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16
34화 – Rock’ n’roll, 태양보다 뜨거운 열기(完) >
“비장의 무기요? 설마 저걸로 관객들에게 물이라도 뿌리겠다는 건가요?”
“정답입니다.”
이현지는 기가 막혔다. 강윤은 비라도 내리게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물이 있으니 좋기는 한데….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어요. 물을 뿌릴 수만 있다면 좋죠. 하지만 장비에 들어가면 감전 등의 사고도 유발할 수 있고 관객들의 옷 문제도 있어요.”
물을 분사하는 데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자칫 더위 피하려다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분사는 바람과 방향이 정말 중요하죠. 방향을 공연장에서 관객 방향으로 향할 겁니다. 물의 양도 잘 조절해야겠죠. 그리고 관객들도 한보 뒤로 물러나도록 조치해야죠. 아, 먼저 바닥에 물을 뿌리는 걸 잊으면 안 되겠군요.”
강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객들은 잠시 물러나달라는 방송이 나오더니 살수차 한 대가 공연장 바닥에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물의 양이 상당해서 콘크리트 바닥이 흥건히 젖어들어 물이 여기저기 고일 정도였다.
이현지는 난데없는 물 분사에 기가 막히면서도 무릎을 쳤다. 마시는 물에 뿌리는 물까지. 더위에 제대로 놀고 싶다면 역시 물놀이가 제격이었다.
“하, 오늘 물 뿌리는 거 현아나 다른 애들은 알고 있나요?”
“연락은 해뒀습니다. 현아도 자기 얼굴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젖은 머리카락으로 헤드벵잉을 하면 섹시해 보인다나?”
강윤의 농담에 이현지는 실소했다.
어느덧 콘크리트 바닥에 분사가 끝나 다시 공연장에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모두가 어리둥절했는지 젖은 바닥에 어이없으면서도 시원해진 것에 좋다는 반응이 함께 했다.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 관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본 공연 관람 시 옷이 젖을 수 있습니다. 여분의 옷이 없으신 관람객 분들은 하얀 선 밖에서 공연을 즐겨주십시오.
바닥에 물을 뿌린 이후, 하얀 선까지 쳐졌다.
객석에 찾아온 변화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물이라고? 워터파크야?”
“와. 재밌겠다.”
“난 뒤에 있어야겠다. 이거 젖으면 끝장이야.”
의견들은 가지가지였다. 공연에서 옷이 젖는다니. 게다가 사람들은 거대한 살수차가 2대나 동원된 모습을 보았다. 그들 대다수는 옷이 젖더라도 공연을 보는 것을 선택했다. 물론 그 기회를 고사하며 뒤로 물러난 이들도 꽤 있었다.
잠시 후, 라인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4분지 1은 라인 뒤로 물러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물을 맞으며 공연을 즐기는 것을 선택했다.
이현지는 사람들의 선택을 보며 기가 막힌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더위잡으려 아예 살수차까지 동원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김지민도 같은 심정이었다. 관객석 양 옆에 자리 잡은 살수차의 위용은 김지민의 입에서 ‘우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런 날씨에 즐기는 물놀이는 최고의 휴식이었다. 음악 감상에 물놀이까지 곁들인다?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나도 저기서 놀고 싶다.”
김지민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강윤이 그녀의 등을 떠밀었다.
“가서 놀아.”
“네? 그래도…. 저 가도 괜찮아요?”
“애들은 놀아야 키가 크는 거야.”
“저 키 크거든요?”
가볍게 인상을 쓰는 김지민에게 강윤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얼른 가보라는 의미였다. 김지민이 쪼르르 앞으로 가자 이현지가 강윤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살수차 대여라니… 생각도 못했네요. 생각도 못했지만 생각을 했어도 방법을 몰랐을 거예요. 그런데 어디서 빌려온 건가요?”
“여기 옆에 아파트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살수차들이 있더군요. 오늘 하기로 한 공사가 뒤로 미뤄져서 돌아가려는 걸 잡아 데리고 온 겁니다.”
“운도 따랐지만 공사장에 갈 생각을 하다니. 사장님도 대단하네요.”
이현지는 강윤의 행동력에 혀를 내둘렀다. 살수차를 동원할 생각에 그걸 구하려고 공사장까지 갈 생각을 하다니.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 운을 튼 건 강윤이었다.
살수차에 대한 것은 주최 측과 공연을 진행하는 스태프들과 강윤이 사전에 협의를 해놓아서 활용하는 것에 별 문제는 없었다.
시간이 되자 하얀달빛이 무대에 올랐다. 김진대가 드럼에 앉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서서 간단하게 악기를 튕겼다. 지잉지잉 울리는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부터 드럼의 쿵탁하는 발베이스와 스네어의 조합까지, 모두의 소리는 공연장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드럼이 스틱으로 4박자를 치니 본격적인 반주 잼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신나는 리듬의 연주였다. 보컬은 없었지만 스네어 소리가 시원하게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베이스가 힘 있는 저음을 자랑하며 모두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거기에 일렉트릭 기타가 빠른 속사 연주로 정점을 찍으니 이들의 연주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도 커져갔다.
정찬규의 일렉트릭 기타를 잡는 운지가 최고를 찍더니 마지막은 지잉대는 디스토션의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드럼이 탐탐과 스네어를 마구 돌렸다. 초반부터 화려한 소리들이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베이스가 두 악기를 완전히 살려주니 초반부터 흥이 돋는 연주에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차앙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울리는 심벌즈 소리를 끝으로 무대 뒤에서 이현아가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아아아 아아아—!!”
다른 말은 없었다. 바로 드럼이 하이엣에 4박자에 맞춰 힘차게 두드리자 베이스가 슬라이드를 하더니 빠른 비트의 빠른 연주가 시작되었다. 드럼이 달리기 시작하니 베이스가 둥둥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스트노트 주법으로 함께 달려주었다.
그와 함께 수백 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모두가 즐기는 그런 시간이 왔다.
– 요즘 난 – 햇살이 참 좋은 날 — 편안한 기분에 또 괜히 울컥하지–
일제히 수백 명이 뛰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거기에 신이 났는지 이현아도 만만치 않게 힘을 받았다. 그녀는 배에 단단히 힘을 주고 외쳤다.
– 난 모두에게 한심한– 철부지 소녀– 하지만 언젠가 난—
이현아만의 낮으면서도 특색 있는 힘 있는 목소리가 전방에 주욱 퍼져나갔다. 그녀의 목소리에 흠뻑 젖어든 사람들은 소리치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후렴이 찾아왔다.
– 그래– 좀 더 노력해봐 — 내가 뭐가 부족해 —
다시 일제히 수백 명의 관객이 뛰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볕이 모두에게 내렸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등이 땀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노래에 빠져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그건 잠시 뿐이었다.
한 곡, 두 곡 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벌써 사람들이 지쳤는지 뛰는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평소라면 네곡, 다섯 곡을 해도 더 뛰자며 아우성이던 관객들이었건만, 더위의 무서움을 이현아는 정면에서 실감했다.
‘큰일이다.’
이현지에게서 어제 관객들 대다수가 이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관객들 체력도 생각해야 할 거라는 충고를 들었다. 이번까지만 뛰고, 다음에는 여유 있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려 콘티를 구성했다. 그런데 세 곡 째도 아니고 두 곡 째에서 관객들이 나가 떨어질 줄은….
사람들이 이탈한 어제보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탓이었다.
– 연인과의– 다툼에- 지친 그대– 잘 나가는- 그놈과의 비교에 지친 그대–
2절을 부르면서 이현아는 바짝 긴장했다. 아직 사람들이 지쳐있는 몸으로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지만 언제 그 인내심이 바닥날지 몰랐다.
‘물은 언제 뿌리는 거야?’
강윤에게서 살수차 이야기를 들었건만, 2대의 거대한 살수차는 요지부동이었다. 지금 뿌려야 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현아는 속이 탔다. 다른 밴드 원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속을 끓이고 있었다.
그렇게 속을 끓이는 와중에도 노래는 계속 흘렀다.
어느새 후렴을 넘어 절정에 이르렀다.
– 오늘 하룰 다 잊고— 다 잊는 거야—-
그녀의 외침이 온 무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절정답게 빠르면서도 높은 음이 사람들 모두를 흥분시켰다. 더위에 지친 몸은 그들의 몸을 뛰지 못하게 꽉 붙잡았다. 언뜻언뜻 보이는 붉게 달아오른 몸은 2시의 불볕더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대체 언제야….’
이현아는 계속 속이 탔다. 이대로 가면 분명히 다음 곡부터 사람들이 이탈할 게 뻔했다. 가수에게 사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마음이 매우 쓰린 일이었다. 게다가 더위에 지다니. 이건 어디에 따질 방법도 없었다. 시간배정을 이렇게 준 주최 측에 따져야 할까?
그렇게 이현아는 여러 생각들을 흘려보내며 절정을 넘겼다.
그때.
쏴아아아아아—-!!
시원한 소리와 함께 두 대의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이 공연장에 시원하게 분사되었다. 마치 비가 오듯, 두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비처럼 공연장을 시원하게 물들였다.
“시원하다!!”
“캬아!!”
가뭄에 내리는 단비를 맞는 농부처럼, 사람들은 시원한 물줄기를 맞았다. 시원하게 눈까지 감은 관객들도 있었다. 그들은 점차 젖어드는 옷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하나가 되어 뛰기 시작했다.
– 저 푸른 바다 ― 저 높은 하늘 — 언제나 내 곁에 있어요 —
시원한 비가 내리는 공연장에 이현아의 노래가 정점을 찍었다. 이미 공연장의 관객들은 시원한 물줄기와 귓가를 즐겁게 하는 노래에 무아지경이었다.
강윤은 무대 뒤편에서 놀라운 광경을 마주했다.
‘색이…. 달라졌어.’
특수효과가 음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물도 음악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물줄기가 나오기 전, 빛은 하얀빛이었다. 그런데 절정을 지나 다시 후렴에 접어들 때 빛은 옅은 은빛을 띄고 있었다. 영향을 줄 것이라곤 물줄기밖에 없었다.
‘은빛, 은빛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제 몇 번 경험했지만 은빛은 경험할 때마다 좋고, 신비로웠다. 비록 옅은 색이었지만 시원하면서도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 빛은 그 어떤 기분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약하지만 은빛의 영향 탓인지 하얀 선 뒤에 있던 관객들조차 무대 앞으로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더위 때문일 수도 있었지만, 뒤에서 다소 방관자스러운 모습으로 서있던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러 뛰어들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자, 계속 놀아볼까요?!”
“네에!!!!!”
탄력을 받았는지 이현아의 목소리는 더더욱 커져갔다.
그녀의 공연에 맞춰 살수차도 시원하게 비를 내려주었다.
.
.
.
1시간 남짓 되는 공연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미 대다수의 관객들은 흠뻑 젖은 옷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지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현아도, 김진대도 정찬규와 이차희도 모두가 정신없이 뛰느라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이현아는 땀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겸 땀을 식힐 용도로 머리에 부운 물 탓에 머리와 몸 일부가 젖어 있었다.
“앵콜, 앵콜!!”
이미 준비한 모든 곡이 끝나고 관객들이 앵콜을 부르는 상황.
이현아는 손을 들어 관객들을 제지시키고는 마이크를 들었다.
“준비한 게 하나 있긴 한데….”
“와아아아아아아—!!”
열렬한 환호 속에 이현아는 손가락을 들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새로운 곡인데, 괜찮나요?”
“네에!!”
“좋습니다!! 그럼 갑니다!!”
이현아도 흥분했는지 새로운 곡에 대한 소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드문 실수였다. 김진대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드럼을 한 바퀴 돌리며 연주를 시작했다. 다른 악기들도 일제히 반주를 맞췄다.
“징그런 일상에 — 불을 지르고 — 어디로 휙 –”
가사는 매우 쉬웠다. 관객들은 발랄하면서 어렵지 않은 가사들을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다시 달궈갔다.
분위기가 다시 달궈지기 시작했다.
“찬란하게 빛나던 — 난 —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이제 — 진정한 날 — 찾고 싶어 —”
음악이 멈췄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김진대가 심벌을 거세게 두드리고 나자 강하게 후렴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다시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물줄기에 다시 환호하며 다시 뛰어올랐다.
“작은 일에도 — 내 맘을 설레게 한 —”
이현아의 목소리가 시원하게 터져 나왔다. 불볕더위를 식혀주는 물줄기마냥, 그녀의 목소리도 사람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었다. 체력이 있건 없건, 사람들은 이현아의 목소리에 맞춰 뛰고, 또 뛰었다. 귀에 감겨오는 멜로디를 들으며 입까지 쉬지 않고 놀렸다. 몸은 뛰고, 입까지 놀리며 그들은 마지막 무대를 신나게 즐겼다.
이미 모두가 무아지경이었다.
3분이 조금 넘는 그 순간은 화살같이 지나갔다. 화려하게 돌아가는 드럼과 악기들을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하얀달빛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이현아는 우렁찬 인사와 함께 깊이 고개를 숙였다. 불볕더위도 울고 갈 만큼 뜨거운 순간이었다. 대낮에 높이 솟아있는 태양이 무색할 정도로 모두가 뜨거운 공연을 펼쳤다는 만족감에 이현아를 비롯한 하얀달빛 멤버들은 잠시 모여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대낮을 하얗게 불태운 하얀달빛의 록 페스티벌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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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인디 밴드클럽, 그린라이트의 사장 윤창선은 각 공연장들의 사장들을 모았다. 데라스, 라이브스타트, 스위트핀스 등 홍대를 대표하는 공연장의 사장들이 홍대의 중국요리 코스요리집에 모였다.
샥스핀을 비롯해 다양한 코스요리들이 종류별로 나왔지만 어느 사장들도 음식에 쉽사리 입을 대지 않았다. 윤창선 사장이 쉽게 입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모인지 벌써 10분째. 그가 침묵하니 모두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진짜.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무게를 잡는 걸까요?’
‘뻔하죠. 그 월드인지 뭔지가 만든 공연장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홍대박스의 사장과 스페어맨의 사장이 소곤소곤 대화하는데 옆에 앉은 스위트핀스의 사장이 그들의 허벅지를 툭툭 치며 제재했다. 그들은 불만어린 얼굴이었지만 곧 침묵했다.
이윽고, 윤창선 사장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러분들을 모신 것은 그 새로운 공연장 오픈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모두가 의자를 고쳐 앉았다.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루나스라는 공연장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좇아 주변의 선량한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대관료를 마구잡이로 깎아 밴드들을 끌어 모으고 있죠. 여긴 여기만의 룰이 있는데 지키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이곳의 질서는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제재를 가하려 하는데 좋은 안건이 있는 분 있습니까?”
쉽게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나서는 것은 제 살을 깎아먹을 수도 있었다.
모두가 눈치를 보는 그때,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스팟홀의 사장, 민홍빈였다.
“말씀하시지요.”
“루나스의 사장은 질서를 어지럽혔습니다. 우린 거기에 따른 응징을 해서 이곳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이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는 잠시 물을 한잔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루나스라는 곳과 계약하는 모든 인디가수와 여기 있는 모든 클럽과는 앞으로 공연계약을 하지 않는다. 이걸 조건으로 거는 겁니다.”
“가혹하군요.”
민홍빈 사장이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윤창선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루나스와 같은 공연장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모두의 이익을 생각하면 마음은 아프지만, 초반에 강하게 나가야 앞으로 이 같이 질서를 깨는 경우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동의합니다.”
“재청합니다.”
데라스의 사장과 스위트핀스의 사장이 각각 그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들의 의견을 들은 그린라이트의 사장, 윤창선 사장은 알았다며 모두에게 물었다.
“잘 들었습니다. 민홍빈 사장의 의견에 찬성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윤창선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가 손을 들었다. 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루나스와 계약한 가수에게는 일체의 계약을 하면 안 됩니다. 당분간 손해를 감수해야 하겠지만 미래를 위해 모두가 잘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윤창선 사장의 말에 모두가 알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좋아.’
더 이상 다른 안건은 없었다. 루나스에 대한 의견이 통과되고, 윤창선 사장은 아무도 모르게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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