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134
40화 – 프린세스의 데뷔(4) >
“원은 그대로 가고 투앤에서 커팅.”
희윤은 김지민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이 느낌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이. 반 박자에서 자르는 거 너무 어려워요….”
“어쩔 수 없어. 느낌을 살리려면 어떨 수 없었어.”
평소의 부드러운 희윤은 없었다. 그 오빠에 그 동생이었다.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김지민에게 희윤은 오직 반복만이 방법이라며 스파르타 강사에 빙의했다.
김지민은 결국 힘에 부쳤는지 피크를 내려놓았다.
“핑거링으로 해야겠어요.”
“다시 해보자. 원앤투앤….”
희윤의 박자에 맞춰, 김지민은 리듬을 천천히 익혀나갔다. 두 번째, 처음의 반 박자를 커팅해야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반 박자와 세 번째 박자를 자연스럽게 이어가야 했다.
그래도 그동안 탄탄하게 기본기를 쌓아왔기에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좋아.”
희윤은 박수를 쳤다. 결국 자연스럽게 주법을 습득한 김지민은 얼굴이 환해졌다. 응용주법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이게 맞아요?”
“응. 이제 노래를 부르면서 해보자. 어디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겠지?”
“네. 세 번째에 느낌을 살리는 거죠?”
“맞아. 노래도 마찬가지야.”
희윤의 설명과 함께, 두 사람은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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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윤에게서 완성된 곡을 받은 강윤도 본격적으로 편곡에 들어갔다.
강윤은 녹음된 어쿠스틱 반주와 김지민의 목소리를 합쳐보았다. 그러자 하얀빛이 펼쳐졌다.
‘기타솔로를 길게 끌고 갈 필요는 없겠지.’
기타 부분이 끝나고, 밝은 드럼 소리를 가미했다.
‘대충 리듬을 넣고, 그냥 밴드 소리를 녹음해야겠네.’
하얀달빛의 세션이 필요할 것 같았다. 김지민의 기타 솔로 효과를 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밴드가 있는 게 아무래도 나았다. 효과음보다는 진짜 악기소리가 훨씬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소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대충 끝내고 회사로 가야겠네.’
강윤은 스트링 효과 같은 몇 가지 소리만 확정지었다. 그 외 드럼,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는 느낌만 살려 녹음해 파일로 저장했다. 그렇게 대충 작업을 마친 강윤은 녹음된 파일을 들고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강윤은 세션들에게 연락했다. 이제 막 연습이 끝나 집에 가려던 하얀달빛 멤버들은 졸지에 스튜디오로 소환되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녹음이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갔다.
강윤이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하얀달빛 멤버들과 희윤, 김지민에 이현지까지 있었다. 밤이었지만 스튜디오는 이미 만원이었다.
“이사님, 퇴근 안하셨습니까?”
“지민이 곡이잖아요. 어떤 곡일지 궁금해서 와봤어요.”
월드 엔터테인먼트 첫 신인의 데뷔에 모두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미 부스 안에 악기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강윤은 악기 소리들을 맞춰나갔다. 소리를 맞춘 이후, 곧 녹음이 시작되었다.
반주가 흐르며 김진대가 스네어와 발베이스를 두드리는데, 강윤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진대야. 림샷으로 가자. 차희는 잘 쉬었어.”
– 알겠습니다.
김진대는 평소와 다르게 의젓하게 답했다.
드럼에서 나오는 음표들이 초반부 반주와 섞이니 회색빛이 뿜어졌다. 드럼 주법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강윤은 스네어를 둘러 싼 림을 두드리는 림샷을 요구했다.
다시 시작된 연주에서 탁하는 소리가 반주에 섞여 들어갔다.
‘이게 낫네.’
조금 전의 회색과는 달리,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은 이차희의 차례였다.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만이 나오는 부분이 지나 다른 악기들이 합류하는 부분에서, 그녀는 슬라이드 주법으로 스트링을 훑어 내렸다. 부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김진대도 드럼을 가볍게 돌리며 소리를 더했다.
그러나 강윤은 고개를 저으며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차희야. 슬라이드 빼고 가볍게 가자. 그건 후렴부에서 강조할 때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 네.
“진대도 초반에 너무 돌리지 말자.”
하얀달빛의 격한 노래에서 연주하는 습관들이 무의식중에 나온 탓이었다. 강윤은 이들의 연주를 바로 잡아주었다.
그렇게 말은 많았지만 녹음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진대나 이차희도 실력 있는 세션들이었고, 강윤의 요구도 명확했다.
그렇게 말 많던 1절을 넘어 2절 후렴부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차희야. 음이 높아지는데?”
후렴부가 끝나갈 무렵, 강윤은 높아져가는 음에 이상함을 느꼈다. 하얀빛은 변함이 없었는데 베이스와 반주의 음이 떨어졌다.
– 네? 저 악보대로 쳤어요. 틀린 부분도 없었는데….
“이상하다. 음이 한음이나 떨어졌는데….
갖가지 화려한 효과들이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부분이었다. 이차희의 베이스가 든든히 받혀줘야 했다. 그런데 베이스음이 또 다시 낮게 들려왔다. 전체 분위기가 흔들리는 것이다.
한 소절이 끝나고, 강윤은 다시 녹음을 중단시켰다.
“차희야. 음이 낮아.”
– 이상하네. 맞게 연주했는데….
맞게 연주를 했는데, 음이 이상하다? 혹시나 해서 강윤은 자신의 악보를 살폈다. 악보도 이상이 없었다. 부스 안에 들어가 이차희의 악보를 살폈지만 이상은 없었다.
‘뭐지?’
이차희가 틀렸다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너무 피곤했나.’
강윤은 자신이 너무 예민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다시 해….”
그때, 이차희가 강윤을 보며 목소리를 부르르 떨었다.
“왜 그러니?”
– 사장님 여…. 옆에, 귀. 귀….
“귀 뭐?”
강윤은 의아했다. 이차희의 얼굴에 공포가 어려 있었다. 평상시, 누구보다 침착하던 그녀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귀…. 귀신이야!!!!!!!!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강윤을 비롯한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뜬금없이 귀신이라니!! 모두가 허둥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귀신은커녕 실오라기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보다 못한 김진대가 침착하라며 이차희를 강하게 붙잡았다.
– 차희야. 정신차려.
– 으…. 으 응.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이차희는 진정되었다.
강윤은 이차희의 이상한 모습에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거라도 본 거야?”
“아뇨, 그게…. 사장님 옆에 이상한 여자 같은 게…”
“여자?”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정리하면, 대박을 가져다준다는 녹음실 귀신이야기였다. 항상 침착한 이차희가 하는 말이니 더더욱 당혹스러웠다.
“나 원 참. 요즘 세상에 귀신같은 게 어디 있어?”
“진짜 봤어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쿵짝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방송가에 이야기하면 미스터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였다.
그러나 강윤으로선 그리 재미없는 이야기였다.
‘요즘 연애사업이 잘 안되나?’
강윤은 김진대에게 이차희를 돌봐주라 이야기하곤 휴식을 선언했다.
녹음을 지켜보고 있던 이현지가 강윤에게 다가왔다.
“녹음실 귀신이야기라니. 오랜만에 듣네요.”
“귀신이 어디 있습니까. 다 재미로 지어낸 이야기겠죠.”
“어? 난 귀신 믿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현지는 상황이 재미있는지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아직도 어이가 없는지 실소했다.
“대박 조짐이긴 하네요. 나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풋. 사장님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귀신이라니. 홍보 거리는 하나 생겼네요. 차희한테 자세히 물어봐야겠는데요?”
이현지는 신이 나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이차희의 손을 붙잡고 위로하며 이것저것을 물었다.
‘여자들이 귀신 이야기 좋아하는 건 다 똑같나보네.’
난데없는 귀신어택에 강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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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B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3년간 급속도로 커가고 있는 기획사였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인 베네스의 투자 이후 잘 나가는 연기자, 개그맨, 가수들을 스카웃하며 덩치를 키워갔다.
한영숙 사장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GNB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낸 철의 여인이었다.
오늘, 그녀는 데뷔 초읽기에 들어간 유나윤을 사무실로 호출했다.
“나윤아. 준비는 잘 하고 있니?”
“네. 다들 많이 도와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행이네.”
상냥한 말이었지만, 유나윤은 잔뜩 긴장했다. 한영숙 사장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했다.
“설이 지나면 곧 데뷔야. 그때면 컴백하는 가수들도 없고 데뷔하는 대형신인도 없는 최적기인거 알지? 하긴, 우리 나윤이 정도면 이미 대형 스타지.”
“…..”
칭찬이었지만, 유나윤은 웃지 못했다. 그 말에는 뼈가 담겨 있다는 걸 유나윤은 잘 알고 있었다.
한영숙 사장은 흥미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며칠 전에 강 사장이 월드라는 곳에서 우리 나윤이와 비슷한 애 하나가 데뷔할 거라고 듣긴 했는데. 후후. 우리 나윤이 정도면 신경 쓸 거 없겠지. 그렇지?”
한영숙 사장은 자신 있었다. 강시명 사장은 이상한 저력이 있는 곳이라며 잘 지켜보라 말했지만, 연습생 달랑 한명 있고 자금력도 볼품없는 그런 회사를 자신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에디오스나 김재훈 관리로도 벅찰 회사. 그런 회사의 신인이라니 웃기는 일이었다.
“사장님이 절 믿고 뽑아주셨잖아요. 문제없어요.”
“그래그래. 그동안 투자한…. 우리 예쁜이가 어디 가겠어?”
한영숙 사장은 유나윤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녀에게 이미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신인이란 존재 자체가 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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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놈의 돈이 문제네요.”
계산기를 누르며 이현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음반유통에 들어가는 비용, 여러 관계자들에게 나가는 비용까지 계산하니 거하게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산이 없었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다며, 다른 방법을 모색하자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어차피 지민이 쇼케이스를 해봐야 올 사람들도 없습니다. 에디오스와 김재훈을 보유한 회사라 하지만 우리 회사 인지도는 낮죠. 쇼케이스는 에디오스 컴백까지 미루는 게 낫겠습니다.”
“아쉽네요. 데뷔는 평생에 처음 있는 일인데, 초라하게 데뷔하겠어요.”
“그래도 생각만큼 초라한 무대는 되지 않을 겁니다. 방송국에서 시간을 꽤 많이 할당해줬거든요.”
방송무대로 마련한 시간이 무려 6분이었다. DLE 방송국의 뮤직캠프에서 단독으로 데뷔무대를 갖는 조건으로 얻은 시간이었다. 대신 그 주에는 다른 무대에 서지 않는 조건이었다.
이현지는 강윤의 수완에 감탄했다.
“추만지 사장이 다이아틴에게 받은 건 제대로 갚는군요. DLE 방송국하고 윤슬하고 가까웠죠?”
“네. 부탁하면서도 어렵지 않을까했는데, 추 사장님이 기꺼이 들어주시더군요. 추 사장님의 공증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입니다. 만약 이게 성사가 안됐다면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입니다.”
강윤은 이현지와 곧 있을 데뷔에 대해 여러 가지를 논의했다. 차량구입부터 김지민을 보조할 매니저, 코디네이터에 스케줄까지. 한 연예인에 들어가는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윤이 추만지 사장에게서 들은 걱정되는 화제를 꺼냈다.
“GNB에서 같은 날, 신인이 하나 데뷔한다 합니다.”
“GNB요? 거기 한영숙 사장이 있는 곳 아닌가요?”
“맞습니다. 공교롭게도 여자 솔로더군요. 나이도 비슷하고….”
이현지의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원래 비슷한 컨셉의 가수들은 같은 시기에 앨범을 내지 않는다. 소속사 간에 합의를 보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는 지독한 우연이거나 상대를 밟고 일어나겠다는 저격이었다.
“노린 걸까요?”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2월 초, 아무도 컴백이나 데뷔를 하지 않는 시기였으니까요.”
“우연치고는 좋지는 않군요. GNB는 돈이 많은 소속사에요. MG나 윤슬에 비하면 신인에 대한 노하우는 별로지만 자금력 하나는 알아주는 곳이죠. 우스갯소리로 돈지랄을 좋아하는 기획사에요.”
“풋. 부러운 곳이군요.”
강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눈을 빛내며 말을 이어갔다.
“저들의 컨셉이 우리와 비슷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비슷하다면 진검승부가 될 겁니다. 그렇다고 데뷔시기를 늦춰봐야 따라했냐는 말들만 따라붙겠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낫다 봅니다.”
“이 상황, 기자들이 좋아하겠네요. 차라리 이걸로 화제를 만들어볼까요?”
“아니요. 이런 식의 마케팅으로 가수를 띄워봐야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이름 한번 알리려 했다가 이미지 이상하게 박히면 돌이킬 수 없어요.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게 낫습니다.”
이현지는 강윤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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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그 이후에도 김지민은 오직 연습에만 집중했다. 그 누구도 김지민을 방해하지 않았다. 간간이 희윤과 최찬양 교수가 그녀의 연습에 도움을 주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 어느덧 2월.
D-Day.
강윤과 김지민의 매니저 최혁진, 코디네이터 이진아는 DLE 방송국의 대기실에 있었다.
“우리 지민이는 화장발도 잘 받네.”
이진아 코디는 김지민의 얼굴에 파우더를 발라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잡티하나 없는 피부가 화장을 잘 받아들였고, 화장을 해주는 맛이 났다.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기 전, 강윤은 김지민과 함께 CD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 막 데뷔한 가수가 선배들에게 하는 인사였다. 다른 가수들은 최근 보기 힘든 여자솔로가수라는 것에 환영하며 격려도 해주었다.
그렇게 다른 대기실을 돌며 두 사람은 마지막 대기실, ‘나엘’이라는 종이가 붙어있는 룸 앞에 섰다.
“여긴….”
김지민이 약간은 걱정하는 투로 강윤을 바라봤다. 김지민과 같이 데뷔하는 가수의 대기실이었다.
“라이벌이라도 친하게 지내야지.”
“저쪽에서 절 이상하게 보거나 하진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거지. 그치?”
“그러네요.”
김지민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말이 나오자 김지민은 안으로 들어섰다.
대기실 안에서 유나윤과 매니저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데뷔하게 된 은하라고 합니다. 인사하러 들렸어요.”
김지민은 또랑또랑하게 인사했다.
‘우와, 예쁘다.’
유나윤은 인형 같은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김지민 자신보다 키도 컸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비율이 매우 좋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위기를 풍긴달까.
“안녕하세요. 나엘이라 해요.”
유나윤이 환영한다며 자신의 CD를 주었다. 김지민도 CD를 건네며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오늘 같이 데뷔하니까, 우린 동기인가요?”
“하하하.”
유나윤의 말에 김지민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마주보는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김지민이나, 유나윤이나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강윤과 김지민은 대기실을 나섰다.
“어때?”
“예뻤어요. 그것도 엄청.”
진심이었다. 남자들이 딱 좋아할 만한 키에, 슬림한 라인에 인형 같은 얼굴까지. 외모로는 솔직히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 제가, 저 애를 이길 수…. 있을까요?”
조금 자신감을 잃은 듯 한 그녀의 말에 강윤은 부드럽게 웃었다.
“이긴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그럼요?”
“네가 집중해야 할 건 네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야. 저 애가 아니라.”
“아….”
김지민은 탄성을 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가수가 됐잖아. 이제 그 꿈의 시작에 섰고. 그렇지?”
“네.”
강윤을 만난 순간부터,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일들이 영상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오디션에서 떨어져 힘들어할 때, 강윤을 만났고, 어려운 형편에도 노래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러 무대를 보고, 성장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저 애도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겠지. 그러나 중요한 건 지민이, 너야. 네 노래를 불러. 저 애는 저 애의 노래를 부를 테니까. 평가는 사람들이 할 거야.”
“알겠어요.”
대기실 앞에 도착하자, 강윤은 김지민의 등을 토닥였다.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노래에만 집중하면 돼. 뒷일은 나한테 맡기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강윤은 김지민의 머리를 한번 매만져주고는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또 하나가 시작됐구나.’
굳게 닫힌 대기실을 보며 강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인이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설렘과 걱정, 두근거림이 뒤섞인 마음으로 강윤은 무대로 향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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