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3
40화 – 프린세스의 데뷔(3) >
“Want you feel me now — ooh ooh — Tell me —”
부스 안에서, 레이나는 눈을 감으며 소리를 높였다. 이미 그녀는 노래에 완전히 빠져 든 모습이었다. 강윤도 레이나의 긴장이 완전히 풀린 것 같아 기대감을 높였다.
“Oh boy go for –”
레이나는 지금껏 학교 동아리에서 연습해왔던 노래들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희윤에게서 강윤의 곡을 보는 눈이 대단하다는 것은 누누이 들어왔다. 그에게 인정을 받으면 꿈의 무대, 브로드웨이에 도전한 생각이었다.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느낌에 레이나는 소리를 높여갔다.
그러나 너무 흥분한 탓일까.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리기 시작했다.
‘뭐지?’
강윤은 미약하게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힘이 너무 실린 탓이었다. 그와 함께 강하게 빛났던 빛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힘이 너무 들어갔네.’
어느덧 레이나의 음표도 눈에 띌 만큼 일그러졌다. 이정도 변화면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눈치를 채야 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목소리에 빠진 레이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강윤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기량은 확실히 좋은데. 과해. 힘을 너무 실었어.’
좋은 느낌이 많이 희석되었다. 처음의 좋은 느낌이 자꾸 생각나 강윤은 아쉬웠다. 뮤지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흥분된 상태로 무대에서 노래한다면 관객들이 눈살을 찌푸릴 것 같았다.
그렇게 노래가 끝났다. 강윤은 레이나에게 부스에서 나오라고 손짓했다.
아직 강윤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레이나는 여전히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윤 옆에 있던 희윤이 오히려 더 긴장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낫겠지.’
희윤의 친구였다. 거짓된 포장보다 제대로 느낀 바를 말하기로 결정했다. 강윤은 초반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중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희윤이 친구니까 솔직히 말할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어도 이해해줘.] [네.] [내 생각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아. 감정이 과잉되었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요?]잘했다는 말이 아닌 단점이 나오자 레이나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강윤은 말을 계속해나갔다.
[감정이 과하게 들어가면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오지. 자연스러운 맛이 떨어져. 마치 음식에 간을 할 때 소금을 과하게 친 것 같은.] [아아….] [처음에 불렀던 ‘팬텀’은 정말 좋았어. 명확한 가사 전달하며, 맑은 목소리. 처음 들었을 때 ‘당장 뮤지컬 배우를 해도 되겠다’라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두 번째 곡을 듣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흥미로 뮤지컬을 한다면 이정도도 괜찮다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주연을 노린다면 이 부분은 고쳐야 할 거야. 안무나 표정연기를 같이 해야 한다면 표정에서 드러나게 될 테니까.]강윤은 자신이 느낀 단점을 명확하게 지적해주었다.
레이나는 들이닥친 단점 퍼레이드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잠시 생각하더니 조금은 밝아졌다.
그 말에 강윤은 그제야 가벼워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단점만 골라서 심각하게 언급했지만, 다른 부분은 정말 최고였어. 목소리하며, 가사 전달까지. 만약 한국 뮤지컬 쪽에 뜻이 있다면 내가 잡고 싶을 정도니까.]강윤은 넌지시 뜻을 드러냈다. 그러자 레이나도 미소 지었다.
[그래요? 안타깝네요. 희윤이랑 같은 소속사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제가 한국보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요. 미국에 뜻은 없으세요?] [하하하. 아직은 여기도 벅차. 몇 년 뒤라면 모르겠네.] [그럼 저도 몇 년 뒤를 기약해야겠네요. 브로드웨이에서 기다릴게요.]레이나는 강윤이 준 쓴 약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강윤은 그녀가 내민 손을 굳게 잡았다.
[그래. 네 꿈, 꼭 이루어지길 바랄게. 미국에서 희윤이랑 친하게 지내고.] [하하하하. 걱정하세요. 우리 미국에서 꼭 봬요.]칼날 위에 선 것 같은 평가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레이나의 얼굴에서 다시 웃음꽃이 피었고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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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엔터테인먼트에 에디오스가 합류하면서 연예인도 많이 늘었다. 그 덕분에 인력이 많이 필요해졌다. 그 중 하나가 안무가였다.
솔로앨범을 내는 정민아의 첫 번째 기획회의.
전문 안무가가 필요하다는 강윤의 말에 정민아가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이번 안무, 직접 만들어 볼게요.”
나름대로 회사의 예산까지 고려한 말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민아야. 전문가가 어떻게 안무를 만드는지 알고 있어?”
“안무 그 까짓 꺼, 박자에 맞춰서 멋있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웃기려고 한 말인지, 뭔지. 강윤은 정민아의 어이없는 말에 그녀의 머리를 꽁 소리가 나게 쥐어박았다.
“아얏!! 아파요!!”
“아프라고 때리지. 민아야. 전문 안무가는 대중의 기호, 가수의 역량, 그리고 곡의 특징까지 고려해 최고의 안무를 만들어내는 전문가야. 단순하게 노래에 맞춰 흔드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고.”
“나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고요.”
정민아는 강윤에게 꿀밤을 맞은 곳이 아팠는지 인상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 표정이 귀여웠는지 강윤은 그녀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고는 말을 이어갔다.
“예산이 걱정 되서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는 잘 알겠어. 민아야. 이런 곳에 아끼지 않아도 돼.”
“…..”
“투자 할 때는 해야지. 이번 기회에 안무를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봐. 알겠지? 그게 도와주는 거야.”
“네.”
강윤은 희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희윤아. 민아 곡은 나왔니?”
“아직이요. 인트로 조금밖에 못 만들었어요.”
“지민이랑 이야기하느라 바빴나 보네.”
희윤은 김지민과 곡 이야기를 하며 정신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정민아는 여유가 있었다. 강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정민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민아야. 곡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퍼포먼스가 매우 격렬 할 거야. 3분을 무시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어.”
“걱정 마세요. 아침마다 운동으로 단련된 몸입니다. 비보잉을 한다 해도 다 소화할 수 있어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정민아를 보며 강윤은 만족했다.
데뷔 이후, 정민아는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에디오스 그 누구보다도 강한 체력을 가진이가 그녀였다.
그 외, 강윤은 에디오스 전담 스타일리스트나 매니저 등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필요한 게 더 있냐는 물음에 정민아는 신경써줘서 감사하다며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답했다.
그렇게 기획회의가 마무리되었다.
강윤은 사무실로 올라가 이현지에게 차 키를 받았다. 차키를 건네며, 이현지는 강윤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사도 기름값은 나오나요?”
“영수증 청구하세요.”
“됐어요. 어차피 우리 회사 돈인데. 차에 기스만 내지 마세요.”
이현지에게 또 차를 빌린 강윤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무실을 나서려는 강윤을 이현지가 불러세웠다.
“오늘 면접 있는 거 알고 계시죠? 오실 수 있나요?”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네요. OTS 측이랑 약속이 있어서요. 오늘 오는 사람들이 에디오스 매니저하고 코디였나요?”
“맞아요. OTS면…. 하아. 중요한 일이네요.”
“면접은 이사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지금은 에디오스나 지민이만으로도 벅차네요.”
강윤이나 이현지나 일이 정신없이 밀어닥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건 똑같았다. 이현지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 뽑은 직원들은 다음 주에 출근하라고 하면 될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강윤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에디오스의 숙소였다. 도착한 후, 그는 전화를 걸어 이삼순을 불러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이삼순은 바로 나와 강윤의 차에 올랐다.
두 사람이 탄 차는 곧 방송국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이삼순은 설렘과 두려움에 찬 얼굴로 손을 만지작하고 있었다.
“휴우.”
이삼순이 가볍게 쉰 한숨소리에 강윤이 물었다.
“오랜만에 방송국에 가니 긴장되니?”
“네. 예능 프로그램에는 거의 출연을 안 해봐서요. 걱정되요.”
“그렇긴 해도, 연습생 때 이거저거 많이 배웠잖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방송국 가는 거라서 떨리네요.”
“그래서 같이 가잖아.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이삼순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팀장님이랑 같이 나갔었는데….”
“언제?”
“그때요. 야외공연 했을 때.”
“아.”
강윤은 이삼순과 야외공연 했을 때를 떠올렸다. 거리 공연과 그 이후, 이사회의에서 이사들을 벙찌게 만들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지금 상황도 비슷하네. 대상만 바뀐 거지.’
이사들에서 시청자로. 운명은 돌고 도는 건가라는 생각에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삼순은 추억이야기에 신이 났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홍대에서 진짜 재밌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잖아요. 그때 사람들은 너그러웠던 것 같아요. 웃기는 사투리를 쓰는 애한테 귀엽다며 환호도 해주고….”
“그때 재미있었어. 삼순이 네 노래에 사람들이 호응하고, 뛰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 나한테도 좋은 추억이야.”
“그래요?”
강윤은 확신을 심어주었다.
“다시 해보는 거야. 사람들이야 다시 모여들게 만들면 되는 거지. 그치?”
“…..”
이삼순은 말없이 강윤을 바라봤다. 과거나 지금이나, 강윤은 변함이 없었다.
어느덧 차는 OTS 방송국에 도착했다. 강윤은 주차를 하고는 약속이 있는 18층 회의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에 내리니 프로그램 모던파머의 AD 김민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AD의 안내를 받아 강윤과 이삼순은 회의실로 향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PD님 모시고 오겠습니다.”
AD가 나가고, 이삼순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그동안 OTS 방송국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저거 진서 아니에요?”
“저거 다큐잖아? 진서가 다큐에 나온 적이 있었나?”
강윤은 이삼순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OTS 스페셜’이라는 문구와 함께 민진서의 사진이 박힌 포스터가 있었다.
이삼순은 포스터의 민진서를 보며 말했다.
“나레이션을 했을 거예요. 목소리만 출연 했는데도 시청률이 평소보다 4% 정도 올랐다 했어요.”
“진서 인기가 엄청나구나.”
강윤은 민진서의 인기에 혀를 내둘렀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 중국에서도 잘 나갈 거예요. 우린 미국, 진서는 중국. 이렇게 해외 시장을 노려보자는 게 MG의 생각이었어요. 우린 망했지만….”
이삼순은 말끝을 흐렸다. 강윤은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잠시 기다리니 모던파머를 연출하는 여운현 PD와 AD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여운현입니다.”
여운현 PD는 큰 키에 약간 배가 나온, 체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약간은 마른 체격에 넓은 어깨를 가진 강윤과는 약간 달랐다. 그는 큰 체격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본격적으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니 양이 어릴 때부터 산에 살았었다고요?”
여운현 PD는 다른 무엇보다 이 부분에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네.”
“어디였나요?”
“충청도였어요. 칠암골이라는 곳에서 살았었어요.”
구체적으로 골짜기까지 나오니 여운현 PD는 더 많은 것을 물었다.
‘이 PD가 문젠데.’
이삼순과 인터뷰를 하는 여운현 PD를 보며 강윤은 긴장했다. 그는 이삼순을 캐스팅 한 것에 대해 계속 의심하고, 다른 사람을 캐스팅하자던 그런 의견을 강하게 내는 PD였다. 그러나 작가진과 다른 PD들이 이삼순의 케릭터가 너무 좋다며 캐스팅을 밀어붙였다.
강윤의 걱정 속에 이삼순은 질문공세를 받고 있었다.
“잠깐. 트랙터도 몰 수 있어요?”
“네. 면허는 없지만요. 마을 할아버지한테 배웠었거든요.”
“언제요?”
“15살 때인가.”
“…..”
지금도 그런 세계가 있나 싶어서 여운현 PD는 눈을 껌뻑였다.
“조… 좋아요. 경운기는요?”
“그건 13살 때 배웠어요.”
“컥.”
에디오스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에 여운현 PD는 컥컥 소리까지 냈다.
이어진 질문은 조금 약했다. 침대가 없어도 되느냐, 푸세식 화장실이어도 괜찮냐 등 시골 생활에서 있을 생활에 대한 불편함들이었다.
“똥지게도 퍼봤는 걸요.”
“…..”
에디오스의 제니가 알고 보니 완전 시골소녀였다. 이런 케릭터를 캐스팅 안했다간 위의 CP에게 무슨 말을 들을지 몰랐다. 그는 후환이 두려워졌다.
“조… 좋아요. 그럼 마지막입니다. 사투리 한마디만 해주세요.”
“사투리요? 뭐가 좋을까요. 할매, 멸국(미역국)에 식사 하셨슈? 드셨다구유? 오째 답이 시원찮아유? 짐치(김치) 찌끄레기 넣어서 적 좀 할까유?”
“크어억!!”
여운현 PD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이삼순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골소녀였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투리부터 귀여운 외모에 아담한 키까지. 그녀는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이삼순에 대해 확신이 없어 반신반의했던 여운현 PD는 호탕하게 웃었다.
‘왜 저렇게 웃지?’
갑작스러운 PD의 변화에 이삼순이 의아해 했지만, 강윤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 프로그램에 이삼순만한 케릭터가 어디 있겠어.’
강윤은 확신했다.
이 ‘모던파머’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삼순이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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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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