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28
38화 – 모두를 위한 크리스마스(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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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습 최고였어. 형, 나중에 봐.”
연습이 끝나고, 이준열은 엄지손가락을 들고 돌아갔다.
한주연은 말없이 스튜디오를 정리하는 강윤을 도왔다. 그가 괜찮다며 숙소로 가서 쉬라 했지만, 그녀는 같은 식구는 돕는 게 당연하다며 바닥에 널부러진 마이크 라인을 집어 들었다. 물론, 라인 마는 법을 몰라서 강윤에게 배워야 했지만 말이다.
“세디 선배님은 특이하신 분 같아요.”
“준열이? 좀 많이 특이하지.”
어설프게 마이크 라인을 말며, 한주연은 오늘 느낀 이준열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벼운 듯하면서, 무겁고. 날선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고. 알 수 없는 선배였어요.”
“준열이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긴 하지. 노래는 어땠어?”
“목소리가 정말 좋으시더라고요. 다른 건….”
한주연은 말끝을 흐렸다. 사실은 이름도 불러주지 않는 선배라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을 알았는지 강윤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준열이가 많이 까칠해. 안하무인이기도 하고.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야. 고생했어.”
“맞아요. 그런 선배는 사실 처음….”
한주연이 저도 모르게 본심을 말하려 할 때, 강윤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하지만 지금의 너를 저 높이 띄워 줄 사람이야.”
“…..”
그 말에 한주연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편으로 만들어. 그게 네 첫 번째 일이야.”
“어려울 것 같은데….”
한주연이 힘들 것 같다며 입술을 삐죽였지만 강윤은 단호했다.
“처음 맞춰 봤을 때가 제일 좋았지?”
“….그랬죠.”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렇게 목소리가 잘 맞는 사람도 드물었다. 중간에 이상한 시도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긴 했지만, 이 정도 혼성 듀오가 나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준열의 성격에 맞출 자신이 없다며 한주연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강윤이 그녀를 자극했다.
“민아만 솔로로 나가는 게 싫지?”
“….네.”
같은 멤버에게 뒤처지는 건 질색이었다. 한주연은 솔직했다.
강윤은 그 말에 미소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거야. 네가 사람들을 찾아가지 말고 찾아오도록 만들어. 그게 스타야. 이번 공연이 그 시작이야.”
“알겠습니다.”
한주연의 답을 들은 강윤은 만족하며 돌아섰다.
그 후, 두 사람은 말없이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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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드물었다. 워낙에 회의가 없기 때문이었다. 소속 가수들도 ‘사장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라며 전혀 불만이 없었다. 소속 가수들은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12월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드물게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전체 회의가 소집되었다. 가수들을 비롯한 전 사원이 아침부터 스튜디오에 모였다.
“후아암. 무슨 일이래?”
이현아는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했다. 이차희도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쫒았다. 김재훈이나 다른 가수들도 늦게 잔 통에 피곤을 쫒으려 기지개를 폈다.
그때,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왔다. 가수들이 그에게 인사를 하려는데, 그의 뒤에 웬 여자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누구…. 에…. 에디오스?!”
전날 음주를 한 탓에 피곤이 극에 달해있던 김진대는 술기운에 헛것이 보이는지 눈을 비볐다. TV에서나 보던 탑 연예인의 출연은 술기운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며칠 전, 한주연을 봤을 때도 놀라움에 심장이 덜커덩했는데 이번에는 전원이라니!!
이현아와 이차희도 속삭이며 무슨 일이냐며 극성을 떨었다. 이현지가 모두에게 ‘강윤에게 집중하라’며 손짓하니 모두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을 멈췄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자 강윤이 에디오스를 앞으로 불러 세웠다.
“주연이는 다들 봤을 거고. 다른 애들은 처음이지? 인사해. 이번에 우리 소속사에 오게 된 에디오스야. 얘들아.”
“하나, 둘. 안녕하세요? 에디오스입니다!!”
지하 스튜디오에 힘찬 소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TV에서나 보던 그녀들의 기운 찬 인사에 김진대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정찬규에게 속삭였다.
‘허, 그때 봤을 때 설마설마 했는데….’
‘나도 에디오스 전원을 볼 줄은 몰랐다.’
정찬규도 김진대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속 가수들도 에디오스와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기사를 접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에겐 실제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탑스타 영입했다며 소홀해지는 등의 일도 전혀 없었다. 에디오스 영입 사실을 기사로 접할 정도였으니…. 심지어 에디오스 영입이 루머라 생각한 이도 있었다.
사무실 사람들, 이현지와 정혜진을 제외하고 모두가 멍한 표정이었다.
환영의 박수가 나올 줄 알았던 에디오스 멤버들은 난감한 듯 다른 곳을 바라보며 웃었다. 생각했던 반응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때, 강윤이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다들 놀랐나 보네. 미리 말이라도 해 둘걸. 내 실수네.”
“조금 전이라도 말해 둘 걸 그랬네요. 사장님 서프라이즈는 실패에요.”
“하하하.”
이현지가 가볍게 분위기를 푸니 그제야 모두가 웃었다. 강윤도 어깨를 으쓱이며 볼을 긁적였다.
분위기가 가벼워지자 강윤은 정민아부터 앞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한명 씩 자신을 소개했다. 다행히 처음의 어색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에디오스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특히 남자들의 박수소리가 무척 컸다. 물개박수를 친 김진대는 인사 내내 에디오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차희가 바보 같다며 고개를 흔드는 것도 무시 할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 이삼순을 끝으로 멤버 소개가 끝났다. 오늘은 점심식사도 같이 하며 서로 친해지기로 일정을 잡았다 이야기하고는 강윤은 새로 사온 의자에 에디오스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강윤이 이현지와 잠시 크리스마스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에디오스와 가수들은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김재훈은 한주연, 크리스티 안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김진대와 정찬규는 이삼순과 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현아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에일리 정과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말문을 텄고 정민아와 서한유는 정혜진과 화장품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었다.
바로 회의를 시작하려던 강윤은 친해지기 시작하는 식구들을 보며 잠시 말문을 닫았다.
‘다들 금방 적응하네요. 걱정했는데.’
‘그러게요. 오늘 회의는 이만 할까요?’
‘분위기도 좋은데 식사하러 가는 게 어때요?’
이현지의 제안에 강윤은 고개를 동의했다. 회의도 중요했지만 새로운 사람이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모두가 잘 해주고 있으니 강윤은 그 장을 더 넓게 펼쳐 줄 생각이었다.
“밥 먹으러 갈까?”
“어디요?”
“어디요?”
밥이라는 말에 이현아와 정민아가 동시에 강윤을 바라봤다.
순간, 두 여인의 눈이 마주쳤다.
‘얜 뭐야?’
잠시 마주친 두 시선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강윤은 메뉴를 선정했다.
“부대찌개 어때?”
“콜!!”
“코올!!”
이번에도 정민아와 이현아는 신을 내며 답했다. 두 사람 다 강윤의 말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
“혜진 씨. 예약 부탁해요.”
“네.”
모두가 의자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이현아와 정민아는 서로에 대해 의식했다. 뭔가 이상한 촉이 걸려오고 있었다.
그 기류를 알 리 없는 강윤은 이현지와 먼저 스튜디오를 나섰다.
“저….”
서로를 의식하다 타이밍을 놓친 두 사람은 괜히 서로를 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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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나고, 월드 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로 복귀했다. 하얀달빛은 연습실로, 김재훈은 스케줄을 수행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했다. 에디오스도 숙소로 돌아갔다.
단 한 명. 이삼순을 제외하고 말이다.
강윤은 그녀와 함께 스튜디오의 의자에 마주 앉았다.
“둘이 이야기하는 건 오랜만이구나.”
“다시 연습생이 된 것 같아요. 팀ㅈ…. 아, 이젠 아니구나. 사장님하고 면담을 하게 되니.”
이삼순은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입장은 바뀌었지만 강윤이라는 사람이 주는 무게감은 여전했다.
강윤은 손수 커피를 내오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오늘은 편안하게 이야기하자. 미우나 고우나 우린 함께 갈 사이니까.”
“네. 팀장님은 옛날하고 변한 게 없으신 것 같아요.”
“이젠 늙었지.”
“오히려 젊어지신 것 같은데….”
강윤은 씨익 웃었다. 빈 말이라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확실히 이삼순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고마워. 오늘 남으라고 한 건 앞으로 일정 때문에.”
“아, 그래요?”
이삼순은 차분히 답했지만 심장이 쿵쾅 뛰었다. 정민아에 이어 한주연,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가 왔다. 강윤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됐다.
‘난 뭘 할까? 힙합? 록?’
그녀는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그런데….
“삼순아. 산에서 살았다고 했지?”
“네? 할머니랑 살았었죠. 왜요?”
뜬금없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삼순은 의아함과 함께 이상한 느낌이 엄습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번 추석에 파일럿에 성공한 프로그램이 있어. 모던파머라고 직접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짓는 컨셉의 리얼 버라이어티야. 여기 출연 해 보는 게 어떨까 해.”
“네에?”
이상한 느낌은 딱 들어맞았다. 노래가 아니고 농사란다. 발음만 비슷했다.
“자, 잠깐만요. 농사요?”
이삼순은 눈살을 찌푸렸다. 매사에 긍정적이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싫은 기색에 강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시골에 가서 잠깐 머무르는 예능들은 있었지만, 직접 농사를 짓는 종류는 없었어. 게다가 PD가 예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야. 그 팀이 편집도 잘해. 내 생각에 이건 기회야. 잡아야 해.”
“하하….”
이삼순은 난감했다.
분명 강윤이 산 이야기를 하며 그 PD에게 밀어 넣은 게 눈에 보였다. 산에서 살았던 특이한 이력을 가진 여자 아이돌. 어느 PD가 그런 캐릭터를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이삼순은 농사가 싫었다. 그것도 매우!!
“이거…. 꼭 해야 해요?”
“싫으면 할 수 없지. 하지만….”
“하지만?”
“네가 자리 잡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 그러면…. 에디오스 컴백 일정이 미뤄지지 않을까?”
컴백이 미뤄진다니!!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거절해도 좋다. 하지만, 안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건 뭐….
사실상 외길이었다.
“으으…. 시골은 이제 싫은데.”
“이번 한 번만 참자. 앞으로 이런 예능은 안 잡을 테니까.”
“….네에.”
이삼순의 어깨가 바닥까지 내려갔다. 누구는 폼 나게 무대에서 노래하고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자기는 밭에서 노동을 해야 한다니.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그녀의 기분을 알았는지 강윤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확신하는데 이 프로그램하면 네 인지도가 민아와 비슷해 질 거야.”
“….정말요?”
그의 말에 이삼순의 어깨가 조금은 들렸다.
에디오스 인지도의 절반은 정민아의 몫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정민아의 인지도와 비슷해진다니. 과장이나 거짓을 좋아하지 않는 강윤의 말이니 신뢰가 갔다.
“응. 약속해.”
“….알았어요. 할게요.”
결국 이삼순은 예능 출연을 수락했다. 떠밀리듯 한 결정이었지만 한 번이라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면담이 끝나고, 이삼순은 스튜디오를 나섰다.
“….뭐, 나중에는 스스로 한다고 나설지도 모르지.”
강윤은 이삼순이 나간 이후, DLE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예능 출연을 수락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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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 EVE.
하얀 눈이 내리며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눈꽃은….
“….개뿔.”
김대현 매니저는 공연장 앞에 가득 쌓인 눈을 쓸어내며 투덜거렸다. 누가 그랬던가. 하얀 가루는 ‘악마의 X가루’라고. 탁월한 작명 센스에 엄지를 척 올려주고 싶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며 쓴 자리를 다시 하얗게 덮어나갔다.
“그만 좀 내려라….”
김대현 매니저는 힘겹게 비질을 하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비를 부들부들 떠는 김대현 매니저를 지나며, 루나스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솔로들을 위한 파티에 걸맞게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간혹 커플들도 보이긴 했지만 많지는 않았다. 서로를 힐끔힐끔 보며 탐색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여성들의 주 관심사는 단연 이준열이었다.
“세디 완전 대박.”
“나 세디 보려고 티켓 샀잖아.”
“그런데 한주연이 누구?”
“몰라. 가수인가?”
그들의 예측대로 에디오스의 한주연이 나온다면 세디라 쓰인 옆에 ‘Feat. 주연 of 에디오스’라 적혀 있어야 했다. 그런데 ‘Feat. 한주연’ 이라고만 적혀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넘어갔다.
공연시간이 되자 관객석의 불이 꺼지며 무대의 막이 올랐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밴드가 등장했다. 하얀달빛이었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
힘찬 이현아의 목소리에 관객들이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와 함께 드럼이 돌아가며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
하얀달빛의 무대는 평소보다 짧았지만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놓았다.
이어진 김재훈의 무대는 사람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다. 처음은 가볍게 시작하더니 갈수록 애절한 멜로디가 모두의 가슴을 자극했다.
특히, 옆구리가 빈 사람들의 빈 마음을 더더욱 자극했다.
“으흑흑. 왜, 난 혼자인가.”
“이런 열여덟…. 난 메테오도 쓸 수 있어.”
“난 내년이면 드래곤 소환한다. 난 용 싫은데….”
김재훈의 목소리는 남자들의 마음을 특히 울렸다.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그의 무대가 끝이 났다.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김재훈의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그때,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관객석의 조명도 꺼져있어 삽시간에 어둠이 깔렸다. 그리고 그 위에 반주와 함께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알아- 망설이지 않는다는 걸 – 멈췄던 우리 이야기를 –”
특색 있는, 풍부하게 울리는 남자의 저음이었다. 이내 무대에 불이 들어오며 한 남자에게로 조명이 집중되었다.
가수, 세디였다.
“세디다!!”
“꺄아아!!”
남자들의 환호가 컸던 김재훈과 달리, 이번에는 여자들의 환호성이 컸다. 게다가 김재훈이 달궈놓은 열기가 있어 반응은 전보다 더욱 뜨거웠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관객들의 소리에 답하고는 눈을 감았다. 노래에 더 빠져들기 위함이었다.
‘아아. 심장 떨려.’
‘내꺼 안되나?’
‘내꺼 거든?’
이미 여자 관객들의 눈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큰 키에 감미로운 목소리, 이준열은 여자라면 흔들릴만한 매력의 가수였다.
그때, 남자 관객 중 몇몇이 노래를 듣고 반가움을 표했다.
‘이거 Love Day 아냐?’
‘여자도 나오겠네. 이거 혼성이잖아.’
그들은 무대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러나 이준열에게만 들어온 스포트라이트 탓에 다른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실눈까지 뜨며 무대를 살폈다. 하지만 여자 치맛자락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다시 시작할까요 — 우리들의 이야기를 –”
몇몇 관객들이 듀엣 가수를 찾는 가운데, 이준열의 파트가 끝났다.
그때.
“알아요 — 난 혼자가 아니란 걸 — 힘들어 하지 말아요—”
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하나 더 켜지며, 한 여성을 비췄다. 그리고 콘티에 나온 ‘한주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살짝 붙는 원피스에 머리를 단아하게 내린 여성이었다. 그녀는 강아지상의 얼굴과 헤어스타일이 잘 어우러지며 계속 바라보고 싶은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여성을 찾던 남성 관객들은 여자를 발견하고 좋아 외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여자를 보니 심장이 쿵쾅 뛰었다.
“에.. 에디오스?!”
“저거 주연 아냐?!”
그들의 말에 관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들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웅성대기 시작했다. 에디오스의 주연이 나올 줄은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주연이다!!”
“진짜?! 헐!! 대박!!”
“야야!! 손 내려!! 안 보여!!”
여성 관객들이 이준열의 목소리에 불타올랐다면, 남성 관객들은 한주연을 보고 넋을 놓았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두 사람의 듀오는 무대를 멋들어지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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