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0
39화 – 2011년의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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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39화 – 2011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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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이 연습을 시작하자, 강윤도 방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켰다.
‘휴우. 아무나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크리스마스 공연 이후, 가수들이 직접 의자를 나르고, 공연장을 쓸었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가수들이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모토로 삼은 강윤으로선 이 일은 큰 충격이었다.
강윤은 이현지가 구직 사이트에 등록한 ‘루나스 사원 모집공고’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지만 마땅한 인재가 없었다. 타 업계보다 월급을 높게 잡아 지원자가 무척 많은 탓이었다. 3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300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스펙 좋네.’
좋은 대학교에 나왔지만 어문계열을 전공했다는 한 지원자의 이력서를 보며 강윤은 중얼거렸다. 그렇게 적합하다 생각하는 이들을 한 곳에 분류를 해놓고 계속 지원자들을 살폈다.
하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 강윤은 결국 100명쯤 넘기다 인터넷을 꺼버리고 말았다.
‘인사관리가 제일 어렵다더니…’
강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현지와 함께 보기로 마음먹고 강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김재훈에 관련된 일을 해나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가 긴 것을 보니 미국에서 온 전화였다. 그 곳에서 올 전화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어, 희윤아.”
[오빠.]
익숙하지만 반가운,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은 혹시나 김재훈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잘 있었어?”
[응. 오빠는?]
마당 한 구석에 앉아 동생에게 안부를 물었다. 곧 성적이 나와서 걱정이라는 말을 빼면 별 일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강윤은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다. 그에겐 희윤이 건강해진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 큰 욕심이 없었다. 그런 동생이 엄청난 재능을 발휘해 작곡까지 하니… 그로선 하늘에 몇 번이나 절할 일이었다.
“방학에 한국으로 오니?”
[응. 성적표 나오면 갈게. 소속사 가수들도 만나보고 싶어.]
희윤의 목소리에선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오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강윤은 반갑게 웃었다.
“알았어. 오빠가 돈 보내줄게. 표 끊어서 와.”
[괜찮아. 나 돈 많아. 내가 끊어서 갈게.]
“어허. 오빠가 해준다니까.”
강윤과 희윤은 표 문제로 티격태격했다. 한참을 맞섰지만, 이번에는 희윤이 강윤을 이겼다. 저작권료로 돈도 많이 벌었는데 비행기표가 문제냐는 이유였다.
“…그래, 알았다. 오기 전에 연락해.”
[알았어. 혹시 필요한 건 없어?]
“면세점 담배.”
[오빠, 싸우자는 거야?]
서운하기라도 했는지, 강윤은 담배로 심통을 부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웃으며 통화를 마쳤다. 담배 끊으라는 잔소리를 끝으로 말이다.
‘우리 희윤이 다 컸네.’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딸자식이 커가는 모습에 서운해하는 아버지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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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방송국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각종 시상식은 물론이요, 연말 특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한해를 마무리하는 방송국은 그야말로 활화산과 같았다.
그 중 정점은 PD들이 모이는 회의실이었다.
“이런 신발샛길.”
“선배, 왜 그러세요?”
“민진서 시상식 불참이래. 니미.”
수염이 덮수룩한 PD가 핸드폰 문자를 보며 성질을 부렸다. 그의 직속 여자 후배가 부드럽게 묻자 그는 문자를 보여주며 인상을 구겼다.
“중국 촬영이 길어진다고 한국 시상식 참여는 힘들다네. 올해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니미. 본인도 아니고, 이사한테 직접 연락왔어. 뭐 이런…”
“우와. 민진서가 다르긴 다르네요. 본인보다 더 대단한거 아니에요? 그리고 MG 이사들은 머리 빳빳하기로 유명하잖아요. 민진서 관련된 일이니까 직접 연락한걸까요?”
“그러겠지. MG 여왕님이잖아. 에이씨. 작년도 불참, 올해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신발…”
기대가 무너진 탓인지 수염을 기른 PD의 구겨진 얼굴을 좀처럼 피지 못했다.
후배의 위로를 받는 그에게 동료 PD가 말했다.
“민진서 일은 아쉽게 됐어. 올해는 꼭 참석하고 싶다고 계속 말했다고 들었는데.”
“내 말이. 에휴. 하긴, 시상식은 커녕 올해는 거의 중국에만 있었다니… 야, 넌 어떠냐? 이번에 김재훈이 섭외했다며?”
“나야 좋지. 월드 사장 말야. 쿨 하더라. 전화 한번 하니까 바로 괜찮다네?”
아이돌이 주를 이루는 시상식에서 김재훈이라니. 연기대상을 담당하는 수염PD는 가요대상 PD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김재훈이 방송을 OK했단 말야? 아이돌하고 방송 잘 안한다 들었는데. 아무튼 너도 대단하다. 다른 소속사들에서 뭐라 안해?”
“이정도 일로 뭐라 하면 그쪽이 뭐가 되겠어. 좀생이 되는거지. 눈치나 보고 있겠지.”
“하긴. 그나저나 김재훈 정도 되는 가수가 나오면 아이돌들 부담이 상당할 텐데. 라이브는 꿈도 못 꿀걸?”
“그렇잖아도 태반이 립싱크야. 에이씨. 난 몰라. 김재훈이가 다 살리겠지.”
“크큭. 재밌겠네.”
후배 PD는 선배들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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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스의 팬카페 아리에스에 올라간 가수 세디와 한주연의 듀엣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고화질에 음질도 좋은 영상이었다. 공연장에 왔던 사람들이 가수 세디와 한주연의 듀엣영상을 촬영해 올렸지만, 동종의 영상 중 조회수가 가장 높았다.
영상의 덕을 봤는지 팬카페에 방문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에디오스가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연일 일일방문자수를 갱신해갔다.
정혜진은 강윤의 말대로 팬카페 방문자수를 기록해 나갔다. 팬카페를 살리기 위한 모니터링의 일환이었다.
‘갑자기 늘어나는 시점이 있을 거라더니. 정말이네?’
영상이 올라가고, 하루가 지나니 방문자 수가 폭증했다. 그와 함께 팬카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영상은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볼 수 있었지만, 그 영상에 반해 팬이 되는 사람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영상이 팬카페의 홍보에 활용된 셈이었다.
“모니터링 해보니까 어때요?”
“이사님.”
한창 팬카페의 글을 탐독하는데, 이현지가 그녀를 불렀다. 정혜진은 의자를 돌려 이현지에게로 눈을 돌렸다.
“사람들 많이 늘었나요?”
“네. 3배는 늘었어요. 엄청나요.”
정혜진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외쳤지만 이현지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세 배라. 원래 팬클럽 인원수를 회복하려면 한참 멀었네요.”
“에디오스였지 참…”
정혜진은 아차 싶었다. 팬들이 늘어나는 것에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그들은 국내 최정상 걸그룹이었다. 회복을 넘어 증가세로 가려면 아직 갈길이 멀었다.
이현지는 정혜진의 자리로 와서 모니터를 보더니 덤덤히 말했다.
“이정도 수라면… 나쁘진 않네요. 보고서 작성해서 올려주세요.”
“네, 이사님.”
정혜진은 힘차게 대답하고는 다시 팬카페로 눈을 돌렸다.
이현지는 구직 사이트를 열었다. 공연장 관리인과 사무담당 구인광고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막상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이력서를 열람하니 스크롤이 끝없이 내려갔다.
‘뭐야, 이건?’
선택의 폭이 넓긴 했지만, 이건 언제 다 볼지…
이현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야근확정이었다.
두 사람이 각자 일에 전념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왔다.
“사장님.”
“왔어요?”
두 사람은 손을 들어 그를 맞았다. 특히 이현지는 다크서클이 옅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자리를 뒤적이며 뭔가를 찾았다.
“지민이 기획서를 이쯤 넣어뒀는데… 아.”
강윤은 책상 깊숙이 숨겨둔 서류를 들고는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말 그대로 바람같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비어버린 강윤의 빈자리를 멍하니 마주보았다.
“사장님이 나빴네요.”
“동감입니다.”
정혜진의 입에서 무심결에 나온 그 말에, 이현지는 강하게 공감했다.
모든 일을 가져다주는 원흉!! 나쁜 놈!!
자기도 모르게 나온 그 말이, 두 사람을 강하게 묶는 원동력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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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귀가 가렵지.”
강윤은 뭔가가 들려오는지 연신 귀를 긁어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김지민이 의아해했다.
“왜 그러세요?”
“아냐. 누가 내 이야기하나?”
강윤은 연신 귀를 긁적이더니 곧 손을 털어냈다. 그리고 김지민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아까 말했던 네 기획서야. 봐봐.”
김지민은 자신에 대한 기획서라는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긴장된 얼굴로 기획서를 살펴나갔다.
“데뷔는 설 지난 다음에 하자.”
“설 지나고요?!”
데뷔 일정이 나오자 말에 김지민은 심장을 거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얼핏 시기를 듣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일정을 들으니 긴장감이 몸을 엄습했다.
“왜? 너무 일러?”
“아니, 그게… 에디오스 언니들도 있고…”
김지민은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걔들은 걔들이고 너는 너지. 3월에 있을 민아 솔로 이야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민아와 너는 컨셉이 완전히 달라서 상관없어. 빠르면 2월 초, 늦어도 2월 말에 데뷔한다고 생각해.”
기획서를 읽은 김지민의 눈은 연신 흔들렸다. 원래 보고용으로 딱딱하게 만들어지는 기획서였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기획서는 고등학생인 그녀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 있었다.
김지민은 기획서를 다 읽고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준비한지 1년도 안된 것 같은데…”
보통 연습생들이 3년 이상을 준비해서 데뷔한다. 그런데 벌써 데뷔라니.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그녀는 걱정되었다.
그러나 강윤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확신어린 어조로 말했다.
“지민아. 설마 우리가 준비도 안된 연습생을 내보내겠어?”
“아니요.”
김지민은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다. 큰 기획사에서 거부했다는 하얀달빛을 받아들여 공연장까지 만들었고, 제이 한이라는 가수의 노래를 만들어 우승도 시켰으며 어느 날은 김재훈이라는 긴 공백의 가수를 부활시켜 대중 앞에 내놓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곳,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났다. 기적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강윤은 차분히 말했다.
“이제 준비는 . 최 교수님한테서 SLS 발성도 거의 다 배웠다고 들었어. 가수 생활을 하면서 더 깊은 과정에도 들어가야 겠지만, 이전처럼 일주일에 몇 번 씩이나 들을 필요는 없을 거야. 나쁜 버릇이 없어 익히는 게 빨랐다 들었어. 준비하느라 수고했어.”
“선생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강윤에게 스카웃되고, 준비하던 과정들이 머릿속을 주욱 지나갔다. 이제 그 시간을 넘어 나갈 시간이었다.
그렇게 데뷔 일정을 확정하고, 컨셉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었다.
“장르는 포크로 할까 해.”
“포크요? 설마 80년대 같은?”
김지민의 물음에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 그때같이 불렀다간 대번에 아웃이겠지. 미국에 보면 모던한 포크송들이 굉장히 많아. 타이틀곡을 그렇게 해볼까 해.”
“괜찮을까요? 포크송이라면…”
“곡이 나오면 알게 될 거야. 절대 실망 안할걸?”
강윤의 강한 자신감에 그녀는 일단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기타를 칠 줄 안다는 건 그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와 같아. 방송무대에서도 세팅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하지만 자주 보여주면 재미없으니까 가끔 보여주도록 하자.”
“네. 데뷔 무대에서는 기타를 써야겠네요?”
“아니.”
강윤의 말에 그녀는 의외라는 듯 동공이 커졌다.
“데뷔에서 임펙트가 있어야 사람들이 볼텐데…”
“처음부터 다 보여주진 말자. 너는 길게 갈 거니까.”
“네.”
이후 강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곡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앞으로 어떤 무대를 원하는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김지민으로선 강윤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자신이 신기했다. 벌써부터 진짜 가수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 회사 전속 작곡가가 올 거야.”
“아, 그 희윤 언니요?”
전속작곡가라는 말에 김지민의 눈에 호기심이 진하게 어렸다.
“방학 끝날 때까지 어디 가진 않을 거야. 이번에 네 앨범에 집중하게 할 테니까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
“네!!”
김지민은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김재훈을 비롯해 하얀달빛에 다이아틴까지, 만드는 곡마다 히트곡들을 만들어 낸 대단한 작곡가가 자신의 앨범에 집중한다니. 그녀로서는 이 모든 상황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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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며 모든 것을 결산하는 그 날이었다. 그리고 OTS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연말 가요대전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강윤은 이현지와 함께 회사에서 TV로 가요대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확실히 걸그룹이 많네요. 남자 그룹도 많고.”
1부를 넘어 2부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현지는 1부 대부분을 장식한 걸그룹과 남자 그룹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여러 가지를 평했다. 그중 하나가 ‘가요계의 표준화’였다.
강윤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걸그룹이 확실히 대부분이네요. 그 중 저들은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 봐야 할 겁니다. 밑에 깔려있는 가수들이 70%는 될 테고…”
“그냥 앨범하나 틱 내고 행사로 돈이나 벌자하는 사업마인드를 가진 소속사들이 많아요. 잘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이런 식이죠. 휴우. 한편으론 안쓰럽네요. 저들 중 내년에 저기 오를 애들이 몇이나 될지…”
강윤은 이현지의 말에 공감했다.
“맞습니다. 이젠 한번 성공한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무서운 시대죠. 이전에는 한번 뜨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시대가 된 거죠.”
“어렵네요. 에디오스도 저 판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걱정되는군요.”
이현지가 걱정할 만 했다. 어찌 보면 더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 강윤은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제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때죠. 기존처럼 남성팬만 잡으며 오빠를 외친다면 가능성이 없습니다.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모두를 잡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럴 전략이 있나요?”
“기반을 다져가야죠. 단기간에 될 일은 아닙니다.”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중에 TV에서 김재훈이 거론되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TV로 집중되었다. 우수상 후보 영상이었다. TV에서는 김재훈의 몇 안 되는 방송 영상과 함께 다른 그룹가수 둘의 영상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
– 우수상 시상 후보 3팀을 만나보셨습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우수상.
드럼소리와 함께 TV에서 두두거리며 드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강윤도 이현지도 침을 꼴깍 삼켰다.
– 우수상!! 김재훈 씨!! 축하드립니다!!
팡파레가 터지며, 무대 의상을 입은 김재훈이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무대로 걸어 나갔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꽃과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마이크 앞에 섰다.
– 우선은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하는 소속사 식구들, 매일 같이 고생하는 대현이 형, 그리고 우리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곡으로 기회를 만들어 준 뮤즈와 4년 만에 다시 노래하게 해준… 아, 죄송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이 자리에 세워주신 우리 사장 형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재훈은 모든 걸 내려놓고 모니터를 향해 큰 절을 했다. 사람들 모두가 크게 놀랐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다시 일어났다.
–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답하는 그런 가수가 되겠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TV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재훈의 큰절을 본 강윤은 얼떨떨해졌다. 저건 분명 자신에게 한 큰절이었다. 옆에선 이현지가 감동했는지 눈을 빛냈다.
“사장님, 멋있네요. 저런 가수한테 공개적으로 큰 절도 받고.”
“인터넷에 엄청 뜨겠네요.”
“하하하. 그게 문젠가요? 이야, 재훈 씨한테 저런 상남자같은 면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요? 남자들의 우정이란 정말 멋져요. 반하겠는걸요?”
이현지는 연신 강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멋들어진 우정을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10분이면 기사가 크게 나겠네요. 타이틀은 어떻게 올라올까요? 김재훈, 사나이의 큰절?”
“오글거립니다.”
“하하하.”
이현지의 웃음에 강윤은 난감한 듯 볼을 긁적였다.
따뜻한 훈풍과 함께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2011년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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