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02
30화 – Hot Spring(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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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타운의 한 클럽.
6명의 여인이 무대 위에서 색색의 조명을 받았다. 다양한 목소리는 기본,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은 때아닌 눈 호강을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알유에디, 에디오스!!
에디오스의 정식 응원 문구를 신나게 외치며 관객들은 6명의 여인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의 노래가 주는 쉬운 멜로디와 신나는 댄스는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소리치고, 웃고 즐기다 보니 무대는 금방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에디오스, 그녀들은 한국말로 인사를 마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서둘러 클럽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밴에 올랐다. 대기하고 있던 매니저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한적한 변두리로 나갈 즈음 앞에 앉은 여인, 한주연이 투덜거렸다.
“언제까지 한인타운에서만 다녀야 하는 거야?”
그녀는 휴대전화로 눈가의 다크서클을 보며 걱정 어린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의 포부였던 타임스퀘어나 미국 최대의 음악채널 MMTV 출연 등은 지금 꿈에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현실의 벽을 체험했다는 표현이 옳았다.
한주연의 말에 공감하는지 옆에 있던 큰 키의 여인이 끼어들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뉴욕도 가곤 했는데…. 이젠 한인타운 고정 같네요. 기사도 잘 안 나오고….”
“한유야, 네 생각도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서한유의 생각에 동감하는지 한주연은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다. 힘 빠진 표정이 어려움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한인 타운만을 돌아봐야 한국을 도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세계 최대의 음악격전지, 빌보드에서 이렇게 편향된 무대만을 돈다는 게 그녀들은 힘들었다. 모두가 빌보드차트라는 최고의 무대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승용차 안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여인들 모두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때, 가장 뒤에 있던 머리를 묶은 여인, 정민아가 말했다.
“스케줄이 있다는 게 어디야. 그래도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한인이든 미국인이든 그게 중요하겠어?”
“…..”
정민아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는지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한인 타운이든, 타임스퀘어든 무대가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 에이. 사실 나도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 다 함께 견디고 있잖아!! 자자, 12월까지만 버티자!!”
“에이. 그래, 12월이야, 12월!!”
정민아의 무릎을 베고 있던 여인, 크리스티 안이 그녀의 말에 외쳤다. 여인들 모두가 동감했는지 손을 번쩍 들었다. 12월에 뭔가가 있는지 모두가 12월에 환호했다.
승용차 안은 삽시간에 12월에 이러쿵저러쿵하며 말들이 분분해졌다. 그 말에 매니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밴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렇게 밴은 다음 스케줄 장소로 이동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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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can`t believe you let me down —
김재훈의 낮은 목소리가 광장에 퍼져 나갔다. 놀이동산에서 김재훈을 볼 줄은 몰랐던 방문객들은 난데없이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되자 반가움에 너나 할 것 없이 공연장으로 달려오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강윤은 무대 옆에서 이런 진풍경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감을 찾아가고 있군.’
김재훈에게서 나오는 음표들을 보며 강윤은 그의 노래에 만족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김재훈의 노래는 농익는 것 같았다. 앞좌석에 앉은 여성팬은 그의 목소리에 완전히 빠져들었는지 눈이 몽롱해져 있었다. 아니, 그녀뿐 아니라 많은 관객이 비슷한 상태였다.
김재훈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니 강윤도 좋았다. 그런데 그때, 휴대전화가 한번 진동했다.
이현지에게서 온 문자였다. 함부로 차단해버린다면 혹여 강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 몰라 직접 물어온 것이다.
‘그 유민성이라는 사람, 여기저기 민폐군.’
강윤은 바로 문자를 넣어 주었다. 차단하라고 말이다. 이현지가 지금까지 그를 상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분명 험한 말도 들었을 테고 속도 많이 끓였을 거다. 강윤은 앞으로는 회사나 개인 번호로도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말도 추가했다. 문자를 보내니 곧 답변이 왔다.
이현지가 걱정하자 강윤은 절대 소속사로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라며 못을 박았다. 말이 많은 사람일수록 겁이 많은 법이다. 이현지도 강윤의 분석과 비슷했는지 알았다며 문자를 마쳤다.
김재훈의 노래도 절정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강윤은 마이크를 올리며 핏대를 세우는 김재훈을 보며 생각했다.
‘과거에 유민성은 원정 도박으로 유명했지. 유명 개그맨이나 배우까지 얽혀 들어가는 도박 스캔들에 유민성이 중심에 있었다. 연예인 도박에 대해 알고 싶으면 유민성에게 가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강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과거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유명 배우 3명과 개그맨 2명을 얽어 들어간 큰 사건이었다.
– Cause you – don`t think–
김재훈의 노래가 계속 흘렀다. 이제 곡이 지는 단계였다. 강윤은 천천히 곡에서 나오는 김재훈의 모습을 보며 유민성 사장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를 떠올렸다.
‘지금은 내가 알던 과거와 같이 유민성이란 사람과 함께 도박했던 사람들이 어떤 상황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걸 알아보는 게 우선이야. 이미 내가 알던 때와 달라진 게 많아.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해. 민감한 사항이니 나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노래하는 김재훈은 행복해 보였다. 노래에 빠진 그의 모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빛나고 있었다. 낮으면서도 쭉쭉 올라가는 그만의 특색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을 어딘가로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전 소속사 사장이 태클을 걸어온다는 걸 김재훈이 안다면 저렇게 마음껏 노래할 수 있을까? 분명 유민성 사장도 강윤이 그런 부담을 느낄 걸 생각하고 인터뷰와 연락을 했을 것이다.
“상대 의도에 끌려가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
“뭐가요?”
강윤이 생각을 정리했을 때, 노래를 끝낸 김재훈이 무대를 내려왔다. 강윤은 담담하게 그를 맞아주었다.
“아무것도 아냐. 수고했어. 컨디션은 괜찮아?”
“전혀 안 괜찮죠. 지금까지 이동한 것만 전국 일주 3번은 한 것 같은데요.”
“많이 힘들면 말해. 스케줄 조절해줄 테니까.”
강윤이 물을 내밀자 그는 벌컥벌컥 단번에 들이켰다. 지친 몸에 물은 최고였다.
강윤은 그의 어깨를 툭 두드려주고는 승용차로 향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김재훈의 웃는 모습엔 여유가 묻어나고 있었다. 빡빡한 스케줄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돈이 된다고 공연 스케줄만 연달아 수행하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힘든 스케줄 속에서도 김재훈의 컨디션은 괜찮았다.
스케줄을 마친 두 사람이 승용차에 오르려 할 때 여성팬 몇 명이 다가와 사인을 요청했다. 강윤이 김재훈에게 의사를 물으니 그는 친절하게 사인을 해주었다. 게다가 기념촬영까지 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엄청난 스케줄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팬들을 놓치지 않는 모습에 강윤은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베테랑은 다르네.”
“아직 멀었죠. 형이야말로 매니저 7년 동안 하셨다더니, 확실히 연륜이 느껴져요. 형하고 다니는데 진짜 최고네요. 특히 공연할 때는 신경 쓸 게 거의 없을 정도예요.”
김재훈은 강윤의 관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훈은 평소에 둥글둥글한 사람이었지만 공연에 들어가면 완벽을 추구하는 탓에 매우 예민해졌다. 그런 면을 강윤은 빠지는 것 없이 모두 보완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비행기 태우긴.”
강윤은 당연하다는 듯, 피식 웃어버리곤 놀이공원을 빠져나왔다.
퇴근시간대, 혼잡한 도심 도로를 달리는 건 바보짓이었다. 강윤은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차가 이리저리 길 같지도 않은 곳을 누비니 김재훈은 옆 손잡이를 꽉 잡았다. 거친 운전은 아니었지만, 골목길을 누비려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우욱…!!”
“거의 다 왔어. 참아.”
아무리 케어를 잘해도 골목길까지 커버하는 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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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음악, 보는 음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어요. 보는 음악의 특징은 쉽지만 집중하기 좋은 멜로디를 무기로 눈이 즐거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 분야에 맞춰…….”
박소영은 단상 앞에서 열을 올리는 교수의 설명을 열심히 필기했다. 이미 그녀의 열정에 노트는 형형색색의 볼펜으로 빼곡했다. 갓 40대가 넘은 듯한 남자 교수의 강의는 쉽고 재미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힘든 수업을 이겨내고 활기를 띠었다.
박소영도 찌뿌듯한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 짧은 티셔츠와 바지 사이로 늘씬한 복부가 드러났다.
“소영이. 오늘 한잔 콜?”
“죄송해요. 오늘 리포트 때문에 힘들 것 같아요.”
“이런. 그럼 다음에 한잔해.”
박소영은 남자 선배들의 권유를 물리치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지만 당찬 이미지로 박소영은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게다가 잘난 척도 하지 않으니 여자들도 그녀를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간단하게 빵으로 저녁을 때운 박소영은 바로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열람실에 자리를 맡아두고 잠시 도서관에 올라가 참고 서적을 빌려온 후, 다시 돌아와 리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고지식한 교수 탓에 손으로 리포트를 작성해야 했다.
‘바로큰지 로코콘지….’
손이 아프도록 수기로 리포트를 작성하다 보니 음악 양식과 건축 양식이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집중력이 좋은 박소영이었지만 결국 손의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었다 해야지…. 으.’
박소영은 열람실을 나서 도서관 바로 앞의 자판기로 향했다. 달달한 커피가 생각나 동전을 넣으려는데 실수로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씨!!”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낸 박소영 탓에 근처에서 깨소금을 쏟아내던 캠퍼스 커플이 움찔하며 슬금슬금 사라져 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박소영은 동전을 주워 커피를 뽑았다.
‘오늘 밤새야 하나….’
리포트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해외전화였다. 1로 시작하는 213 번호, 미국 국제전화번호였다. 미국에서 올 번호라고는 한 곳밖에 없었다.
“희윤이니?”
– 어? 이제 바로 아네?
“후훗. 당연하지!! 잘 살았나, 친구?!”
친구 희윤의 전화였다. 모처럼 걸려온 반가운 전화에 박소영의 목소리에 화색이 띠었다.
국제전화비가 비싸다며 박소영이 걱정하자 희윤은 그 정도 돈은 있다며 친구를 안심시켰다.
– 졸업 이후가 문제는 문제구나. 요새 취업하기 어렵지?
“희윤인 좋겠다. 오빠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혀주잖아. 노래도 마음껏 만들 수 있고….”
부러움이 은연중 표출되었다. 박소영이 보기에 강윤이 동생의 곡이라 좀 더 잘 봐주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들려온 답은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 처음에 곡 줬을 때 얼마나 구박받은 줄 알아? 처음에는 반주부터 이상하다며 뺀지 먹었다? 1절도 다 안 들어보고 다시 만들어보라고 했을 땐 울 뻔했다니까?
“하긴, 강윤 오빠라면 그럴 만 했겠네. 그런 경력자라면 접한 노래도 많을 테니까.”
– 소영이 너도 오빠한테 곡 한번 줘봐. 평가도 받을 겸. 어차피 작곡 쪽으로 나갈 거잖아.
“에엑? 내 노래를? 에이. 내가 어떻게?”
– 혹시 알아? 우연히 명곡이 탄생할지. 우리 오빠 유명이든 무명이든 상관 안 해.
희윤의 말에 박소영은 괜히 얼굴을 붉혔다. 처음 강윤을 만났을 때 입시용 곡을 보여주었던 느낌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보다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 과연, 자신이 작곡가로서 곡을 보여줄 만한 수준이 되는지.
희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이 되었다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 더 하면 통화료 많이 나오겠다. 그럼 나중에 또 연락할게.
“그래. 잘 있다 와. 올해 한국 들어와?”
– 잘 모르겠어. 그래도 한번은 가지 않을까? 회사 사람들 얼굴도 봐야 하니까?
“오면 그때 봐.”
박소영은 친구와의 통화를 끝냈다. 반가운 전화였지만 이상하게 뒷맛이 씁쓸했다.
‘난 뭘 하고 살아야 하지?’
희윤과 자신이 계속 비교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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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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