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
2화 – 일본을 휩쓸다(完)
“미안해.”
– 난 괜찮아, 오빠. 일이 바빠서 그런거잖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아무튼 미안. 토요일에는 갔어야 하는건데…”
강윤은 희윤과 전화통화를 하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뮤직 스테이션 무대가 끝나면 빨리 짐 싸서 집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남아있는 일들이 많았다.
다행히 희윤은 그런 그의 사정을 잘 이해해 주었다. 오히려 의젓하게 강윤의 어깨를 펴게 해주었다.
– 나 기사 봤어. 주아 언니 대박 났더라. 여기도 기사 많이 났어.
“대박났지. 덕분에 여기 일손이 많이 딸려서 오빠가 못 가고 있어… 투석은 잘 받았지?”
– 또또 잔소리. 오빤 그게 문제라니까. 걱정마셔. 잘 받았어. 오빠는 밥 잘 챙겨 먹었고?“
“당연하지. 오빠 걱정하려면 아직 멀었어. 희윤아.”
– 어어? 오빠 이러기야?
“하하하하.”
희윤과 한참 통화하며 강윤은 잠시나마 휴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였다. 이내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강윤은 눈을 감아버렸다.
“나중에 전화할게.”
– 밥 잘 챙겨먹고. 차 조심해.
통화가 끝나자마자 강윤은 들어온 한정석 과장에게서 서류를 받아들었다.
“XX유통사에서 온 발주요청서입니다.”
“엄청 많네요.”
“뮤직 스테이션 임팩트가 엄청난 것 같습니다..”
한정석 과장 말대로 데뷔무대, 뮤직스테이션의 파장은 엄청났다. 주아는 화려하게 무대를 꽃피웠고 사람들은 주아라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 지금 음반을 사러 가게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사에 쌓여있던 음반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생산되는 음반들은 만들어지는 족족 바로바로 발주되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일손이 달려 회사 사람들은 모두 그쪽으로 지원 나가 강윤은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주아는 뭐하고 있죠?”
“지금 사케우 연예잡지사와 인터뷰가 잡혀있다 합니다. 그 이후 요리우라 잡지에서 화보촬영이 있다하네요. 그리고…”
“오자마자 엄청나네요. 그런데 음악 스케줄이 많지 않군요.”
“거기까지는…”
강윤이 이상히 여기자 한정석 과장은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며 발을 뺐다. 그는 홍보과였다. 스케줄은 관리를 담당하는 매니져들과 섭외팀 담당이다.
강윤은 바로 통화를 할까 하다가 관뒀다. 그가 담당할 업무는 여기까지였다. 이젠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도 되었다. 그의 역할은 주아를 제대로 된 스타트 라인에 서게 하는 것, 여기까지였다. 그 이상 침범하는 건 월권이었다.
음반제작사에 발주서를 넣고 강윤은 사무실을 나왔다. 지사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이미 지사의 직원들은 여기저기 지원을 나갔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몇 없었다.
“후우..”
옥상에서, 강윤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혹여 가수에게 안 좋은 영향이라도 줄까 눈치를 보며 잘 태우지도 못한 담배였다. 마음 편히 태우는 이 맛은 세상 그 어떤 맛과도 비할 곳이 없었다. 가슴이 녹아내리며 편안해졌다.
‘내가 주아의 앨범을 기획해서 성공시키다니.’
강윤은 아직도 가슴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음반 판매량은 집계가 안됐지만 현재 판매량이 50만장을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성공이라 말해도 됐다. 예상이 100만장 이상이라 하니 성공도 이런 성공이 없었다. 과거, 실패만을 반복해서 마이너스의 손이라 불렸던 자신인데 제대로 된 가수를 해외에서 성공시키다니…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높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성취감은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아름답게 만들었다.
‘빛…’
노래, 춤이 빛으로 보이는 이 능력. 때로는 다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때도 잡아내는 컴퓨터 같은 능력. 이 능력이 불행한 과거를 흔들어 뒤바꾸어 놓았다..
바뀐 미래. 자신이 바꾸어놓은 과거는 미래를 뒤흔들어 놓았을 것이다. 이제 알 수 없는 미래를 강윤은 감내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했다.
딱딱한 생각을 하며 도시를 내려다보던 강윤은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복잡한 생각을 하기엔 오늘은 기쁜 날이었다. 스스로가 너무 팍팍하단 생각에 담배꽁초를 비벼 꺼버렸다. 무거운 생각을 하기엔 오늘이 아까웠다.
사무실로 내려오니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오, 이 팀장. 안녕하신가.”
손님, 원진문 회장은 강윤을 보자마자 덥썩 끌어 안았다. 그는 얼굴에 웃음이 만발해 있었다. 그는 주아의 일본앨범이 이렇게 잘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건만, 진흙에서 보석을 캐낸 기분이었다. 한번 안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손에 힘이 팍팍 들어갔다.
사무실 쇼파에 원진문 회장을 안내한 강윤은 커피를 내왔다. 직원도 없어 직접 커피를 타서 내와야 했다.
“오랜만에 오는데 사람이 없구만.”
“다들 지원 나갔습니다. 지금 고양이손도 모자랄 판국입니다.”
“그럴만하지. 지금 50만장이 넘었다지?”
“네.”
원진문 회장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럴만했다. 주아가 일본에서 1위를 하고 앨범판매량이 폭주하자 주가가 미친 듯이 치솟았다. 그의 개인 재산도 폭증했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눈에 강윤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난 말야,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 주아가 뮤직스테이션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는게 말야. 앨범판매량은 말할 것도 없지. 자네가 근거를 들어 호언장담을 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네.”
“저도 사실 얼떨떨합니다.”
“스스로 과소평가 할 것 없어. 자넨 해냈어. 지저분한 수도 쓰지 않았고 주아를 올려놨어. 주아가 전화로 그러더군. 이렇게 편안하게 무대를 준비한 적은 데뷔 이래 처음이라고 말야. 앞으로도 계속 자네와 함께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직접 요청해왔어.”
“그렇습니까.”
주아라면 강윤은 환영이었다. 알아서 자기관리도 해줘, 요청도 잘 들어줘 성격도 나쁘지 않아… 는 아니었고 아무튼 최고의 조건을 다 갖춘 가수였다. 게다가 신뢰까지 구축해 놓았다. 그런 가수가 그를 원한다니. 기쁘고 즐거웠다. 물론 크게 티를 내진 않았다.
“하지만 말야…”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했다.
“주아는 이제 한시름 놓아도 괜찮아. 더 급한 일이 생겼네. 자네는 이제 한국에서 더 큰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직접 왔어.”
“더 큰 일.. 말씀입니까?”
“그래. 더 큰일.”
원진문 회장은 들고 온 서류봉투에서 서류들을 꺼내어 강윤에게 내밀었다.
“차기 걸그룹 후보생 보고서? 반려? 이건 무엇입니까?”
“보고 이야기하지.”
강윤은 서류를 넘겼다. 그런데 서류를 넘기자 강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정민아. 18세. 춤 A 노래 C 스타성 B. 전체 평가 C+. 뛰어난 댄스 실력을 갖추었으나 팀원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혼자 돋보이려는 경향이 강해… 엥?”
“아는 아이인가?”
“아, 아닙니다.”
강윤은 다음페이지를 넘겼다.
“한주연, 춤 C 노래 A 스타성 C? 한주연이?”
“자네, 연습생들하고 만난 적이 있나?”
“아니, 아닙니다. 조금만 더 읽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러게나.”
강윤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평에는 노래에 재능은 있으나 몸이 약해 춤에 약하다. 소심해 전체와 화합하질 못해 스타로 대성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 누가 평가한거야? 한주연이? 나중에 인기의 핵이 한주연인데 스타로 대성하기 힘들다고? 눈이 엉덩이에 달렸나?’
강윤은 기가 막혔다. 대체 이런 평가는 누가 했는지 만나보고 싶을 정도였다. 강윤은 이 평가에 황당하여 서류를 읽다말고 덮어버렸다.
“이 평가 누가 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왜 그런가? 이상한가?”
원진문 회장이 물었다. 그는 강윤의 생각이 궁금했다. 강윤은 강윤대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답했다.
“춤이나 댄스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스타성에 있어선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성에서? 이유가 무엇인가?”
“스타성이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특정 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정민아는 사람들을 홀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지만 정민아만큼 매력적으로 춤을 추는 사람은 드뭅니다. 특히 여자가 여자를 홀리는 춤은 말이죠.”
“호오, 그런가?”
“네. 그리고 한주연은 남자들에게 지켜주고 싶은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당찬 구석이 있죠. 이게 오히려 남자들을 더 홀립니다. 저라면 이런 걸 메이킹하겠습니다. 스타성이 없다는 평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원진문 회장은 강윤의 말에 수긍했는지 박수를 천천히 쳤다.
“역시, 자네는 언제나 예상 이상의 답을 내놓는군. 연습생들에 대한 파악도 해놓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야. 내가 이 자료를 들고 온건 트레이너들과 차기 걸그룹을 기획할 기획팀장이 평가한 이 자료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야. 이현지 사장이 온다는 걸 내가 고집을 부려 직접 왔지. 역시 자네는 다른 사람하고 다른 답을 내놔서 좋아.”
낯 뜨거운 칭찬이었지만 원진문 회장은 가리지 않았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단순한 혜성이 아니었다. 주아의 앨범을 성공시킨게 절대 우연이 아니라 생각했다. 강윤에게는 특별한 눈이 있다고 원진문 회장은 확신했다.
“이제 자네는 우리 차기 걸그룹을 맡게 될 거야. 연습생들 선발부터 훈련, 모든 것을 알아서 하게. 그 일만 하는 건 자네에게도 시간낭비니까 중간중간 공연이나 다른 일도 맡아주면 좋겠어.”
“신인… 말입니까? 주아가 회장님께 요청한게 있다 들었습니다만.”
“주아는 괜찮아. 누구와도 잘 할 수 있어. 그 문젠 내가 알아서 하지. 자네가 워낙 기반을 탄탄하게 깔아놔서 여긴 괜찮아.”
일을 너무 잘해도 이런게 문제였다. 조금은 한가해질까 싶었는데, 강윤은 작게 한숨지었다. 물론 행복함과 아쉬움, 여러 가지가 뒤섞인 한숨이었다.
“내일까지 여기 일은 인수인계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세. 수고 많았어.”
원진문 회장의 선언과 함께 주아와의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강윤이 돌아와서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다. 일본을 태풍과 같이 휩쓸었고 다른 가수들이 올 발판까지 마련해 놓았다.
기획 프로듀서 이강윤은 그렇게 가요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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