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29
38화 – 모두를 위한 크리스마스(完) >
“생각보다 조금 — 길어졌네요 — 우리 헤어졌던 시간 –”
노래가 후렴에 접어들었다. 이준열의 목소리가 높이 올라가고, 한주연의 노래가 그의 소리를 든든하게 받혀주었다. 테너와 알토의 조합이었다. 이준열의 소리가 시원하게 뻗어 나갔고, 한주연의 소리는 점점 깊이를 더했다.
두 사람의 소리가 하나가 되어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이 겨울은 이렇게 따스한데 — 그대는 —-”
노래가 후렴을 지나며 절정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이준열의 음이 최고조에 달했다. 높은음에도 흔들림 없는 그의 소리에 한주연은 튀지 않도록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 힘을 받은 것일까?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 이준열은 애드리브까지 넣으며 관객들을 휘어잡고 있었다.
“뚜루루루—”
‘아, 진짜.’
화려한 기교에 관객들은 열광했지만, 한주연은 속이 끓었다.
‘말이라도 하지 좀!!’
하지만 표정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녀도 프로였다. 한주연은 이준열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애드리브에 맞춰 음색을 맞춰 나갔다. 그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노래는 더더욱 맛깔나게 변했다.
“우와….”
남자가 펼치는 고음의 애드리브와 여자가 펼치는 저음의 부드러운 음색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하모니에 관객들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쩌억 벌렸다. 손을 들고, 환호하는 건 기본이었다.
그렇게 노래는 이미 후반을 달려 절정을 넘어갔다.
“생각보다 조금 –”
다시 후렴으로 돌아왔다.
그때, 치이익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눈 스프레이가 허공을 수놓았다. 그와 함께 비눗방울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다. 루나스에 겨울의 하늘이 펼쳐졌다. 그에 맞춰 조명도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냈다.
강윤은 이준열과 한주연이 만들어 내는 은빛의 향연에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겠군.’
이미 공연장에는 여러 대의 캠이 저들의 공연을 찍고 있었다.
강윤은 한주연과 이준열의 이 공연 영상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우리 이제 — 사랑해도 —”
“우리 이제 — 사랑해도 —”
음악이 천천히 느려졌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사랑해도 — 될까요 —”
두 사람의 마지막 화음이 펼쳐졌다. 그와 함께 잔잔한 피아노 소리와 함께 노래가 마무리되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이준열과 한주연은 관객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준열!! 이준열!!”
“한주연!! 한주연!!”
관객들의 환호가 공연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관객들의 머리에는 하얀 스프레이 자국과 공연의 여운이 어려 있었다. 그 여운 탓인지 모두가 한목소리로 가수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모두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중심에 선 주인공이 되었다.
.
.
.
“아아, 오늘 최고였어. 아직도 가슴이 떨려….”
“준열 오빠, 날 가져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저마다 만족감을 얻고 돌아갔다. 작은 공연장이라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관객들조차도 예상치 못한 볼거리들이 펼쳐지자 행복해했다.
공연이 끝나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한주연이라는 단어가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 10위권에 진입했다. 뒤를 이어 한주연 공연, 한주연 크리스마스 공연 등 관련된 단어들이 줄을 이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잠시 휴대전화로 검색어를 확인한 이현지는 작게 탄성을 냈다. 그녀는 비를 들고 공연장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강윤도 그녀의 옆에서 마포 걸레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에디오스가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해도 몇 년 동안 최고 자리에 있던 그룹입니다. 한 번쯤은 관심이 안갈 리가 없죠.”
“그럴 만하네요. 생각해보면 호기심 한 자락은 있었겠죠. 그 심리를 제대로 노린 거군요.”
“맞습니다. 연예계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익숙한 이름의 등장에 클릭 한번은 해볼 겁니다. 그렇게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관련 영상도 찾아볼 테고, 자연스레 대중에게 인식되는 겁니다.”
“사장님이 공연 영상 찍는 걸 막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군요.”
“굳이 우리가 다 하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손은 많으니까요.”
보통 유료 공연이라면 영상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윤은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홍보를 위해서였다. 분명 저 많은 사람 중에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는 이가 나올 것이다.
이현지는 정혜진이 벌린 쓰레기봉투에 쓴 내용물들을 털어 넣었다. 정혜진이 궁금한 게 생겼는지 강윤에게 물었다.
“사장님, 오늘 저희가 찍은 영상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아리에스에 올리죠.”
강윤은 에디오스 공식 팬클럽을 언급했다. 에디오스의 팬들이 많이 이탈하며 지금은 힘이 많이 빠진 팬클럽이었지만, 여전히 충성심 강한 팬들이 에디오스가 앨범을 들고나오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팬클럽과의 일은 혜진 씨가 알아서 해주세요.”
“네, 사장님. 에디오스 스케줄 알림이나 사진 등록 등을 하면 되는 거죠?”
“맞아요. 그리고 에디오스 애들한테 말해서 글도 등록하라 해야겠군요. 일단 공식 팬클럽부터 살려야 우리에게 힘이 생길 테니까요.”
정혜진은 강윤의 지시를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했다. 지시를 잘 하지 않는 강윤이라 직접 이야기 하는 것들은 절대 어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온 습관들이었다.
세 사람이 루나스 객석을 정리해나갈 때, 한주연을 비롯해 가수들이 무대 위 정리를 마치고 내려왔다.
“무대 정리 끝났어요.”
이현아의 말에 강윤이 무대를 힐끔 바라봤다. 과연 무대는 깨끗해져 있었다.
“수고했어. 피곤할 텐데 가서….”
강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수 전원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행동에 강윤은 당황했다.
“얘들아. 가서 쉬….”
“사장님이 일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쉬어요.”
김재훈이 대표로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들.”
강윤은 피식 웃었다. 공연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괜스레 모두에게 미안해졌다.
한주연도 모두에게 섞여 마포 걸레로 바닥을 쓱싹 닦았다. 공연이 잘 마무리된 게 기분이 좋았는지 그녀는 콧노래까지 불렀다.
“월드는 분위기가 좋네요.”
“오빠가 밥 사주면 더 좋을 듯?”
한주연의 말에 이현아가 눈을 반짝였다. 밥이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강윤에게로 쏠렸다.
강윤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웃었다.
“…그래, 고기 먹으러 가자.”
“만세!!”
강윤의 선언에 가수와 스태프 전원이 만세를 불렀다. 그 말에 힘을 받았는지 뒷정리 속도에 힘이 붙었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이현지와 강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사장님. 공연장에 관리인 더 구해야겠어요.”
“그래야겠습니다. 가수가 뒷정리까지 하다니. 이거 무리해서라도 구해야겠어요.”
분위기는 좋았지만, 가수들이 노래 외의 노동을 하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강윤은 빨리 직원들을 구해야겠다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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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스런 팬 여러분 (Feat : 주여니~♡♡♡)안녕하세요!! 모두모두 하이루방가방가 ㅋㅋㅋ
와~ 얼마 만에 인사드리는지 모르겠어여. 흐규흐규…ㅠㅠ
저 주여니에요. 이렇게 한국에 와서 인사드리는게 얼마만인지…
너무 신기해요 진짜^^
설마.. 안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그러실까봐.
레어한 제 잠옷 셀카를 직접 찍어서 인증해요.(삼순양 고맙네. 헤헤)
여러분들의 큰 관심과 사랑 덕에.. 어제 저희 에디오스가 드뎌!!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모두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팬 여러분들… 그리고 저 주여니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ㅠㅠ. 기억하고 있었구요.
여러분과 만날 날을 기대해요!! *^^* 오래 안 걸릴 거에요… 흠흠!!
사랑합니다, 팬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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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니기다리다돔 : 으아아아아아아아아ㅓㅜㅐ랴 ᅮᆫ먀 ᅢᇂ푸먀ㅐ누퍔퓨ㅗㅔㅑㅕ뮤페뮤ㅜ페모패머래[jdsaio[fjodsnio[vvjh[iaviosajdfiojdsaio[fjioasjfoasj!!!!!
제니보다삼순이 : 윗분 멘탈 나가셨답니다.
주연이만바라본다 : 으흐흐흐흑… 드디어, 드디어 여신님이 돌아오셨다!!
서유야오빠여깄어 : 오오. 드디어!!
에디오스 팬클럽 아리에스의 공식 홈페이지.
그곳의 채팅방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에디오스의 멤버 한주연이 인사를 남긴 것이다. 그날 밤 10시. 공개 채팅방은 폭주했다.
블링블링주연 : 새 소속사가 개념이 있나 보군요. 인사도 하게 만들고.
*♡주연♡* : 이번에 홍대에서 공연한 거 보셨음?
주연이리스해 : 그거 세디 신발놈하고 듀엣 한 거 아님? 노래 존잘.
이창연연참해 : 그런 거 모르겠고, 걔들 컴백하던지 말던지 관심 없음.
이창연연참해 님의 강제추방 투표가 진행됩니다.
이창연연참해 님이 추방되었습니다.
주연이만바라본다 : 하라는 연참은 안 하고… 암튼 주연이 이번 듀엣 쩗!!
블링블링주연 : 공연장이 소속사 거라더군요.
닭둘기 : 그 소속사 사장이 에디오스를 기획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에디오스도 MG에서 기꺼이 나왔다더군요.
영원해에디오스 : 진짜요? 그 사장 의리파네요.
닭둘기 : 팬클럽 운영진과도 접촉 중이라네요. 스케줄도 등록하고, 나중에 있을 팬미팅 초대장도 여기에만 뿌린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영원해에디오스 : 헐. 에디오스 팬들 몰려들겠네요.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결집하는 건가.
모처럼 아리에스의 채팅창은 뜨겁게 달궈졌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한주연의 공연, 게다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들의 대화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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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주.
연말 시상식이 있는 중요한 한주였다.
김재훈은 공중파, 케이블 모두에 초청을 받았다. 4년 만의 컴백이었고, 이번 앨범이 엄청나게 잘된 탓이었다.
강윤의 집에서, 김재훈은 한창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의 숨결과 향기가 — 네게 닿는다면–”
문을 닫아놓으니 소음은 거의 없었다. 이미 그가 머무르는 방은 흡음 공사까지 되어 있었다. 따로 나가 살아도 됐지만, 김재훈은 강윤의 집에 계속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 강윤의 곡 작업을 보며 배우기도 쉬웠고 회사에 대해 여러 가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윤은 시상식 초대장을 보며 생각했다.
‘시상식이라.’
강윤으로서도 드물게 마음이 설렜다. 사장으로서 첫 시상식이었다. 직접 가기는 힘들지 몰라도, 소속 가수가 시상식에 가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도 일은 일이었다. 방송국 전부에 초대를 받았지만 이미 정해진 스케줄과 잘 조율해야 했다.
‘케이블이라고 소홀하면 안 돼. 미래에 더욱 커지는 게 케이블이니까. KS TV는 무조건 가도록 하고, 30일부터는 해외에 촬영을 가니…. 결국 OTS밖에 참석을 못 하는군.’
어차피 김재훈이 방송에 얼굴을 많이 비치는 가수도 아니었다. 강윤은 일정을 확정 짓고는 정혜진에게 파일을 전송했다.
이후 강윤은 김재훈과 함께 시상식에서 부를 노래를 편곡했다. 할당받은 시간은 8분. 결국, 2곡을 불러야 했다. 강윤은 이번 앨범 타이틀곡과 다른 한 곡은 3집 타이틀곡이 어떠냐고 물었다.
“저도 듀엣 하면 안 될까요?”
“듀엣? 왜?”
“크리스마스 때 준열이 형 하는 거 보니까 해보고 싶어졌어요. 주연이 노래 잘하던데…”
강윤은 피식 웃었다. 한주연과 이준열의 무대는 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준열의 노래를 한주연이 든든히 받혀준 모습이 김재훈에게도 강한 영향을 주었다. 파트너로 원할 만 했다.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주연이 음색하고 네 목소리하고 그리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래요?”
강윤의 말에 김재훈은 시무룩해졌다.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강윤은 컴퓨터에서 한주연의 목소리를 불러왔다. 그리고 김재훈에게 불러보게 했다.
“언젠가– 우리가 만나는 –”
한 소절 불러보고는 김재훈은 노래를 멈춰버렸다. 강윤도 AR을 껐다.
“형 말이 맞네요. 음색이 안 맞아요.”
“그렇지?”
“준열이 형은 잘 어울리던데…. 저하고는 확실히 안 맞네요. 나도 듀엣하고 싶은데…”
김재훈의 아쉬워하는 말에 강윤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혼자 해보자. 다음에는 꼭 어울릴만한 가수를 구해줄게.”
“알았어요.”
강윤이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김재훈은 수긍하고는 컴퓨터로 눈을 돌렸다.
편곡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재훈은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뚝딱 나와버린 반주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방문이 닫히며, 미세하게 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연습벌레야.’
강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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