장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사전에 광고가 나간 게 분명했다. 1시간 남짓의 행사에 백화점은 홍보를 열심히 했는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재훈입니다.”
“꺄아아아—”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30대 초중반의 학부모 층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남자들에 학생들도 상당했다.
김재훈은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들리면 사라지는 — 사랑하는 —”
목소리에 마력이라도 있는지, 관객들은 손을 올리고 파도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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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4:49
대전 문화회관 야외무대
“꺄아아아아아—!!
김재훈을 보자마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비명 같은 환호를 질렀다. 김재훈은 오랜만에 듣는 환호가 멋쩍었는지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더 큰 환호가 이어졌다.
“구름에 가리워진 저 달처럼 –”
학생들은 역동적이었다. 환호 소리에 김재훈의 목소리가 더더욱 커졌다.
‘확실히 무대체질이야.’
무대 뒤에서 김재훈을 지켜보던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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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6:22
서울 H 호텔 기업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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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8:28
서울 J 호텔 만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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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9:41
대중음악잡지 ‘오선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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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11:30
남성잡지 HIT 화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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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하….”
모든 스케줄이 끝나니 시간은 새벽 2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김재훈은 이미 눈이 반쯤은 풀려 있었다. 첫날부터 엄청난 스케줄을 수행한 탓에 김재훈의 눈은 감기기 일보 직전이었다.
“고생했어.”
“형도 수고하셨어요.”
강윤은 김재훈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김재훈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 강윤이 그에게 물었다.
“반지하에서 계속 살 거야?”
“이번 돈 나오면 옮기려고 했죠. 아직 돈이 안 나왔잖아요. 하하….”
김재훈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라고 반지하를 좋아할 리 없었다. 계약금은 모조리 은행 빚 갚는 데 쓰였다. 방을 따로 마련할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강윤이 짧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낼래?”
“네? 그게 무슨….”
“당분간만. 반지하에서 계속 지내면 건강도 안 좋아질 거야.”
김재훈은 강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지만 거절했다. 신세를 지는 건 다시 노래를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다며 계속 권했다.
한참 생각하던 김재훈은 결국 승낙했다.
“…그럼 잠시만 신세 질게요.”
“미리 말하지만 나 이상한 취미는 없다.”
“…형, 재미없어요.”
“미안.”
강윤은 차를 자신의 집으로 돌렸다.
집에 도착한 강윤은 김재훈에게 남은 방을 주었다. 희윤의 방을 내주긴 그랬다. 남은 방도 사이즈가 큰 편이라 김재훈이 지내긴 충분했다.
“집이 좋네요.”
김재훈은 방 한가운데 앉으며 만족해했다. 평범한 단독 주택이었지만 반지하보다 지내기는 훨씬 나았다. 강윤은 그에게 이불을 내주었다.
“편하게 지내.”
“감사합니다. 조금만 신세 질게요.”
김재훈이 씻으러 간 동안, 강윤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하루 동안 난 기사들이나 동향들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별다른 건 없군.’
검색어들을 보니 평상시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이아틴의 셀카로 검색어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건 없는 듯했다. 그러다 한쪽 끝에 이상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리버스 엔터?’
분명히 김재훈이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오기 전 몸담았던 소속사였다. 15억이라는 위약금을 물게 한 원흉이기도 했다. 강윤은 기사를 클릭했다.
– 리버스 ENT 유민성 대표, 가수 김재훈과 아직 본사와 계약 안 끝났다 주장. 저작권에 대해서는 언급 안해….
유민성(42) 리버스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가수 김재훈과의 계약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유민성 대표는 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재훈 측과 아직 명확하게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조속한 계약의 청산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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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작권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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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대한 연참무 기자
‘…..’
인터넷 한구석에 작게 실린 기사를 보며 강윤은 기가 찼다. 계약은 옛날에 끝났다. 게다가 저작권도 저들이 가지고 있었다. 순전히 유리한 이야기만 지껄이고 있었다.
‘조만간 전 소속사 문제도 정리해야지, 내버려두면 안 되겠어.’
강윤이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인터넷을 닫았을 때, 김재훈이 방안에 들어왔다.
“우와. 형님은 집에서 작업하시나 보네요.”
“어? 아아. 집이 편하거든. 재훈이 너도 작곡하지 않았어?”
강윤은 자연스럽게 의자를 돌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이미 그의 표정엔 불편한 기색이라곤 없었다. 김재훈은 강윤의 방에 있는 편곡 시설들을 보며 감탄했다.
“옛날엔 좀 했어요. 그런데 작곡에는 재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노래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아쉽네. 싱어송라이터는 별로야?”
“이거저거 다 손대는 것 보다 집중하는 게 저 낫다고 생각해요. 안 그랬으면 4년 동안 쉴 때 무너졌을지도 몰라요. 하나만 집중해서 살아남은 거라 봐요.”
“그러네. 그럼 나는 좋은 곡만 주면 될까?”
“그래 주면 고맙죠. 그런데 저 곡 보는 눈은 까다로운데?”
김재훈은 강윤의 말에 장난스럽게 답했다.
강윤은 김재훈에게 가까이 오라고 말하고는 곡 하나를 보여주었다. 희윤이 강윤에게 보내준 곡이었다. 아직 가사를 입히지도, 편곡도 다 끝나지 않은 느린 템포의 곡이었다. 김재훈은 천천히 들으며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강윤의 눈에 작은 음표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들이 들어왔다. 아쉽지만 빛은 약했다. 김재훈은 다 들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나쁘진 않네요. 멜로디는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뒷부분은 조금만 다듬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어떤 느낌으로 해줄까?”
“분위기가 급하게 고조되잖아요. 그걸 조금만 완만하게 바꿔주세요.”
강윤은 필요한 사항들을 적었다. 나중에 희윤에게 보내 다시 곡을 수정해 달라 부탁할 생각이었다.
곡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시간은 새벽 3시.
강윤도 김재훈도 눈이 반쯤은 감기기 시작했다.
“빨리 자자. 내일은 미장원도 가야 하는데.”
“네. 형도 주무세요.”
아침 일찍 시작한 두 사람의 하루는 그렇게 늦게서야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4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불꽃 같은 하루는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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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엔터테인먼트는 한때 5명의 스타를 보유한 잘 나가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 그러나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단 한 명의 연예인밖에 보유하지 못한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에이 쓰벌. 오늘도 황이네, 황.”
유민성 사장은 담배 연기 자욱한 게임장을 나서며 거세게 투덜거렸다. 얼굴에 난 거친 수염 하며 몸에 가득한 찌는 향은 그가 사장인지 폐인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옷과는 어울리지 않게 휴대전화는 금테까지 되어 있는 한정판이었다. 번호를 눌러 어디론가 전화를 하니 곧 남자와 연결되었다.
“어떻게 됐어?”
– 아직 반응은 없습니다. 언론도 시큰둥하고요.
“입질이 올 때가 됐는데. 에이 씨ᄇ…. 알았어.”
유민성 사장은 거칠었다. 그는 상대방이 끊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배고파.”
그는 바로 앞에 있는 순대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여기 국밥 하나!! 순대만!!”
평소대로 거칠게 주문을 한 그는 TV로 눈을 돌렸다. TV에서는 여자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들이 나오고 있었다. 긴 다리로 어필하는 여자 아이돌의 노래에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쏠렸다.
“에이, 나도 걸그룹이나 하나 하는 건데. 김재훈 개자식.”
그는 애꿎은 김재훈만 탓했다.
걸그룹 시대. 이미 가요계의 70% 이상은 걸그룹이 꽉 잡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방송 어디를 봐도 걸그룹이 없는 곳이 없었다. 예능, 드라마, 심지어 교양에도 그들은 쏙쏙 진출했다.
국밥이 나와 먹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조금 전, 직원에게서 온 전화였다.
“뭐야? 밥 먹는데?”
– 죄송합니다. 그 월드 엔터에서 전화 와서 연락드렸습니다.
유민성 사장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래? 뭐래?”
– 이미 2년 전에 끝난 계약을 이제 와 왜 들먹이냡니다. 계약서나 똑바로 확인하라고….
“…..”
유민성 사장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사람들, 자신에게 저작권이 있다는 걸 생각 안 하는 게 분명했다. 그게 돈이 얼만데…!!
“허, 그래? 거기 사장이 그런 소리를 지껄여대?”
– 사장이 아니고 이사였습니다. 여자였는데….
“이사? 참 잘 돌아간다. 계집년이 이사라니.”
유민성 사장은 혀를 찼다. 그의 사상으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좋아 좋아. 저작권 찾기 싫은 모양이지. 알아서 하라고 해.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 거기서 앞으로 전화하면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 했습니다.
“뭐라아?! 고소오?! 나를?!”
유민성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소라니, 하는 일은 있어도 고소를 당하다니!! 생각만 해도 굴욕이었다.
“어떤 미친년이야!! 어?!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번호 보내, 당장!!”
유민성 사장은 식당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미 이성이 끊어졌는지 순대국밥을 다 먹지도 않고 식당을 뛰쳐나왔다. 계산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그는 사방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주변따위 알 바 아니었다.
잠시 후, 직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는 전화를 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이현지입니다.
“너냐? 그딴 개소리를 한 게?”
– 누구시죠?
상대방은 다짜고짜 욕을 들으면서도 침착했다. 유민성 사장이 천불을 토해내기 시작했지만, 전화에서는 큰 반응이 없었다.
한참이 지나 유민성 사장이 씩씩대며 말이 없어질 때 즈음, 전화에서 차분한 어조로 말이 나왔다.
– 이미 계약이 끝난 지 2년이 지났고, 위약금도 모두 지급되었습니다. 그 계약을 지금 들먹였고 개인 간의 정보보호를 위한 의무를 사장님은 져버렸죠. 오늘 저희 직원이 고소장을 들고 경찰서에 갔습니다. 조만간 출석요구서가 날아들 겁니다.
“뭐야?! 고소? 너, 당신 누구야?! 김재훈이 저작권 받기 싫은 모양이지?”
–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통화는 녹취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처음에 말했으니. 모욕죄도 추가해서 같이 넣어 드리겠습니다. 부디 직접 보는 일은 없길 바라죠.
일방적으로 통화가 단선되었다.
“야, 야!!!”
유민성 사장은 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저 사람 뭐냐며 수군대며 모두가 피해갔다.
“좋아, 좋아!! 김재훈이,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유민성 사장의 눈에서 광기가 튀기 시작했다.
——————————
“사장님 이야기대로 하긴 했는데, 걱정이네요. 도발을 너무 심하게 한 건 아닌지.”
이현지는 유민성 사장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고생하셨습니다. 욕설이 엄청났을 텐데요.
“그런 건 괜찮아요. 어차피 고소할 테니까. 요즘 돈도 많이 썼는데 용돈 챙긴다 생각하면 되죠. 아무튼, 약은 바짝 올려놨어요. 참을성이 제로네요. 확실히 도박중독이 맞나 봐요.”
이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사람이 사장이라니. 한심했다.
– 하하하. 험한 말 듣느라 고생하셨어요.
“사장님이 유민성 사장을 안다는 게 더 신기하네요. 만난 적도 없었을 텐데…. 도박중독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 그건…. 아무튼 다음 계획을 진행할 차례네요. 그쪽에서 찾아오게 할 겁니다.
강윤이 말하기 꺼린다는 걸 알았는지 이현지는 더 묻지 않았다. 정보의 출처가 어디든,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요?”
– 저런 웃기지도 않는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저작권으로 상당한 돈이 들어오고 있겠지만, 그 돈이 도박으로 줄줄 세고 있으니 우리에게 뜯어내려는 속셈이겠죠. 저쪽에서 찾아올 때가 기회가 될 겁니다. 우린 대비하고 있다가 그때를 노리면 됩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서는 확신이 있었다. 이현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러면 전 고소부터 진행하죠.”
– 부탁해요. 당분간 제가 밖에 있으니 소속사 식구들을 부탁합니다.
“걱정 마세요.”
통화가 끝났다. 이현지는 길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아아. 그럼 시작해볼까?”
이현지는 본격적으로 강윤이 이야기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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